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르, 혁명, 혼돈, 자본주의, 양극화의 도시

• ‘양파 모양’ 바실리, 붉은 광장, 레닌의 무덤…

• ‘차르’ 시대 연 이반 3세, ‘근대화 기수’ 표트르 대제

• 니콜라이 2세 대관식에 참석한 충정공 민영환

• 화려한 GUM 백화점, ‘제멋대로’ 대부호 자제들

모스크바는 날씨도, 빈부의 차이도 극단적이다. 이곳에는 1200만 명(2014년 기준) 시민이 거주한다. 일부는 서구의 가치를 내면화했다고 볼 수 있으나 큰 틀에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서유럽과는 완전히 다른 가치가 ‘모스코비치’(모스크바 사람)의 가슴을 지배한다. 이 도시의 공기는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이었다. 모스크바에 머무는 동안 나는 그들의 독특한 생활감정을 피부로 느꼈다. 차르(황제)와 보야르(고위 귀족들)는 아직 살아 있었다.

크렘린 궁전에서

크렘린이 역사의 주 무대가 된 것은 13세기였다. 모스크바 공국의 창건자 유리 돌고루키가 이곳에 목책을 둘러 요새를 구축했다. ‘성채(城砦)’ 또는 ‘성벽(城壁)’을 뜻하는 러시아어가 크렘린이다. 이곳은 1237~1238년간 세계 최강 군대의 공격을 받았다. 몽골군이었다. 그들은 이 요새를 간단히 함락시켰다. 몽골의 지배는 240년간이나 계속됐다. 아직 몽골이 다스리던 14세기, 크렘린의 재건이 시작됐다. 몽골이 물러가면서 더욱 활기를 띤 재건사업은 17세기에 이르러 완성됐다. 

궁궐 안에 화려한 건물이 빽빽이 들어섰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러시아정교회 성당들이었다. 우스펜스키 성당(성모승천 성당)을 비롯해, 성모수태고지 성당과 대천사 성당이 가장 이름났다. 19세기 초, 나폴레옹의 군대가 쳐들어와 무엄하게도(?) 우스펜스키 성당을 마구간으로 사용했다. 프랑스 군대가 물러가자 성당은 본래의 기능을 회복했다. 러시아제국의 마지막 차르인 니콜라이 2세는 이 성당에서 성대한 대관식을 거행했다. 

거기서 나는 충정공 민영환을 떠올렸다. 민 공은 1896년 고종의 특사로 그 대관식에 참석했다. 나중에 그는 세계 일주의 소감을 글로 정리해 ‘해천추범(海天秋帆)’이란 책자로 묶었다. 여러 해 전, 나는 민 공의 글을 읽으며 조국의 장래를 염려하던 그의 절절한 마음을 보았다. 

우울한 마음을 떨치기 위해 모스크바에 사는 친구 이고르와 함께 크렘린 궁전의 뜨락을 걸었다. 애써 명랑한 마음으로 걷다 보니 화창한 봄볕이 느껴졌다. 눈앞에 궁전의 명소들이 비로소 차례로 나타났다. 그중에서 무기고 박물관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박물관은 12세기 이후 러시아의 무기를 소장한 곳이었다. ‘차르 푸슈카’라는 대포가 특히 눈길을 끌었다. 무게가 40t, 포신 길이가 5.34m, 구경이 89cm에 외경이 120cm라고 했다. 1586년 안드레이 초코브가 제작했는데, 세상에서 가장 큰 재래식 곡사포다. 러시아의 부와 능력을 과시하려고 만든 것이었다. 



이반 대제(3세)의 종탑도 훌륭했다. 크렘린의 여러 건축물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이라고 한다. 종탑 뒤편에는 ‘차르 종’이 있었다. 높이가 6.14m, 지름은 6.6m, 무게가 202t이라 해서 놀랐다. 세상에서 가장 큰 종이라는데, 깨진 조각 하나의 무게가 11.5t이란다. 종의 표면에는 차르 알렉세이 부부가 실물 크기로 조각돼 있어 흥미로웠다.

차르의 시대: 이반 대제와 이반 4세

이고르와 나는 크렘린을 벗어나 잠시 휴식을 취했다. 붉은 광장 건너편에 아담한 레스토랑이 있었다. 이고르는 독일 유학 시절에 사귄 친구다. 우리는 샤슬릭을 주문했다. 전통적인 꼬치요리다. 양고기, 돼지고기, 쇠고기에 양념을 해 채소와 함께 꼬치에 꿴 것이다. 구워서 먹는데 맛이 일품이었다. 주로 축제 때 이 요리를 즐긴다고 한다. 한 잔의 보드카를 곁들였더니 최상이었다. 

창밖으로 부산히 오가는 인파를 느끼면서 우리는 이반 대제(3세·1440~1505)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몽골의 구속으로부터 러시아를 해방시켰다. 정확히 말해, 킵차크칸국의 지배에서 벗어났다. 대제는 비잔틴 제국의 사위였다. 콘스탄티누스 11세의 조카딸 소피아가 그의 황후였다. 그때 러시아는 비잔티움의 문화를 적극 수용해 크게 발전했다. 이반 3세는 영토 개척에도 힘써 동북러시아를 통일(1485)한 인물이기도 하다. 

1453년 비잔틴 제국은 멸망했다. 그러자 대제는 자신이 콘스탄티노플의 후계자라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가 곧 ‘제3의 로마’라며 동방정교 수장을 자임했다. 본래 비잔틴 황실의 문장인 ‘쌍두의 독수리’도 러시아의 것으로 삼았다. 또한 로마 황제 카이사르를 러시아식으로 읽어 자신을 ‘차르’라고 칭했다. 

그런데 차르다운 러시아 황제는 이반 대제의 손자인 이반 4세였다. 그는 초반에 불운했다. 조실부모한 그를 고위 귀족층인 보야르가 강하게 견제했다. 영리한 그는 하급 귀족과 상인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대권을 쥐었다. 이후 보야르와 숨막히는 권력투쟁이 벌어졌고, 결국 황제가 이겼다. 그의 통치는 잔혹했다. 많은 사람이 그를 ‘이반 그로즈니’(공포), 이반 뇌제(雷帝)라고 불렀다. 16세기 독일 등 유럽 각국에서 유행한 삐라(독어, Flug Blaetter)에서 그는 ‘공포의 왕’으로 묘사됐다. 그는 왜 그토록 잔혹한 차르가 됐을까. 중병을 앓고 난 뒤 찾아온 후유증이라는 설, 차르들이 앓은 우울증이라는 설, 우울증과 수은 중독을 함께 앓았다는 설 등이 있으나 확인된 바는 없다. 

모스크바에서는 누구나 러시아의 정치와 경제를 토론한다. 이고르와 나도 그랬다. 우리는 러시아의 역사적 발전에 획기적으로 기여한 또 한 사람, 피터(표트르 1세) 대제를 화제로 삼았다. 피터대제가 태어났을 당시 러시아는 유럽의 변방이었다. 이에 불만을 가진 대제는 스스로를 러시아 최고의 계몽군주로 만들었다. 그를 모두가 칭찬하는 이유다. 

1697년 그는 사절단을 이끌고 네덜란드로 갔다. 이어서 영국과 독일도 순회했다. 조선술과 대포 제작 기술 등을 배우기 위해서였다. 1년 3개월간의 유럽 여행 중 그는 노동자처럼 허름한 옷을 입고 공장에서 직접 일을 배우기도 했다.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유럽 체류는 그에게 일종의 수학여행이었다. 그는 유럽의 풍속과 제도까지 철저히 연구해, 러시아를 개혁하는 바탕으로 삼았다. 대제는 겨울에도 얼지 않는 부동항(不凍港)을 얻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하여 유럽으로 가는 관문 상트페테르부르크를 건설했다. 이 도시는 운하가 많아 암스테르담을 연상시킨다. 신도시 건설에 동원된 건축가는 과연 네덜란드 출신이었다.

아름다운 ‘붉은 광장’에서

이고르와 나는 크렘린 주변을 바로 떠나지 못했다. ‘붉은 광장’의 매력 때문이었다. 궁전의 북동쪽에 자리한 이 광장은 무척이나 아름답다. 본래 이름부터가 ‘크나스나야’(아름답다) 광장이다. 17세기부터 그렇게 불린다. 

이곳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고적은 상트 바실리 대성당(Saint Basil’s Basilica)이다. 여덟 개의 탑이 매우 인상적이다. 양파를 연상시키는 지붕의 색상과 모양이 저마다 달라서 더욱 매력적이다. 이반 4세가 카잔칸국을 병합한 기념으로 지었다(1552). 대성당의 건설 책임자는 야코블레프였다. 황제는 바실리 대성당보다 더 아름다운 건물을 짓지 못하게 하려고 그의 멀쩡한 두 눈을 멀게 했다는 전설이 남아 있다. 사실과는 거리가 있는 이야기일 뿐이다. 

러시아정교는 이반 3세 때 출범한 국가 종교다. 공산 정권 시절에는 심한 탄압을 받았으나, 그들이 몰락하자 화려하게 부활했다. 오늘날 러시아에는 정교회가 인기를 끌고 있다. 공산 정권 아래서 종교를 완전히 잊고 지내던 사람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성당을 찾고 있다. 종교의 놀라운 복원력이 신기하기만 하다.
 
모스크바에 처음 도착했을 때 내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 하나 있었다. 지하철이다. 유난히 땅속 깊은 곳에 역사(驛舍)가 있었다. 대리석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구간이 많고, 신기하게도 지하철 중간 중간에 박물관도 있었다. 아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하철이 아닐까 한다. 

모스크바 지하철은 총연장이 300km다. 서울과 비슷하다. 모스크바 시내는 서울만큼이나 교통난이 심각하다. 그러나 지하철은 출퇴근 시간을 제외하면 한적하다. 신속하고, 쾌적해 하루 평균 이용객이 700만 명을 넘는다. 이 역시 서울과 비슷한 수준이다. 

다시 지상으로 시선을 옮긴다. 도심 한가운데 레닌의 무덤이 있다. 화강암으로 지은 건물인데, 유리관을 지하에 설치해 두고 레닌의 시신을 방부 처리했다. 유리관 속 레닌은 잠자는 것 같은 모습으로 참배객을 기다린다. 그의 묘도 후세에 영향을 줘 중국의 마오쩌둥과 북한 김일성의 묘도 비슷한 양식으로 설계됐다. 

레닌으로 말하면 볼셰비키 혁명의 지도자로 초기 소련 정권의 주역이었다. 혁명 직전 그는 스위스의 취리히에 망명해 있었다. 당시 독일 정부는 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기로 작정했다. 독일 당국은 레닌을 특별 열차에 태워 모스크바로 귀환하게 했다. 레닌은 혁명에 성공해 세계사를 바꾼 인물이 됐다. 그러나 정작 독일은 아무 이득을 보지 못했다. 오히려 제1차 세계대전에 패배해 엄청난 피해를 보았다. 역사의 아이러니다. 

어느 날, 이고르는 나를 자신의 친구 집으로 불렀다. 다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식사 때가 되자 집주인은 보르시치를 내놓았다. 러시아의 전통 수프였다. 육수를 만들고 거기에 사탕무, 살코기, 토마토, 양파, 감자, 당근 등을 차례로 넣고 끓인 요리였다. 사탕무 때문에 수프는 저절로 붉은색을 띤다. 러시아에서는 어느 집이나 보르시치를 자주 끓여 먹는다. 

맛있는 수프를 먹을 때도 스탈린이란 독재자가 나의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래서 식후에 굴락 역사박물관을 찾았다. 내게는 스탈린 시대의 비극을 체험하는 장소였다. 스탈린 시대, 많은 사람이 집단수용소에서 죽어갔다. 박물관은 그 당시의 정치범 수용소를 복원한 것이다. 관계자에게 들은 말인데, 희생자 가족이 찾아와 당사자와 관련 있는 문서를 청구하기도 한단다. 가슴 아픈 일이다.

막심 고리키

알다시피 러시아는 문학이 발달한 나라다. 공산당이 지배하던 시대에도 인기 작가가 많았다. 인기의 최고봉은 막심 고리키가 아니었을까. 그의 ‘어머니’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막심 고리키는 제정러시아 말기에 최하층 시민으로 태어났다. 그러나 글재주가 탁월해 서른 살도 되기 전 인기 작가로 부상했다. 그의 명성은 톨스토이와 자웅을 다툴 정도였다. 1917년 공산혁명이 일어나자 그는 레닌을 지지했다. 그러면서도 공산당에 가입하지 않는 초연함을 보였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모스크바에도 일단의 평화가 왔다. 그러자 다양한 대중 시설이 문을 열었다. 고리키 공원이 대표적이다(1928년 개장). 모스크바에서 가장 큰 시민공원이다. 강변을 따라 3km나 되는데 호수도 끼고 있다. 시민들에게 더없이 좋은 휴식 터다. 특히 겨울철에는 공원의 중앙에 초대형 스케이트장이 설치돼 시민을 기쁘게 한다. 

모스크바에는 예술가의 이름을 딴 공공시설이 정말 많다. 푸시킨 미술관도 예외가 아니다. 본래는 모스크바 대학이 다양한 미술품을 수집해 체계적으로 관리하려고 만든 전시 공간이었다(1912). 1937년 현재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공산 정권 시절,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를 비롯해 비잔틴 제국과 근대 유럽의 미술품을 많이 수집했다. 요즘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예르미타시 미술관에 버금갈 정도다. 

이고르는 나에게 또 다른 박물관 하나를 추천했다. 우주박물관이었다. 그곳에는 유리 가가린의 유물이 눈길을 끌었다. 가가린은 지구 바깥을 체험한 최초의 인간이었다. 우주비행사로서 그가 우주 공간에 머문 것은 108시간이었다. 1961년, 그가 탄 소련의 인공위성이 발사대에 장착됐다. 그 시절에는 인공위성이 성공적으로 발사될 확률이 50%도 채 안 됐다. 죽음을 불사한 우주비행이었다. 살아 돌아오는 기적이 일어날 가능성은 몹시 희박했으나 가가린은 미소를 지었다. 

가가린은 매력 만점의 인물이었다. 웃음 띤 그의 환한 표정은 마치 소련의 밝은 미래를 예고하는 명백한 상징인 양 여겨졌다. 그는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으나, 소련의 국가 영웅으로 성장했다. 소련 당국은 이 영웅이 혹시 불의의 사고를 당할까 염려해 아예 비행 금지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가가린은 다시 비행기를 조종하고 싶어서 당국을 설득했고, 1968년에 드디어 비행 금지령이 풀렸다. 그런데 가가린은 기쁜 마음에 다시 조종간을 손에 쥐었지만, 바로 첫 번째 비행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미스터리한 사고였다.

고르바초프 이후의 모스크바

소비에트 체제는 1세기도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다. 고르바초프와 옐친은 바로 그 시대 소련의 혼란을 수습할 책임을 맡았다. 동구권 몰락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질문은 명백하지만 대답하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분명한 사실은 이런 변화의 바람이 1980년대 폴란드에서 일어났다는 점이다. 소련도 개혁 노선을 선택했다. 1985년, 소련공산당 서기장 고르바초프가 페레스트로이카(perestroika·개혁)를 천명했다. 이후 동독 사회가 휘청거렸고, 체코도 헝가리도 개혁개방의 물결에 휩쓸렸다. 

1990년 10월 3일, 동구권의 강대국 동독이 서독에 완전히 흡수 통합됐다. 동독에 체류하던 소련군도 전원 철수했다. 마침 그때 나는 서독에 머물고 있었기 때문에 통독 과정을 상세히 알 수 있었다. 헬무트 콜 서독 총리는 소련에 막대한 경제 원조를 약속했다. 

그때 동독에 파견돼 활약하던 소련의 국가보안위원회(KGB) 간부 중에 블라드미르 푸틴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야심적인 인물이었다. 그는 소련으로 돌아가 보리스 옐친의 측근이 됐고, 나중에 옐친이 고르바초프를 대신해 최고 권력자로 부상하자 더욱 승승장구했다. 이 야심만만한 책략가는 현대 러시아의 ‘차르’가 됐다. 

소련이 붕괴한 다음, 러시아 사회는 급속도로 자본주의 질서를 수용한다. 모스크바에는 부와 사치의 상징이 하나둘씩 늘어갔다. 화려한 쇼윈도를 자랑하는 굼(GUM) 백화점은 투명한 유리 지붕 아래 온갖 호화 상품을 멋들어지게 진열해 놓았고, 모스크바 최고의 부자들은 이곳으로 모였다. 굼은 19세기 말에 창립돼 1953년에 현재의 모습으로 개축됐다. 3층짜리 건물인데, 소비에트 시절에도 소련의 경제적 번영을 과시하는 선전 무대였다. 현재 굼은 자본주의 물결을 타고 순항하고 있다. 200여 개 점포가 각양각색의 전문 상품을 거래한다. 

러시아는 일종의 마피아 사회라고 봐도 좋다, 60명가량의 대부호가 러시아 사회를 소유하고 있다. 마치 차르와 보야르의 시대가 되돌아온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부호들의 자제는 심한 낭비벽에 사로잡혀 있다. 이고르와 나는 진정으로 모스크바의 양극화를 걱정했다. 러시아 특수층의 삶은 지나치게 호화롭다. 그들은 수백에서 수천 ㎡나 되는 초대형 주택이나 아파트에서 산다. 모스크바의 고위층은 교통신호도 깡그리 무시한다. 그들은 사이렌을 꺼내 승용차 지붕 위에 얹고 어디로든 질주한다. 교통 질서 같은 것은 서민들이 지키는 법이다. 

모스크바를 떠나기 전 나는 강줄기를 훑어 오르내리는 크루즈에 몸을 실었다. 유람선으로 이 거대한 도시를 일주하는 맛이 유별났다. 크렘린을 지나 피터 대제의 동상과 노보데비치 수도원도 스쳐 지나갔다. 이고르의 경험담을 들어보면 겨울의 크루즈가 최고란다. 얼음을 깨며 달리는 쇄빙선 크루즈 말이다. 배에서 내려 한겨울 붉은 광장의 밤을 화려하게 물들인 오색 조명 아래 서고 보면 그야말로 별세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