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호

시마당

블루투스 기기 1개가 연결되었습니다

  • 김은지

    입력2020-03-06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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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은
    외로움을 관리할
    전담 장관을 뽑았다고 한다

    파란빛이 도는
    블루투스 문양을 따라 그린다
    이런 무늬는 누가 만들었을까

    바쁘시죠,
    내가 먼저 묻는 건
    기꺼이 외로움을 선택하고 싶어서

    혼자 밥을 잘 먹고
    일기장을 버릴 수 있고
    책에서 가붓하다라는 단어를 발견했을 땐
    메모장에 적어두었지만

    오늘은 듣고 싶었다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담담하게 엄마가 돌아가신 얘기를 하며
    이사해야 하는 사정을 말하는데
    달빛이 드리우는 방에 산다는
    그 사람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싶었다

    두 시간씩 전철을 타고 와
    후회를 털어놓고
    요즘 듣는 노래를 물어보는 밤

    켠 적 없는 블루투스가 연결되었다

    김은지
    ● 1981년 출생
    ● 2016년 실천문학 신인상 시 부문 당선
    ● 시집 ‘책방에서 빗소리를 들었다’ ‘고구마와 고마워는 두 글자나 같네’, 소설 ‘영원한 스타-괴테 72세’, 스토리북 ‘코니의 소중한 기억’ ‘브라운과 친구들’(공저) 등 출간.
    ● 팟캐스트 방송 ‘세상엔 좋은 책이 너무나 많다 그래서 힘들다(세너힘)’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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