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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가 좋아하는 세포와 공격하려는 세포가 따로 있다. 수개월 전 필자의 병원에서 어렵게 임신한 산모가 있었는데, 임신 3개월이 됐을 때 갑자기 원인 모를 고열이 났다. 해열제를 썼는데도 도무지 열이 떨어지지 않았다. 피검사를 해보니 간수치가 급격하게 올라가 있었다. 큰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해보니 A형 간염이었다. 그 당시 간수치를 올리는 열병이 유행했는데, 중국산 조개젓이 발원 물질로 판명됐다.
그 밖에도 HPV라는 바이러스는 자궁 경부 세포에 기생하며 자궁경부암을 일으킨다. 대상포진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몸통 늑간 신경세포에 자리 잡고 등이나 옆구리에 큰 통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갈비뼈나 척추에 무슨 병이 생겼나 싶어 검사해 보면 등이나 옆구리에 발적(급성염증에 나타나는 징후로, 충혈에 의해 피부 및 점막이 빨간빛을 띠는 것)이나 수포를 발견하게 된다.
자기치유능력 키워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폐를 공격하는 바이러스다. 대부분의 바이러스는 공기 흡입에 의해 전염된다. 코로나바이러스도 코(비강), 입(구강), 목젖, 기관지 등 폐로 들어가는 상기도에 침습하는데, 파괴력은 높지만 치사율은 사스나 메르스보다 낮은 것으로 돼 있다. 중국 깊숙한 산속 동굴에 사는 박쥐의 몸에 기생하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인체로 들어왔다. 교통의 중심지이자 교류가 빈번한 우한이라는 지역에서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14세기 유럽에 퍼진 페스트(바이러스는 아니고 세균)처럼, 16세기에 남미 인디언들에게 퍼진 천연두처럼 되면 큰일이다.‘신종 바이러스쯤이야’라고 얕잡아 보면 안 된다. 1918년 프랑스 주둔 미군부대에서 첫 발병한 스페인독감은 유럽 인구의 3분의 1이 감염됐고, 1920년까지 총 1억 명이 사망했다. 한국에서도 740만 명이 감염돼 14만 명이 사망했다고 기록돼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서 세계보건기구(HWO)가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한 가운데, 각국은 자국민의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손 잘 씻고 마스크 착용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코로나-19를 물리칠 백신이 개발된다 해도 또 다른 신종 바이러스 출몰을 막을 길이 없다. 약은 병을 치료하기 위해 도움을 주는 것일 뿐이다. 결국 자기 치유 능력은 스스로 완비해야 한다.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는 좀 더 디테일한 방법을 강구해 보자. 공기청정기, 세정제, 마스크, 손 씻기 등은 외부 방어선이다. 우리 몸의 1차 방어선은 콧구멍의 코털이다. 코털을 너무 짧게 자르거나 뽑지 말자. 얼기설기 코털이 콧구멍에 망을 칠 때 코로나는 첫 방어선에 걸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성들도 코털이 길다고 자르지 말고 로션을 묻혀 코 안으로 밀어 넣어두자. 사실 코로나는 공기를 들이마실 때 안으로 들어가기 쉬운 크기임에는 틀림이 없다. 다행스럽게 들어가더라도 구강 점막이나 목젖, 인후, 후두 및 기관지 가래에 묻어 배출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점액이 잘 생성되는 제2차 방어선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 몸에서 1차, 2차 방어선의 기능을 높이기 위해 생활습관이 매우 중요하다. 수분을 충분하게 섭취해야 하며, 따뜻한 물이나 차를 조금씩 계속 마시는 것이 도움이 된다. 집 밖으로 나가기 전에는 샤워나 가글을 하지 말고 양치질도 치아만 하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구강의 침과 비강·인후·후두 점액이 너무 깨끗하면 코로나바이러스가 점막에 쉽게 안착할 수 있는 빌미를 주기 때문이다. 귀가 시에는 180도 달라야 한다. 외투나 마스크, 모자를 따로(이를테면 베란다 등지에) 놔두면 좋겠다. 매일 만지는 스마트폰도 소독 기능이 있는 약제로 매일 닦아주는 게 좋다.
코로나19로 인해 난임 병원을 다니는 여성들 사이에는 ‘요즘 같은 때에 임신을 위해 노력해야 하나’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온 세상이 바이러스 공포에 휩싸이니 혹시 하는 마음에 걱정이 태산일 것이다.
필자는 난임 여성에게 ‘걱정하지 말고 배란일이면 밤에 잠자리를 하라’고 적극 권한다. 또 ‘몸에 열기가 있는데 성관계를 가져야 하나요?’ ‘남편이 감기 기운이 있어서 컨디션이 안 좋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며 고민하는 부부도 많을 것이다. 글쎄다. 소설과 영화에서 보면 카사노바가 남편에게 버림받은 귀족 부인에게 긴 치마를 걷어 올려 들고 있게 하고는 채찍으로 엉덩이를 가볍게 친 뒤 뒤에서 공격해 들어가는 장면이 있듯이, 구강이 서로 만나지 않고 얼굴과 얼굴이 맞닿지 않는 남다른 방법의 잠자리를 만들어보자.
체내 면역력 높이는 섹스
거두절미하고 결론부터 말하면, 이럴 때일수록 부부는 사랑의 행위에 몰입해야 한다. 열이 있거나 설령 코로나19에 걸려 있다고 해도 임신이 된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엄마가 감염돼도 태아가 잘 견뎌내면 그만한 튼튼한 아기는 없을 것이다. 전쟁을 겪으면서도 태어난 1951~52년생들을 떠올려보자.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외롭지 않게 서로 더 사랑하라’ 당부하고 싶다. 바이러스와 싸워야 하는데 웬 ‘사랑 타령’이냐고 의아해하겠지만 면역 균형을 위한 의학적 팩트다. 인체의 면역력을 키우는 데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것이 바로 ‘사랑’이라는 감정이다. 면역력이 약해지는 이유 중에는 외로움도 한몫을 한다. 만나야 사랑하고, 사랑하면 더 잘 먹게 되는 것이 삶의 이치다. 또한 성생활을 꾸준히 하고 사랑에 빠져 있을 때 세균에 대한 저항력 즉 면역력이 최대가 된다. 성생활을 자주 할수록 도파민, 엔도르핀, 세로토닌 같은 뇌의 신경전달물질이 늘어나서 체내 면역력도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허투루 흘리지 말기를 바란다.
그나저나 코로나19 감염이 두려워 너도 나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녀서 그런지 얼굴들이 어둡고 침울하다. 거듭 강조하지만 일상에서 매일 숙면을 취하고 평온한 마음을 가질수록 면역력 균형을 유지한다. 이런 상태가 되려면 옥시토신 분비가 제대로 돼야 한다. 옥시토신 호르몬에 의해 두려움과 공포를 극복하고, 자폐를 치료하기도 한다. 옥시토신 분비에도 남녀 차이가 있다. 여성은 자식을 키우고 자식으로 인해 기뻐할 때 다량 분비되는 반면에, 남성은 계약이 성사되거나 친구와의 의리를 확인할 때에 다량 분비된다. 그야말로 사랑과 신뢰의 감정을 높여주는 호르몬인 셈이다. 바로 옥시토신 호르몬 분비가 원활할 때 면역체계의 균형이 유지되는 것이다.
요즘 같은 때일수록 웃자. 오죽하면 ‘하루 한 번씩만 웃어도 의사 만날 일이 없다’라고 했겠는가. 웃음은 면역세포를 자극해 면역 시스템 증강에 도움을 준다. 진한 웃음이 운동 10분 효과라고 한다. 15초 동안 웃으면 몸속 650개 근육 중 231개가 움직인다니, 평소 웃음을 운동처럼 습관처럼 실천하면 바이러스가 내 몸에 들어와도 맥을 못 출 것이고, 힘찬 기운으로 하는 일마다 잘 풀릴 것이다.
조정현
● 연세대 의대 졸업
● 영동제일병원 부원장. 미즈메디 강남 원장.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교수
● 現 사랑아이여성의원 원장
● 前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