2020년 3월호

바이러스 전문가 김우주 “까딱 잘못하면 ‘제2의 중국’ 될 수도”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20-02-07 16:3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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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은 전시 상황, 경계 늦추면 바이러스에 진다

    • 질본 사례정의, 중국 외 위험국가로 더욱 확대해야

    • 더 늦기 전에 국경 경계를 강화하라

    • ‘조사대상 유증상자’ 관련 규정도 강화해야

    • 의심나면 바로 검사토록 진단키트·인력 대폭 늘려라

    [지호영 기자]

    [지호영 기자]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 환자 수가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 한편 1월24일 확진 판정돼 입원치료를 받아온 2번 환자는 건강을 되찾아 2월 5일 퇴원했다. 대중은 신종감염병 확산 속도에 놀라면서도 한편으로는 “걸려도 위험하지 않은 것 아닌가” 안도한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런 분위기에 일침을 가했다. “신종코로나에 대해 과도한 공포를 가질 필요는 없지만, 지금은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고 방역과 예방에 만전을 기해야 할 때”라는 게 그의 경고다. 

    질병관리본부(질본)가 2월 7일 검진 대상을 확대하는 등 방역조치를 일부 강화한데 대해서도 “이전보다 진일보했지만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입국 제한 범위를 후베이성으로 정한 부분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김 교수는 대한감염학회 이사장 등을 지낸 감염병 분야 국내 권위자다.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발생 당시 정부 자문위원을 맡았고,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때 국무총리 특보로 활동했다. 그와의 일문일답.

    지역사회 감염 차단 ‘골든타임’

    - 현재 상황을 평가한다면. 

    “하루하루 놀라움의 연속이다. 중국이 세계보건기구(WHO)에 신종감염병 출현을 알린 게 지난해 12월 말이다. 이후 한 달여 만에 확진자 3만 명, 사망자 630명을 넘어섰다. 굉장히 빠른 속도다. 우리나라에서도 연일 신규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 전파력에 비해 치사율이 높지 않다는 분석이 있는데. 

    “치사율은 상황이 종료돼야 최종적으로 알 수 있다. 다만 WHO는 현재 치사율을 2.1%정도로 추산한다. 2003년 유행한 사스의 경우 세계적으로 8096명이 감염돼 744명이 숨졌다. 치사율 9.6%다. 현재로서는 이보다 낮은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의료 수준이 높고 병원 문턱이 낮아 중국보다 치사율이 더 낮을 걸로 예측된다.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때도 중동 지역 치사율이 40%에 이른 반면, 우리나라는 20% 수준이었다.” 



    - 그렇다면 마음을 좀 놓아도 되나. 

    “절대 안 된다. 두 가지 측면에서 그렇다. 첫째, 지금 치사율도 계절독감에 비하면 100배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계절독감 치사율은 0.02% 정도다. 1만 명 중 2명이 사망한다는 얘기다. 지금 상황은 이보다 훨씬 심각하다. 

    둘째, 국제적 측면에서 봐야 한다. 우리 국민이 평소 실감하지 못하는데 한국 보건의료 체계는 세계적으로 손꼽힐 만큼 우수하다. 국민건강보험제도가 잘 돼 있어 누구든 아프면 병원에 간다. 이런 나라가 별로 없다. 해외 각국은 감염병에 대해 우리보다 취약하며, 그만큼 공포가 크다. 한국에서 신종코로나 환자가 급증하고, 지역사회 감염 전파가 시작되면 우리 국민이 해외에서 입국거절 될 수 있다. 이미 미국과 유럽 각국 등 많은 나라가 중국인 입국을 제한하고 있다.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지금 중국 같은 취급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를 막자면 하루하루 ‘골든타임’이라고 생각하고 방역 그물망을 촘촘히 짜야 한다. 지금 확산세를 보면 향후 일주일이 고비다.”

    중국 외 국가 방문자도 검역 대상 삼아야

    - 질본이 2월7일 오전 9시부터 신종코로나 사례정의를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설명해 달라. 

    “사례정의는 감염병이 유행할 때 감시·대응·관리 대상을 규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질본이 제공하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질본은 ‘최근 14일 이내에 중국 후베이성을 방문하고 발열 또는 호흡기증상 있는 경우’와 ‘최근 14일 이내에 확진환자와 밀접하게 접촉하고 발열 또는 호흡기증상 있는 경우’를 ‘의사환자’로 봤다. 의심대상이라는 의미다. 

    또 ‘최근 14일 이내 중국을 다녀온 후 폐렴으로 확인된 경우’를 ‘조사대상 유증상자’로 분류해 관리했다. 전문가들은 이전부터 이 그물망이 지나치게 성글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최근 빈틈이 드러났다. 태국 방문 후 확진판정을 받은 16번 환자 사례다. 현재 발표된 내용을 보면 이 분은 1월 27일 보건당국에 신종코로나 의심 증상을 신고했다. 그러나 중국 방문 이력이 없어 감시대상이 아니라는 답변을 듣고 격리대상에서도 빠졌다. 이후 여러 병원을 다녔고, 증상이 악화한 뒤 2월 4일에야 확진판정을 받았다. 현재 16번 환자의 딸(18번)과 오빠(22번)까지 줄줄이 신종코로나에 감염된 상태다. 안타까움이 크다.” 

    - 2월 7일 개정으로 방역망이 좀 더 촘촘해졌나. 

    “일단 사례정의 첫 번째 규정에서 ‘중국 후베이성’으로 돼 있던 지역 범위를 ‘중국’으로 넓혔다. 또 ‘의사의 소견에 따라 신종코로나가 의심되는 자’에 대한 항목을 하나 추가했다. 중국 방문자가 아니더라도 관련 증상이 나타날 경우 검사해볼 수 있도록, 의사에게 재량권을 준 셈이다. 과거에 비해 진일보했다. 하지만 여전히 아쉬운 면이 있다. 의사 재량권이라는 게 상당히 주관적인 영역이다. 경험이 있는 의사라면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겠지만, 일선 병·의원의 많은 의사는 질본이 내려주는 지침에 따르는 데 익숙하다. 질본이 좀 더 사례정의를 확대해 중국뿐 아니라 태국, 홍콩, 싱가포르 등 다른 신종코로나 위험 국가에서 입국하는 사람까지 관리 대상에 포함했으면 더 좋았을 거라고 본다.” 

    - 태국, 홍콩, 싱가포르 등을 특히 경계해야 하는 이유가 있나. 

    “최근 공개된 자료를 보면 지난해 12월 말부터 올 1월 22일 사이에 중국 우한시에서 약 500만 명이 해외로 나갔다. 1월 23일부터 우한이 전면 봉쇄됐기 때문에 그 전날까지 통계를 잡은 거다. 이들 중 항공편을 이용한 사람이 가장 많이 간 나라가 태국이다. 싱가포르, 일본, 홍콩, 그리고 한국이 뒤를 잇는다. 모두 지금 신종코로나 확진자가 다수 발생하는 나라들이다. 신종코로나는 중국 우한에서 시작해 세계로 퍼져나갔고, 우한 사람이 많이 방문한 나라가 위험하다. 이건 과학이다. 보건당국이 이것을 선제적으로 파악해 조치했다면 태국 방문자(16번), 싱가포르 방문자(17번, 19번)가 뒤늦게 확진 판정을 받는 걸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지금은 그래도 우리가 잘 통제하고 있다. 문제는 어느 날 갑자기 해외여행 한 번 안 했고, 기존 확진자와 밀접하게 접촉하지도 않은 사람이 신종코로나에 걸리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지역사회 유행의 시작이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게, 이제라도 방역당국이 진짜 철저하게 움직여야 한다. 빈틈을 찾아 다 메꾸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금 많이 힘들 것이다. 감사한 마음이다. 그럼에도 쓴 소리를 하는 건, 지금이 그만큼 중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전시 상황”

    고려대 서울 구로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앞 선별진료소. [지호영 기자]

    고려대 서울 구로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앞 선별진료소. [지호영 기자]

    - 언제쯤 비상상황이 종식될까. 

    “지금으로선 모든 게 불투명하다. 1월 말까지만 해도 중국 보건당국은 정월대보름(2월 8일) 무렵 상황이 정리될 것으로 내다봤다. 우한 봉쇄 후 2주 정도 지나면 신종코로나 확산세가 수그러들 것으로 본 것이다. 이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현재 중국 전역에서 환자 수가 빠르게 늘고, 중증 환자의 사망 소식도 연달아 들린다. 중국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는 우리로서는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나름대로 여러 고려를 하고 있겠지만, 더 늦기 전에 국경 경계를 강화할 것을 제안하고 싶다. 현재 우리나라는 우한시가 있는 후베이성 방문자 입국만 통제한다. 실효성이 크게 떨어진다. 

    질본 사례정의도 더욱 확대해야 한다. 앞서 얘기한 대로 중국 외 국가에 대한 방역망 강화조치가 필요하다. ‘조사대상 유증상자’ 관련 규정도 강화할 것을 권한다. 현재는 ‘14일 이내 중국을 방문하고 폐렴으로 확인된 경우’로 돼 있다. 신종코로나가 당초 ‘우한폐렴’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모두 폐렴이 일어나는 것처럼 알려졌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발열과 기침, 기관지염 등 경미한 증상만 보이는 환자가 많다. 중국 의료진과 WHO 관계자 사이에서 ‘증상이 없는 환자가 바이러스를 전파시켰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폐렴을 가진 환자만 조사대상으로 삼으면 한계가 있다.” 

    - 왜 질본이 전문가 얘기를 듣지 않나. 

    “우리 방역 역량을 고려하는 게 아닌가 싶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진단 요구가 쏟아지면 적절히 대응하는 게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좀 더 적극적인 자세를 가지면 좋겠다.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도를 고려하기보다, 방역 역량을 늘리는 데 집중해야 할 때다. 질본이 2월 7일부터 민간의료기관 50여 곳에 ‘PCR 검사 진단 키트’를 배포한다. 이것을 확대 생산, 보급해 의심증상을 느끼는 사람들이 어려움 없이 상태를 확인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세계적인 진단 키트 회사가 많다. 기술력도 뛰어나다. 이런 업체를 24시간 가동시켜 진단 키트 생산량을 늘리자. 비용이 많이 발생해도 지금은 이 방향으로 가는 게 맞다고 본다.” 

    - 상황을 절망적으로 보나. 

    “아니다. 나는 우리 보건당국의 대응 역량을 믿는다. 신종코로나가 하루 빨리 종식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이런 신념, 기대, 희망만으로 바이러스를 이길 수 없다는 것도 안다. 바이러스는 무한증식을 목표로 끝없이 진화한다. 그들과의 전투에서 승리하려면 철두철미해야 한다. 우리의 최대 적은 안이함, 느슨함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해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모두 마음을 다잡아야 할 때다. 국민들도 마스크 착용, 기침예절 준수, 손씻기 등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해 신종코로나의 위협으로부터 자기 자신과 가족, 우리 사회를 지키는 데 동참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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