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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과 창업의 1등 조력자 된 서울市

여의도, ‘아시아 핀테크 중심지’로 거듭나다

  •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혁신과 창업의 1등 조력자 된 서울市

  • ● 여의도 위워크에 혁신기업 뛰어노는 핀테크 생태계 조성
    ● 실력·내공 인정받은 국내외 스타트업 대거 입주
    ● 모여 있으니 입주 기업 간 MOU도 여럿 체결
    ● 특허청·금융감독원 현장에 상주하며 기업 지원
    ● 官은 혁신 서비스 이해도 높여 정책 수립에 도움
    ● “투자기관 초청해 기업들의 자금 문제 해결할 것”
박원순 서울시장(왼쪽 세 번째)이 2019년 10월 29일 서울 여의도 위워크에서 열린 서울핀테크랩 개관식에서 개관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뉴시스]

박원순 서울시장(왼쪽 세 번째)이 2019년 10월 29일 서울 여의도 위워크에서 열린 서울핀테크랩 개관식에서 개관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뉴시스]

아이디어 구상에 만족하는 사람이라면 그는 사색가다. 기술 개발 후 특허출원에 만족하는 사람이라면 그는 발명가다. 아이디어와 기술을 양손에 쥐고 시장에 뛰어드는 순간 그는 기업가다. 세상에 없던 제품과 서비스를 정의하는 ‘개념설계(Concept Design)’ 역량을 갖추는 순간 그는 혁신기업가다. 

선진국 따라잡기로 영화(榮華)를 누리던 한국 경제는 개념설계 역량이 부족해 위기에 처했다. 도전의 미덕은 자취를 감췄다. 그사이 중국의 ‘기술굴기’가 심상치 않다. 미국은 21세기에도 IT(정보기술)에서 성장 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다. 수십 년째 회자되던 샌드위치 위기론은 비로소 현실이 됐다. 한국 경제는 길을 잃은 걸까. 

이즈음 소환할 인물이 오스트리아 출신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Joseph Schumpeter)다. 그는 일찍이 자본주의 시스템은 혁신기업가가 신제품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도전하는 메커니즘을 품고 있다고 간파했다. 

이정동 청와대 경제과학특별보좌관은 2019년 1월 30일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정부의 재정정책에 대해 “주머니를 키우는 건 케인스식으로 하고, 쓸 때는 슘페터식으로 혁신적으로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민간 부문 기술기업의 시행착오를 해소하는 데 재정을 지출해야 한다는 뜻이다. 민(民)과 관(官)을 무 자르듯 나누는 경제 통념과는 달리, 관은 혁신을 촉발하는 모태다. 

그런 기준대로라면 서울시만 한 혁신의 조력자는 한국에 없다. 여기, 서울시 한복판에 혁신기업가들이 자유롭게 뛰어노는 핀테크(Fintech·금융과 IT 기술이 결합한 서비스) 창업 생태계가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다 옆 사무실 기업가와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아래 사무실 공무원을 찾아가 규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곳. 서울 여의도 위워크에 문을 연 ‘서울핀테크랩’이다.




서울 한복판 공유 오피스에 둥지 튼 ‘핀테크 생태계’

서울시는 2019년 10월 29일 서울 여의도 위워크 여의도역점에 서울핀테크랩을 개관했다. 사진은 공용 라운지 전경. [조영철 기자]

서울시는 2019년 10월 29일 서울 여의도 위워크 여의도역점에 서울핀테크랩을 개관했다. 사진은 공용 라운지 전경. [조영철 기자]

2019년 10월 29일 오후 2시 위워크 여의도역점에서 열린 서울핀테크랩 개관식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상기된 표정으로 참석했다. 박 시장은 “2018년 4월 마포에 핀테크랩을 처음 개설했는데 당시 14개 기업, 85명에서 시작했다”며 “규모가 작다고 판단해 옮기면서 확장했고, 현재 70개 기업 600여 명이 입주한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1년 반 만에 7배가 커진 셈”이라고 말했다. 

서울핀테크랩은 위워크(WeWork) 여의도역점 4·5·6·8층 등 총 4개 층을 쓴다. 규모는 7782㎡에 달한다. 왜 위워크일까. 2019년 12월 3일 서울핀테크랩에서 만난 임국현 서울시 경제정책과 금융산업팀장은 “위워크는 한번 입주하면 전 세계 위워크 지점을 이용할 수 있다. 해외 사업을 고려할 때 각 입주기업이 누릴 효과가 아주 크다”면서 이렇게 부연했다. 

“젊은 세대 사이에 형성된 공유오피스 트렌드를 염두에 둔 점도 있다. 기업들 얘기를 들어보니 예전에는 직원을 채용했는데 막상 입사하기로 한 날 안 나타나는 일이 자주 있었다더라. 위워크에서는 그럴 일이 없다고 한다.” 

여의도는 국내 금융 인력의 19.6%가 밀집해 있는 명실상부한 금융 산업 중심지다. 그중 서울핀테크랩이 있는 위워크 여의도역점은 인근에 지하철 5·9호선과 대규모 버스환승센터가 있어 발군의 접근성을 자랑한다. 또 국회와 금융감독원도 지척에 있다. 임 팀장은 “여의도에 있으면 각 금융권 사람들과 국내외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쉽다”고 말했다. 

입주기업으로 선정되면 1년간 사무 공간이 지원되며 심의를 통해 1년 연장이 가능하다. 또 사업화 진단, 비즈니스 모델 역량 강화, 투자 역량 고도화, 전문가 상담(법률, 특허) 등의 맞춤형 멘토링을 받는다. 회의실 등 기업 육성과 투자 유치 행사를 할 수 있는 공간과 네트워킹을 위한 공용 라운지 등도 ‘이용할 수 있다. 이에 더해 핀테크 스타트업 전문 육성기관인 K엑셀러레이터가 운영기관으로 참여했다.


까다로운 선발 조건에 실력 갖춘 업체 입주

서울핀테크랩에 입주한 대체투자 핀테크기업 ‘다크매터’의 송진구 한국 대표(가운데)와 직원들. [조영철 기자]

서울핀테크랩에 입주한 대체투자 핀테크기업 ‘다크매터’의 송진구 한국 대표(가운데)와 직원들. [조영철 기자]

혜택이 많고 상징성이 크다 보니 선발 조건도 까다로운 편이었다. 모집 대상은 창업 7년 이내 핀테크 기업 중 1억 원 이상 투자 유치 실적과 연매출 1억 원 이상, 직원 4인 이상 등 조건을 충족하는 국내·외 기업이다. 이는 반대로 말하면 국내·외에서 실력과 내공을 인정받은 스타트업들이 서울핀테크랩에 대거 입주했다는 방증이다. 

서울핀테크랩에는 국내 46개사에 해외 24개사가 입주했다. 이 중 대체투자 핀테크 기업인 ‘다크매터(DarcMatter)’는 2014년 미국 뉴욕에서 본사를 설립한 업체다. 대체투자는 현금, 주식, 채권 등 전통 자산을 제외한 나머지 자산에 투자하는 방식을 뜻한다. 

다크매터는 핀테크 플랫폼을 꾸려 그간 기관투자가 중심으로 이뤄졌던 대체투자의 문호를 개인투자가에게도 넓히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2017 넥스트 머니 글로벌 핀테크(Next Money Global Fintech)’ 당시 ‘가장 성장하는 핀테크 기업’ 부문에서 우승하는 등 미국에서 먼저 주목받은 기업이다. 

서울핀테크랩 입주를 택한 이유에 대해 송진구 다크매터 한국 대표는 “외국기업이라 한국의 모든 게 생소했다. 이곳에서는 서울시가 가진 광범위한 연결 고리를 활용할 수 있고, 한편으로 금감원 등 당국과 접촉할 기회도 많다. 또 여의도에 있는 모든 분이 우리 고객이니 매우 좋은 장소다”라고 말했다. 


최근 누적 대출액 2000억 원을 돌파하며 
P2P 업계에서 화제에 오른 
‘한국어음중개’도 서울핀테크랩에 입주했다. 곽기웅 대표가 서비스를 설명하고 있다. [조영철 기자]

최근 누적 대출액 2000억 원을 돌파하며 P2P 업계에서 화제에 오른 ‘한국어음중개’도 서울핀테크랩에 입주했다. 곽기웅 대표가 서비스를 설명하고 있다. [조영철 기자]

최근 누적 대출액 2000억 원을 돌파하며 P2P(Peer to Peer·개인 간 거래) 업계에서 화제에 오른 ‘한국어음중개’도 서울핀테크랩에 둥지를 틀었다. P2P 금융이란 기업이나 개인이 은행과 같은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다수의 개인으로부터 돈을 빌리는 서비스를 일컫는다. 

한국어음중개는 2017년 6월 P2P 플랫폼 나인티데이즈(90days)를 내놨다. 보통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은 돈이 급하면 사채시장에서 어음할인(일명 와리깡)을 해 자금을 마련하곤 한다. 아무래도 고금리일 수밖에 없다. 이를 주목한 한국어음중개는 전자어음 시장을 온라인에 투명하게 공개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이 보유한 매출채권과 전자어음 등을 중금리 수준으로 온라인 투자자로부터 조달받도록 했다. 

나인티데이즈라는 명칭은 보통 매출채권과 전자어음 할인 만기가 90일이라는 점에 착안했단다. 90일 내외 단기투자 상품이라 투자자의 수요도 많은 편이다. 또 일반인이 비상장 기업 투자 기회를 갖게 된 터라 투자시장 창출에도 기여했다. 최근 한국어음중개는 40억 원의 투자도 유치했다. 

곽기웅 대표는 서울핀테크랩 입주를 택한 이유로 “서비스 특성상 금융기관과 제휴하고 협의해야 할 일이 굉장히 많다. 이곳에서는 스쳐가듯 만나더라도 아이디어 회의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곳에 P2P 업체도 몇 군데가 입주해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서 최근 시장 동향이나 정책 당국과 협의한 내용도 공유한다. 특히 우리와는 성격이 다른 핀테크 회사들과 제휴해 새로운 걸 만들어내는 재미가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밀집한 덕에 시너지 효과도 기대

서울핀테크랩에 입주한 ‘리걸 테크(Legal Tech)’ 기업 ‘아미쿠스렉스’의 정진숙 대표. [조영철 기자]

서울핀테크랩에 입주한 ‘리걸 테크(Legal Tech)’ 기업 ‘아미쿠스렉스’의 정진숙 대표. [조영철 기자]

도시가 경제성장에서 발휘하는 힘은 인구밀도가 높은 환경에서 비롯한다. 도시경제학자 에드워드 글레이저는 “도시에서 개인이 가진 지식과 능력이 자유롭게 교환되고 그 과정에서 학습이 이뤄지고 문명의 발전이 이뤄진다”(‘도시의 승리’ 中)고 했다. 장거리 이동과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아무리 발달한다고 한들 가까이 머물며 면대면으로 생각과 가치를 교환하는 데 비할 바는 아니다. 

그런 점에서 여의도와 위워크의 조합을 택한 서울시의 결정은 신의 한 수라 해도 무방하다. 공간으로 비즈니스 융합(convergence)을 꾀할 수 있는 판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서울핀테크랩 운영기관인 K엑셀러레이터의 신은욱 센터장은 “최근 들어 입주 기업들 간 업무협약(MOU)이 여럿 체결됐다. 우리가 미팅을 주선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리걸 테크(Legal Tech) 기업인 ‘아미쿠스렉스(Amicus Lex)’는 이른바 밀집 효과를 가장 크게 누릴 수 있는 업체다. 변호사인 정진숙 대표(사법연수원 44기)가 2015년 창업한 아미쿠스렉스는 법률(law)과 문서(form)를 결합한 ‘로폼’을 운영한다. 정 대표가 로펌 근무 당시 법에 문외한인 이용자에게 간편하고 쉬운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생각을 품은 데서 시작됐다. 

로폼에서는 이용자가 판례나 법령 등 기본 정보를 입력하면 10여 분 만에 자동으로 법률 문서가 작성된다. 내용증명이나 지급명령 신청 등 일반인이 이용하는 서비스도 제공된다. 물론 실제 로펌을 이용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이 가격도 저렴하다. “법의 진정한 이념에 기술을 더해 모두가 차별받지 않는 법의 가치를 누리겠다”는 회사의 비전이 무색하지 않다. 

정 대표는 “대기업과 달리 작은 기업의 경우 계약서 하나 쓰는 데도 샘플 찾고 변호사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우리가 운영하는 로폼에는 스타트업에 필요한 각종 법률 문서를 모아놓은 ‘스타트업 필수문서’ 패키지가 있으니 핀테크 기업 등 다른 스타트업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으로 아미쿠스렉스는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비상장 기업의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을 선보일 예정이다. 

세계 최대 핀테크 클러스터인 영국 런던의 ‘레벨39’ 입주기업들은 우리나라 금융위와 비슷한 금융감독청(FCA)을 감시자가 아니라 조력자로 생각한다. 공무원들이 늘 이곳으로 출근하다시피 찾아와 기업 직원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이고 애로 사항을 해결해주기 때문이다. 

서울핀테크랩이 지향하는 바도 같다. 임국현 서울시 금융산업팀장은 “시간만 나면 상주하는데, 공용 라운지에 있으면 기업인들이 찾아온다”고 전했다. 그는 “가령 모 기업이 금융결제원과 미팅을 하고 싶다고 하면 저희가 연락해 회의도 하고 업무협력을 끌어내는 식이다. 얼마 전에는 신용보증기금과 연계하고 싶다는 요청이 와서 제가 직접 기금 측에 연락해 미팅 자리도 마련했다”고 말했다.


“공용 라운지에 있으면 기업인들 찾아와”

서울핀테크랩에 입주한 ‘보난자팩토리’는 실명계좌 기반 입출금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신중원 대표(오른쪽 두번째)를 비롯한 직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조영철 기자]

서울핀테크랩에 입주한 ‘보난자팩토리’는 실명계좌 기반 입출금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신중원 대표(오른쪽 두번째)를 비롯한 직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조영철 기자]

박원순 시장은 서울핀테크랩 개관식에서 “특허청과 금감원이 서울핀테크랩에 현장 상담소를 운영하기로 했다.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말했다. 박 시장이 말을 마치자 입주기업 대표들의 큰 박수가 쏟아졌다. 그만큼 당국과의 커뮤니케이션에 목말라했다는 방증이다. 곽기웅 한국어음중개 대표는 “평상시에 만나기 힘든 금감원이나 특허청, 서울시 공무원들을 마치 옆 사무실 방문하듯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두 입주기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보난자팩토리’는 실명계좌 기반 입출금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2018년 한 해에만 유수 기관으로부터 미래성장동력 핵심 기술 기업(서울산업진흥원), 4차 산업혁명 특화, 전문화 기업(기술보증기금)으로 선정됐다. 금융·IT 분야에서 십수 년 경력을 지닌 전문 인력이 힘을 합친 덕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출신인 김영석 이사는 “차후 자금세탁방지 분야의 중요성이 커질 텐데 기존 사업자가 없으니 혁신적인 서비스에 도전해보자고 의기투합했다”고 말했다. 

서비스의 골자는 이렇다. 암호화폐 거래소가 은행 계좌를 개설하면 보난자팩토리는 같은 은행에 개설된, 실명 확인된 개인 명의의 은행 계좌를 통해 암호화폐 거래소와 개인 고객 간 펌뱅킹(Firm Banking·컴퓨터를 매개로 하는 자금 이동 금융 서비스) 방식의 이체를 제공한다. 이때 각 제휴 암호화폐 거래소로부터 사고 이력 및 의심 고객군을 미리 통보받는다. 의심되는 사례라면 은행에 즉각 거절 사유를 통보한다. 신중원 대표의 표현대로라면 “금융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서비스”인 셈이다. 

사업 모델의 특성상 아무래도 당국과의 접촉이 많을 수밖에 없다. 실제 보난자팩토리는 금융위원회에서 진행하는 규제샌드박스에 신청했고, 최근 위탁테스트까지 마쳤다. 금융위의 규제샌드박스는 그간 규제 탓에 금융시장에서 막혔던 새로운 서비스에 한해 일시적으로 규제를 풀어주는 제도다. 신 대표는 “처음 서비스를 준비할 때부터 금감원 자문단에 자문했다. 아마 금감원 자문단에 가장 많이 방문한 기업이 우리일 것”이라면서 “서울핀테크랩에 금감원과 특허청 공무원이 상주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스몰티켓’은 보험과 기술의 합성어인 인슈테크(Insurtech) 기업이다. 보험은 특히 유통 비용이 많이 드는 산업이다. 판매 단계마다 발생하는 비용이 보험료를 상승시키는 요인이 된다. 아무래도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하면 유통 비용이 절감될 수밖에 없다. 김정은 대표는 젊은 고객들의 경제 행동 패턴이 변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열쇳말은 ‘펫’과 ‘모빌리티’다. 

주력 상품인 펫보험은 2019년 7월 금융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됐다. 눈길 끄는 건 ‘리워드(보상)’다. 반려동물이 설정 목표(운동, 예방접종, 건강검진 등)만큼 건강해지면 포인트 혜택을 준다. 고객은 리워드를 스몰티켓과 제휴한 동물병원에서 사용할 수 있다. 

최근 스몰티켓은 온디맨드(On-Demand·수요자가 원하는 물품이나 서비스를 바로 공급하는 비즈니스 모델) 형태의 시간단위 배달업자 이륜자동차보험을 선보였다. 젊은 세대 사이에 ‘파트타임’ 일자리가 많은 점에 착안했다. 즉 이륜차를 소유한 개인이 이를 활용해 영업 활동에 나설 때만 위험을 보장하는 방식이다. 김 대표는 “자동차 보험은 이미 성숙한 시장이다. 반면 ‘온디맨드 시간제 이륜차 보험’의 경우 대형 보험사가 발굴하기에는 규모가 작아 우리로서는 신 시장”이라고 말했다. 

보험은 사업 특성상 규제 이슈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금감원과 특허청 공무원이 상주하는 서울핀테크랩은 최적의 공간인 셈. 김 대표는 “규제 당국이나 정책 당국이 신시장에 나타난 사업자들과 직접적으로 스킨십할 기회가 별로 없다”면서 이렇게 부연했다. 

“가까이 있으니 사업 소개할 기회가 많고, 해결됐으면 하는 부분도 제시할 수 있다. 공무원 입장에서도 어떤 서비스를 혁신이라고 해야 하는지, 어떤 정책 방향을 설정해야 하는지 고민하려면 직접 접해야 하지 않나. 각자(민·관)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죽음의 계곡(Death Valley)’ 넘기

이정동 청와대 경제과학특보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아이디어를 사업화 단계로 키워가는 과정을 ‘스케일업(scale up)’이라 칭했다. 그러나 스케일업 과정에서 셀 수 없이 많은 스타트업이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넘지 못한 채 고꾸라졌다. 스타트업이어서 자금이 필요하지만, 스타트업이라는 이유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사업화에 성공하더라도 초기 자금이 바닥나 창업 3~4년 만에 폐업하는 스타트업도 부지기수다. 한국에서 유니콘(unicorn·기업 가치가 1조 원을 넘는 스타트업)이 좀체 탄생하지 못하는 데는 이와 같은 사정이 있다. 

서울시 측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임국현 서울시 금융산업팀장의 말이다. 

“2020년에는 투자기관을 서울핀테크랩에 초청해 기업과 연결하려 한다. 70개 기업이 모여 있으니 장점도 있다. 투자사 입장에서도 기업 하나하나 찾아다니는 게 보통 일이 아닌데 서울핀테크랩에 오면 다 만날 수 있다. 또 저희가 입주 심사 과정에서 이미 한 번 각 기업들을 평가하고 검증했다. 이와 같은 여건을 바탕으로 기업들의 자금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서울시의 꿈은 좀 더 넓은 데로 향하고 있다. 서울핀테크랩을 거점 삼아 여의도를 명실상부한 ‘아시아의 핀테크 중심지’로 담금질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낸 것이다. 싱가포르와 미국 등 핀테크 산업에서 앞서가는 국가에 터를 잡은 기업들이 이미 서울핀테크랩에 모여들었다. 국내 기업은 해외로, 해외 기업은 서울핀테크랩으로 선순환하는 구조가 이뤄진다면 서울시의 꿈은 현실로 나타날 테다. 한국 경제가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탈바꿈하는 길목에 서울핀테크랩이 있다.




신동아 2020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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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Opinion Leader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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