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보좌 잘못해 나라 이 꼴 만들어놓고…
4·15 총선 목표는 文 정권 폭주를 막는 것
‘정권 분노’ 결집할 전투력 센 청년 전면 나서야
탁상공천하면 보수 신당은 대폭망
‘보수의 恨’ 맺히게 한 윤석열이 지지받는 이유
靑 선거개입 사건은 ‘잡범’ 수준…비극 닥칠 걸 알아
홍준표·김태호 공천 ‘뭣이 중헌디’…세대교체 바람 불 것
안철수? 전혀 신경 쓸 필요 없어…2중대 정당 소멸
[김성남 기자]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새보수당), 미래를 향한 전진 4.0(전진당) 등 3개 원내 정당과 600여 시민단체가 참여해 미래통합당이 탄생하면서 4·15 총선 레이스도 본격 막이 올랐다. 동시에 통합 신당에서의 ‘공천 전쟁’도 시작됐다. 외적 통합은 이뤘지만, 한데 모인 각 정파의 요구와 이해관계를 담아내 내적 통합도 이뤄야 한다. ‘TK 물갈이론(論)’에 대구·경북 지역 의원들이 반발하고 있고, ‘옥새 파동’을 낳은 20대 총선 공천파동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건은 공천 과정에서 지뢰밭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언주(48) 의원(전 전진당 대표)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제 정권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집결해 표로 분출할 수 있는 사람을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월 2040세대를 중심으로 1만여 명의 당원을 모아 전진당을 창당했고, 전진당 대표로 통합신당준비위 공동위원장을 맡아 통합 과정에 참여했다. 2월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 의원을 만났다. 12일에는 추가 전화 인터뷰를 했다.
“反문재인 전선에서 앞장서 싸웠는가”
-보수 통합이 마무리되는 거 같다.“통합 논의가 새보수당의 복당(復黨) 중심으로 흘러 안타까웠다. 여전히 계파적 이해관계에 따른 이슈와 언론 플레이로 주도권 싸움을 벌였고, 국민 보기에 민망한 측면도 있었다. 그런데 사실 국민은 이런 데 별 관심이 없다. 국민은 어느 쪽이든 자기 견해를 밝히고 책임지고 심판받는 정치를 원한다. 한국당도 (통합 관련해) 판을 깔아주고 혁신의 계기를 만들었으면 강력하게 리드하면 되는데, 기성 정치권 방식을 답습한 것은 비판받을 만하다. 다 말할 수는 없지만 통합 과정에서 나 나름대로 노력했는데 무색해진 측면도 있다.”
-이 의원은 통합 과정에서 비교적 ‘로 키(low key)’를 유지한 거 같은데.
“그런가(웃음). 지금까지는 ‘예상 진도’대로 나아가고 있는 거 같다. 통합 논의는 한시적인 것이고, 그 과정에서 우리 목소리가 조용히 반영됐다고 본다. 통합 과정에서 전진당은 우리 당원 규모나 현역의원 숫자 면에서 열세이긴 하지만 실제로는 통합의 핵심이자 상징이었다. 우리가 통합에서 빠졌다면 한국당에 새보수당이 복당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 않나.”
-통합 시너지 여부는 총선 결과로 나타날 거고, 그 첫 단추는 공천 작업인데.
“이번 선거의 가장 큰 목표는 문재인 정권을 타도하고, 정권의 폭주를 막는 거다. 여기에 국민이 동의한다면 ‘야당에 기회를 달라’ ‘표로 달라’고 해야 한다. 문재인 정권 심판하려고 결의를 다진 국민이라면 야당의 정통성은 투쟁에 있다. 반문재인 전선에서 얼마나 앞장서 싸웠는지에 정통성이 달려 있다. 투쟁하지 않은 사람들은 총선 자리에 있을 자격이 없다.”
-대여(對與) 투쟁력, 선명성이 총선 승리의 관건이라고 보나.
“그렇다. 4·15 총선은 그동안 문 정권에 투쟁하지 않았던 세력들이 얼마나 결집하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분출하는 국민적 분노를 얼마나 결집해 내느냐에 달렸다. 요즘 국민은 눈앞이 캄캄하고, 믿고 의지할 곳을 찾고 있다고 말한다. 이런 분노를 누군가가 대신 표출해 주면서 앞길을 제시해 주길 바란다.”
-국민은 눈앞이 캄캄하다?
“경제문제뿐 아니라 이른바 조국 사건, 유재수 감찰무마 사건, 그리고 최근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까지 일련의 사건을 보면 현 집권 세력은 잡범 수준 아닌가. 이들 사건은 검찰개혁과도 관련 없는, 한마디로 부정부패, 국정농단, 비리 사건이다. 이런 일을 자행한 사람들이 좌파라고 말할 수 있는가. 이건 노선 문제가 아니다. 이들이 권력을 잡고 유지하려는 목적은 자신들의 경제적 이익과 욕망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전 같으면 대통령이 여러 차례 대국민 사과를 하고, 대대적인 인사개편을 하면서 석고대죄 해야 할 사안이다. 그런데 사과는커녕 검찰을 비난하고 탓한다. 이런 국면에선 보수 정당도 이 문제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야 했다. 따라서 이번 총선에서 공천은 지금까지의 ‘탁상공천’으로는 안 된다.”
훨씬 강력하고 지혜로운 투쟁
-주요 기준은 무엇이어야 한다고 보나.“후보자들의 ‘스펙’이 중요한 게 아니다. 21대 국회에서 문재인 정권의 폭주를 제대로 막을 수 있는지가 기준이 돼야 한다. 지금까지도 문재인 정권의 실정(失政)은 심각했지만 사실 총선 이후가 더 문제다. 현재 집권 세력은 정권이 교체되면 자신들에게 비극이 닥칠 거라는 걸 잘 안다. 따라서 온갖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할 거다. 이에 맞서려면 지금보다 훨씬 강력하고 지혜로운 투쟁을 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 폭거를 끝내는 ‘공격자’ ‘심판자’ 역할을 해야 하고, 대국민 소통에 능하면서도 희생적이고, 전투력이 막강한 젊고 패기 있는 후보들이 공천돼 국회에 대거 진입해야 한다. 그러니 수도권에서는 세대교체, 시대교체 바람이 불거고, 새로운 인물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 기성 정치인 중에서 존재감 없는 선배들은 이들에게 길을 내줘야 한다. 이걸 못 해내면 신당은 물론 나라 망한다.”
-총선 최대 격전지는 어디라고 보나.
“수도권과 PK(부산·경남)라고 본다. 그리고 수도권 민심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지역 민심의 용광로다. 우리로서는 PK와 충청에서 어느 정도의 보수 결집을 이뤄내느냐에 따라 수도권 표심은 결정된다고 본다. 지역 민심이 수도권으로 북상하니까. 특히 PK지역은 문 대통령의 고향이고 민심 향배를 읽을 수 있는 최대 승부처다. 이곳에서는 확실히 이겨야 한다. 문재인 정권의 잇따른 실정으로 총선에서 보수당이 유리해졌다고는 하지만, 2018년 전국동시지방선거로 민주당 출신이 PK지역 기초·광역단체장을 휩쓸다시피 했고, 조직력도 탄탄하다. 여기에 청와대와 정부가 선거를 앞두고 추경 예산 등 선심을 베풀면 선거는 만만치 않다.”
-여당도 PK지역의 중요성을 감안해 김두관 의원을 문 대통령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을 지역에 투입했다. 이에 맞서 부산 영도 출신인 이 의원이 PK지역에서 ‘빅 스피커’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데.
“현재로서는 지켜봐야겠지만, 부산 사람들은 일을 맡겨보고 시원찮으면 아예 판을 바꾸는 기질이 있다. 나도 그러한 기질을 타고났다(웃음). 만약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바람을 일으키는 역할이 주어진다면 강력하게 싸워 승리하겠다.”
-‘TK 50% 물갈이’ 얘기가 나오지만 당내 반발도 만만찮은 거 같다.
“이번 선거에서도 민심에 역행해 공천한다면 본선에서 판이 뒤바뀔 거다. 과거에는 계파 공천을 해도 본선에서 찍어주는 경우가 있었지만, 이번 유권자에게는 안 통한다.”
21대 총선의 특수성
2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통합신당 당명·당헌 강령 회의에 앞서 이언주 통합신당준비위원회 공동위원장이 정병국(왼쪽)·박형준 공동위원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20대 총선 공천 파동도 있었고, 박 전 대통령 탄핵 문제 등으로 그동안 지지자들이 많이 참아왔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짬짬이 공천’을 한다? 그 즉시 국민은 ‘보수 정당이 아직도 정신 못 차렸네’라며 본선에서는 경쟁 후보에게 표를 줄 거다. 아예 쫄딱 망하게 할 거다. 따라서 참신한 인물이 아니라 그동안 눈치만 본 사람들이 다시 공천받고, 총선 전면에 나선다면 통합당(미래통합당)은 대폭망이다.”
-맞는 말이지만, 통합 과정에서도 특정 계파의 공천 지분 요구로 통합이 늦춰졌다는 말도 나왔는데.
“비슷한 얘기를 들었지만, 한번 생각해보자. 민주주의 사회에서 공천 지분은 국민의 뜻 아닌가. 우리를 지지할 국민 마음속에 지분 배분이 어떻게 돼 있느냐가 중요하다. 그런데 그동안 투쟁하지도 않고 있다가 선거철이 되니 자기 지분 주장하며 나와서 깃발을 흔드는 사람들의 지분이 있을까. 지금까지 서울 광화문에서의 투쟁이 사람들을 광장으로 이끌어냈다면 이제는 선거를 통해 심판해야 하는 상황이다. 광화문 투쟁이 ‘워밍업’이었다면 이제는 전쟁이다,”
-그동안 눈치를 본 사람들이라면….
“그동안 침묵한 의원들, 그리고 안철수 전 대표나 유승민 새보수당 의원도 있고…. 국민이 피눈물 흘리고 회사에서 잘리고 땅을 칠 때 뭘 했는가. (안 전 대표는) 아무리 미국에 있었더라도 현 정권의 폭정에 대해 비판 발언이라도 했어야지. 통합 논의 초기에 안 전 대표와 유 의원 등과 통합한다고 하니 사실 서운한 마음이 있었지만 그러한 마음을 접고 함께 가려고 했다. 그런데 너무 시간을 끌다 보니 선거 준비를 못 한 측면도 있다.”
-유 의원은 신당에 참여하면서 불출마를 선언했는데.
“그래서 며칠 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유 의원의 결단을 환영한다. 함께 뭉쳐 싸우자’고 했다. 사실 유 의원 개인적으로 할 말은 많겠지만, 총선 출마를 해도 보수층 반감이 심해 당선이 어려운 상황이고, 그렇다고 무리하게 공천을 하면 통합 정신에도 어긋난다. 통합 시너지도 약해지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불출마를 권했다. 예전부터 말해 왔지만, 유 의원 불출마는 딜레마 상황을 해소할 방안이었다. 잘한 선택이라고 본다.”
유승민의 불출마와 ‘탄핵의 강’
“그동안 유 의원 발언을 들어보면 국민이 탄핵 문제로 자신을 원망하는 걸로 아는 거 같은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적폐 청산’한다며 보수 지지자들의 마음에 한(恨)이 맺히게 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 시점에서 지지를 받는 것은 좋든 싫든 문재인 정권과 강력하게 싸우기 때문이다. 싸우지 않고 있다가 자기 걸 내놓으라고 하면 좋아할 사람은 없다. 국민은 탄핵이 문제가 아니라 이후 선거 때마다 보수 후보 단일화를 거부하며 표를 갈라놓고, 문재인 정권이 폭주를 하는데도 과거 탄핵 문제에 골몰하는 듯한 유 의원 모습에 실망한 거다. 유 의원을 비롯해 누구든 진정 탄핵의 강을 건너고 싶다면 탄핵에 연연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탄핵에 대한 평가는 국민에게 맡겨놓고 겸허하게 임해야 한다.”
-안철수 전 대표는 ‘마이 웨이’를 걷는데.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본다. 함께하겠다는 사람은 배제할 필요가 없지만 굳이 통합 안 한다는데 욕심 부릴 필요가 없다. 그리고 지금 상황은 너무나 절박한데 안 전 대표의 ‘중도실용’은 한가하다. 심각한 충돌 현장에서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나는 중립을 지킬게요’ 하고 구경만 하겠다는 건가. 민주주의와 자유를 무시하고, 경제와 외교가 망가지고 있는데 어느 편을 들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비겁하게 살겠다는 것과 같다. 따라서 이번 총선에서는 여당에 들어갈 능력은 안 되고 야당은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닌 ‘여당 2중대 정당’들도 심판해야 한다.”
-황교안 대표가 결국 서울 종로에서 출마한다. 반면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 김태호 전 경남지사는 고향 출마를 고수하다가 홍 전 지사는 최근 양산을 출마 뜻을 밝혔다.
“황 대표의 종로 출마는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홍 전 대표와 김 전 지사의 출마 지역은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국민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거 같다. 따라서 현재의 민심은 미래지향적이면서 참신한 신인 스타들을 원하고, 선거 역동성을 키우려면 신인 스타를 키워내고 적극 마케팅해야 하는데….”
-김문수 전 경기지사와 전광훈 목사가 만든 자유통일당과의 합당이나 연대는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를 챙겨달라는 건 아니지만 거꾸로 된 거 아니냐’는 그분들의 감정이 이해된다. 통합 과정에서 자신들의 발언권이 배제되고, 투쟁하지 않던 세력들이 발언권을 얻으면서 점령군처럼 행동하니 적반하장이라고 생각한 거 같다. 사실은 이들과도 함께해야 한다. 투쟁하고 고생한 사람들에게는 발언권이 주어져야 한다.”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 등 청와대 출신 여권 인사 60여 명도 출마가 예상된다.
“청와대 인사들은 출마를 위한 ‘경력관리용’으로 근무하는 거 같다. 대통령 보좌를 잘못해 나라를 이렇게 만들어놓고도 다들 마음은 콩밭에 가 있다. 십상시(十常侍·중국 후한 말 국정을 농단한 10명의 환관)가 따로 있나. 결국은 총선에서 ‘청와대 출신’이라는 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부끄럽게 생각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선거는 권력투쟁이고, 지난 시간에 대한 심판이자 정권의 폭주를 방기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다지는 기회다. 미래통합당은 이들 청와대 출신 ‘육십상시’들을 문 정권의 대표적인 심판 대상자로 규정하고 강력한 후보를 내보내 전원 낙선시켜야 한다고 본다. 이들을 통해 국민적 분노를 결집시키는 전략도 필요하다.”
[신동아 3월호]
배수강 편집장
b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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