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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대응, 지속가능발전 위한 이정표”

유연철 P4G 정상회의 준비기획단장

  •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기후변화 대응, 지속가능발전 위한 이정표”

  • ● 필(必)환경 시대 앞당기는 국제 연대
    ● 6월 29~30일 서울에서 제2차 정상회의
    ● 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 조정 필요
    ● 올해는 지구 환경 위한 ‘슈퍼 이어(super year)’
    ● 민관 협력으로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 구축
    ● 미국 빠진 기후변화 리더십 EU가 주도
    ● 2018년부터 기후변화 대사
[지호영 기자]

[지호영 기자]

“올해 우리는 P4G 정상회의와 한·중·일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기후변화대응과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국제협력에 있어서 당당한 중견 국가로서 책임을 다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월 7일 신년사에서 밝힌 내용이다. 이처럼 올해 정부가 추진하는 주요 행사 가운데 P4G 정상회의가 들어 있다. 그런데 이 회의가 무엇인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P4G(Partnering for Green Growth and the Global Goals 2030·녹색성장과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는 덴마크 주도로 만들어진 국제 이니셔티브다. 정부, 기업, 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해 녹색성장, 지속가능발전, 파리기후변화협정과 같은 지구적 목표를 달성하자는 것이다. 

제1차 P4G 정상회의는 2018년 덴마크에서 개최됐는데,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특별 연설을 했다. 제2차 P4G 정상회의는 6월 29~30일 서울에서 열린다. 각국 정상, 국제기구 수장, 기업 및 시민단체 대표자 2000여 명이 참석할 것으로 기대된다. 준비기획단장인 유연철 기후변화대사를 만나 한국이 이 행사를 유치한 이유와 향후 전망 등에 대해 들었다. 인터뷰는 2월 5일 외교부 창성동 별관에서 이뤄졌다. 유 단장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던 친환경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하는 필(必)환경 시대”라며 “6월 P4G 정상회의가 연말 기후변화 당사국총회와 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 조정의 디딤돌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6월 29~30일 서울에서 제2차 정상회의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10월 20일 덴마크  DR 콘서트 홀에서 열린 P4G(녹색성장과 글로벌 목표를 위한 연대) 정상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10월 20일 덴마크 DR 콘서트 홀에서 열린 P4G(녹색성장과 글로벌 목표를 위한 연대) 정상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P4G 정상회의가 국내에서 열리게 된 계기와 그 의의는 무엇인가. 

“2018년 10월 1차 회의에서 덴마크 측이 차기 정상회의는 한국에서 개최되기를 먼저 강력하게 요청했다. P4G 회원국은 유럽의 네덜란드·덴마크,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케냐·남아공, 중남미의 멕시코·칠레·콜롬비아, 아시아의 한국·베트남·인도네시아·방글라데시 등 녹색성장을 잘 준비할 수 있는 탄탄한 12개 국가다. 그런데 덴마크는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가능발전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한국이 같이한다면 더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겠다고 본 것이다.” 



- 한국은 그동안 해외 환경단체로부터 ‘기후악당’으로 불리며 기후변화 대처에 부족하다는 평을 받아왔다. 

“국제사회에서는 한국이 어떻게 하느냐에 대해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관심을 갖는다. 한국이 리딩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선진국은 한국이 움직여야 중국이나 개도국이 움직인다고 보고, 개도국은 한국이 움직여야 선진국이 움직인다고 본다. 지난해 9월 유엔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GCF(녹색기후기금) 기여액을 두 배로 증액하겠다고 해 큰 박수를 받았다. GCF 사무총장이 한국 정부에 매우 고마워하고 있다. 유엔회의에서 73억 달러가 조성됐는데, 한국의 증액 선언 이후 10월 말 파리 기후재원조성회의를 할 때 97억 달러로 늘어났다. 또 한국이 선도적으로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중국도 한국을 따라서 전국 단위의 배출권거래제를 시작했다. 특히 2020년이 중요한 해다. 올해는 파리협정이 본격적으로 적용되는 해다.” 

- 파리협정은 2021년부터 적용되는 것 아닌가. 

“파리협정에 따르면 2020년까지 각국이 향상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를 제출하게 돼 있다. 따라서 파리협정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적용된다고 봐야 한다. 목표를 이행하는 것은 2021년부터 2030년까지다.” 

파리협정은 선진국과 개도국이 모두 참여하는 신규 체제다. 파리협정이 중심이 되는 신기후체제는 교토의정서 중심의 구기후체제를 시간적·공간적으로 확대했다. 

“교토의정서는 지구온난화에 대한 과거의 역사적 책임을 강조했다. 역사적 책임을 가진 선진국을 중심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파리협정은 과거뿐 아니라 현재와 미래 책임도 같이 지자는 것이어서 시간적으로 확대되는 것이다. 

또 선진국 중심의 교토의정서와 달리 파리협정은 선진국과 개도국 구분 없이 모든 국가에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과한다는 점에서 공간적으로도 확대된 것이다. 1992년 체결된 기후변화협약이 모법이 되고, 시행령 등은 2015년 파리협정을 따르는 것이 신기후체제다.”


脫탄소화와 4차산업혁명

- 파리협정에 대한 기대감이 큰 듯하다. 

“파리협정은 다 좋은데, 한 가지 취약점이 있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자발적으로’ 제출하게 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그동안 각국이 세운 목표의 수준이 낮다. 하지만 기후변화의 위기가 심각한 상태이므로 국제사회가 파리협정의 목표인 산업화 이전보다 2도 이내, 가능하면 1.5도 이내로 상승을 억제하려 한다. 그래서 각국의 NDC를 상향하는 것이 과제다.” 

- 이런 상황에서 P4G 정상회의가 어떤 역할을 할 것으로 보는가. 

“이번 P4G 정상회의는 올해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26차 기후변화당사국총회로 가는 디딤돌이고, 각국의 NDC 격상과 행동을 강조하는 이정표가 되기를 희망한다. 이번 당사국총회의 가장 커다란 목표는 각국의 감축목표를 높이고 국제 탄소시장의 세부 이행규칙에 합의하는 것이다.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 연도와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 달성 연도가 모두 2030년이다. 따라서 향후 10년간은 국제사회가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가능 발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P4G 정상회의는 그 10년의 이정표를 세우려는 것이다. 국제사회의 향후 10년을 간략히 묘사한다면 기후변화 대응으로 표현되는 탈(脫)탄소화와 4차산업혁명 기술의 디지털화로 표현할 수 있다. 그 출발점이 2020년이다.” 

올해 1월 세계가 주목한 두 개의 국제행사가 있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와 스위스 다보스포럼이다. CES에서는 자원 소비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에너지 효율을 크게 높인 4차산업혁명 기술이 전시됐다. 또 다보스포럼의 최대 이슈는 기후변화였다. 과거에도 기후변화에 대한 담론이 있었지만 올해는 특히 중점 주제(key theme)로 다뤄졌다. 

“올해 1월 개최된 국제행사만 봐도 향후 10년은 국제사회가 4차산업혁명 기술을 이용해 기후변화 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따라서 각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가 이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가 중요한 주제인 것이다. 그 출발선인 올해 P4G 행사를 통해 전환점을 마련하면 좋겠다.”


지구 종말시계 앞당긴 기후변화

기후변화 이슈는 지구 종말시계(Doomsday Clock)에도 영향을 미쳤다. 1월 23일 미국 핵과학자회(BAS)는 지구 종말시계를 최후 시점에서 100초 전으로 공개했다. 이는 1년 전보다 20초 빨라져 1947년 종말시계가 도입된 이후 종말에 가장 근접한 시간이다. BAS는 인류의 2대 위협 과제로 핵무기와 기후변화를 꼽았다. 핵무기는 눈에 보이는 즉각적인 위협이지만 기후변화는 눈에 보이지 않게 서서히 다가오면서도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는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감은 최근 매우 고조되고 있다. 개발주의자인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도 70일간의 호주 산불에 대해 기후변화와의 연관성을 인정했다. 

- P4G 정상회의는 한국이 주도하는 드문 다자회의인데, 기후변화 등의 이슈에 대응해 다자회의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기후변화나 지구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과제다. 그만큼 모든 국가가 협력하고, 다자회의를 통해 많은 나라가 그런 대응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 P4G는 민관 파트너십을 강조하는데, 정부가 나서서 민간 영역의 참여를 호소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P4G를 구성하는 3대 축이 정부와 국제기구, 시민사회, 기업이다. 정부는 정책과 가이드라인을 통해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방향을 제시한다. 그리고 시민사회는 목표 달성을 위한 창의적 아이디어와 행동을 강화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산업계는 투자를 통해 행동에 임하게 된다. 이 3대 축이 함께 나서야 기후변화와 같은 문제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다.” 

P4G의 3대 특징은 포용성, 혁신성, 지속가능성으로 나눌 수 있다. 포용성은 정부·기업·시민사회가 서로 협력하는 것을 말하고, 혁신성은 혁신적 아이디어와 실천 중심의 사업이다. 기업 간 연계와 협력사업을 통해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려는 것이다. 지원이 없어도 시장에서 스스로 굴러갈 수 있게 하면서 수익도 창출하고 지구적 과제도 해결하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P4G는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실현할 방법이 마땅치 않은 스타트업(Start-up)을 대상으로 한 10만 달러 규모의 스타트업 프로젝트, 100만 달러 규모의 스케일업(Scale-up) 프로젝트 등을 추진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 구축

국내 벤처기업 요크가 P4G의 파트너로 선정돼 케냐의 빈곤 퇴치 활동인 솔라카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인터넷 캡처]

국내 벤처기업 요크가 P4G의 파트너로 선정돼 케냐의 빈곤 퇴치 활동인 솔라카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인터넷 캡처]

- 그동안 있었던 주요 파트너십 사례는 무엇인가. 

“국내에 젊은 여성 창업인이 만든 요크(YOLK)라는 벤처기업이 있다. 이 회사가 제안한 것은 빈곤의 악순환을 겪는 케냐의 어느 마을을 바꾸는 사업이었다. 그 마을에 학교는 있는데, 학생들이 학교를 가지 않았다. 알고 보니 부모들이 휴대전화를 충전하기 위해 아이들을 멀리 떨어진 이웃 마을로 심부름 보내고 있었다. 이 마을에 휴대전화는 어느 정도 보급됐지만 전기가 없어 충전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요크가 이 마을 학교에 태양광 패널과 충전기를 설치하는 솔라 카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충전기는 아이들이 친근하게 여기도록 젖소와 비슷한 모양으로 만들었다. 부모는 휴대전화를 충전할 수 있고, 아이들은 학교에서 기술을 배워 중장기적으로 경제행위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결과만 보면 쉬운 일 같지만, 그것을 해결하게 한 스타트업의 아이디어가 놀랍지 않은가.” 

파트너십을 통해 지속가능 식품 플랫폼을 만든 사례도 있다. 덴마크 단 처치 에이드(Dan Church Aid)라는 비영리단체(NGO)는 에티오피아 내 마을 주민들의 영양실조와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단백·저당분의 비스킷을 생산해 합리적 가격으로 보급하고 있다. 전 세계 100개 이상의 인권단체와 교회 등이 연합한 교회연합행동(ACT·Action by Churches Together)과 협력해 ‘스타트업 파트너십’을 형성해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 투자가 확대되면 ‘스케일업(Scale-up) 파트너십으로 바뀌어 현지의 고용과 소득을 크게 창출할 수 있게 된다. 에티오피아뿐 아니라 다른 아프리카 국가로 수출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화, SK 파트너로 참여

- 좀 더 대규모의 파트너십은 없는지. 

“아직 P4G가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현재는 스타트업 체제만 유지되는 상황이다. 앞으로 다국적기업, 다국적 시민단체 등과 함께하는 스케일업 파트너십이 더 많이 형성될 것으로 본다.” 

- 국내 파트너들은 누구인가. 

“P4G 이사진은 정부, 국제기구, 기업 등의 대표로 구성된다. 정부를 대표하는 이사는 제가 맡고, GGGI 소장, 한화그룹, SK그룹 등이 참여하고 있다. 기업들은 앞으로 자사의 상황에 맞는 프로젝트를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는 역할을 모색하는 단계다.” 

- P4G의 최첨단상(state-of-the-art award)이란 무엇인가. 

“이 상은 파트너십을 장려하기 위한 것이다.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는 17개가 있는데, P4G는 이 가운데 물, 에너지, 식량과 농업, 도시, 순환경제에 초점을 맞춘 글로벌 이니셔티브다. 이 5개 분야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임팩트 있는 사업을 하나씩 선정하고 장려하기 위한 상이다.” 

- 국내 기업이 이 상을 받은 적이 있는가. 

“아직 국내 기업이 이 상을 받은 적은 없다. 요크(YOLK)와 녹색기술센터(GTC) 같은 곳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개도국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녹색기술, 환경기술이 많다. P4G에 참여하는 것이 우리 기술을 해외에 알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얼마 전 중견기업인연합회에 가서 P4G에 대해 설명했더니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예컨대 아프리카 국가에 네트워크가 좋은 덴마크와 협력할 경우 아프리카 진출을 희망하는 한국 기업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이번 행사에 해외 기업도 많이 참여하게 되나. 

“해외 정부뿐 아니라 산업계, 시민사회에서도 많이 참여할 것이다. P4G 이사로 해외 기업도 다수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관계자들이 몰려올 것으로 본다. 향후 10년간 기후변화 대응의 마지막 승부는 기술이다. 누가 적절한 기술을 개발해서 상용화하느냐가 중요하다. 우리 산업계가 가진 강점이 많다. 이번 기회를 통해 그것을 살리도록 하는 것이 과제다.”


P4G 한글 이름 공모

- 6월 29~30일 예정된 P4G 행사를 치르는 데 가장 큰 장애 요인은 무엇인가. 

“2월 현재 가장 우려되는 사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병이다. 집회나 모임, 해외 행사 등이 여럿 취소되고 있다. 아직 6월까지는 시간 여유가 있지만 코로나19가 수그러들지 않으면 P4G 정상회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P4G 회원국인 12개국보다 더 많은 국가의 정상들이 참여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우리 국민의 낮은 인식도 넘어서야 할 장벽 아닌가. 

“국내적으로 기후변화 대응이 한층 강화되길 바란다. 그러려면 우리 국민의 인식이 제고돼야 한다. P4G 정상회의를 계기로 우리에게 좋은 것이 무엇인지, 국제사회의 동향은 어떠한지 등을 알리고자 한다.” 

- 국민에게 알리고, 다가가기 위해서 다양한 기획이 필요할 듯하다. 

“음악회나 캐릭터, 다양한 행사와의 컬래버레이션 등을 기획하고 있다. 또 국민에게 더 다가가기 위해 P4G 정상회의의 한글 이름도 공모하고 있다. 이제는 기후변화와 관련한 국제사회의 동향을 모르고, 또 거기에 동참하지 않으면 생존이 어려울 수도 있는 상황이다. 지금까지는 친환경(親環境) 시대를 흔히 이야기했다. 친환경은 좋은 일이지만, 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였다. 

하지만 필환경(必環境) 시대는 환경 관련 비즈니스를 반드시 해야만 하고, 행동의 전환이 필요한 시대다. 기업을 평가하는 지표 가운데 환경·사회·거버넌스(ESG)라는 비재무적 요소가 있다. 요즘 투자자들이 그 지표를 개선하라고 기업 CEO에게 요구하고 있다. 전체 채권 가운데 녹색채권을 30% 이상 구매하라는 등의 구체적 요구를 하고 있다. 그러면 기업이 듣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이 다국적기업의 추세다. 미국은 파리협약에서 탈퇴했지만, 미국의 다국적기업인 아마존, 애플 등은 파리협약을 적극 지지한다. 시대 변화와 흐름을 빨리 읽고 거기에 적응해야 한다.” 

미국의 상황이 흥미롭다. 미국은 2017년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파리협정 탈퇴를 선언했다. 탈퇴 효력은 3년 뒤인 올해 11월 4일 시작된다. 그런데 미국 대선이 11월 3일 치러진다. 파리협정을 지지하는 민주당 정권이 들어설 경우 이 상황이 뒤집힐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 해도 미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의 기후변화 대응 추세를 뒤집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올해는 지구 환경 위한 ‘슈퍼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정부로서 파리협정 탈퇴를 선언했을 때 미국의 주정부와 산업계, 학계 3800여 리더가 ‘우리는 여전히 파리협정을 지지한다’(WASI·We Are Still In [the Paris Agreement])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것은 2000년 부시 대통령이 출범하면서 교토의정서 비준을 거부했을 때와 매우 대비된다. 당시 산업계는 ‘이제 기후변화 대응 안 해도 되는구나’하고 생각했다. 그전까지는 미국 자동차기업 GM이 하이브리드카 제작의 선두를 달리다 부시 대통령의 비준 거부 이후 기술개발에서 손을 놓고 큰 차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다 2008년 금융위기, 기후변화 등을 맞이해 미국 3대 자동차사가 세계시장에서 도요타 등에 밀려났다. 

그래서 ‘그린 서바이벌(green survival)’이라는 말이 나온 것이다. 그린 서바이벌이 곧 필환경이란 말이다. 기후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트럼프 행정부는 자기 정부의 지원 세력인 에너지 기업과 셰일가스 혁명 등으로 탈퇴를 선언했지만, 그에 상관없이 파리협정이나 신기후체제는 지속적으로 간다고 본다.” 

- 미국 정부의 탈퇴 선언이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인가. 

“미국 정부가 동조하지 않는데, 잘될까 하는 의문이 여전히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국제사회가 파리협정을 무시할 수는 없다. 누가 그 변화에 빨리 대응하느냐 하는 것이 관건인 상황이다. 1990년부터 세계 각국이 기후변화 협상을 시작했고, 1992년에 기후변화협약이 만들어졌으며, 1997년 교토의정서, 2015년 파리협정으로 이어졌다. 지난 30년간은 기후변화 대응체계를 구축하는 데 시행착오의 기간이었다. 하지만 이제 방황의 끝이다. 새로운 체제인 파리협정이 출범해서 누가 이 체제에 먼저 적응하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다. 파리협정에 따라 2030년까지 각국이 NDC를 달성하려면 올해가 매우 중요한 한 해가 된다. 그래서 국제사회에서는 지구 환경에 분수령이 되는 2020년을 ‘슈퍼 이어(super year)’라고 한다.” 

- 미국이 빠진 리더십의 공백을 누가 메우고 있나. 

“EU가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다. 작년 12월 EU 정상회의에서 ‘뉴 그린 딜’을 채택했고, 유럽 대륙 전체를 2050년까지 네트제로(Net-zero emission·온실가스 감축 기술 등을 동원해 배출량을 사실상 제로로 만드는 개념)로 만들겠다는 선언도 했다. 지난해 EU 정상회의의 가장 큰 특징은 기후변화 대응을 각국 중심이 아니라 EU 차원에서 통합 정책으로 전환한 것이다. 올해부터 굉장히 강하게 나가고 있다. 그것을 위해 유럽투자은행은 10조 유로를 투자해 기술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거기에 맞춰 유럽의 환경 기술은 더욱 발전할 것이다. 우리도 그만큼 더 노력해야 한다.”


2018년부터 기후변화대사

유연철 단장은 1987년 외무고시에 합격해 30여 년간 외교 업무를 해왔다. 외교부 환경협력과장, 심의관, 국제협력관, 주쿠웨이트 대사 등을 거쳐 2018년 6월부터 기후변화대사를 맡고 있다. 

“1992년 지구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리우회의를 준비하면서 기후변화 대응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 당시엔 인터넷이 보급되기 전이어서 유엔 문서를 파우치로 받아서 읽어보곤 했는데, 담당자가 아니면 그 문서를 제대로 볼 수 없는 시절이었다. 그 내용을 꼼꼼히 분석하면서 앞으로 기후변화 문제가 매우 중요한 의제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21세기 국제사회의 3대 이슈가 군축·인권·환경이라고 했는데, 틀리지 않았다. 환경은 오히려 더 중요해졌다.” 

- 외교부 기후변화대사로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있나. 

“국제 협상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해서 기후변화 정책의 협상을 총괄한다. 국내적으로는 기후변화 전도사, 메신저 역할을 한다. 국내 의견을 받아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협상안을 마련하고, 국제사회 동향을 국내에 전파하는 일도 한다. 국제 흐름과 국내 흐름 사이에 시차가 있을 수 있어 조기 경보를 울리는 역할도 수행한다. 기후변화 관련 의제는 80개가 넘는다. 온실가스 감축, 기후변화 적응, 재원, 기술, 역량 배양의 큰 틀 아래 세부 주제가 있다. 우리나라 거의 모든 부처가 여기에 관련돼 있다. P4G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의 기후변화 대응이 한층 성숙하기를 기대한다.”




신동아 2020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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