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31.1%, 尹 29.8%, 洪 17.6%
李 40대, 尹 60대, 洪 20대 강세
李 광주·전남서 과반, 尹 TK서 42.0%
집값 폭등 서울…尹·洪 도합 48.0%
李 서울 지지율, TK보다 0.2%포인트↓
이낙연 지지층 결집 못해…30% 박스권
10월 1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서울 합동연설회에 참석한 이재명 경기지사(왼쪽)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원대연 동아일보 기자]
하지만 부정적 지표도 여럿 엿보인다. 우선 서울에서 올린 지지율이 민주당의 전통적 험지로 꼽히는 영남권(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 지지율보다도 낮았다. 경기·인천에서는 야당 후보보다 우위에 있었지만 도드라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대선후보 확정 뒤 지지율이 상승하는 ‘컨벤션(전당대회) 효과’는 누리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다 보니 여론조사 다자 구도에서는 부동의 1위인데 좀체 29~31%를 벗어나지 못하는 박스권에 갇힌 형국이다. 이 지사의 지지율은 임기 말에 들어선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도보다도 10%포인트 이상 낮았다.
40대 얻은 이재명, 20대 얻은 홍준표
뒤이어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3.5%,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2.5%, 원희룡 전 제주지사 2.5%, 심상정 정의당 의원 1.8%,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0.4% 순이었다. 이번 조사는 이들 8명을 문항에 넣어 응답자에게 묻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세대별로 보면 이 지사는 30대, 40대, 50대에서 강세를 보였다. 30대에서는 29.6%를 얻어 홍 의원(25.2%)과 윤 전 총장(20.9%)을 제쳤다. 특히 40대에서 강세가 두드러졌는데, 이 지사는 36.8%를 기록해 2위 윤 전 총장(26.3%)을 10.5%포인트 차로 앞섰다. 1970년대생이 대부분인 40대는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의 대표적 콘크리트 지지층으로 꼽힌다.
윤 전 총장은 60대 이상(44.2%) 고령층에서 초강세를 보였다. 홍 의원은 1819세, 20대 등 청년층에서 30.6%의 지지율을 보여 23.6%인 이 지사를 오차범위 바깥에서 앞섰다. 당내 경쟁자인 윤 전 총장(14.1%)과 비교해서는 20대에서 두 배 이상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30대에서도 홍 의원이 윤 전 총장보다 4.3% 우세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일어난 ‘조국 사태’와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으로 공정성에 대한 MZ세대(1980~2000년 출생)의 감수성이 짙어진 가운데 홍 의원이 대입 수시 폐지, 사법고시 부활 등을 공약하면서 관심을 끈 결과로 해석된다.
성별로 보면 남성의 33.3%가 이 지사를, 28.0%가 윤 전 총장을, 23.0%가 홍 의원을 지지했다. 여성의 경우 양상이 사뭇 달랐는데, 윤 전 총장이 31.5%로 이 지사(28.8%)보다 우위를 보였다. 홍 의원은 남성에 비해 여성 지지율(12.3%)이 10.7%포인트 낮았다. 향후 홍 의원이 여성층에서 표의 확장성을 보일지 여부가 야권 경선의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지역별로 보면 이 지사는 경기·인천, 대전·충청·세종, 광주·전라, 강원·제주에서 우위를 보였다. 경기·인천에서는 32.5%를 얻어 윤 전 총장(27.2%)을 오차범위 바깥에서 앞섰다. 다만 경기도가 이 지사의 정치적 본거지(本據地) 역할을 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격차가 크지 않다.
민주당 전통적 텃밭인 호남에서는 이 지사가 과반 지지율(50.2%)을 기록해 홍 의원(19.2%)과 윤 전 총장(7.3%)을 크게 앞질렀다. 캐스팅보트로 꼽히는 충청권에서도 35.6%의 지지율을 보이며 충청에 연고를 둔 윤 전 총장(29.2%)을 이겼다. 강원·제주에서도 32.5%의 지지율을 얻어 윤 전 총장(30.9%)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朴 수사했던 尹, TK 교두보 확보
윤 전 총장은 서울과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에서 우세했다. 서울에서는 33.6%를 기록해 23.7%에 그친 이 지사를 10%포인트 가까이 크게 앞섰다. 대구·경북(TK)에서는 42.0%를 얻어 이 지사(23.9%)와 당내 경쟁자인 홍 의원(20.4%)을 모두 제쳤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이른바 적폐 수사를 주도한 이력에도 불구하고 보수의 안방에서 탄탄한 지지세를 확보한 모양새다.반면 대구에 연고를 두고 있는 유 전 의원은 TK에서 2.9%를 얻는 데 그쳐 오차범위 내이긴 하지만 원 전 지사(3.3%)보다도 뒤졌다. 대선의 또 다른 승부처인 부산·울산·경남(PK)에서는 윤 전 총장이 36.9%를 보이며 이 지사(26.0%), 홍 의원(22.1%)을 앞질렀다.
이번 조사에서 서울 지표를 주목할 만하다. 서울에서 여당 주자인 이 지사가 기록한 지지율 23.7%는 그가 TK(23.9%)와 PK(26.0%)에서 얻은 지지율보다도 낮다.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심상정 정의당 의원의 서울 지지율(2.4%)을 더해도 26.1%다. 이는 다자 구도로 치러진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민주당 후보의 서울 득표율(42.3%)에 크게 못 미친다. 2010년 이후 서울은 민주당 강세 지역으로 꼽혀왔다. 2012년 대선에서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에 이겼지만, 서울서만큼은 문 후보가 과반 득표(51.4%)를 기록했었다.
야당 우위로 기류가 바뀐 서울 민심은 집값 급등에 대한 불만 표출로 풀이된다. 집권 초부터 ‘집값 안정화’를 공언했던 문재인 정부가 28번이나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음에도 외려 집값이 치솟는 결과로 이어졌다. 또 올 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땅투기 의혹에 이어 최근에는 ‘대장동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부동산 약탈국가’(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양상이 나타나는 모습이다.
정당별로 보면 민주당 지지자의 71.3%가 차기 대선후보로 이 지사가 적합하다고 봤다. 다만 민주당 지지자의 11.6%는 여론조사 문항에 없는 기타 후보를 택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지지자의 55.5%가 윤 전 총장을, 29.5%가 홍 의원을 지지했다. 유 전 의원과 원 전 지사는 국민의힘 지지자 사이에서 각각 3.2%와 3.9%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민주당의 경우 후보 확정 뒤 지지율이 오르는 ‘컨벤션 효과’도 미약하다. ‘경향신문’이 민주당 경선 전인 10월 3~4일 이틀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차기 대통령감으로 누가 적합한가”라는 질문에 이 지사는 31.1%로 선두를 차지했다. 이어 윤 전 총장(19.6%), 홍 의원(14.1%), 이 전 대표(10.1%) 순이었다.
조사 기관과 방식에 따른 차이는 있지만, 이 조사와 이번 신동아 조사를 비교하면 이 지사의 지지율은 대동소이(31.1%→31.0%)한데 윤 전 총장(19.6%→29.8%)과 홍 의원(14.1%→17.6%)은 또렷한 상승세를 보였다. 달리 말하면 이 전 대표가 얻은 지지율 10.1%가 이 지사로 옮겨가지 않았다는 추론이 가능하다(‘경향신문’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21.0%.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즉 이 지사의 지지율은 좀체 하락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반등하지도 못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전문가 사이에서는 사실상 박스권에 갇혔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전문가들은 이 지사가 겪는 박스권 국면이 위험신호라고 보고 있다. 경선이 마무리돼 여당 후보로 유일하게 대선판에 남았는데도 40%는커녕 30% 유지조차 녹록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 지사의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힌 것은 분명한데, 어느 구간에서 갇혔느냐를 살필 필요가 있다”면서 “2012년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40% 구간을 좀체 벗어나지 못해 박스권에 갇혔다는 얘기를 들었다. 반면 이 지사는 지금 30%를 넘느냐 못 넘느냐의 상황이라 (과거 다른 후보와는) 종류가 다른 박스권”이라고 말했다.
임기 말 文, 미래 권력 李보다 인기?
이 지사의 지지율이 문재인 대통령 국정 운영 지지도보다 크게 낮은 점도 유심히 살펴볼 대목이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잘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41.6%로 집계됐다. 이 지사의 지지율은 이에 비하면 10.1%포인트가 낮았다. 이는 추후 대선 본선에서 이 지사가 문 대통령과 전략적 차별화를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추론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한편 이번 조사는 무선(90%), 유선(10%)을 병행한 ARS전화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3.0%다. 표본 추출 방법으로는 성·연령·지역별 기준 할당 추출법에 의한 유무선RDD 방식을 썼다. 이하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재명 #문재인 #윤석열 #홍준표 #이낙연 #신동아
*창간 90주년 기념 대선 여론조사 결과 및 상세 분석은 ’신동아‘ 11월호(통권 746호)에서 자세하게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