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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바나

치매 父 10년 간병 조기현 “난 효자 아닌 약자 돕는 ‘청년시민’”

  •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치매 父 10년 간병 조기현 “난 효자 아닌 약자 돕는 ‘청년시민’”

  • ● 19세 때부터 치매 父 간병, ‘노가다’와 돌봄 노동
    ● 지난해 11월 간병기 ‘아빠의 아빠가 됐다’ 출간
    ● 치매 검사 1점 차이로 의료비 지급 못 받아
    ● ‘노가다’ 일당 6만 원, 간병인 인건비로 9만 원
    ● 빈곤계층 더 가난해져야 사회안전망 작동
    ● 민주당 인재 영입, ‘청년’ 스토리만 소비
    ● 내가 ‘계몽 노동자’? 진보 지식인의 ‘디즈니 판타지’
    ● 사회적 예술가…영화 ‘1포 10㎏ 100개의 생애’ 제작
‘사바나’는 ‘회를 꾸는 , 청년’의 약칭인 동아일보 출판국의 뉴스랩(News-Lab)으로, 청년의 삶을 주어(主語)로 삼은 이들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입니다.




[홍중식 기자]

[홍중식 기자]

“보통 아픈 가족을 돌보는 이는 중년의 딸이나 며느리, 노년의 아내다. 청년 남성이 ‘기특하게도’ 치매 아버지(59)를 돌본 것이 눈에 띈 모양이다. 고맙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다.” 

조기현(28) 씨는 지난해 11월 ‘아빠의 아빠가 됐다’(이매진)는 제목의 책을 냈다. 어릴 적부터 품어온 작가의 꿈을 이룬 셈이다. 그는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대학에 진학하지 못했다. 그래도 틈틈이 책을 읽으며 작가와 감독, 배우를 꿈꿨다. 그랬던 열아홉 살 조씨는 덜컥 ‘아빠가 됐다’. 아이를 낳은 게 아니라 치매에 걸린 아버지의 병시중을 들면서 ‘아빠 노릇’을 하게 된 것. 당시 쉰 살이 채 안 된 아버지는 건설 현장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던 중 당뇨병으로 쓰러졌다. 알코올 의존증에 상한 몸과 마음 탓이 컸다. 조씨의 아버지는 몇 년 후 치매 증상까지 보였다. 조씨는 갑작스레 “2인분의 삶”을 감당해야 했다.


갓 스무 살, 아버지 치매로 들이닥친 ‘2인분’ 삶

20대가 쓴 치매 아버지 간병기는 이색 소재의 책이다. 책 출간 후 주변 반응이 적잖았다. 올해 1월에는 서울시 ‘청년 불평등완화 범사회적 대화기구’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중·장년과 노인, 여성 등 자신과 다르면서도 비슷한 처지의 시민들과 소통하는 것이 즐겁단다. 대학가 강연은 물론 의료·복지 분야 연구자들의 협업 제안도 이어지고 있다. 



조씨는 “빈곤 가정의 환자 돌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할 수 있어 다행”이라면서도 “자칫 기성세대가 원하는 ‘효자’ 이미지로만 소비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내내 조씨는 스스로를 ‘기특한 효자’가 아닌 ‘동료 시민을 돕는 시민’으로 규정했다. 그를 2월 3일 서울 서대문구 동아일보 충정로사옥에서 만났다. 

-가족의 가난과 아픔을 드러내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가족부터 출간을 꺼렸다. 치매 앓는 아버지는 감정 표현이 적어 책 내용에도 별 반응이 없다. 어릴 적 아버지와 이혼한 어머니는 한국 사회에서 자기 삶을 솔직히 드러내면 조롱과 비난을 받기 십상 아니냐며 걱정한다. 어머니는 (자신의) 삶을 통해 가난은 감춰야 한다고 체득했을 터다. 하지만 가난해서 억울하지 않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누군가는 자기 경험담을 털어놔야 한다. 나부터 시작해서 나쁠 것 없지 않나.” 

-아버지 투병 후 달라진 것은. 

“부자 관계부터 완전히 달라진다. 나는 중학생 때부터 생활비를 혼자 벌기는 했다. 하지만 각자 1인분 몫을 하며 살던 두 성인 중 한 명이 누군가에게 완전히 의존하게 된다. 이런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어렵다. 아버지의 병세가 나아지면 나도 내 삶을 살 수 있다는 믿음도 있었다. 앞으로 아버지 여생을 내가 돌봐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기까지 2년 가까이 걸렸다.” 

-스무 살 어린 나이에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현실이다. 

“보통 청년의 삶에 대한 기대를 접어야 했다. 치매 간병은 내 시간과 자원 모두 환자에 맞춰 써야 하는 일이다. 환자를 한 인격체로 존중하고 그의 자율성을 유지하도록 도와야 한다. 따라서 환자가 간병인 없이 자유로이 움직일 필요도 있다. 그런데 잠시 방심하면 ‘아차’ 하는 순간 다치는 사람이 치매 환자다. 내가 잠시 자리를 비웠을 때 아버지가 가스레인지를 만지다 화상을 입은 적도 있고, 낙상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이럴 때면 보호자로서 죄책감이 들어 숱하게 시달렸다.”


“아버지 빨리 죽었으면…” 생각도

아프기 전 아버지에 대해 묻자 조씨는 고심 끝에 “가족에게 좋은 사람은 아니었지만 자기 일에 욕심과 자부심을 가진 노동자”라고 답했다. 오랜 간병 기간 조씨는 자신의 시간과 돈을 빼앗는 아버지가 미웠다. 때로는 “아버지가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단다. 하지만 이제 조씨는 “아버지를 돌보는 일이 혈육으로서 도리를 다하는 것뿐 아니라 자신의 사회적 책임”이라고도 말한다. 

-아버지를 이해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어릴 적부터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아버지에게 응원 받아본 기억이 없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아버지도 이제껏 가정이나 사회로부터 지지받은 경험이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아버지에게 ‘조씨는 미장일을 참 잘한다’는 일터의 평가는 존재 가치를 확인하는 유일한 길 아니었을까. 희미해지는 기억 속 아버지는 지금도 ‘산업역군’을 자처한다. 자신이 숱한 건물을 지었노라고, 그래서 나라 발전에 기여했다고 자랑한다. 아버지 마음속 스스로의 모습은 여전히 지방에서 상경해 자기 힘으로 뭔가 이뤄보려던 청년이다. 그래서 지금도 자신이 누군가에게 보호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아버지의 병을 ‘사회적 질병’이라고 표현했다. 

“중년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 더 많았다면 아버지 건강이 이토록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주변에도 아버지 같은 이들이 눈에 띈다. 편의점 앞 테이블에 삼삼오오 모여 대낮부터 술을 마시는 초로의 아저씨들이다. 아직 은퇴해 노인정에 갈 나이는 아니지만 아프고 병들어 일감이 끊긴 이들이다. 청년도 노인도 아닌 애매한 세월을 막걸리 한 병으로 이겨내는 것이다. 아버지도 그들 중 하나였을 것이다.” 

조씨는 20대를 오롯이 아버지 간병에 바쳤다. 하지만 그는 병마보다 빈곤을 방치하는 사회가 더 무섭다고 말했다. 조씨는 “원래 우리 집은 가난했다. 하지만 식구 2명 중 1명이 치매에 걸려 더 가난해져서야 간신히 사회적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면서 “왜 가난한 사람이 더 가난해져 최악의 상황을 맞아야 사회안전망이 작동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보물찾기 같은 병명 찾기 피 말려”

조기현 씨가 치매 아버지를 돌보기 위해 집에 설치한 간이CCTV 베이비 캠. [이매진 제공]

조기현 씨가 치매 아버지를 돌보기 위해 집에 설치한 간이CCTV 베이비 캠. [이매진 제공]

-치매 증상은 눈에 띄어 판정도 쉬울 듯한데. 

“전혀 아니다. 그야말로 ‘피 말리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아버지와 같은 초기 치매의 경우 하루 동안에도 상태가 제각각이다. 멀쩡하게 일상생활 하는가 싶다가도 어느 순간 혼자서 아무것도 못하는 식이다. 가장 기본적인 치매 진단 방법은 환자의 인지 능력을 테스트하는 것이다. 그런데 아버지는 시험지를 받아들고 온 힘을 다해 문제를 풀었다. 5분도 안 돼 1점 차이로 치매가 아니라는 결과가 나왔다. 병명을 증명 못하면 무기한 연기되는 복지 지원에 피가 말랐다. 뒤이은 신경조직 검사 결과도 ‘정상’이었다. 치매가 아니면 근로 능력이 있기에 국가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이런 검사 비용도 만만찮다.” 

-근로 능력 상실을 인정받으면 지원은 충분한가. 

“물론 충분하지는 않다. 다만 ‘숨통이 트인다’고 표현할 수 있다. 원래 보증금 2000만 원에 월세 35만 원짜리 집에 살았다. 아버지 병원비가 없으니 월세를 올리는 조건으로 보증금 1000만 원을 빼 병원비에 썼다. 우선 아버지가 3년 동안 당뇨를 앓은 것이 인정돼 의료급여를 받을 수 있었다. 치매 판정은 알코올중독 치료 전문 병원에서 받았다. 6개월간 폐쇄병동에서 알코올 중독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초기 치매와 경도 인지장애를 앓고 있다는 의사의 소견을 얻었다.
 
만성질환으로 의료급여 2종, 치매로 1종을 받기까지 피 말리는 싸움이 그제야 끝났다. 이제 아버지가 기초생활수급자로도 인정돼 생계급여 20만2320원과 의료급여 6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보물찾기처럼 병명을 알아내기 위한 긴 여정 끝에 받은 돈이다. 만약 아버지 곁에 아무도 없었다면 고독사(孤獨死) 했어도 이상하지 않다.” 

-두 사람이 살기에는 빠듯해 보인다. 

“난 기고나 영상 관련 일, 혹은 속칭 ‘노가다’로 생계를 유지한다. 부양의무자인 나의 월 소득이 170만 원을 넘으면 아버지가 받는 지원액수가 준다. 분기마다 한 번씩 의료급여 심사, 1년에 한 번 근로능력심사 평가를 치른다. 그 때마다 살이 떨린다. 혹시 심사에서 떨어지면 또다시 아버지 돌봄은 ‘독박’ 쓸 수밖에 없다. 글을 쓰거나 지금처럼 인터뷰에 응하는 것은 불가능해진다. 지금의 각종 급여 지원은 그야말로 응급처방에 불과하다.” 

-이런 과정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인가. 

“가난한 이가 복지제도의 문을 두드리면 처음 직면하는 것이 모멸감과의 싸움이다. 공무원의 차가운 태도와 수많은 서류가 ‘자, 한번 네 가난을 입증해 봐’라고 말하는 듯하다. 그 과정이 징벌처럼 느껴졌다. 아픈 가족을 돌보기 위해 도움을 요청한 이를 이처럼 ‘찌질이’로 만들 필요가 있을까.” 

그러면서 조씨는 ‘노가다’로 생계를 유지하던 자신의 일당보다 많은 돈을 간병인의 인건비로 지출해야 했던 답답함을 토로했다. 

“한창 의료비 부담이 심할 때 내가 하루 ‘노가다’로 손에 쥐는 돈이 6만 원 정도였다. 그런데 간병인 일당으로 9만 원 가까이 줘야 하니 억울한 마음까지 들었다.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가니 삶의 의욕마저 줄어들었다.” 

-일·간병 병행은 불가능한가. 

“나 같은 저임금 장시간 노동자에게는 불가능에 가깝다. 당장 나가서 일해야 하니 불안한 마음에 간이 CCTV인 베이비 캠을 집에 설치했다. 아버지가 약은 잘 먹는지, 위험한 행동은 안 하는지 스마트폰과 연결해 확인하기 위해서다. 토목공사를 갓 끝낸 지하 5층 정도 깊이 현장에서 일하던 때였는데 와이파이, 심지어 전화도 쓸 수 없었다. 일하는 내내 아버지 상태를 확인하지 못했다. 그야말로 피가 말랐다. 하다못해 치료, 처방을 위해 환자와 병원에 간다고 치자. 병원이 직장에서 멀 수도 있고 대기시간이 길어질 수도 있다. 족히 한나절은 걸린다. 직장인이라면 연차라도 내지만 나 같은 일용직 노동자는 하루 일을 공친다.”


“청년 기호만 소비하는 진보 인사에 실망”

-병원비보다 간병비 부담이 더 심한가. 

“주말 이틀은 가족들이 돌아가면서 간병한다고 쳐도 한 달에 간병인 인건비만으로 200만 원 가까이 필요하다. 1년이면 2000만 원 이상이다. 치매 앓는 가족이 ‘차라리 얼른 죽었으면…’ 하는 나쁜 생각이 드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치매 환자들이 입원해 관리받을 수 있는 치매 요양병원은 어떨까. 조씨는 요양병원 입원이 “사실상 가장 현실적인 대책”이라고 말했다. 이곳에서 치매를 완치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악화를 늦출 수 있어서다. 무엇보다 요양병원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서 비슷한 초기 치매 환자들과 어울리며 사회성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요양병원들은 알코올 의존증 앓는 아버지의 입원을 꺼렸다. 젊고 힘이 세 통제가 어렵다는 이유도 있었다. 겨우 입원한 곳에서도 아버지가 금주(禁酒) 등 입원 수칙을 어기거나 같은 환자들과 다퉈 강제 퇴원당할 뻔하기 일쑤였다. 본래 월 80만~90만 원 정도인 입원비는 의료급여 1종 대상자가 된 덕에 10만원 안팎으로 줄었지만 입원 자체가 어려웠다. 

조씨는 이때의 ‘치매난민’ 경험이 시민으로서 자아를 찾고 사회적 발언에 나서게 된 양분이 됐다고 짚었다. 

“‘치매난민’ 생활에 몸과 마음이 지쳤다. 아버지가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증상이 악화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두려움도 있었다. 어려서부터 가난에 익숙했기에 나만 열심히 살면 적어도 현상 유지는 할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사회의 책임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왜 가난과 돌봄이 오롯이 개인 몫이어야만 하는지 의문이 점점 강해졌다.” 

-아버지 간병 와중에 시민단체 활동도 했다고. 

“일하는 와중에도 틈틈이 독서했다. 질병과 가난의 문제에 답을 얻기 위해서였다. 당시 ‘인문학 열풍’이 불어 다양한 관련 책들이 나왔다. 유시민 씨의 ‘국가란 무엇인가’나 박노자 씨의 ‘당신을 위한 국가는 없다’ 등을 재밌게 읽었다. 여기에 한창 인기를 얻던 ‘나는 꼼수다’ 같은 팟캐스트도 즐겨 들었다. 내게는 이런 매체가 대학 구실을 했다. ‘노가다’보다 수입은 적지만 시민단체 활동가로 일하며 보람 있게 살고 싶었다.” 

-시민단체를 그만둔 이유는 무엇인가. 

“시민단체 활동 중 만난 일부 진보 인사들의 모습에 실망했다. 이들은 ‘청년’이라는 기호만 가져다 쓰고 실제 청년을 대할 때는 전혀 존중하지 않는다. 자기가 더 많이 가졌고 더 알고 있다는 이유로 ‘가스라이팅(gaslighting· 타인의 심리를 교묘히 조작해 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도 했다. 입으로만 진보적 구호를 외치는 것이다. 물론 개인을 악마화하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이런 모순된 세태를 꼬집고 싶었다.” 

조씨는 이어 최근의 청년 담론에도 문제가 적잖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청년을 무기력한 약자로 설정하고 특정 목적에 따라 손쉽게 이용만 하려는 태도를 비판했다. “내가 시민단체를 그만두겠다고 하자 ‘너는 흙수저인데 누가 받아줄까’ 하는 투로 조롱한 대표의 위선과 일맥상통하는 현상”이라는 것.


“청년 약자 규정, ‘가면’‘스토리’만 강요해선 안 돼”

-청년 정치·청년 담론이 사회적 화두다. 

“청년에 대한 관심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최근 청년 담론은 청년에게 ‘가면 역할’만 바란다. 혹은 청년에게 ‘스토리’를 요구한다. 대표적인 것이 더불어민주당의 인재 영입이다. 나만 해도 그렇다. 10년 가까이 치매 아버지를 돌본 20대 청년이란 이색적 모습이 눈에 띌 것이다. 나처럼 얼굴 드러내고 아버지까지 카메라 앞에 서게 하지 않으면 세상은 약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청년은 여기서 옴짝달싹 못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내 스토리는 필요한 대로 얼마든지 주무를 수 있는 감동적 소재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기득권이 청년에게 바라는 이미지를 연기하고 싶지 않다.” 

-청년에게 강요되는 가면과 스토리란 무엇인가. 

“가령 586세대 진보 지식인에게 나는 이상적 인간형으로 보일 수도 있다. 이른바 ‘학출’은 아니지만 계몽된 육체노동자 정도 아닐까? 하지만 난 이런 시각이 정말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기득권을 가진 이들의 욕구, 말하자면 ‘디즈니 판타지’를 충족 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청년에게, ‘흙수저’에게 자신이 원하는 이미지를 투영하는 것이야말로 상대방을 동료 시민으로 인정하지 않는 태도다.” 

-사회적 약자로서 청년의 고통에 공감도 크다. 

“청년을 사회적 약자로 규정하는 것에 회의적이다. 객관적으로 보자. 가령 장애인 빈곤은 가족과 사회의 지원이 없으면 평생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노인 빈곤도 60대 은퇴 후 20~30년 가까이 이어지기 십상이다. 반면 청년 빈곤은 길어야 5년이나 될까. 최근 ‘청년 위기’란 곧 4년제 대학을 졸업한 20대 중·후반 청년의 실업 문제를 뜻한다. 이들의 취업이 미뤄져 이미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둔 부모 세대와의 경제활동 ‘바톤 터치’가 안 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파생되는 청년 담론도 주로 중산층의 문제의식과 관련된 것이다. 자칫 이런 범주에 속하지 않은 다른 청년의 현실은 외면받을 공산이 크다.” 

조씨는 ‘사회적 예술가’를 꿈꾼다고 한다. 어떤 목표를 이루고 싶을까. 그가 마지막으로 말했다. 

“빈곤과 질병, 죽음의 문제는 대개 베이비부머 세대나 그 부모 세대의 몫이다. 나는 청년들도 이런 문제를 자기 미래의 일부로 상상해서 미리 고민했으면 좋겠다. 사회적으로도 위기가 닥치기 전 취약계층을 도왔으면 한다. 이를 위해 청년 정치인도 필요하겠지만 나는 ‘사회적 예술가’라는 위치에서 내 몫을 하고 싶다. 얼마 전 아버지의 삶을 다룬 영화 ‘1포 10㎏ 100개의 생애’를 만들었다. 영화를 통해 들리지 않던 목소리를 사회에 전하고자 한다.”




신동아 2020년 3월호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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