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관중 237만 명 돌파… 전년 대비 51.3%↑
‘2강’ 전북·울산 전력 강화, 2부 리그 열기도 활활
실력에 개성까지 넘치는 23세 이하 영건 인기
변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메르스 사태 때 관중↓
2019년 12월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이동국이 2019 K리그1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자 전북 선수들이 모두 환호하고 있다. [뉴스1]
승강제 도입 이후 최대 관중
반전은 2019년에 벌어졌다. K리그1 1라운드에 총 8만 명에 육박하는 구름 관중이 몰릴 때만 해도 ‘개막 효과’ 정도로 여겨졌다. 그러나 흥행 기운은 미세먼지를 뚫고 4월과 5월에도 이어졌다. 흥행의 최대 난관이라 하는 여름에도 기세가 이어졌다. 결국 K리그는 1, 2부 리그와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합해 총 237만 명의 관중을 불러 모았다. 전년 대비 51.3% 증가한 것이다. K리그 시즌 총 관중이 230만 명을 돌파한 것은 승강제(성적에 따라 상위리그 하위팀과 하위리그 상위팀을 맞바꾸는 제도) 도입 첫 시즌이던 2013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22개 구단 중 2부 리그에서 첫 시즌을 맞은 전남드래곤즈를 제외한 21개 구단의 관중이 증가했다. K리그1의 경우 평균 관중 8000명 이상을 기록한 구단이 2018년 2개에서 2019년 7개로 늘었다. 같은 기간 K리그2에서는 평균 관중 2000명을 찍은 팀이 2개에서 9개로 대폭 증가했다. 특히 K리그2는 출범 후 처음으로 관중 50만 명을 돌파했다. FC서울, 전북현대 등 몇몇 인기 구단이 주도하는 현상이 아니라, 리그 전체의 인기 상승세를 증명하는 수치다.
예년에 볼 수 없었던 치열한 순위 다툼은 흥행의 첫 요인으로 꼽힌다. ‘1강’ 전북과 ‘대항마’ 울산현대의 경쟁은 최종 라운드에서야 우승이 가려질 정도로 뜨거웠다.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출전권과 강등권 탈출을 놓고 벌어진 싸움의 성패도 38라운드 최종전에서 결론 났다. 각 순위 구간마다 끝까지 손에 땀을 쥐게 만든 순위 다툼으로 팬들의 관심과 집중도가 치솟았다.
경기장 환경 개선 효과도 뚜렷했다. ‘대팍’으로 불리는 새 전용구장 DGB대구은행파크를 앞세운 대구FC는 서울, 전북 다음으로 많은 평균 1만734명의 관중을 불러 모았다. 1만4000석 규모의 크지 않은 경기장이지만 축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덕분에 기존에 쓰던 종합운동장 대구스타디움과 비교되며 ‘야구도시’ 대구에 축구 열기를 불붙였다. K리그2의 FC안양도 최신형 가변석(생동감 있는 경기 관람을 위해 경기장 안에 설치한 임시좌석)을 설치해 종합운동장의 한계를 극복했다. 덕분에 전년 대비 142% 상승한 평균 관중 3644명을 끌어 모았다.
경기의 질을 개선한 것도 인기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K리그1에서 후반 45분 뒤 터진 ‘극장골’은 2018시즌 40골에서 2019시즌 52골로 크게 늘었다. 그만큼 마지막까지 승부의 향방을 알 수 없는 몰입도 높은 경기가 많았다. 2018시즌 평균 2.36골이 나온 K리그2에서는 2019시즌 평균 2.74골이 터지는 등 훨씬 공격적인 축구가 펼쳐졌다.
‘대권 잡아라’… 뜨거운 겨울 이적 시장
K리그 2020년 2부 리그 각 팀 감독 약력. [동아DB]
극적인 역전 우승의 희생양이 된 울산도 다시 한번 ‘대권 도전’을 위한 전략을 꾸렸다. 국가대표 골키퍼 조현우와 특급 테크니션 윤빛가람, 해외에서 복귀한 전 국가대표 고명진과 정승현을 데려왔다. 팀을 떠난 김보경, 김승규, 박용우 등의 공백을 메우기에 충분하다. 지난해 ‘병수볼’(김병수 강원FC 감독의 축구 철학을 빗댄 표현) 열풍을 일으킨 강원FC도 임채민, 고무열, 이범수 등을 보강한 데 이어 김승대를 전북에서 임대 영입하며 전력 강화의 방점을 찍었다. 대구는 K리그 역대 최고의 외국인 골잡이인 데얀을 데려와 기존의 세징야, 에드가와 함께 막강한 공격 트리오를 구축했다.
서울은 김진야, 한찬희, 한승규 같은 젊은 국내 자원에 득점력을 한층 높여줄 수 있는 아드리아노를 복귀시켰다. 대대적인 보강은 아니지만 최용수 감독의 계획을 실행시킬 자원이다. 수원삼성은 일본행이 유력했던 김민우와의 재계약에 성공했고, 보스니아 리그 득점왕 크르피치를 데려와 지난 시즌 K리그1 득점왕인 타카트와 짝을 맞췄다. 김남일 감독이 이끄는 성남도 양동현, 권순형, 임선영 등 양질의 보강을 마쳤다.
흥미로운 것은 K리그2가 K리그1에 버금가는 관심을 모으고 있다는 점이다. 리그 강등이라는 충격을 겪은 제주유나이티드는 모기업인 SK에너지의 전폭적 지원 속에 ‘다이렉트’ 승격을 노린다. 승격 청부사 남기일 감독을 데려온 제주는 정조국, 주민규, 윤보상, 김영욱 등을 영입했다. 시민구단 대전시티즌에서 하나금융이 지원하는 기업구단으로 거듭난 대전하나시티즌도 만만치 않다. 황선홍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긴 대전은 15억 원(추산)의 이적료를 주고 골키퍼 김동준을 영입하며 충격을 안겼다. 브라질의 특급 테크니션 안드레 루이스를 비롯해 박용지, 채프만, 바이오를 보강하며 승격 경쟁을 준비하고 있다.
설기현 감독을 선임한 경남FC도 백성동, 황일수, 네게바 등을 영입하며 돌풍을 예고한다. 처음 프로 무대에 도전장을 던진 설 감독은 유럽에서 선수 생활을 하며 배운 선진 축구를 팀에 접목하는 데 한창이다. 지난해 U-20 월드컵 준우승으로 단숨에 ‘국민 감독’ 반열에 오른 정정용 감독은 서울이랜드를 맡아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최초로 2부 리그 2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한 서울이랜드는 정정용 감독에게 전권을 부여했다. 젊은 선수 중심으로 리빌딩에 나선 정 감독은 육성을 기조로 3년 내에 승부를 내겠다고 선언했다.
1월 태국에서 열린 AFC(아시아축구연맹) U-23 챔피언십의 주역들은 2020시즌 K리그 흥행을 이끌 새로운 카드다. 6전 전승으로 대회 첫 정상에 오르며 세계 최초로 9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 티켓을 따낸 K리그의 영건들은 큰 주목을 받았다. 김학범호에서 활약한 23명의 선수 중 19명이 K리그 소속이었다. 2013년부터 K리그가 시행하고 있는 특정연령 선수 의무 출전 규정이 만든 성과이기도 하다.(현재는 22세 이하 선수 2명 이상을 출전 명단에 포함해야 함) 해외파들이 주축이던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대회 득점자가 모두 K리거였을 정도로 기량과 경기 감각 모두 돋보였다.
올림픽 팀 이끄는 23세 이하 영건의 활약
대구FC 정승원. [스포츠동아]
U-23 챔피언십에서 깜짝 MVP를 차지한 원두재(울산)는 단숨에 스타로 등극했다. J리그에서 뛰다가 지난해 말 울산으로 이적하며 K리그로 온 원두재는 일종의 쇼케이스 무대였던 이번 대회에서 김학범호의 엔진으로 대활약했다. 특히 그는 MVP 상금 2만 달러를 동료들과 나누는 등 대회 후에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수비 라인의 중심이었던 정태욱(대구), 이상민(서울 이랜드), 김진야(서울), 이유현(전남), 강윤성(제주) 등도 있다. 골키퍼 송범근(전북)은 K리그 최강 팀에서 이미 흔들림 없는 주전 골키퍼다.
개성 넘치는 젊은 스타들은 팬서비스에도 적극적이다. 자신의 개인 SNS(Social Network Service)를 통해 팬들과 가감 없이 소통하는가 하면 경기장 안팎에서 자신을 어필한다. 지난해 U-20 월드컵 준우승 때도 그런 선수들의 활약에 10대, 20대 팬 층이 K리그로 대거 유입됐다. 그러지 않아도 K리그는 프로야구 KBO와 비교해 젊은 팬 층이 두터운 것이 최대 경쟁력으로 평가받는다. U-23 챔피언십을 통해 궤도에 올라선 새로운 스타들은 이런 경쟁력을 한층 배가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2003년부터 정책적인 차원으로 K리그가 투자한 유스 정책이 빛을 발휘하는 상황이다.
기성용·이청용 복귀 가능성에 열광했지만…
2020 U-23 챔피언십 우승 후 K리그에 복귀하는 김진야(서울), 조규성(전북), 오세훈(상주), 이유현(전남), 원두재(울산)(왼쪽부터)가 1월 30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K리그 복귀 미디어데이에서 포토타임을 열고 있다. [스포츠동아]
‘쌍용’의 K리그 복귀에는 공히 FC서울이라는 변수가 남아 있었다. 둘 모두 유럽 진출 당시 소속팀이던 서울과 K리그 복귀 시 우선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그러나 서울은 현재 두 선수를 영입할 만한 충분한 자금력을 갖추지 못해 잡을 수 없는 상황이다. 서울은 복귀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두 선수에게 위약금 조항을 내밀 수 있다. 이적 협상이 난항에 부딪히는 이유다. 그래도 과거 박지성, 이영표가 국내 복귀 없이 해외에서 은퇴한 것과 달리 30대 초반인 기성용과 이청용은 K리그에서 뛰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한국축구와 K리그에는 소중한 기회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잇단 호재 속에 불안 요소도 존재한다. 바로 전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후폭풍이다. 적게는 수천에서, 많게는 수만의 관중이 밀집하는 프로스포츠의 특성상 감염 가능성이 있는 신종 코로나에 대한 우려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이미 겨울에 진행 중인 인기 프로스포츠인 프로농구와 프로배구는 협회와 구단 측의 적극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관중 감소의 직격탄을 맞았다. 프로스포츠 관전으로 인한 확진자나 감염자는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회 전체가 불안에 빠지며 대외 활동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터라 프로스포츠 시장이 영향을 받고 있다.
K리그도 이미 영향을 받았다. K리그 개막에 앞서 열리는 AFC 챔피언스리그 일정이 연기됐다. 챔피언스리그에 참가하는 전북, 수원, 울산, 서울은 각 조에서 중국 슈퍼리그 소속 팀들과의 일정이 잡혀 있다. 2월에만 각각 홈, 혹은 원정에서 한 경기씩이 예정된 상황이다. AFC는 처음에 중국 팀들의 홈 일정을 원정 일정으로 바꾸는 1차 대책을 내놨지만 신종 코로나 확산이 가라앉지 않고, 일부 국가에서 중국 비행기와 관광객 입국이 금지되는 조치 등이 단행되자 결국 중국 팀 관련 일정을 모두 4월과 5월로 연기했다.
※ 한편 2월 24일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긴급 이사회를 열고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진정될 때까지 이번 시즌 K리그 개막을 잠정 연기하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