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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바나] 1020세대 ‘보험사기단’ 기승, 이유 알고 보니…

SNS로 사기단 모집, 타인 명의 렌터카로 사고 내고 잠수

  •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사바나] 1020세대 ‘보험사기단’ 기승, 이유 알고 보니…

  • ● 코로나19 확산 후 보험사기 인원·금액 모두 증가
    ● 보험금은 눈먼 돈? “보험사기를 알바쯤으로 인식”
    ● SNS에서 공격수·수비수 모집…중앙선 침범 차량 향해 ‘뒤쿵’
    ● 사고 합의금 높은 강남·서초·송파에서 보험금 청구 빈번
    ● “보험사기 확정판결 시 의무적으로 보험금 반환케 해야”
밀레니얼 플레이풀 플랫폼 ‘사바나’는 ‘회를 꾸는 ’의 줄임말입니다.

최근 렌터카, 공유차를 이용해 고의로 뒤에서 충돌하는 수법으로 추돌사고를 낸 뒤 보험금을 나눠 갖는 보험사기 범죄가 성행하고 있다. [GettyImage]

최근 렌터카, 공유차를 이용해 고의로 뒤에서 충돌하는 수법으로 추돌사고를 낸 뒤 보험금을 나눠 갖는 보험사기 범죄가 성행하고 있다. [GettyImage]

지난해 2월 25일. 젊은 층이 주로 모여 소통하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물이 하나 올라왔다. ‘경기 수도권 지역에서 보험빵 범행을 계획하고 있다. 뒤쿵 공격수 모집한다’는 내용이었다. 군데군데 등장하는 뜻 모를 단어는 요즘 인터넷 공간에서 보험범죄 가담자를 모집할 때 자주 쓰이는 표현이다. ‘보험빵’은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서 보험금을 타낸다’는 의미의 은어다. ‘뒤쿵’은 ‘뒤에서 쿵 들이받는다’의 줄임말로, ‘주행 중 차선을 변경하는 수법으로 고의로 사고를 유발해 보험금을 챙긴다’는 뜻이다. ‘공격수’는 ‘사고를 일부러 내는 운전자’를 뜻하는 용어다.

지난해 18.8% 급증…SNS와 온라인 커뮤니티가 창구

때마침 이 게시물을 본 20대 A씨는 용돈을 벌 수 있겠다는 생각에 작성자 B씨를 오픈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만나 교통사고를 가장한 사기극을 벌이기로 공모했다. 다음 날 A씨는 일당인 C씨가 소유한 다마스 자동차 운전석에 올랐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강서구청 인근 도로에서 배회하다가 좌회전 차선에서 진로를 바꾸며 직진하던 K5 승용차의 오른쪽 뒤편을 고의로 들이받았다. 차에는 A씨를 포함한 일당 3명이 타고 있었다. 사고 후 이들은 상해를 입고 자동차가 파손됐다며 보험금 926만 원을 타냈다. 보험사를 속이는 데 성공한 A씨와 일당은 또다시 교통사고를 낸 뒤 같은 수법으로 보험금을 타려다 경찰에 적발됐다.

담당 수사관은 “A씨를 제외한 일당은 2019년 10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총 5회에 걸쳐 보험사로부터 합의금 총 4536만 원을 받아 편취했다. 경찰과 보험사의 추적을 피해기 위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공격수를 매번 새로 모집하는 치밀함도 보였다”고 설명했다.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보험금을 타내기 위한 사기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4월 27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0년 보험사기 적발 현황’을 보면, 지난해 보험사기로 적발된 인원은 9만8826명으로 전년(9만2538명) 대비 6.79% 증가했다. 보험사기 금액은 8986억 원으로 2019년(8809억 원) 수치와 비교하면 2.0% 늘었다.



지난해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돌았던 ‘뒤쿵 아르바이트’ 보험사기 모집 게시물. 뒤쿵은 고의로 뒤에서 충돌하는 수법으로 추돌사고를 낸 뒤 보험금을 나눠 갖는 보험사기를 뜻하는 은어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지난해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돌았던 ‘뒤쿵 아르바이트’ 보험사기 모집 게시물. 뒤쿵은 고의로 뒤에서 충돌하는 수법으로 추돌사고를 낸 뒤 보험금을 나눠 갖는 보험사기를 뜻하는 은어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눈여겨볼 점은 젊은이의 범죄 비중이 가파르게 상승한다는 것. 지난해 보험사기로 적발된 10~20대는 1만8619명으로 2019년(1만5668명)보다 적발 비중이 18.8% 상승했다. 통상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해 온 50대의 경우 전체 적발 인원 대비 비중이 2019년 25.9%(1만5668명), 2020년 24.9%(1만8619명) 등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보험사기 유형별로는 손해보험을 이용한 보험사기가 전체의 91.1%(8025억 원)에 달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이후 병원 방문을 기피하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허위·과다 입원은 감소한 반면, 고의 사고와 자동차 사고 과장 청구는 증가했다.

정재용 금융감독원 보험사기대응단 팀장은 “10~20대의 보험사기 비중 증가세가 가파른데, 이는 2019년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보험사기단에 가담하는 10~20대 비중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 팀장은 또 10~20대로 구성된 보험사기단의 특징에 대해 “고의로 자동차 사고를 일으킨 뒤 병원 원장 등과 공모해 허위 진단서를 발행받고 보험사에 과도한 진료비와 수리비를 받아내는 수법을 즐겨 사용한다”고 부연했다.

보험금은 눈먼 돈? “보험사기 알바쯤으로 인식”

고의로 자동차 사고를 일으킨 뒤 병원 원장 등과 공모해 허위 진단서를 발급받고 보험사에 과도한 진료비와 수리비를 받아내는 행위는 엄연한 불법이다. 현행 보험사기방지특별법(특별법) 제8조에는 부정한 방법으로 보험사기를 벌인 사람은 10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벌한다고 규정돼 있다. 2016년 제정된 특별법상 보험사기는 ‘보험사고의 발생, 원인, 내용에 관해 보험자를 속여 보험금을 청구하는 행위’로 정의한다.

수년 전부터 정부와 금감원, 수사기관, 보험업계가 나서서 보험사기를 근절할 대책과 법적 장치를 마련했음에도 10~20대 보험사기가 이처럼 갈수록 횡행하는 이유가 뭘까. 전문가들은 그 근저에 사회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우리 사회에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는 가운데 청년실업, 고용불안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청년이 많아지면서 한탕을 노리고 보험사기에 뛰어든다는 것. 보험사기 범죄가 늘어난 배경에는 희박한 죄의식도 자리 잡고 있다. 이차민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 파트장은 이렇게 말한다.

“예나 지금이나 보험금을 ‘눈먼 돈’으로 여기는 풍조가 사라지지 않는다. 보험사기는 그 자체가 범죄일 뿐 아니라 A씨 사례와 같이 교통사고를 고의로 내는 수법은 중대한 교통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는 점에서 죄질이 매우 무겁다. 또 보험사의 건전 경영을 헤쳐 궁극적으로는 전 국민의 보험료 인상이라는 경제적 부담을 불러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보험사기를 중대한 사회적 범죄로 인식하지 않아 지탄하고 비난하지 않으니 10~20대마저 보험범죄에 가담하는 행위를 손쉬운 아르바이트쯤으로 가볍게 인식한다. 더욱이 사회 경험이 적고 경제적으로 궁핍한 청소년이나 사회 초년생은 보험사기 브로커의 주요 표적이 된다.”

SNS에서 공격수·수비수 모집, 차량은 렌터카

보험사기 범죄 수법은 교묘하고 지능적이다. 최근 10~20대 사이에서 성행하는 보험사기 방식은 렌터카를 사용하는 경우. 렌터카는 운전면허증을 소지하고 운전자 연령 요건만 갖추면 쉽게 차량을 빌릴 수 있다. 렌터카 사용료만 지불하면 사고 발생 시 임차인의 보험료 할증 부담이 전혀 없다. 이 때문에 렌터카는 10~20대 보험범죄 수단으로 악용된다.

렌터카를 이용한 구체적인 보험사기 수법은 이렇다. 먼저 렌터카에 운전자인 공격수 외 마네킹(차량에서 교통사고를 당하는 역할)인 동승자 3명 이상 탑승한다. 공격수는 주로 주차 공간이 부족해 도로변에 불법 주차하는 차량과 장소를 물색한 후 배회하다가 중앙선을 침범한 차량이 있으면 고의로 사고를 일으킨다. 더러는 정상적으로 운행 중인 차량 뒷부분을 곧장 들이받는 방식으로 고의 사고를 유발하기도 한다. 만일 범행 대상 차량을 물색하는 게 여의치 않다면 렌터카 2대를 빌려 각각 4명씩 탑승해 뒤차가 앞차를 들이받는 수법으로 고의 사고를 일으킨다. 피해 차량에 최대한 많은 인원을 탑승시킨 후 병원에 입원해 진료를 받으면 보험사로부터 더 많은 보험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보험사기단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보험사기에 가담할 공범들을 모집한다. 가해 차량과 피해 차량 운전자를 연결해 주는 중개자 역할, 가해 차량과 피해 차량 공격수와 수비수 역할을 나누고, 보험금을 역할에 따라 차등 배분한다.

10~20대의 렌터카 이용을 제한한다 해도 이들의 보험사기 범행을 차단하기 어렵다. 타인 명의로 얼마든지 렌터카를 이용할 수도 있기 때문.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에는 여전히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대가로 렌터카 계정을 임대해달라는 내용의 글이 수시로 올라온다. 렌터카 계정 임대 게시물을 흔히 볼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수요가 많다는 의미다. 이 과정에서 보험사기단은 선량한 사람을 자신도 모르는 새 보험사기범으로 만들기도 한다. 보험사기범들이 타인의 렌터카 계정을 이용해 고의 사고를 낸 후 종적을 감춤으로써 계정 주인은 자신도 모르는 새 보험사기범이 되고 그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것이다.

부산경찰청은 7월 30일 교통법규 위반 차량을 골라 상습적으로 고의 교통사고를 내고 수억 원대 보험금을 챙긴 일당 8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부산경찰청 제공]

부산경찰청은 7월 30일 교통법규 위반 차량을 골라 상습적으로 고의 교통사고를 내고 수억 원대 보험금을 챙긴 일당 8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부산경찰청 제공]

서울 강남·서초·송파 지역 보험금 청구 많은 까닭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전역은 물론 경기 안산과 부천, 인천 등에서 10~20대 여러 명이 탑승한 차량에서 교통사고를 내고 상해를 입었다며 보험금을 청구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김형관 렌터카공제조합 부장의 부연 설명은 이렇다.

“서울 강남구·서초구·송파구는 사고 합의금이 높다는 점 때문에, 경기 안산·부천, 인천이 학교 밖 청소년이나 20대 초반 또래의 집결지라는 점 때문에 보험사기 다발 지역으로 꼽힌다. 이처럼 특정 지역에서 계속 범죄를 저지르면 경찰이나 보험사 직원들에게 얼굴이 알려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보험사기단은 지방 도시는 물론 제주도로 가서 원정 보험사기 범행을 이어간다.”

최근에는 실제 차량에 탑승하지 않은 이들의 인적사항과 대포통장 계좌번호를 이용해 보험금을 허위 청구하는 신종 수법도 성행하고 있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보험사 직원이 비대면으로 교통사고를 조사하는 제도의 한계점을 노린 것이다. 국내 보험사 보험사기 조사전담팀(SIU) 소속 한 조사관은 “사실상 운전자와 동승자의 인적 사항을 확인할 길이 없다 보니 이들을 상대로 한 구상금을 청구해 부당이득에 대한 환수 절차조차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10~20대 신종 보험사기 범죄로 인한 보험금 누수는 보험사에 재정 부담을 안길 뿐 아니라 보험료 및 렌터카 비용 인상 등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는 점이다. 선량한 보험 가입자, 렌터카 이용자에게까지 피해가 돌아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보험사기 확정판결 시 의무적으로 보험금 반환케 해야”

보험업계는 이런 문제를 막자면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형관 부장은 “보험사나 렌터카공제조합에서 사기범이 보험사기로 편취한 보험금을 환수하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소송 기간만 2~3년가량 소요되는 데다 그사이 사기범들이 범행을 계속 이어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보험사기로 확정판결을 받은 사기범에게 지급받은 보험금을 반환할 의무를 부여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렌터카 교통사고 3회 이상 유발한 사람만을 따로 추려내 전국의 렌터카 업체와 공유함으로써 사기범을 최대한 걸러내야 한다”고 말했다.

10~20대 보험사기단으로 인해 보험사기 피해가 빈발하자 금감원과 보험업계가 자동차 보험사기 예방법 홍보에 나섰다. ‘보험회사 보험사기신고센터’ 사이트(www.fss.or.kr/fss/insucop/sago.jsp) 및 콜센터(1332)를 개설하고 보험사기 신고 방법을 금감원과 각 보험사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이차민 파트장은 “비슷한 연령대의 사람이 가득 탄 차량이 교통사고를 일으켰다면 고의 사고를 유발한 다음 탑승객의 합의금을 노리는 보험사기일 확률이 높다”며 소비자의 주의를 당부했다.

#보험사기 #보험빵 #뒤쿵 #신동아



신동아 2021년 11월호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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