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호

장관까지 고발? 여가부 초등생 성평등 추천도서 ‘외설 논란’ 일파만파

[인터뷰]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 “적나라한 성교행위 묘사…이게 초등생 추천도서?”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입력2020-09-23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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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천도서 ‘고추를 X에 넣어 몸을 흔들지. 신나고 멋진 일’

    • “성기·성교·체위 구체적 묘사…조기 성애화, 동성애 조장”

    • “同性 연인이 엄마 아빠라고 가르치며 인권이라니…”

    • 맘 카페 “책 회수 하라” 댓글 쇄도, 국민청원에도 4건 올라

    • 문제제기 직후 여가부 책 일부 회수…장관은 ‘음란물 배포’ 고발당해

    • 1300여 권 여전히 도서관 비치…교육청 “대출 금지하거나 부모 동의”

    • “내가 구시대적?…우리가 덴마크 성문화 따라야할 이유 뭔가”

    • 학부모단체 “여가부가 포르노 같은 동화책을 비치했다” 반발

    • 국회 여가위 與 의원들 장관 상대 “하루아침에 정책이 바뀌었다” 성토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 [조영철 기자]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 [조영철 기자]

    여성가족부의 ‘나다움 어린이책 사업’ 파문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시민단체가 아동복지법상 정서적 학대 및 음란물 배포 혐의로 여가부 장관을 고발하고,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문제의 책을 회수하라는 4건의 청원이 올랐다. ‘맘 카페’에는 사업으로 초등학교에 보급한 책 내용을 우려하는 학부모들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 

    ‘나다움 사업’은 여가부가 어린이들의 성(性)별 고정관념을 깨고 편견에서 벗어나게 한다는 취지로 전문가들이 추천한 책을 초등학교에 배포하는 사업. 2018년 12월 여가부와 기업(롯데지주),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협약으로 진행했다. 롯데지주가 3년 간 9억 원(연도별 3억 원)을 후원하고, 여가부는 도서 선정 위원을 추천하고 전국 초등학교에 신청을 받고 사업을 독려했다. 

    지난해 전국 5개 초등학교에 7종 10권의 책이 보급됐고, 올해는 10개 초등학교를 선정해 새로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정부와 기업이 좋은 책을 학교에 지원하는 것은 박수 받을 일이지만, 이 사업은 김병욱(43) 국민의힘 의원의 문제제기로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김 의원은 8월 25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책 내용이 노골적으로 동성애를 조장하고 조기 성애화 문제를 야기한다”며 사업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했고, 교육부는 즉각 초등학교에 보급된 책 회수에 나섰다. 9월 10, 18일 김 의원과의 대면‧전화인터뷰를 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동성애·동성혼이 일반적인 문화인가”

    ‘나쁜교육에분노한학부모연합’ 등 학부모단체들이 8월 20일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포르노 같은 동화책을 초등학교에 비치하는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나쁜교육에분노한학부모연합 제공]

    ‘나쁜교육에분노한학부모연합’ 등 학부모단체들이 8월 20일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포르노 같은 동화책을 초등학교에 비치하는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나쁜교육에분노한학부모연합 제공]

    -‘나다움 사업’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이유는 뭔가. 

    “집에 애가 셋인데, 큰애와 둘째는 초등학생이다. 평소 아들이 결혼과 출산에 대해 물으면 성의껏 답변하려고 어린이 성교육 관련 책을 보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 지인이 문제가 된 책 얘기를 하면서 ‘이건 너무 심하다’하기에 봤더니 가히 충격적이었다. 우선 초등 저학년들이 적나라하게 표현된 성교행위 삽화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곡 이런 책을 좋은 책이라고 선정해서 학교에 보급해야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더욱 놀란 것은 이성(異性) 배우자가 아닌 동성 연인이 엄마 아빠로 등장해 손을 잡고 아이들과 가족이라고 보여주는 대목이다. 동성혼을 인권이라고 가르친다. 동성애는 개인적 취향이자 결정이고, 피치 못해 성전환 수술을 받는 사람도 있는 만큼 그들의 결정은 존중한다. 그들이 차별받지 않아야한다는데도 동의한다. 그런데 동성애나 동성혼이 어린이들에게 일반적인 경향이자 문화로 전달하는 교육은 문제가 있다고 봤다. 동성 커플이 아이를 돌보는 삽화를 보여주며 인권이라고 강조하는 책을 아이들이 보고 어떤 생각을 하겠나. 아이들은 어떻게 생각하겠나.” 

    -그래서 국회 교육위에서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는 차원이 아니라 동성애, 동성혼 자체를 미화하고 조장하는 내용까지 담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나. 

    “그렇다. 어른이 보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적나라하게 성관계를 표현한 책을 초등학교에 보급한 이유를 따져 물었다. 당시 책 내용을 PPT로 보여줬더니 여당 야당 할 거 없이 많은 의원들이 아연실색했다.” 



    김 의원의 문제제기에 앞서 ‘나쁜교육에분노한학부모연합’ 등 23개 단체는 8월 20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여가부가 포르노 같은 동화책을 초등학교에 비치했다”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 의원이 문제제기한 책 중 ‘아기는 어떻게 태어날까’는 1971년 덴마크에서 출간 돼 오랫동안 성교육 도서로 읽혔는데. 

    “나의 문제제기를 ‘구시대적’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주로 그 책을 예로 든다. 그런데….” 

    김 의원이 테이블 위에 놓인 책을 펴 기자에게 건넸다. 나체의 엄마 아빠가 부둥켜안은 삽화 아래에는 “아빠 고추가 커지면서 번쩍 솟아올라. 두 사람은 고추를 X에 넣고 싶어져. 재밌거든”이라는 글이 실렸다. 다음 장에는 성기 삽입 장면이 자세히 묘사돼 있고 “아빠는 엄마의 X에 고추를 넣어. 그러고는 몸을 위아래로 흔들지. 이 과정을 성교라고 해, 신나고 멋진 일이야”라는 설명이 달렸다.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혼인이 성립된다’

    맘 카페 등에는 여성가족부의 ‘나다움 책’ 사업을 성토하며 책 회수를 주장하는 학부모들의 댓글이 올라오고 있다. [맘 카페 화면 캡처]

    맘 카페 등에는 여성가족부의 ‘나다움 책’ 사업을 성토하며 책 회수를 주장하는 학부모들의 댓글이 올라오고 있다. [맘 카페 화면 캡처]

    “성기 삽입 과정을 이렇게 자세히 그림으로 묘사하고, 발기되는 걸 설명하는 게 우리나라 초등학생들에게 적합한 내용인가. 가치관이 성립되기 전인 어린이들에게 성교가 ‘재밌다’ ‘신난다’고 소개하는 건 성적 호기심을 유발할 수 있고, 조기 성애화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그리고 덴마크 등 북유럽의 성문화와 의식을 우리가 따라야할 이유는 뭔가. 덴마크는 유럽에서도 뒤늦게 2015년에야 동물 매춘을 금지할 정도로 우리와 성문화가 다르다. 그런 나라의 문화를 우리 아이들이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야한다? 나는 동의할 수 없다. 

    성적 표현도 문제이지만, 다양한 가족 유형을 알려준다며 동성혼을 소개한다. 어른들은 ‘아 그런 가족들도 있구나’ 하고 생각하겠지만, 정부가 추천한 책을 통해서 이러한 가족 구성을 인권이라고 아이들에게 가르친다면 말은 달라진다. 우리 헌법은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혼인이 성립된다’고 규정하는데 정부가 나서서 반(反)헌법적 교재 우려가 있는 책을 우수도서라고 소개하는 게 말이 되나. 일반 책이라면 ‘저런 책도 있구나’하고 넘어갈 일이지만 이건 경우가 다르다.” 

    헌법 제36조는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고 규정한다. 그의 말처럼 책 내용이 알려지면서 맘 카페 등에는 우려하는 학부모들의 목소리가 댓글로 올라오고 있다. 

    “헐 이게 교과서에요? 학생들 자극하는 거 같아요” “(성교가 재미있다고 표현한 글과 관련해) 재미있으니까 나도 할래’라고 하면 뭐라고 대답해 줘야하나요” “포르노 성인 잡지를 학교에 뿌리다니…” “아무리 애들이 똑똑하고 빠른데도 나중에 알아야할 부분은 좀 더 있다 알려줘도 될 듯”이라는 글이 잇달았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도 “책을 회수해 달라” “이런 책을 배포한 여가부를 폐지해 달라”는 청원이 4건 올라 9월 22일 오후 4시 현재 모두 9만4961명이 동의했다. 

    -김 의원의 문제제기 직후 교육부는 책을 회수한다고 밝혔다. 

    “학부모들 반발이 커서인지 그날(8월 25일) 밤에 연락이 와서 ‘회수하겠다’고 하더라. 본인들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 한 거 아닌가. 그런데 여가부가 지난해 5개 초등학교에 보급한 7종 10권, 총 50권만 회수한다고 하더라. 문제의 책은 전국 교육청 산하 도서관에만 1300여 권이 비치돼있고, 서고 위치도 대부분 유아‧어린이 서고에 꽂혀있다. 각 교육청 관계자들도 ‘부모의 독서 지도가 필요하다’며 당분간 책 대출을 금지하거나 부모 동의시 대출하겠다는 뜻을 전해오고 있다.” 

    김 의원은 17일 국회 대정부질문 자리에서도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이 문제를 지적했다. 유 부총리는 “양성평등 의식 속에서 건강한 성 교육을 받도록 하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공식 도서로 나간 게 아니라 기업이 기증하는 책이라 교육부와 협의할 사안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도서를 선정한 위원은 누구인가. 

    “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 문예학부 교수, 초등 교사, 아동청소년 작가 등 6명이 참여해 2010~2019년 출간된 1200여 종을 검토하고 심사를 거쳐 최종 134종을 선정했다고 하더라. 여가부에 확인해보니 8월 13~20일 사이에만 동성애 내용과 성관계 묘사 등이 부적절하다는 민원 12건이 제기됐다.” 

    김 의원의 문제제기 이후 이정옥 여가부 장관은 8월 31일 나다움 어린이책 사업과 관련 “기업의 사회공헌 일환으로 여가부는 전문성 있는 심사위원을 추천한 것”이라며 “문화적 수용성 문제로 논란이 예상되면서 사회적 갈등 요인이 부각되는 것을 원하지 않아 회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9월 1일 이 장관을 상대로 하루아침에 정책이 바뀌었다고 성토한 반면 보수 시민단체 자유대한호국단은 같은 날 이 장관을 아동복지법상 정서적 학대 및 음란물 배포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文 비판’ 대자보 붙였다고 건조물침입범 만들어서야”

    기자는 이즈음 그가 발의한 법안으로 말머리를 돌렸다. 김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는 풍자 대자보를 붙였다가 지난 6월 1심에서 유죄(건조물침입죄) 판결을 받은 김모(25)씨 사례를 예로 들며, 남의 건물에 들어갔더라도 소유자나 점유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을 경우 건조물침입으로 처벌할 수 없도록 하는 형법 일부개정안을 최근 발의했다. 형법 제319조(주거침입, 퇴거불응)는 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에 침입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보수 학생단체인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회원인 김씨는 지난 6월 ‘신동아’ 단독인터뷰에서 “대학 캠퍼스 건물 문을 부수고 들어간 것도 아니고 대학 측이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밝혔는데도 건조물침입범을 만들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형법개정안을 발의한 이유는 뭔가. 

    “헌법 가치인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고,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발의했다. 대학생이 대통령과 정부 정책을 비판한 대자보를 붙였다고 범죄자로 만든 건 민주주의의 퇴보아닌가. 생각해보라. 청와대 국민청원이나 김씨가 붙인 대자보나 모두 국민의 생각을 밝히는 통로 아닌가. 문 대통령도 대통령 후보 시절 국민들의 납득할 만한 비판은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표현의 자유가 있는 나라에서, 그 것도 누구나 드나드는 대학에 들어가 대자보를 붙였다고, 특히나 대학 측이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밝혔고 피해도 없는데 건조물침입죄를 씌우는 게 말이 되나. 김씨 사례는 이 정부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족쇄’를 채우는 시범케이스라고 본다.” 

    -당시 표현의 자유가 후퇴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아이러니한 게 현재의 집권층, 즉 386 출신들은 과거 누구보다도 표현과 집회의 자유를 강력하게 주장했는데 지금은 언로(言路)를 막고 말을 하지 말라고 한다. 정부 비판 집회에 나온 사람들에게는 여러 구실을 대면서 범법자로 몬다. 결국 네 편 내 편 따지니 법을 정교하게 만드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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