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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보훈병원, 코로나19 방역망 구멍 ‘숭숭’

  • 이현준 기자 mrfair30@donga.com

중앙보훈병원, 코로나19 방역망 구멍 ‘숭숭’

  • ●‘1인 1면회 원칙’ 사실상 안 지켜
    ● 문진은커녕 중국 방문 여부도 묻지 않아
    ● 마스크 미착용 직원도 눈에 띄어
    ● 환자 입원 병동까지 사실상 자유출입
    ● 병원 측 “28일부터 마스크 미착용 시 원내 진입 불가”
서울 강동구 중앙보훈병원 정문 앞에 선별 진료소로 향하는 방향을 안내하는 공지문이 붙어 있다. [이현준 기자]

서울 강동구 중앙보훈병원 정문 앞에 선별 진료소로 향하는 방향을 안내하는 공지문이 붙어 있다. [이현준 기자]

“약 처방 받으러 근 일주일 간 두 번 왔는데, 문진 같은 건 안하더라고. 딱히 하는 걸 본 적도 없어. 다들 그냥 막 지나다니던데.” 

서울 강동구 중앙보훈병원에서 통원 치료를 받는 김모(70) 씨의 말이다. 중앙보훈병원은 국가보훈처 산하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에서 운영하는 국·공립 병원이다. 약 1400개 병상이 있어 규모만 놓고 보면 상급종합병원급 대형병원이다. 중앙보훈병원 직원 A씨가 “한 병동을 예로 들면 총 35명의 환자가 있는데 그 중 33명이 노인”이라고 했을 만큼 환자 대부분이 고령이다.


문진은커녕 중국 방문 여부도 묻지 않아

1월 23일(현지시간)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망자 17명의 평균 연령은 73.3세다. 2월 27일 오후 1시 기준 한국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사망한 사람은 총 13명이다. 이중 기저질환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진 사람이 11명이었으며 2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50대 이상이었다. 이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중앙보훈병원은 더욱 철저하게 방역해야 할 상황이지만 방역망은 구멍이 뚫려 있었다. 

2월 24일 서울지하철 9호선 중앙보훈병원역에 내려 병원으로 향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일부 게이트가 폐쇄된 상태였다. 근래에 설치됐다는 선별진료소로 향하는 길이 화살표로 표시돼 있었다. 한 게이트에서 선별진료소까지 걷는 동안 아무런 제지도 검사소도 없었다. 이 과정에서 60여 명의 사람과 마주쳤다. 만약 기자가 코로나19 감염자였다면 어땠을까. 왜 게이트부터 출입자를 검사하지 않는지, 이럴 것이었으면 왜 다른 게이트를 폐쇄했는지 의문이 들었다. 

병원 내부로 들어가기 위해 출입구로 향했다. 책상 앞 의자에 앉아 열 감지센서 판독 결과를 관찰하는 직원이 있었다. 그 옆으로 3명의 직원이 서서 입구를 지켰으나 유명무실한 상황이었다. 문진이나 중국 방문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은 없었다. 손 세정을 요구받지도 않았다. 채 3초도 지나지 않아 아무런 제지 없이 출입구를 통과했다. 혹시 직원이 실수한 것인가 싶어 나갔다 들어오기를 4번 반복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30여 분 동안 150명 넘는 방문객이 출입했다. 직원들은 이중 고령자로 보이는 두 사람의 체온만 한 번 더 측정했다. 



병원 내부에 들어간 후 목격한 상황도 우려스러웠다. 1층 종합안내데스크 앞을 지날 때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걸어가는 병원 직원을 볼 수 있었다. 병동이 있는 층으로 올라가니 카드키를 찍어야 병동 내부로 들어갈 수 있게끔 돼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출입증을 받은 보호자 1인만 환자를 면회할 수 있도록 한 조치다.


2월 24일 중앙보훈병원 병동 입구에 면회 제한을 알리는 공지문이 붙어 있다. [이현준 기자]

2월 24일 중앙보훈병원 병동 입구에 면회 제한을 알리는 공지문이 붙어 있다. [이현준 기자]

이 또한 유명무실했다. 기자가 방문한 층에는 두 개의 병동이 있었다. 병원 직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한 병동에 약 35명이 입원해 있다. 그렇다면 1개 층 환자가 70여 명이다. 여기에 보호자와 의료진, 간병인 등을 합하면 수백 명의 사람이 오간다. 병원 직원들에 따르면 1인 1면회가 원칙이지만 가족 여러 명이 동시에 면회를 와서 출입증 1개로 함께 입장하거나, 한 사람이 입장한 뒤 나중에 도착한 가족을 위해 안쪽에서 문을 열어준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병동 출입자가 통제되지 않고 있으며 출입문은 수시로 열린다. 

출입증이 없었던 기자도 병동에 들어가는 간병인에 섞여 입장했다. 병동 내 5인실 안쪽까지 들어갔다 나오기도 했다. 또 층 전체를 한 바퀴 돌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별다른 제지는 없었다. 만약 기자가 코로나19 감염자였다면 사태는 짐짓 심각해졌을 것이다. 

중앙보훈병원 직원 B씨는 “방문자에 대한 관리가 허술하고 통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우리 병원 환자들은 대부분 노인이어서 코로나19에 훨씬 더 취약하다. 지금처럼 관리하면 어떤 위험이 닥칠지 모른다”고 말했다.


중앙보훈병원 “많은 방문자 일시 입장 때는 문진 어려워”

중앙보훈병원 홍보팀 관계자는 2월 2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허술한 방역이라는 지적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1월부터 마스크 착용 캠페인을 진행해 착용을 권장하고 있으나 직원 중 일부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때가 있었던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또 “현재는 오전‧오후 순찰조를 꾸려 직원은 물론 내원객들에게도 마스크를 착용하게끔 단속하고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일반적으로 문진 및 체온 체크도 엄격히 진행하지만 많은 방문자가 일시에 들어올 때는 (그렇게 하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1인 1면회 원칙 준수 여부에 대해서는 “문제점을 인식해 2월 26일부터 면회 전면 금지를 시행했다. 중환자에 대해 예외적으로 면회가 가능한데, 보호자가 코로나19 증상이 있는지 확인한 뒤 면회를 허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뒤 기자가 추가 취재한 결과, 중앙보훈병원 측은 2월 27일 오전에서야 전체 직원들에게 “2월 28일부터 감염 예방을 위해 면회를 전면 제한하고, 마스크 미착용 시 원내 출입 불가”라는 내용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병원 내부에서조차 코로나19 확산 방지 대책을 두고 우왕좌왕하는 모양새를 보인 셈이다.




신동아 2020년 3월호

이현준 기자 mrfair3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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