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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재판 연기의 ‘수상한’ 고차방정식

‘막판 뒤집기’인가 또 다른 사법농단인가

  • 이종훈 정치평론가 rheehoon@naver.com

김경수 재판 연기의 ‘수상한’ 고차방정식

  • ● 선고 한 달여 앞두고 돌연 재판부 교체
    ● 차문호 재판장이 ‘킹크랩 시연’ 언급한 속셈
    ● 與는 총선 전 판결 피하고 싶을 것
    ● 대권 대체재 없는 위기의 부산 친노파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과 관련해 재판을 받고 있는 김경수 경남지사가 1월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14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과 관련해 재판을 받고 있는 김경수 경남지사가 1월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14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김경수(53) 경남지사는 ‘킹크랩 시연회’를 봤을까? 김 지사 본인은 부인하고 있다. “드루킹의 경기도 파주 사무실인 ‘산채’를 방문한 건 맞다. 하지만 킹크랩 시연회를 보진 않았다.” 이것이 그의 주장이다. 김 지사 주장의 사실 여부는 그와 드루킹의 공범 여부를 가리는 데 핵심 요소다. 항소심을 진행해 온 서울고법 형사2부 차문호 재판장은 지난 1월 21일 이렇게 말했다. “잠정적이기는 하지만, 각종 증거를 종합한 결과 피고인의 주장과 달리 드루킹에게 킹크랩 시연을 받았다는 사실은 상당 부분 증명했다고 판단했다.” 

그로부터 20일 뒤인 2월 13일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드루킹 김동원 씨에 대한 원심을 확정했다. 앞서 항소심은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댓글조작)·뇌물공여 혐의 등에 대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가 킹크랩 시연을 본 사실을 인정한 데 이어 대법원이 드루킹의 실형까지 확정하면서, 상황은 김 지사에게 불리하게 흘러가는 분위기다. 특히 차문호 재판장의 판단은 김 지사에게 매우 아팠을 것이다. 사실상 유죄판결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유죄 심증 재판장 교체, 우연인가

김 지사의 항소심은 여러모로 이상하다. 첫째, 너무 길게 끌어왔다. 공직선거법 제270조(선거범의 재판기간에 관한 강행규정)는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선거범과 그 공범에 관한 재판은 다른 재판에 우선하여 신속히 하여야 하며, 그 판결의 선고는 제1심에서는 공소가 제기된 날부터 6월 이내에, 제2심 및 제3심에서는 전심의 판결의 선고가 있은 날부터 각각 3월 이내에 반드시 하여야 한다.’ 1심 판결이 나온 때가 1년여 전인 2019년 1월 30일이었다. 이미 1년이 훌쩍 지났다. 

둘째, 갑자기 선고를 연기했다. 당초 선고 예정 기일은 지난해 12월 24일이었다. 그런데 항소심 재판부는 돌연 1월 21일로 선고를 미뤘다. 그러더니 1월 21일 재개된 공판에서 또다시 변론 재개를 선언했다. 허익범 특검팀 측도 김 지사 측도 요구하지 않았다는데, 이런 이례적 결정을 내린 것이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우리가 모르는 ‘보이지 않는 손’이라도 작용했다는 말인가? 차문호 재판장은 당시 이렇게 해명했다. “변론을 재개해 불필요한 추측과 우려를 드린 것에 죄송하다.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이 사건을 적기에 처리하려 최선을 다했지만, 우리는 현 상태에서 최종적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그러고선 차 재판장은 재판을 3월 10일로 아예 멀찍이 연기했다. 



선고 연기 이유를 둘러싼 온갖 추측이 쏟아지는 가운데, 유력하게 제기된 설이 차문호 재판장과 주심 김민기 부장판사 간의 이견설이다. 김 부장판사는 진보 성향 판사 모임으로 알려진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사법개혁 차원에서 법원행정처 폐지를 추진한 ‘사법발전위원회 건의 실현을 위한 후속추진단’ 단원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미 항소심 재판부 주심 판사로 임명됐을 때부터 논란이 된 인물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김경수 살리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재판장이 바뀌었다. 항소심 재판부가 변론 재개를 선언하고 20일 정도가 지난 2월 10일, 서울고등법원은 돌연 재판장을 차문호 부장판사에서 함상훈 부장판사로 교체했다. 최항석 배석판사도 광주고등법원으로 전보됐다. 기존 재판부 판사 가운데 김민기 부장판사만 잔류했다. 이것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그냥 우연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김경수 지사가 킹크랩 시연을 봤다고 판단 내린 차 부장판사 제거 의도가 아니라고 부인할 수 있을까? 이 재판은 사실상 선고만 남겨둔 상태였다.


차문호 재판장은 교체 기류 감지했나

이에 ‘막판 뒤집기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설이 회자된다. 모두가 알다시피 김 지사는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성창호 부장판사)는 지난해 1월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혐의 징역 2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김 지사를 법정 구속했다. 이후 항소심 재판부가 보석을 허가해 김 지사는 자유로운 몸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김 지사의 1심 형량은 드루킹과 큰 차이가 없다. 사실상 공범 관계가 아니라면 이런 판결이 나오기 어렵다. 

공교롭게도 성창호 부장판사도 이 판결을 내린 직후인 지난해 3월 5일 기소됐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이 사법농단 관련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공무상 비밀누설 등 혐의로 전·현직 법관 10명을 불구속 기소할 때였다. 당시 성 부장판사는 재판부에 제출한 의견서에 이렇게 주장했다. “피고인 본인이 여당 측 인사에 대한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하자 검찰이 정치적으로 기소했다.” 여기에 등장하는 ‘여당 측 인사’는 김 지사를 말한다. 성 부장판사의 혐의는 2016년 이른바 ‘정운호 게이트’로 법관 비리 의혹이 불거졌을 때 이를 축소하려고 검찰 수사 기록을 법원행정처에 유출했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유영근 부장판사)는 2월 13일 성 부장판사 등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성 부장판사가 당시 영장전담 판사로서 통상적 절차에 따라 수석부장판사에게 처리 결과를 보고하고 법관 비위 사항을 행정처에 보고한 것으로 판단 내렸다. 아직 1심 판결만 나와 있는 터라 향후 항소심 판결을 예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애초에 기소가 무리수를 둔 거였고 다분히 정치적 기소였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다시 차문호 부장판사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혹시 그는 교체 기류를 감지했던 것 아닐까? 그래서 변론 재개를 선언하면서도 굳이 김 지사의 킹크랩 시연 참석을 언급한 것 아닐까? 비록 선고를 연기하긴 했지만, 유죄를 무죄로 만들 수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었던 것 아닐까? 교체된 함상훈 재판장으로서는 곤혹스러울 것이다. 그는 차 부장판사와 다른 판단을 내릴까? 그래서 김민기 부장판사와 황금의 조화를 이뤄 김 지사에게 무죄 선고라는 선물을 안겨줄까?


재판 지연 전략과 또 다른 사법농단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검찰 수사자료를 법원행정처에 누출한 혐의로 법정에 선 성창호 부장판사가 2월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검찰 수사자료를 법원행정처에 누출한 혐의로 법정에 선 성창호 부장판사가 2월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함상훈 재판장이 그럴 생각이 아니라면, 즉 유죄라는 판단을 내린다면 상황은 어떻게 흘러갈까. 전임 차 부장판사가 선고를 3월 10일로 미뤄둔 터라 시간은 충분하다. 그래서 그 언저리에 선고가 이뤄져야 정상이다. 공교롭게도 4·15 총선 직전이다. 만약에 이때 유죄판결이 나오면 여당으로서는 여간한 악재가 아닐 수 없다. 피하고 싶을 것이다. 

이런 저간의 사정을 모르지 않는 재판부로서는 당연히 부담스러울 것이다. 무죄판결을 내리는 것도 부담스럽고, 그 시기가 총선에 임박한 시점이라는 것도 부담스럽다면 차라리 ‘피해 가자’는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없지 않다. 현 재판부에서는 고참인 김민기 부장판사가 그런 주장을 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그래서 제기되는 것이 총선 이후 판결이 나오리란 예상이다. 새로 부임한 판사들이 자료를 읽고 이해하는 데 상당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라도 그렇게 되리란 관측이 적잖다. 일각에서는 7월 판결설까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1월 김 지사가 유죄를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을 당시 ‘사법농단 프레임’을 걸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비서실에서 일한 성 부장판사가 양 전 대법원장이 구속됐을 때 선고 기일을 연기하더니 결국 유죄를 선고했다는 주장이었다. 김 지사 측도 이렇게 밝혔다. “양 전 대법원장과 재판장이 특수관계라는 점이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 설마 그렇게까지 할까 했는데 재판 결과를 통해 현실로 드러났다.” 

그런데 이 ‘사법농단 프레임’이 이제 역으로 자신들에게도 걸릴 수 있다는 점을 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만약에 정치적 의도로 김명수 대법원장 또는 사법부를 압박해 항소심 재판부를 교체한 것이라면, 이 또한 사법농단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으로 재판의 연기를 시도하는 것이라면, 이 역시 마찬가지다. 더욱이 최근 민주당은 사법농단 문제를 제기한 진보 성향 판사를 대거 영입했다. 

민주당의 4·15 총선 ‘영입인재 20호’인 최기상 전 부장판사는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사법행정권을 남용한다고 공개 비판했다. 또 김 대법원장 취임 이후 ‘전국법관대표회의’ 의장을 지냈다. 이외에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폭로한 이탄희 전 판사, 자신이 그 피해자라고 주장한 이수진 전 부장판사도 민주당에 입당했다. 따지고 보면 이 역시 또 다른 사법농단을 유발하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이들이 국회의원에 당선된 이후 사법부 내 진보 성향 판사들과 인간적 교분을 내세워 이런저런 재판 청탁을 하는 것을 원천 봉쇄할 길이 있을까? 또는 전문성을 앞세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사법개혁을 명분으로 사법부 또는 재판부를 직·간접 압박하는 것을 막을 길이 있을까? 일각에서는 오히려 이런 것을 기대해 이들을 영입한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온다.


운신의 폭 좁아진 부산 친노파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반환점을 돌면서 친정 세력인 부산 친노(무현)파는 위기감을 느낄 공산이 크다. 부산 친노파가 차세대 대권주자로 키우려 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대권 경쟁에서 사실상 탈락한 가운데 김 지사까지 실형 선고를 받으면 마땅한 대체재를 찾기 어렵다. 그래서 두 사람을 최대한 살려보려 애쓰는 중이지만 잘될지는 미지수다. 최근에는 부산 친노파가 처한 상황이 외려 불리하게 전개되는 양상마저 엿보인다. 이미 제기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감찰 무마 건 역시 부산 친노파의 운신의 폭을 제약하는 변수다. 

조국도 김경수도 실형 선고를 받았을 때, 문 대통령이 안녕할지도 의문이다. 조국, 김경수 두 사람 모두 핵심 중의 핵심 측근이라 그들이 하는 일을 ‘전혀 몰랐다’고 부인만 하기도 어렵다. 설령 문 대통령이 알았다고 하더라도 그 대상이 한두 건이라면 국민도 양해할 것이다. 하지만 그 모든 일을 보고받았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최순실 씨가 한두 번 청와대를 출입하고 조언을 한 정도였다면,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절대 탄핵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신동아 3월호]




신동아 2020년 3월호

이종훈 정치평론가 rheeho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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