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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바나] 무물·트윗·RT·굿즈 제작, Z세대 ‘셀프 메이커’ 열풍

‘꼰대 취업’은 NO! 나만의 브랜드로 인생 승부수

  •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사바나] 무물·트윗·RT·굿즈 제작, Z세대 ‘셀프 메이커’ 열풍

  • ● 평범 20대 ‘무물’ 동영상 10일 만에 3만 조회수
    ● “태어난 지 8000일이라 이벤트 엽니다”
    ● 온라인 인지도 발판 삼아 취업 대신 브랜드 론칭
    ● “‘회사 부속품’ 신세보단 주도적으로 역량 펼치고 싶어“
밀레니얼 플레이풀 플랫폼 ‘사바나’는 ‘회를 꾸는 ’의 줄임말입니다.

Z세대는 자기가 가진 재능을 콘텐츠로 만들고, 온라인상에서 쌓은 인지도를 발판으로 나만의 브랜드를 제작하기도 한다. [GettyImage]

Z세대는 자기가 가진 재능을 콘텐츠로 만들고, 온라인상에서 쌓은 인지도를 발판으로 나만의 브랜드를 제작하기도 한다. [GettyImage]

‘패션 유튜버’ 한연수(25) 씨는 얼마 전 유튜브 계정에 ‘무물’ 동영상을 올렸다. ‘무물’ 또는 ‘무물보’는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의 줄임말로, 정확히는 질의응답을 의미한다. 이미지 또는 영상 기반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해시태그(#) 검색 시 자주 사용하는 용어이기도 하다. 계정 주인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등에 ‘무엇이든 물어보라’고 게시물을 올리면, 팔로어들은 평소 그에게 궁금했던 질문을 하고, 계정 주인은 각각의 질문에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최근엔 아예 계정 주인이 ‘생일, 키, 몸무게, 전공, 직업, MBTI 유형, 평소 착용하는 브랜드, 자주 가는 식당, 자주 보는 유튜브 채널’ 등의 질문 리스트를 만들어 올리고 그중 몇 번 질문이 궁금한지 골라보라며 소통을 이어가기도 한다.

“태어난 지 8000일이라 이벤트 엽니다”

인스타그램에서 ‘무물(무엇이든 물어보세요)’을 검색하면 노출되는 게시물들.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인스타그램에서 ‘무물(무엇이든 물어보세요)’을 검색하면 노출되는 게시물들.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이후 한씨 유튜브 계정에 올라온 ‘무물’ 동영상은 업로드 10일 만에 3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유명 연예인도 세계적인 브랜드도 아닌 평범한 20대가 자기소개하는 동영상에 적지 않은 사람이 호응을 한다니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이에 대해 이재원 이화여대 미디어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러한 온라인 문화는 인플루언서처럼 행동하려는 Z세대의 특징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이 연구위원은 “Z세대는 ‘디지털 네이티브’로 불리는 만큼 청소년 때부터 스마트폰을 사용해 인스타그램, 유튜버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데 익숙하다. 더군다나 요즘은 영상 한 편으로 하루아침에 누구나 인플루언서가 되는 세상이다 보니 ‘자기 콘텐츠화’ 방식으로 온라인 인지도를 쌓을 방법을 연구하는 게 Z세대에게 일상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다은(20) 씨는 4월 트위터에서 ‘리트윗(RT) 추첨 이벤트’를 열었다. 그는 “내가 태어난 지 8000일 되는 날을 맞아 사람들에게 기쁨과 행복을 선사하고 싶었다. 이 게시물을 RT 하는 팔로어들 가운데 10명을 추첨해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기프티콘을 선물했다”고 말했다. ‘RT’는 ‘리트윗(Retweet)’의 줄임말로, 누군가의 트윗을 자기 계정에 옮겨 내 팔로어들에게 그대로 보여주는 기능을 의미한다.

계정 주인이 자신의 생일이나 기념일, 팔로어 수 돌파 등을 기념하기 위해 RT 추첨 이벤트 게시물을 올리면, 팔로어들은 이 게시물을 리트윗하는 것으로 이벤트에 참여하게 된다. 김씨가 진행한 RT 이벤트에 참여한 인원은 약 1700명으로 집계됐다고 한다. 김씨는 “이벤트를 통해 나의 온라인 인지도가 어느 정도인지, 앞으로 얼마만큼의 노력이 들어가야 할지도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며 흡족해했다.



Z세대 사이에서는 자기가 태어난 날을 100일 단위로 기념하는 ‘셀프 백일잔치’ 이벤트를 여는 경우가 빈번하다. [GettyImage]

Z세대 사이에서는 자기가 태어난 날을 100일 단위로 기념하는 ‘셀프 백일잔치’ 이벤트를 여는 경우가 빈번하다. [GettyImage]

온라인 인지도 발판, 취업 대신 브랜드 론칭

이처럼 Z세대는 온라인에서 인지도를 쌓은 뒤 이를 발판 삼아 자기만의 상품을 제작하기도 한다. SNS에서는 ‘자기만의 굿즈’를 제작해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굿즈(goods)는 아이돌이나 영화, 드라마, 소설, 애니메이션 등 문화 장르 팬덤계 전반에서 사용하는 단어로, 특정 인물이나 아이덴터티를 나타낼 수 있는 요소를 주제로 제작한 상품을 의미한다. Z세대는 비교적 쉽게 자존감과 만족감을 회복하는 방법으로 ‘덕질’을 즐기고 여기서 파생된 굿즈를 다양하게 수집한다.

최근에는 굿즈 구입을 넘어 내가 직접 디자인한 시안으로 굿즈를 제작하고, 자신을 좋아하고 격려해 주는 사람들에게 나눠준다. 나만의 디자인을 티셔츠에 입히거나 자신의 얼굴 또는 이름을 휴대전화 케이스, 그립톡, 키링 등에 녹여내 항상 들고 다니는 식이다.

액세서리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서유미(24) 씨는 “취미 삼아 SNS에 올리던 그림으로 키링을 만들었다. 사람들이 내가 만든 굿즈를 받아 보고 ‘흔하지 않은 그림이라 마음에 든다’며 댓글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며 “그런 반응을 접하면서 도전 의식을 얻고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 수 있는 방안을 더 깊이 고민하게 된다”고 말했다.

SNS 계정에 제품 또는 서비스 관련 정보를 꾸준히 올리는 이들 중에는 기업 마케팅 담당자에게 우연히 눈에 띄어 광고·협찬 의뢰를 받거나 프로모션 기회를 얻기도 한다. 나아가 아예 개인 사업체를 운영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유튜브와 SNS에 ‘Z세대 사장’ ‘학생 사장’ ‘20대 사장’ 등의 검색어를 입력하면 자신의 손재주와 아이디어를 살려 사업하는 Z세대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문구나 액세서리 같은 직접 만든 수공예품부터 도매상에서 가져온 뷰티 제품, 의류까지 판매 품목도 다양하다.

“‘회사 부속품’ 신세보단 주도적으로 역량 펼치고 싶어”

취업준비생이던 최시하(27) 씨는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일다가 지난해 가을부터 1인 기업 사장이 됐다. 최씨는 “회사에 취업해 부속품이 된 듯 삶을 사는 것보다 제품을 기획하고 만드는 가치가 사람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도움을 준다면 뿌듯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주도적으로 내 안의 역량을 마음껏 펼치고 싶었다”고 밝혔다.

취업 대신 나만의 브랜드 또는 사업체를 운영하겠다는 생각은 비단 최씨만이 아니다. 미국 경제전문 매체 패스트컴퍼니는 글로벌 컨설팅업체 EY와 비영리청소년단체 JA 월드와이드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Z세대 6000명 중 53%가 “10년 안에 나만의 회사를 운영할 것”이라고 답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Z세대가 취업을 뒤로하고 자신만의 브랜드 론칭을 선호하는 풍토는 기존 조직 사회에 대한 거부감이 작용한 결과”라고 진단한다. 이어지는 서 교수의 분석이다.

“SNS상에서 인지도 높은 유튜버나 크리에이터는 이미 자신이 가진 재능을 콘텐츠로 만들면 수익이 창출된다는 걸 알고 있다. 이들은 수직적 조직에서 나오는 ‘꼰대 문화’를 감당하면서까지 일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능력 있는 젊은이들이 회사 입사가 목적이 아닌 자신의 삶을 살기를 꿈꾼다면 수많은 기업이 인재를 잃게 된다. 기업이 Z세대의 니즈를 제대로 파악해 반영한다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도 있다.”

#무물 #리트윗 #셀프메이커 #꼰대 #신동아



신동아 2021년 11월호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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