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 칼칼 향기로운 어죽의 매력
민물고기를 푹 끓여 만든 육수에 향신 채소를 넣고 밥을 말아 걸쭉하게 익혀내는 어죽. [한국관광공사 제공]
어죽은 큰 강줄기가 있는 지역이라면 어디서나 먹는다. 내가 처음 어죽을 맛본 건 충남 금산 금강 근처였다. 민물고기를 잡아 푹 끓인 물을 체에 내려 고운 국물만 받는다. 여기에 대파, 마늘, 생강 같은 향신 채소를 넣고 고추장을 풀어 끓인다. 그 다음 밥이나 국수를 넣고 걸쭉하게 익혀 낸다. 되직한 국물에서 깊은 감칠맛이 나며, 얼큰함 가운데 구수함이 살아 있고 향도 좋다. 금산의 어죽에는 인삼이 들어가 특유의 향도 은은하게 난다.
이날 이후 모르는 동네에 가도 어죽집이 있으면 들어가 한 그릇 먹는데 대체로 맛있다. 어떤 집은 된장을 풀어 구수한 맛을 살리고, 어떤 곳은 감자를 한 덩이 넣기도 한다. 국물 농도, 재료, 맛이 집집마다 달라 먹는 재미가 좋다. 내가 자주 가는 파주 어죽집은 민물새우로 국물을 내 시원하고, 매운맛을 살려 칼칼하며, 깻잎을 듬뿍 넣어 향기롭다. 자극적인 맛을 좋아하는 내 입맛에 딱이다.
바다와 민물을 오가며 사는 작은 물고기 꾹저구로 만든 꾹저구탕. [동아DB]
전남 순천의 짱뚱어탕. 고소한 짱뚱어 육수에 된장을 풀고 시래기 등을 넣어 끓인다. [동아DB]
고소한 짱뚱어와 된장, 시래기 어우러진 향토 음식
아주 깨끗한 갯벌에서만 사는 짱뚱어는 한참 남쪽으로 내려가야 맛볼 수 있다. 전남 순천·영암·보성 같은 지역의 별미인데, 짱뚱어가 점점 귀해져 요리도 함께 귀해지는 상황이다. 짱뚱어는 겨울잠을 자기에 지금 이맘때 잡히는 것이 가장 고소하고 맛이 좋다. 짱뚱어로 밑국물을 낸 다음 육수를 거르는 데까지는 다른 어죽과 매한가지다. 단 이번에는 된장을 풀고 시래기를 넣다. 우거지나 무를 함께 넣기도 한다. 묵은 채소에서 우러나는 겨울 맛이 더해져 웅숭깊고 진하디 진하다.파주에서 시작해 꾹저구가 있는 강원 속초를 찍고, 다시 금강을 따라 내려간 다음 남쪽 갯벌에 들렀으니 동해 맛도 짚어보고 싶다. 여럿이 ‘우우’ 먹는 맛은 모리국수만한 게 없을 것 같다. 국물 맛을 내는 미더덕과 콩나물, 홍합 같은 조개류는 고정 재료다. 생선은 때마다 달라진다. 크고 깊은 냄비에 해산물과 채소를 넣고 푹 끓인다. 고추장, 고춧가루를 섞어 맛을 내고 마지막에 칼국수를 익혀 먹는다. 국수에서 나온 전분이 국물에 퍼지고, 국수가 육수를 삼켜 점점 걸쭉해진다. 너나 할 것 없이 젓가락질을 서둘러 가며 먹게 된다.
오들오들 떨며 식탁 앞에 앉아도 모리국수를 먹다 보면 어느새 이마에 땀이 송송, 등골까지 땀이 졸졸 흘러 몸과 정신이 개운해진다. 나라면 느릿느릿 대화가 오가는 술자리 안주보다는 다음날 눈이 번쩍 뜨이는 해장 음식으로 모리국수를 택하겠다.
자연산 홍합으로 끓인 섭국. 얼큰하고 뜨끈한 맛이 일품이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섭을 끓인 국물에 대파, 미나리, 양파 같은 향긋한 채소를 넣고 고추장을 풀어 푹 끓인다. 섭이 워낙 크니 살은 작게 잘라 넣는다. 밥과 달걀, 부추를 넣고 한소끔 끓여 완성한다. 진한 국물에 배어든 갖은 채소의 향과 달걀의 고소함, 쫄깃한 섭을 한 숟가락에 푹 떠서 맛볼 수 있다. 그릇 바닥이 드러날 때까지도 쉬 식지 않아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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