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호

역사, 문화, 예술, 여행…다양한 관심사로 엮은 유럽 풍경[책 속으로]

두터운 유럽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21-11-14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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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석하 지음, 안나푸르나, 588쪽, 3만5000원

    권석하 지음, 안나푸르나, 588쪽, 3만5000원

     ‘두터운 유럽’은 한두 문장으로 소개하기 쉽지 않은 책이다. 588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 안에 유럽의 역사, 문화, 예술, 여행 관련 정보를 꾹꾹 눌러 담았기 때문이다.

    30개에 이르는 챕터 개성도 제각각이다. 저자는 작가 ‘빅토르 위고’에 대해 이야기하다 화가 ‘뭉크’로 눈을 돌리고, 작곡가 ‘멘델스존’을 거쳐 영국 정치인 ‘처칠’의 삶을 소개하기도 한다. 도시, 절벽, 왕궁, 해변 등 유럽 내 여러 공간 또한 책의 주요 소재로 등장한다.

    인상적인 것은 무엇에 대해 다루든 책장 너머에서 오롯이 저자 자신의 목소리가 들린다는 점이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두고, 오랜 세월에 걸쳐 공부해 온 사람 특유의 여유와 자신감이 느껴진다. ‘굳고 깊다’라는 뜻을 가진 형용사 ‘두텁다’를 제목으로 쓸 만하다.

    “세상에는 수많은 아름다움이 존재해 삶이 고달프지만은 않다. 보고만 있어도 천국에 온 것 같은 전설적인 거장의 아름다운 회화 작품부터, 들으면 눈물을 흐르게 하는 음악의 아름다움, 그리고 봄 여름 가을의 들판을 수놓는 무수한 들풀과 들꽃의 아름다움, 그 위에서 지저귀는 새들의 노랫소리…. 이런 수많은 아름다움을 진정으로 고마워할 때 우리는 행복해진다.”

    책의 한 부분이다. 이 대목을 읽다 문득 “이것이 저자가 ‘두터운 유럽’을 쓴 진짜 이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바라보며 느끼는 기쁨의 기록’이 곧 책이 됐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다.



    저자는 1982년 무역상사 주재원으로 영국에 도착한 뒤 줄곧 해외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사이 영국의 정치, 역사, 문화, 건축 등 다양한 분야를 공부해 현지인도 따기 어렵다는 ‘예술문화역사 해설사(blue badge)’ 공인 자격증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슬쩍 풀어놓는다. 유럽 예술과 역사를 중심으로 흘러가는 책 1, 2부에서는 이런 저자의 내공이 드러난다.

    여행을 테마로 한 3부 분위기는 한결 가볍다. 저자는 “여행은 아편과 같다. 일상을 뒤로하고 짐을 싸서 낯선 먼 곳으로 떠나면 아편을 맞은 것처럼, 히피들이 ‘하이(high)’라고 하는 몽환 상태로 들어가는 것처럼 된다고 내가 하는 말이다. 여행에서 일상으로 돌아와도 마찬가지다. 그 몽환의 기억과 일탈의 달콤함을 못 잊어 또 다른 여행을 꿈꾸게 되는 중독성이 여행에는 있다”고 썼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끝나고 자유롭게 세계를 여행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유럽을 향해 떠나기 전 꼼꼼히 읽고 싶은 책이다.

    #유럽여행 #유럽문화 #비틀스여행 #bluebadge #신동아


    불안이라는 중독
    저드슨 브루어 지음, 김태훈 옮김, 김영사, 360쪽, 1만7500원

    인간은 왜 알코올, 초콜릿, 카페인, 스마트폰을 ‘끊지’ 못할까. 깊은 밤이면 찾아오는 ‘폭식’ 유혹은 결코 다스릴 수 없는 걸까. 미국 예일대 의대 정신과 교수로 특히 ‘중독심리학’ 분야 세계적 권위자로 손꼽히는 저자가 바로 이 문제를 다뤘다. 현대인이 빠져들기 쉬운 중독물질을 소개하고, 나쁜 습관을 만드는 뇌의 중독 메커니즘에 대해서도 설명해 준다.




    입학사정관의 시간
    김보미, 책과이음, 220쪽, 1만5000원

    입학사정관은 ‘대학 입시’의 최전선에 선 존재다. 매년 가을이면 막대한 양의 지원 서류를 보며 적합한 신입생을 선발하는 게 그의 임무다. 지난 10년간 성균관대, 서강대에서 입학사정관으로 일한 저자가 숨 가쁜 대입 현장에서 바라본 입시 풍경을 기록했다. “‘시험과 평가’를 넘어 ‘미래와 성장’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이야기”라는 설명이 눈길을 붙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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