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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바나

“구멍 난 방호복, 부족한 마스크” 전우애로 버틴다

대구‧경북 공중보건의가 전하는 사투의 현장

  •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구멍 난 방호복, 부족한 마스크” 전우애로 버틴다

  • ● 공보의 1명, 하루 체취 검체 수 30개
    ● 식사 시간 쪼개 예약환자 받아
    ● 손에 맞지 않는 장갑 끼고 일해
    ● 방호복 형편 점점 나빠져
‘사바나’는 ‘회를 꾸는 , 청년’의 약칭인 동아일보 출판국의 뉴스랩(News-Lab)으로, 청년의 삶을 주어(主語)로 삼은 이들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입니다. <편집자 주>


3월 1일 공중보건의들이 대구의 한 선별진료소에서 검체 채취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3월 1일 공중보건의들이 대구의 한 선별진료소에서 검체 채취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대구‧경북 지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3월 3일 오전 0시 기준 4000명을 넘어섰다. 전국 각지의 수많은 의료진이 생업을 팽개치고 대구로 향하고 있다. 공중보건의사(공보의)들도 대구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20~30대 젊은 공보의들은 농‧어촌 등 의료 취약 지역에 주로 배치된다. 지금은 250여 명의 공보의가 대구‧경북 지역에 파견돼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힘쓰고 있다.


연장 근무 신청할 만큼 심각한 상황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대공협) 회장을 맡고 있는 김형갑(29) 공보의는 전남 광양 선별진료소에서 근무하다 대구로 왔다. 그는 “대공협을 대표하는 사람이기도 하고, 평소 감염내과에 관심이 많아 자원했다”며 “지금은 같이 일하는 공보의끼리 전우애마저 싹튼다”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공보의 A(29) 씨 역시 김 회장의 말에 동의했다. 그는 “현재 연장 근무를 신청할 만큼 대구의 상황에 심각함을 느낀다. 검체 채취를 위해 이동할 때 항상 지나는 대구 동구 아양교를 잊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대부분 공보의는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검체 채취를 담당한다. 의심환자가 집에 있는 경우 가정을 방문해 검체를 채취하기도 한다. 대구 신천지예수교(신천지) 전수조사 대상자는 1만 555명이다. 확진자의 동선과 겹치는 인원까지 모두 검체 채취 대상이다. 



한 명의 공보의가 하루에 채취하는 검체의 수는 많으면 30개에 달한다. 보건소 당 많게는 400~500여개의 검체를 하루에 채취하고 있지만 예약은 이미 꽉 차 있다. A 공보의는 오전 9시에 시작하는 근무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고 말했다. 

공보의는 식사시간을 쪼개 예약 환자를 받는다. A 공보의는 “초반에는 검체 채취 과정에 20분 이상 소요됐지만 지금은 노하우가 생겨 환자 당 10분 내로 검체 채취를 끝낼 수 있다. 의심환자의 집을 방문하는 경우 이동하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김형갑 공보의는 새로 올 공보의들을 위한 안내서를 작성하다 기자의 전화를 받았다. 그는 “기존 공보의 업무에다 공보의의 애로사항을 정부 측에 전달하는 일도 맡고 있다. 잠을 제대로 청하지 못하고 숙소와 병원만 오고 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방진마스크 N95 다 떨어져

대구의 선별진료소에서 일하는 김형갑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장.

대구의 선별진료소에서 일하는 김형갑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장.

방호복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침투를 막아줄 일종의 갑옷이다. 의심환자의 객담을 추출하는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포함된 비말이 공기 중에 퍼진다. 최근 정부는 대구 의료진을 대상으로 레벨 D 방호복이 아닌 일반 비닐 가운을 권장하다 지탄을 받았다. 

김 공보의는 “이후 정부에서 다시 지침이 내려와 의료진의 의사에 따라 복장을 착용할 수 있도록 공급량을 조절하고 있다”며 “다만 브랜드에 따라 방호복의 상태가 다르기도 하다”고 말했다. 방호복‧마스크‧손 세정제 등 필수 물품의 양이 부족하다는 말도 나온다. A 공보의는 “방호복의 경우 수량이 남아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장갑은 맞는 사이즈가 동나 작은 장갑을 끼고 일하는 형편”이라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이따금 구멍이 난 방호복이 발견되기도 한다. 하자가 있는 방호복은 감염 위험이 높아 사용되지 않고 바로 폐기처분된다. A 공보의는 “초반에는 질 좋은 방호복이 대부분이었는데 점점 방호복 형편이 나빠지고 있다. 마스크 역시 방진마스크인 N95가 다 떨어져 일반 마스크를 사용하기도 한다”고 우려를 전했다. 

선별진료소에는 공보의 뿐 아니라 간호사‧보건공무원‧임상병리사 등 수많은 의료진이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다. A 공보의는 “보건소에서 일하는 공무원 중에는 응급상황 발생에 대비해 24시간 대기하는 분들도 있다. 20일 넘게 집에 가지 못한 분도 봤다”면서 “공보의를 비롯해 대구‧경북에서 일하는 의료진이 무사히 자신의 위치로 돌아가길 바란다”고 했다.




신동아 2020년 3월호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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