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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유튜브 주가, 이 法에 달렸다

IT기업 불법 게시물 관리 책임 ‘면제’ 美 ‘통신품위법 230조’ 개정되나

  • 황장석 ‘실리콘밸리 스토리’ 작가·전 동아일보 기자 surono@naver.com

페이스북·유튜브 주가, 이 法에 달렸다

  • ●美 IT업계 성장 숨은 조력자 통신품위법 230조
    ●공화 “트럼프 측 게시물만 규제” 민주 “가짜뉴스 단속 안 해” 불만
    ●바이든 당선인 “230조 폐지할 것… 플랫폼 사업자 의무 강화해야”
    ●한국도 유사한 기업 면책조항(정보통신망법 44조의2) 존재
    ●네이버·카카오도 영향 받을 수 있어
IT기업의 불법 게시물 관리 책임을 사실상 면제해주는 미국 통신품위법 230조가 개정되면 관련 업체는 큰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페이스북·유튜브 제공]

IT기업의 불법 게시물 관리 책임을 사실상 면제해주는 미국 통신품위법 230조가 개정되면 관련 업체는 큰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페이스북·유튜브 제공]

페이스북·구글·유튜브 같은 실리콘밸리 대표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주시하는 법이 있다. 미국 차기 행정부가 이 법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따라 당장 해당 기업의 주가와 미래가 크게 바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개정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통신품위법(Communication Decency Act) 230조(Section 230) 얘기다. 

통신품위법 230조 핵심은 자사 사이트에 게시된 콘텐츠에 대한 IT 플랫폼 사업자의 법적 책임을 면해주는 것이다. 불법 콘텐츠에 대한 법적 책임은 기업이 아닌 게시자에게 묻는다. 통신품위법에 따라 업체는 디지털 공간과 이용자 사이 단순 중개자로 규정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누군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불법 콘텐츠를 올려도 페이스북 본사의 책임은 아니다. 플랫폼에 올라온 콘텐츠를 어떻게 관리할지도 기본적으로 사업자의 재량에 맡긴다. 실리콘밸리에서 탄생한 IT 플랫폼 기업들이 급속도로 성장한 이유 중 하나가 통신품위법 230조다.

韓美 모두 IT 플랫폼 업체에 ‘면책’ 조항

한국의 실정은 어떨까. 페이스북 등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은 물론, 네이버나 카카오(다음) 등 국내 포털도 비슷한 면책 특권을 누린다. 디지털 공간에서 IT 플랫폼 업체의 의무를 규정한 한국 법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다.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포털 사이트나 소셜미디어 업체 등 ‘전기통신사업자’는 자사 사이트의 콘텐츠에 대해 법적 책임을 진다. 청소년 유해매체를 관리·감독할 책임자를 선정(정보통신망법 제42조의3)하고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보호(제47조의4)해야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다만 IT 플랫폼 업체가 이용자의 불법 게시물로 인해 실제 처벌받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플랫폼에 게시된 콘텐츠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의 요청으로 해당 콘텐츠를 삭제하면 배상책임을 줄이거나 면제(제44조의2)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통신품위법 230조와 유사한 면책 조항이다. 

2020년 4~5월에 걸쳐 국회에서 디지털 공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이른바 ‘n번방 방지법’이 통과됐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과 정보통신망법 등을 개정해 ‘성 착취물’ 등 온라인 성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인 것이 뼈대다. 통신사업자는 성 착취물을 삭제할 의무가 있으나 피해자나 경찰 등 담당기관의 요청이 있을 경우에 한한다. 



미국 통신품위법의 향배는 한국에 진출한 미국 디지털 기업은 물론, 이들과 경쟁하는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기업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바이든 차남 ‘이메일 스캔들’ 의혹

미국 소셜미디어 업계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터진 뉴욕포스트 보도와 관련해 홍역을 치렀다. 대선을 보름 정도 남겨 둔 10월 중순, 친(親)트럼프 성향 언론사 뉴욕포스트는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차남, 로버트 헌터 바이든의 비리 의혹을 보도했다. 

헌터 바이든이 아버지의 정치적 권력과 지위를 이용해 외국기업의 로비스트 역할을 하며 거액을 챙겼다는 것이다. 아버지 바이든 후보도 그 과정을 알았고 심지어 로비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뉴욕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변호사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을 통해 입수했다는 헌터 바이든의 개인 이메일을 근거로 내세웠다. 

트럼프 대통령과 지지자들은 해당 기사를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공유했다. 곧바로 문제가 불거졌다. 트위터는 해당 기사의 내용이 사실인지 확인할 수 없고, 뉴욕포스트가 근거로 든 바이든 차남의 이메일이 해킹됐을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기사 공유를 금지했다. 뉴욕포스트사의 계정과 기사를 공유한 백악관 대변인의 트위터 계정 사용도 중지시켰다. 페이스북도 사용자가 기사를 보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공화당과 트럼프 선거캠프는 소셜미디어 업체가 언론을 검열한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미국 주류언론은 뉴욕포스트 보도를 중요하게 다루지 않았다. 대신 트럼프 캠프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바이든 차남의 ‘이메일 스캔들’을 키우려고 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기사 공유를 제한한 것은 트럼프 선거캠프에 상당한 타격이었다. 민주당과 바이든 측도 소셜미디어 업체들에 불만을 표하긴 마찬가지였다. 바이든 선거캠프는 뉴욕포스트 보도의 배후에 러시아의 선거 개입 공작이 있다고 주장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더욱 강력하게 공유를 금지·제재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도 비판했다.

공화·민주, ‘규제 강화’ 한 목소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통신품위법 230조를 개정해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통신품위법 230조를 개정해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AP=뉴시스]

11월 17일 미국 연방의회 상원 법제사법위원회 청문회는 통신품위법 230조 개정을 둘러싼 민주·공화 양당의 태도를 잘 보여줬다. 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 화상 회의 방식으로 열린 이날 청문회에 트위터의 잭 도어시,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출석했다. 

위원장인 공화당 소속 린지 그레이엄 의원의 발언은 자당의 생각을 대표하는 것이었다. 그는 해당 기업들이 230조 개정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2021년 1월 3일 새로운 의회 회기가 시작되면 법을 고쳐서 기업들의 법적인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얘기였다. 그레이엄 의원은 다음 회기도 위원장직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의 다이앤 파인스타인 의원은 트위터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 대해 ‘이 주장은 논란이 있다’고 표식만 붙이지 말고 아예 삭제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리처드 블루먼솔 의원도 “트위터, 페이스북 두 회사가 잘못된 정보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압박했다. 

청문회에 출석한 두 CEO는 법 개정에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기업 스스로 플랫폼 관리 기준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저커버그 CEO는 “230조 개정은 물론, 콘텐츠나 개인정보보호·선거·데이터 등에 대한 관리 지침을 만들기 위해 의회에 협조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의원들의 압박에 도어시 CEO도 같은 취지로 답변했다. 다만 “통신품위법 230조의 기업 보호 조항을 삭제하면 이미 성장한 기존 대기업만 특혜를 누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갓 사업을 시작한 IT 사업자에 과도한 책임을 물어 산업 전반이 침체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통신품위법 230조 폐지’ 천명한 바이든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230조 존치에 부정적 견해를 내비친다. 차기 행정부의 의향은 어떨까. 조 바이든 당선인은 여러 차례 230조 폐지를 언급한 바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2020년 1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페이스북 등 플랫폼 사업자들만을 위한 203조는 당장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통되는 정보에 대해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바이든 당선인 측은 선거 후에도 플랫폼 사업자가 잘못된 정보의 유통을 방치한다며 통신품위법 230조 폐지론을 고수하고 있다. 

2021년 1월 1일(현지시간) 미국 상원 본회의에서 2021년 국방수권법(NDAA)이 통과됐다. 국방수권법은 한 해 미국의 국방 예산·지출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법안으로 매년 의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3일 “통신품위법 230조를 폐지하지 않으면 국방수권법에 서명하지 않겠다”며 거부권을 행사했다. 의회 결정으로 거부권이 무효화된 것. 의회가 트럼프 대통령의 몽니를 거부했지만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통신품위법 230조 폐지는 재차 쟁점이 될 전망이다.

공화당이 주장하는 ‘편향적 콘텐츠 검열’과 민주당이 주장하는 ‘잘못된 정보 유통 방치’. 통신품위법 230조가 어떻게 개정되는지에 따라 미국뿐 아니라 한국 소셜미디어 기업도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신동아 2021년 1월호

황장석 ‘실리콘밸리 스토리’ 작가·전 동아일보 기자 suron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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