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호

단독

“서울 등 수도권 인공호흡기 부족사태 우려”

전문가들 경고 “코로나19 수도권 확산 시 사망자 급증 가능성”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20-03-12 11:0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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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들은 상시적으로 인공호흡기가 부족한 수도권에서 코로나19가 유행할 경우 사망자가 급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사진은 서울 한 대형병원 중환자실.  [동아DB]

    전문가들은 상시적으로 인공호흡기가 부족한 수도권에서 코로나19가 유행할 경우 사망자가 급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사진은 서울 한 대형병원 중환자실. [동아DB]

    3월 10일 서울 구로구 한 콜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집단 발생했다. 이를 계기로 인구 2600만 명이 밀집한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서 대량 감염사태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도권에서 코로나19가 유행하면 인공호흡기 부족사태가 벌어지고 이는 사망자 급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정기석 한림대 의대 호흡기내과 교수는 “코로나19는 호흡기를 공격한다. 지금까지 나온 연구 결과를 보면 코로나19 확진자 가운데 약 5%가 자가호흡을 못할 만큼 위중한 상태에 빠진다. 환자 1000명이 발생하면 50명, 1만 명이 생기면 500명이다. 이들을 살리려면 인공호흡기가 필요하다. 그런데 현재 수도권에는 환자가 단기간 폭증할 경우 대처할 만한 수준의 여유 장비가 없다”고 말했다.

    서울 한 대형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도 이렇게 털어놓았다. 정 교수의 경고를 뒷받침하는 내용이다.

    “우리 병원 중환자실은 거의 항상 환자로 가득 차 있다. 인공호흡기 사용률도 매우 높다. 간이장비 한두 대를 제외하면 남는 게 없다시피 하다. 다른 병원 상황도 비슷한 것으로 안다. 의료수가 체계상 중환자실 병상, 장비를 늘릴수록 병원에 손해다. 대부분 딱 필요한 만큼만 운용한다. 이런 환경에서 갑자기 호흡기 증세를 가진 환자가 쏟아져 들어오면 의료진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평소 같으면 충분히 살릴 수 있었을 환자가 제대로 된 치료 한 번 받지 못하고 생명을 잃게 될 수 있다.”

    경기 지역 한 대형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에 따르면 인공호흡기 치료는 한 번 시작할 경우 짧아도 일주일 이상 지속한다. 한 환자가 보통 2~3주 정도 계속 기계를 사용하는 게 보통이다. 만약 수도권에서 한 주에 중환자가 50명 이상 발생하면 그 다음 환자부터는 인공호흡기를 제때 사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게 이 교수 이야기다. 그는 “국민 불안을 증폭시키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병원 사정을 아는 사람들은 지금 다 이 문제를 걱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는 전파력에 비해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그 전제 조건으로 “보건 의료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때”를 든다. 최근 대구에서는 기저질환을 가진 코로나19 확진자가 병상을 구하지 못해 자택에서 대기하다 호흡곤란을 일으켜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서울 한 대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 상황을 보면 서울에서도 그런 일이 안 생길 거라는 보장이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코로나19는 호흡기증상이 급속도로 악화하는 특성을 보인다. 지금 우리 국민은 확진자가 계속 늘어도 웬만하면 ‘큰 일’은 안 생길 거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수도권에서 인공호흡기가 없어 죽는 환자가 발생하면 이런 신뢰가 무너지고, 사회에 불안이 확산할 것이다. 이는 코로나19 대응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전병율 전 질병관리본부장(차의과학대 교수)은 이에 대해 “더 늦기 전에 보건당국이 움직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2009년 신종플루 유행 때는 병원협회 등을 통해 현장 수요를 파악한 뒤 정부 예산으로 간이 인공호흡기를 구매해 주요 의료기관에 나눠줬다. 지금도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현재 수도권 상황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 환자 증가세가 본격화하기 전 준비해야 필요할 때 장비를 바로 쓸 수 있다.”

    아직은 관련 절차가 진행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3월 11일 대한병원협회는 “코로나19 확산에 대비해 일선 병원의 인공호흡기 수요를 조사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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