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테라피’ 펴낸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
“올바른 금융 활용법, 그 자체가 복지”
조성목 지음, 행복에너지, 279쪽, 1만5000원
-퇴임 후에도 한결같이 서민금융 분야를 연구하는 것 같다.
“촌놈(충남 부여 출신)이어서 그런지 어쩔 수 없다. 운명 같다(웃음). 서민이 빚 문제와 생활고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뉴스를 들을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대한민국 가계부채 총액은 2019년 기준 1500조 원을 넘었다. 정부가 해결하려고 하지만 각 가정마다 부채 성격과 해결책이 달라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다. 우선은 개개인이 서민금융에 대해 알아야 한다. 비교적 싼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는 합법적인 방법을 알려주고 싶었다. 대출·투자 사기나 보이스피싱, 고금리 불법 사채 등에 노출된 서민을 위한 ‘금융 복지 가이드’를 출간하는 걸 목표로 삼았다.”
-금융도 ‘복지’ 차원에서 접근하나.
“복지라면 사회 안전망과 현금 지원을 먼저 떠올리겠지만, 올바른 금융은 그 자체가 복지라고 본다. 고액 채무로 어려움을 겪는 이를 위한 금융 지식, 안전하게 자산을 키울 수 있는 재무 설계 등도 복지다. 다양한 금융기관의 속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조영철 기자]
-책 중간 중간에 있는 ‘조성목의 금융 이야기’엔 현직 당시 경험이 녹아 있다.
“모든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 예를 들어 금융사기범은 범행 대상을 유인하기 위한 ‘대포폰’, 사기 자금을 받는 ‘대포통장’, 사기를 친 뒤 달아날 때 쓰는 ‘대포차’를 필수로 갖고 있다. 그러니 휴대전화와 통장을 개설하는 대리점과 은행, 렌터카 종사자의 협조가 있어야 촘촘한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 이런 노하우를 정책 입안자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책에서 보이스피싱 문제도 다뤘다. 조 원장은 2015년 사기범 목소리를 들려주는 애플리케이션 ‘그놈 목소리’를 제작해 큰 반향을 일으켰는데.
“우연히 유튜브를 통해 모녀(母女)와 사기범 간 대화를 듣고 무릎을 쳤다. ‘이를 그대로 홍보하면 피해를 줄일 수 있겠다’는 생각에 경찰청 및 방송통신위원회 등과 협의했다. 당시 언론이 주요 뉴스로 보도하는 등 반향이 컸고, 2014년 연 2000억 원대에 달하던 보이스피싱 피해 규모가 1년 만에 1300억 원대로 줄었다. 그런데 지난해 피해 규모는 다시 6000억 원대가 됐다. 정부는 보이스피싱 관련 유형을 선제적으로 알려 국민이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적극 대처해야 한다.”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우리 소나무
글쟁이 산림학자가 안내하는 소나무의 모든 것
전영우 지음, 현암사, 432쪽, 3만 원
습기를 털어낸 산들바람이 부는 가을날 솔향기는 또 어떤가. 한껏 움츠린 숲의 식솔이 기지개를 켜는 봄날, 소나무는 송홧가루를 흩날리면서 신묘한 향기를 내뿜는다. 한여름 솔밭의 숲 빛깔은 짙푸르러 고아(高雅)하다.
소나무는 ‘우리 민족의 나무’다. 우리 문화를 나무에 빗대면 ‘소나무 문화’라고 할 만하다. 옛적 우리 어머니들은 솔밭에 정좌해 솔잎을 가르는 장엄한 바람 소리를 태아에게 들려주면서 태교(胎敎)했다. 우리 아버지들은 지조, 절개와 같은 소나무의 덕목을 자식의 머릿속에 심어줬다. 그뿐인가.
‘아이가 태어나면 삼칠일 동안 잡인의 출입을 금하려고 솔가지를 끼워 금줄을 쳤으니 이 땅에 살던 우리 조상은 태어난 순간부터 소나무와 인연을 맺었다고 할 수 있다. 땔감으로 땐 솔가지나 솔가리(땅에 떨어져 쌓인 솔잎)의 연기를 맡으면서 소나무로 만든 집에서 성장하고, 소나무에서 나온 생활도구나 농기구와 인연을 맺으면서 소나무와 관련 있는 음식(송편, 송화다식, 송기떡, 송엽주)을 먹으며 살다가, 이승을 하직할 때는 송판으로 만든 관에 들어가 뒷산 솔밭에 묻혔다.’(전영우, ‘우리 소나무’ 18쪽)
그렇다. 우리는 소나무에서 나고, 소나무 속에서 살다가 소나무 밭에서 죽었다. 그러니 우리 소나무다. ‘우리 소나무’를 쓴 전영우(69·국민대 명예교수)는 16년 전부터 우리 소나무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공유하고자 문화 예술인들과 함께 ‘솔바람 모임’을 결성해 소나무 사랑 운동을 펼치고 있다.
전영우는 ‘산림’을 ‘자원’으로 연구한 임학자다. 고려대 임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아이오와 주립대에서 산림생물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타고난 문사(文士) 기질은 어쩔 수 없는가 보다. 산림을 자원으로만 보기에는 문재(文才)가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났다. 문화의 창으로 숲을 읽고 해석하는 가욋일로도 일가를 이뤘다.
‘우리 소나무’의 부제는 ‘우리 삶과 역사 속에 생생히 숨 쉬고 있는 소나무 이야기’다. △소나무를 알면 역사가 보인다 △소나무를 알면 삶이 보인다 △소나무를 알면 환경이 보인다 3부로 구성했다. ‘숲 전문가’면서 ‘글쟁이’인 저자와 함께 솔숲 소리 솔숲 향기 솔숲 빛깔을 찾아 과거와 현재로 여행을 떠나보자.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인간다움의 순간들
이진숙 지음, 돌베개, 456쪽, 2만8000원
르네상스 시대 화가 마사초가 그린 ‘에덴동산에서의 추방’은 금기를 깬 죄로 막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남녀 모습을 담고 있다. 벌거벗은 두 주인공의 탄식과 고통이 생생히 전해진다. ‘인간다움의 순간들’은 여기서 출발해 인간의 흔들리는 모습, 즉 가장 ‘인간다운’ 장면을 포착한 작품 33점을 소개한다. 시대를 관통해 서양미술 걸작을 소개할 3권 시리즈의 첫 권이다.
세상을 바꾼 7인의 자기혁신노트
송의달 지음, W미디어, 264쪽, 1만4000원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마오쩌둥 중국 국가주석, 리카싱 홍콩 청쿵그룹 창업자, 보구엔지압(보응우옌잡) 베트남 독립 영웅, 우리나라의 이순신 장군과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 ‘세상을 바꾼’ 이들 7인의 저술과 인터뷰 등을 바탕으로 현대인이 참고할 만한 혁신 원칙을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인문잡지 ‘한편’ 1호: 세대
세대론이 ‘반동의 음모’라는 이들에게
민음사 편집부 엮음, 민음사, 204쪽, 1만원
실제 1960년대생 중 대학에 가지 않은 비율은 70%다. 하지만 작금의 ‘386 담론’이 문제 삼는 건 ‘학번 있는 6’, 그러니까 세대 내 기득권이 빚어낸 ‘시대’다. 설계자는 ‘운동권 386’이다. 그들은 정치권에 진출해 법과 제도만 만든 게 아니다. 호구지책으로 학원가에 투신해 ‘사교육 철옹성’을 일궜고, 공기업·대기업 등 ‘좋은 직장’에 입사해 자산을 쌓아 수도권 부동산을 사들였다. 대학과 언론·출판계에 한 칸씩 자리 잡아 이념 시장도 주름잡았다.
말끝마다 ‘민중’을 되뇌는 A에겐 마뜩지 않은 일이겠으나, ‘학번 없는 6’은 ‘학번 있는 6’이 체제 핵심부에 편입해 만든 법·제도·문화·산업·이념의 바탕 위에서 밥벌이를 했다. ‘학번 없는 6’의 삶에 드리운 그늘을 드러내려면 ‘학번 있는 6’을 고발해야 한다. ‘지배와 착취’를 밑절미 삼아 세상을 재단하는 ‘신실한 좌파’라면 ‘학번 있는 6’이 ‘학번 없는 6’을 착취했다고 주장해야 온당하다.
산업화의 영화(榮華)는 종언을 고했다. 무릇 청년은 (역사건 경제건) 발전하고 진보하리라는 믿음을 품고 살기 마련이다. 오늘날 청년은 ‘그 따위 믿음이 가당키나 한가’라고 반문한다. 청년이 기침하듯 체념하는 시대에 세대론 이상으로 한국 자본주의를 통찰할 개념이 있긴 한가?
물론 문화연구자 김선기의 말마따나 “청년을 이야기할 때 각별히 성찰적인 태도가 요구”된다. 그에 따르면 “‘청년’을 주어로 전체를 이야기하게 되면 같은 청년이라도 누구는 선택되고, 누구는 배제되는 효과가 발생”(51쪽)한다. 고로 밀레니얼 세대 안의 기득권에도 시선을 둬야 한다. 사회학자 김영미가 1980~90년대생을 상대로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놀라울 정도로 일관되게 청년층에서 가족 배경의 영향력이 대학 진학, 취업, 소득 전반에서 다른 연령층과 비교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99~100쪽). 지위 높은 부모 밑에서 자란 밀레니얼은 2020년의 ‘학번 있는 6’인 셈이다.
이쯤 되면 떠오르는 이들이 ‘조국 부부’다. 이들은 각종 ‘기회 사재기’를 통해 자녀를 위해 부단히 ‘유리바닥’을 깔았다. 최고 학벌을 지닌 ‘학번 있는 6’이 입으로는 평등을 외치되 몸으로는 불평등을 세습했다. ‘386 담론’과 ‘청년 담론’이 포개지는 지점이다. 자, A여. 아직도 세대론이 ‘반동의 음모’로 보이는가?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준비되지 않은 전쟁, 제2차 세계대전의 기원
A.J.P. 테일러 지음, 유영수 옮김, 페이퍼로드, 560쪽, 3만3000원
제2차 세계대전의 참화는 오롯이 ‘미치광이’ 히틀러 때문에 일어났을까. 영국 역사학자인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히틀러를 권좌에 올린 독일인들과 영국, 프랑스, 소련 등의 당대 정치인 또한 책임을 나눠 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출간 직후 히틀러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지만 한 번쯤 귀 기울여볼 만한 주장이 담겨 있다.
진정한 느낌의 시간
페터 한트케 지음, 김원익 엮음, 이상북스, 280쪽, 1만4800원
2019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페터 한트케의 동명 소설과 ‘우리가 서로 알지 못했던 시간’이라는 무언극 희곡을 엮어 번역한 책. 프랑스 파리 주재 오스트리아 대사관에서 일하는 주인공이 살인자가 되는 꿈을 꾼 뒤 삶의 길을 잃고 주변을 관찰하며 ‘진정한 느낌’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다. 신화연구가로 유명한 김원익 박사의 꼼꼼한 번역이 돋보인다.
하버드 사랑학 수업 : 사랑의 시작과 끝에서 불안한 당신에게
남녀는 서로 다른 별에서 오지 않았다
마리 루티 지음, 권상미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286쪽, 1만6000원
서로의 마음을 얻고 싶은 남녀에게 이성의 심리는 늘 아리송하다. 그렇기에 진화심리학의 해석은 일견 명쾌하다. 애초에 남성과 여성은 서로 다른 행성에서 온 것처럼 이질적 생물이기에 그 차이에 주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테스토스테론 호르몬에 지배받는 남성은 인정욕구가 더 큰 반면, 에스트로겐 호르몬의 영향 속 여성은 배려받기를 원한다는 것.
이런 ‘화성남자-금성여자’ 프레임은 동명의 책이 세계적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사랑에 대한 지배적인 이해 방법으로 자리매김했다. 마리 루티 토론토대 영문학과 교수는 “남녀가 서로 다른 별에 산다는 말이 지긋지긋한 사람을 위해 이 책을 썼다”며 기존의 사랑관에 도발적 의문을 제기한다. 그는 미국 하버드대에서 3년간 진행한 ‘사랑학 강의’를 정리한 이 책을 통해 사랑 앞에 주저하는 이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다.
먼저 저자는 서로 다름이 아닌 같음에 주목할 때 남녀가 더 행복해진다고 주장한다. 숱한 연애지침서와 강의는 주로 여성에게 남성이 어떤 ‘동물’인지 설명하고 그들의 본성에 맞춰 ‘선택’ 받으라 유혹한다. 남성은 여성을 두고 경쟁한다며 그들의 직업과 은행 잔고를 끊임없이 강조한다. 하지만 루티 교수는 이 또한 현재의 젠더 위계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비롯된 것에 불과하다고 논파한다. 숨기고픈 결점에 매력을 느끼거나 서로 ‘첫눈에 반하는’ 일도 적잖다. 결국 중요한 것은 유혹의 기술이 아닌 자기 자신과 상대방에 대한 탐구라는 말이다.
두 번째 조언은 사랑을 신성시하지 말라는 것이다. 사랑과 마주하고도 그 끝이 두려워 시작조차 못 하는 경우가 적잖다. 일단 사랑을 시작했지만 ‘가늘고 길게’ 관계 유지에 집착하다 보면 상대방은 행복이 아닌 책임으로 다가온다. 지리멸렬한 사랑보다는 오히려 건강한 이별이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다. “사랑의 실패는 인생의 실패가 아니다”라는 저자의 지적은 이별의 상처 속에 다시 피어날 새로운 사랑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여성과 젠더, 섹슈얼리티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사랑을 쟁취와 독점의 경쟁이 아닌, 하나의 공동체를 꾸리는 과정으로 규정한 책. 그러면서도 남녀관계에 대한 저자와 수강생들의 풍부한 사례가 흥미롭게 다가온다.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북한 에너지, 미래를 위한 협력과 도전
권세중 지음, 선인, 318쪽, 2만5000원
북한은 지난 수십 년간 에너지난으로 고통받았고, 이것은 남북관계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외교부 기후환경과학외교국장 등으로 일한 저자가 이 문제를 집중 분석해 펴낸 책. 저자는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절부터 김정은 집권 이후까지 20여 년에 걸쳐 북한이 추진한 에너지 정책을 살펴보고, 지속가능한 남북협력 방안을 제시했다.
비즈니스 영어회화 표현사전
케빈 경 지음, 다락원, 520쪽, 2만2000원
비즈니스 현장이나 일상에서 자주 쓰는 영어 표현을 564개 상황으로 분류해 사전식으로 정리했다. 사무실 동료와 하는 일상적인 대화부터 업무 미팅, 협상이나 항의 상황 등에 쓸 수 있는 표현을 망라했다. 미국식, 영국식 영어 음원을 제공한다. 저자는 캘리포니아대 출신 미국 동포로 다년간 비즈니스 현장에서 일했고, ‘인터뷰 영어패턴 500 플러스’ 등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