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호

조응천 “秋아들? 청년에겐 ‘공정’의 문제…다 까고 빨리 결론 내려야”

  •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입력2020-09-14 14: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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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찰개혁? 경찰 ‘카더라’만 갖고 내사해도 아무도 통제 못해

    • 공수처? 권력자 선의에 기대면 반드시 실패

    • 검찰은 나쁘고, 공수처는 좋다? 황당 논리

    • 국민의힘 하는 것 보니 ‘야당 복’도 끝나

    • 적대적 양당정치에 국민은 정치 환멸

    [조영철 기자]

    [조영철 기자]

    조응천(58)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찾은 9월 7일은 이낙연 대표가 당 대표 취임 후 첫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한 날이었다. 이 대표는 ‘행복국가, 포용국가, 창업국가, 평화국가, 공헌국가’ 등 5대 국가 비전을 제시하며 사실상 차기 대권 주자로서의 행보도 시작했다. 8월 29일 3자 대결구도로 치러진 당 대표 경선에서 60.77%의 압도적 득표율로 당선된 이낙연 대표에 대해 평소 ‘여당 내 야당’으로 불리던 조응천 의원은 어떤 기대를 하고 있을까. 그는 먼저 이 대표의 연설 중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는 뜻의 우분투(ubuntu·아프리카 반투족 말) 부분이 좋았다”고 했다. 

    “야당은 적이 아니라 파트너다. 상대 팀이 있기에 우리가 축구든 야구든 할 수 있다. 그런데 서로 백태클만 하면 경기가 계속될 수 있겠나. 만날 저쪽 당 잘못했다 손가락질해서 반사이익으로 지지율 높이는 식의 적대적 양당정치를 하니 국민은 정치에 환멸을 느낀다. 서로 잘한 것을 잘했다 하고, 우리는 저쪽보다 더 잘했다고 자랑하는 ‘뷰티 콘테스트’ 같은 정치가 됐으면 좋겠다.” 

    -이낙연 대표 체제에서 달라질까. 

    “아직 판단하기엔 이르지만 이 대표의 제일 큰 장점은 안정감 아닌가. 안정감 있게 당을 이끌 것이라고 누구나 다 생각한다. 나아가 이해찬 대표 체제와 어떻게 차별화하느냐가 중요하다. ‘새 대표 체제에서 민주당이 바뀌었네’ ‘이런 점은 좀 답답했는데 확실히 나아졌네’라는 말이 나와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의 관심도 가져올 수 있다.”

    ‘내 목소리가 더 커’

    그가 말하는 ‘국민들의 관심’에 대해서는 배경 설명이 필요하다. 조 의원은 전당대회를 열흘 남짓 앞둔 8월 17일 페이스북에 ‘위기에 마주 설 용기가 필요합니다’라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그곳에서 “전당대회가 분위기 전환과 변화의 모멘텀을 찾는 계기”가 돼야 하는데 “관심 없고 논쟁 없고 비전 없는 3무(無) 전당대회”가 되고 있다고 작심 비판했다. 해당 부분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 

    “내가 대표가 되면 민주당을 이렇게 이끌 것이고, 내가 최고위원이 되면 당은 저렇게 달라질 것이다’라고 하시는 분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청와대와의 수평적 관계 설정에 대해서도 언급하시는 분 없었던 것 같습니다. 국민적 ‘관심’이 떨어지니 우리들만의 리그가 되고 그러니 ‘논쟁’이 없습니다. ‘논쟁’이 없으니 차별성이 없고 ‘비전’ 경쟁을 할 이유가 없습니다. ‘비전’ 경쟁이 없으니 ‘관심’이 떨어집니다. 악순환의 고리입니다.” 



    -그 글이 공개된 뒤 ‘혼자만 튄다’ ‘내부 총질해서 누구 좋은 일 시키려 하느냐’ ‘당을 떠나라’ 등의 비난이 나왔다. 예상한 것 아닌가. 

    “내가 다작은 아니다. SNS에 글을 올리는 건 한 달에 한 번 정도. 내가 잘 안다고 생각하는 분야, 내가 아니면 아무도 안 할 것 같은 이야기를 참고 참다가 더는 안 되겠다 싶을 때 쓴다. ‘위기에 마주 설 용기가 필요합니다’를 쓸 때에는 이 글로 말미암아 전당대회에서 후보들끼리 비전을 두고 논쟁이 시작되기를 기대했다. 그래서 일부러 3무(無)를 내세워 언론에서 화제가 되기를 원했다. 그런데 현실은 어땠나. 논쟁은커녕 한쪽만 바라보는 동일 톤의 목소리만 나왔다. ‘내 목소리가 더 커’ ‘내가 더 선명해’ 이런 식의 ‘샤우팅 경연대회’로 가는 게 안타까웠다.” 

    -어떤 이슈를 놓고 논쟁이 이뤄지길 원했나. 

    “민주당이 2016년부터 4년 동안 비대위 없이 대표들이 임기 2년 꽉 채우는 전례 없는 시기를 보냈다. 그 2년 동안 과연 우리가 얼마나 당 내부 의견을 수렴하고 국민의 고달픈 삶을 돌보면서, 나아가 여당이 된 후 당·정·청 관계를 건강하게 잘 유지했는지 돌아보며, 부족한 것은 무엇이고 앞으로는 어떻게 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왔어야 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싫든 좋든 언택트(untact) 온택트(ontact)의 삶이 우리 앞에 다가왔다. 4차산업혁명은 되돌릴 수 없는 트렌드다. ICT 강국이라고 하면서 얼마나 그에 대한 대비를 해왔고 얼마나 규제를 풀어왔나. 그런 얘기를 하면서 기존에 당의 정강정책으로 인해 터부시해 온 것들도 필요하면 깨는 것을 검토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당장 지원금 몇 푼 주고 말고가 아니라 강요된 미래사회에 우리가 어떻게 앞장서 갈 수 있을 것인가. 법, 제도, 관행, 예산, 특히 규제 혁파. 그동안 손잡았던 연대세력과의 관계도 재설정해야 한다. 너무나 할 얘기가 많다고 생각했다. 국민은 진영별로 갈라져 분열 갈등이 극대화되고 있는데 통합이 아니라 거꾸로 가는 데 기여하는 것 아닌가.”

    “당·정·청은 원팀? 수직적 관계 벗어나야”

    -9월 2일 이낙연 대표가 최재성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을 만난 자리에서 ‘당·정·청은 운명공동체’라고 했는데 조 의원이 말한 ‘청와대와의 수평적 관계 설정’과는 어떤 차이가 있나. 

    “운명공동체라는 것이 수직적 상하관계일 수도 있고 파트너십일 수도 있다. 내가 말한 것은 후자다. 이 대표가 언급한 운명공동체, 원팀이라고도 하던데 그것이 파트너 관계이기를 나는 간절히 원한다.” 

    조 의원은 ‘간절히’란 말을 꾹꾹 눌러서 두 번 반복했다. 답답한 그의 심정이 느껴졌다. 

    -지금까지의 당·정·청 관계가 수직적 상하관계에 가까웠다고 보나. 

    “파트너 관계가 되려면 청와대와 정부에 대해 당이 적극적인 메시지를 선제적으로 던질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어디선가 결정되고 ‘너희들은 이번에 그 법을 통과시켜’라고 한다면 운명공동체일 수는 있지만 수평적인 것은 아니다. 당·정·청 관계가 수직적이라고 단정하기보다 어쨌든 의사소통이 원활한 상태에서 결정됐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물론 고위 당정회의를 통해 결정해 왔겠지만 내가 주장하는 것은 국회 상임위별로 당정 협의를 하자는 거다. 현안에 대해 제일 관심이 많고 많이 아는 사람이 상임위 소속 국회의원들이다. 소속 상임위원들과 장관, 차관 실국장이 모여 브레인스토밍을 해서 정책 방향을 잡는 것이다. 이제는 그렇게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는 왜 그렇게 못 했나. 

    “당 대표나 원내대표가 되기 전에는 ‘할 말은 하겠다’고 하지만, 되고 난 뒤 할 말 하는 것을 잘 못 봤다.” 

    -민주당이 야당 추천 없이도 공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 추천위원회가 구성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공수처는 문재인 정부의 주요 정책이다. 

    “아직까지 블러핑(과장) 성격이 강하다고 본다. (법 개정이) 블러핑으로 끝났으면 좋겠다.” 

    공수처장 후보를 선임하기 위한 추천위는 법무부 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 당연직 3명과 국회 교섭단체인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추천한 4명 등 모두 7명으로 구성된다. 민주당은 7월 2명의 추천위원 명단을 국회에 제출했고, 현재 국민의힘 몫인 2명의 명단을 기다리고 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공수처법 방치는 국회 직무유기”라고 야당을 압박했고, 민주당 소속 법제사법위원들은 야당 없이도 추천위를 구성할 수 있도록 공수처법 자체를 바꾸는 입법 절차에 들어갔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공수처 출범을 위해 민주당이 총동원된 듯한 모양새다.

    “권력자의 선의에 기대면 반드시 실패”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법을 개정해 공수처 추천위 구성을 바꾼다면 조 의원이 강조해 온 절차적 민주주의에 배치되는 것 아닌가. 

    “공수처와 관련해 먼저 국민의힘 쪽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지난해 말 4+1체제(20대 국회에서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4곳과 더불어민주당의 공조 체제)에서 공수처법이 통과됐다. 4+1체제가 잘됐든 잘 못됐든 엄연한 현실인데 야당은 여전히 ‘이 법은 절대로 인정할 수 없다’는 형식 논리에 얽매여 자가당착에 빠진 게 아닌가 싶다.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의 위헌심판 결정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것인데, 그렇게 하면 안 된다. 헌재 결정을 기다리면서 법 절차에 따라 후보 추천위원을 구성해야 한다. 그것이 절차적 민주주의다. 만약 공수처법이 위헌으로 결정되면 어차피 설치 근거법 자체가 없어지기 때문에 그건 다음 문제다. 

    야당은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에 참여해 왜 이 사람은 안 되는지, 왜 이렇게 해야 하는지 논리적, 이성적으로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 결과에 자신들의 의사가 반영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모든 과정과 결과를 국민이 보고 있고 국민이 판단할 것이다. 국민을 믿고 당당하게 하면 된다. 당명은 국민의힘인데 정작 국민의 힘을 믿지 못하는 것 같다.” 

    -지난해 공수처법에 찬성표를 던진 후 “찬성한 법안 내용이 내 생각과 다르다”고 소신을 밝힌 이유는 뭔가. 검찰 출신이어서 제 식구를 감싼다고 당시 기권표를 던진 금태섭 의원과 함께 민주당 지지자들로부터 욕을 많이 먹었다. 

    “묻고 싶다. 지금까지 내가 검찰 편든 게 뭐가 있나.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 당시 여당에서 거의 유일하게 문제를 제기한 국회의원이었고, 법사위 활동 내내 검찰의 수사 방식에 대해 비판했다. 박근혜 청와대를 거쳐 왔다 해서 그쪽 편든 적 없고 국정원에 잠깐 몸담았다 해서 그쪽 편든 적 없다. 내가 강조하는 것은 공공선의 측면에서 검찰, 경찰, 국정원 같은 권력기관 간의 견제와 균형이다. 지금은 검찰은 무조건 나쁜 기관, 공수처는 무조건 좋은 기관이라고 한다. 그런 게 어디 있나. 권력자의 선의에 기댔다가는 반드시 실패한다. 견제와 균형이 이뤄지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조 의원은 1989년 군법무관을 시작으로 검사, 변호사,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 국가정보원장 특별보좌관을 거쳐 2013년 박근혜 대통령 시절 대통령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냈다. 당시 청와대 문건 유출 파동으로 공직에서 사퇴한 뒤 야인으로 돌아가 식당을 운영하다 2016년 민주당 공천을 받아 국회에 입성한 재선의원(경기 남양주갑)이다. 당시 문재인 대표가 직접 조 의원 부부가 운영하는 식당에 찾아와 입당을 권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정쩡한 검경수사권 조정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이 9월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이 9월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당초 목표와 방향을 잃어버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법 시스템에는 수사기관, 소추기관, 재판기관이 있다. 수사기관은 직접적으로 국민의 자유와 재산을 침해할 우려가 있으니까 소추기관에서 한 번 걸러주고, 그것을 재판기관에 보내면 세 번에 걸쳐 판단하라는 게 사법 시스템이다. 무소불위 검찰 권력은 인지수사권과 소추권을 한 손에 움켜쥔 데서 비롯된 것이니 검찰로부터 수사권을 회수해 검찰은 순수한 소추기관으로 남겨놓고 대신 검찰이 수사기관을 통제하도록 하자는 것이 검찰개혁의 당초 취지였다. 

    지금 어떻게 됐나. 수사권을 적당히 빼서 경찰에 줬다지만 검찰은 여전히 수사와 소추를 같이 한다. 또 국정원은 대놓고 국내 정보는 안 한다고 하니 국내 정보 파트가 경찰에 넘어간다. 정보 수집과 수사권을 모두 가진 경찰은 ‘카더라’만 갖고도 몇 년씩 내사할 수 있는데 검찰이 이것을 통제할 수 없다. 이 시스템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아무도 모른다. 공수처도 마찬가지다. 왜 공수처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다 주려 하나. 그럼에도 공수처는 착한 기관, 검찰은 나쁜 기관으로 못 박고, 경찰에 대해선 잘 모르겠지만 일단 검찰이 미우니 수사권 빼서 경찰에 주라는 것이 어떻게 검찰개혁인가. 내가 기를 쓰고 반대하는 이유다.”
     
    -‘변호사와 의뢰인 간 비밀유지권’을 포함한 변호사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것도 검찰개혁의 일환인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헌법에 명시돼 있다. 그런데 검찰이 수사 편의를 위해 무분별한 압수수색 등으로 의뢰인과 변호인이 나눈 비밀 대화, 문자, e메일까지 수집하고 있다. 변호인이 내 비밀을 지켜줄 수 없다면 의뢰인은 누구를 믿고 사법절차에 임해야 하나. 비유하면 다람쥐가 굴을 파고 도토리를 모아놓았는데 사람이 그 굴을 뒤져 도토리를 털어가는 꼴이다. 

    고해성사를 하는데 CCTV를 달아놓은 것과 같다. 누가 거기 가서 고해성사를 하겠나. 국민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근본적으로 침해하는 잘못된 수사 관행은 형사사법제도 근간을 흔드는 것이다. 이를 막는 법안이다. 당연히 그동안 쉽게 수사해 온 검찰은 싫어하겠지.”

    秋장관 아들 논란은 ‘공정’의 문제

    -6월 추미애 장관의 거친 언행이 오히려 검찰개혁과 공수처 출범에 방해가 된다는 취지로 비판했는데, 지금은 장관 아들의 ‘군 특혜’ 논란이 국회 최대 이슈가 됐다. 

    “휴가 처리가 제대로 됐느냐 안 됐느냐로 시작된 문제가 이제는 통역병에 자대 배치 청탁까지 오만 가지 의혹이 다 나오고 있다. 카투사만으로도 일반인의 시선이 곱지 않을 수 있는데 ‘거기서 꿀 빨다 왔다’고 하면 요즘 군대 다녀온 20, 30대 남성들한테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공정’의 문제가 된다. 특검을 할 만큼 큰 이슈가 아님에도 초기 추 장관이 국회 법사위나 본회의장에서 ‘소설 쓰시네’와 같이 자극적인 대응을 하는 바람에 덧났다고 본다. 그냥 묻고 넘어갈 단계는 넘어섰다. 다양한 증언, 증거들이 나오고 있으니까 있는 그대로 다 까고 빨리 결론을 내리는 것이 정답이다. 추 장관이 그동안 해온 말씀에 대한 청구서가 날아오는 것 아닐까 싶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한 것이 2019년 8월 9일이다. 이후 ‘조국 사태’가 1년이 넘도록 우리 사회를 양분하고 있다. 최근 출간된 이른바 ‘조국백서’와 ‘조국흑서’를 놓고 또 한 번 진영이 갈라졌다. 

    “그런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 자체가 국론 분열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하니 서글프다. 양쪽 모두 공고한 지지층이 있다. 문제는 열성팬들이 아니라 논리를 제공하고 부추기는 치어리더들이다. 나는 그 치어리더가 정치인이라고 본다. 국민을 통합하는 것이 아니라 분열시키면서 자기 진영에 대한 공고한 지지, 열광적 지지를 자양분 삼아 정치적 몸집을 키우는 분들이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는 과연 어떤 정치인일까, 분열에 기여했나 통합에 기여했나 뒤돌아본다. 

    내가 조국 민정수석을 향해 ‘먼저 사의를 표함으로써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드리는 게 비서 된 자로서 올바른 처신’이라고 한 것이 2018년 12월 2일이다.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 비위 논란이 터져 나오기 시작할 때다. 민정수석실은 인화성 높은 위험물질 저장소 같은 곳이다. 불똥 하나 튀면 다 터지고 결국 대통령한테까지 화가 미친다. 그런 위험한 장소에서 ‘쥐불놀이’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대통령을 모시는 비서 된 자로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해 책임지고 나가라고 했는데 (조국 사태가) 이렇게 커졌다. 

    조국 전 장관이 페이스북 정치를 계속하는 것은 호랑이 등에 올라탔기 때문이 아닐까. 내리면 잡아먹히니까 계속할 수밖에. 2년 전에도 ‘늑장’ 대응보다 ‘과잉’ 대응이 훨씬 적절하다고 했는데 너무 늦었다.”

    “민주당에 남은 시간은 길지 않다”

    -김종민 민주당 수석최고위원이 “조국흑서 100권 내도 40%는 조국 편”이라고 한 반면 조 의원은 야당을 지지한 40%가 넘는 국민의 뜻도 헤아려야 한다고 했다. 

    “김 수석이 말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율 40%이고, 나는 21대 총선에서 당시 미래통합당을 찍은 40%를 말한 거다. 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의석수는 큰 차이가 났지만 지역구 득표율 차이는 8% 포인트였다. 우리를 지지하지 않은 40%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는 말이다. 앞으로는 누가 더 실수를 많이 하느냐, 누가 더 악재가 많으냐의 싸움이다. 국정을 책임지고 집행하는 것은 여당이니까 우리 쪽 수비 전선이 훨씬 더 길다. 그만큼 위험요소도 우리가 많다고 봐야 한다. 지금까지는 ‘야당 복이 많다’는 말을 들었는데. 국민의힘이 하는 것을 보니 야당 복은 끝난 것 같다. 강성 태극기부대와 결별하려는 움직임을 긍정적인 눈길로 봐주는 국민이 꽤 많다. 우리한테 남은 시간은 그렇게 길지 않다.” 

    20대 국회에서 ‘조금박해’라는 말이 등장했다. 민주당 내에서 쓴소리 하는 조응천, 금태섭, 박용진, 김해영 의원 4명을 가리킨다. 21대 국회의원 배지를 단 사람은 조응천, 박용진 두 명뿐이다. 21대 국회에서 조응천 의원의 칼이 무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는 당분간 접어도 좋겠다. 조응천은 21대 국회에서도 민주당이란 거대한 잠수함 속 토끼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의 자성은 “좋은 게 좋다고, 미운 털 박힐 일을 더는 하지 말아야겠다고, 나는 이미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았느냐고, 이른바 ‘조금박해’도 존재감이 없어지지 않았느냐고 수시로 자기검열했음을 고백합니다”로 끝나지 않는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위기가 느껴진다면 책임 있는 정치인들은 솔직하게 위기라고 떠들어야 마땅하다. 그건 탄광 속 카나리아도, 잠수함의 토끼도 할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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