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호

추어, 전복, 장어, 오리…가을 보양식 레시피 열전 [김민경 ‘맛 이야기’]

조리 쉽고 맛 한끝 올리는 고수의 비법

  • 김민경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입력2021-10-26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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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을 벼가 무르익을 때면 미꾸라지 살도 함께 차오른다. 지금부터 찬바람 불기 시작하는 11월까지가 부지런 떨며 다양한 추어탕을 맛볼 시기다. “요즘 추어는 어차피 다 양식인데 계절이 무슨 상관이냐” 한다면, “한겨울에 먹는 수박, 한여름에 먹는 배를 떠올려보라” 말씀드리겠다.
    몸이 고된 날 추어탕을 한 그릇 먹으면 긴장이 풀리며 피로가 싹 가신다(왼쪽). 전복찜, 전복구이는 만들기는 간편한데 놀랄 만큼 부드럽고, 향이 좋다. [GettyImage]

    몸이 고된 날 추어탕을 한 그릇 먹으면 긴장이 풀리며 피로가 싹 가신다(왼쪽). 전복찜, 전복구이는 만들기는 간편한데 놀랄 만큼 부드럽고, 향이 좋다. [GettyImage]

    서른 넘어 추어탕을 처음 먹은 나는 지나온 30년이 너무 억울해 추어탕을 최대한 자주 먹는 편이다. 다행히 추어탕은 언제 어느 때 먹어도 웬만하면 구색이 맞는다. 술이 덜 깬 날엔 땀을 쪽 빼 해장이 되고, 몸이 고된 날엔 긴장을 풀어줘 피로가 가신다. 마음이 산만한 날엔 먹느라 바빠 딴생각이 안 든다. 여럿이 분주하게 후후 불며 먹으면 즐겁고, 혼자 오롯이 즐겨도 좋다.

    전국에 수많은 추어탕 식당이 있는데 대체로 양식 미꾸라지를 사용한다. 본래 추어탕은 논두렁에서 잡히는 미꾸리로 끓였다. ‘동글이’라 불리는 미꾸리는 몸통이 둥글고 아담하다. 진흙 많은 얕은 물에 산다. ‘납작이’라 불리는 미꾸라지는 미꾸리보다 길고 미끌미끌하며 몸통이 납작하다. 더 넓고 깊은 물에 산다.

    추어탕을 끓이려면 미꾸리든 미꾸라지든 크기가 15~20cm 정도는 돼야 한다. 그렇게 자라기까지 미꾸리는 2년, 미꾸라지는 1년 정도 걸린다. 먹어본 사람들은 미꾸리 쪽이 뼈가 연하고 살이 달아 더 맛있다고 하는데, 수익을 내려면 당연히 미꾸라지를 키우는 편이 낫다.

    고춧가루 풀어 얼큰하게 끓인 서울식 추탕

    같은 미꾸라지를 써도 지역마다 식당마다 추어탕 맛이 제각각이다. 서울식은 ‘추탕’이라 하여 통미꾸라지에 고추장과 고춧가루를 풀고 얼큰하게 끓인다. 밑국물은 쇠고기 양지나 곱창을 끓여 만든다. 들어가는 재료도 두부, 유부, 버섯, 호박, 대파, 달걀 등으로 독특하다. 고추에서 우러난 붉은 기름이 동동 떠 있는 국물이 아주 진하다.

    매운탕의 시원함과 육개장의 농후함, 그 사이 어디쯤에 있는 서울식 추탕 맛은 내게 낯설면서도 좋게 다가왔다. 여러 가지 식감이 나는 채소와 두부, 유부를 진한 국물과 함께 푹푹 떠 입에 넣고 오물거리는 것도 즐거웠다. 요즘에는 ‘서울식’을 표방하면서도 미꾸라지를 갈아 만드는 곳이 많으니 초심자라도 겁먹을 필요가 없다.



    강원도에서는 원주가 유명하다. 서울식과 비슷한데 고추장을 주로 쓰고, 감자와 깻잎을 넣어 국물에 걸쭉함과 향긋함을 더하는 게 특징이다. 미나리와 부추를 올려 전골처럼 끓이며 먹기 때문에 매운탕 느낌이 나지만, 밀도 높은 국물에서 우러나는 구수함이 확연히 다르다. 끓이는 중간에 수제비를 떠 넣어 함께 먹기도 한다. 푹 익은 감자를 구수하고도 얼큰한 국물에 부숴 먹는 맛이 일품이다.

    전라도에서는 미꾸라지를 삶아 곱게 갈고 그 국물에 들깨즙을 풀어 끓인다. 들깨를 곱게 갈아 체에 걸러낸 뽀얀 즙을 넣는 것이다. 자연스레 들깨의 또렷하고 고소한 향이 국물에 스며든다. 그만큼 향을 내려면 국물이 탁해질 만큼 들깨를 넣어야 할 텐데, 들깨즙이라는 지혜가 맛의 한 수가 됐다. 여기에 무청 시래기와 된장을 넣고 푹 끓인다. 결이 다른 여러 종류의 구수함이 한 그릇에 어우러져 있다. 간혹 씹히는 잔뼈의 고소함, 먹을수록 도드라지는 들깨 향, 코끝에 남는 무청의 마른 내, 된장의 속 깊은 맛이 다 있다. 미꾸라지가 아니라 미꾸리로 만든 남원 추어탕을 한 그릇 꼭 먹어보고 싶다는 욕심이 든다.

    경상도식은 국물에서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아주 맑다. 미꾸라지를 푹 삶은 다음 갈지 않고 체에 내리기 때문이다. 여러 번 걸러 뼈도 살도 최대한 곱게 내린다. 뽀얀 국물에 배추나 우거지, 토란대, 숙주, 고사리 등 채소를 많이 넣고 고춧가루를 연하게 풀어 끓인다. 된장을 넣더라도 역시 연하게 푼다. 어탕이 맞나 싶을 정도로 맑고 깨끗하며 맛이 아주 시원하다. 하늘하늘 뚝배기 가득 들어 있는 부드러운 채소를 건져 먹는 맛이 좋다.

    꼬물꼬물 활전복 간단히 손질하기

    계절이 바뀔 때 먹을 만한 보양식으로 전복죽도 빼놓을 수 없다. 요즘에는 꼬물꼬물 싱싱하게 움직이는 전복을 동네 슈퍼에만 가도 쉽게 구할 수 있다. 내가 어릴 때는 전복이 정말 비쌌다. 대체로 별다른 가공 없이 회로 먹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양식이 활발해지며 전복은 큰 부담 없이 맛볼 수 있는 식재료가 됐다. 양식이라 해도 풍작과 흉작이 있어 가격이 오르내리지만, 전복 한 알이 여물기까지 바다에서 보내는 시간이 18~24개월이란 점을 고려하면 결코 비싼 값은 아니다.

    전복을 사려고 보면 10~11미, 20~22미 같은 말을 듣게 된다. 여기서 미(尾)는 1kg당 전복 마릿수를 뜻한다. 10~11마리 무게가 1kg인 전복은 20~22마리에 1kg이 나가는 전복보다 클 것이다. 이처럼 ‘미’는 전복 크기를 알려주는 표시다. 보통 5~10미를 큰 것, 11~16미를 중간 것, 17~50미를 작은 것으로 나눈다.

    전복은 클수록 비싸다. 크다고 바다에서 더 오래 산 것은 아니고, 맛이 더 좋다는 보장도 없지만 시장 가격이 그렇다. 내가 동네 슈퍼에서 자주 만나는 전복은 양식한 참전복으로 크기는 15미 내외다. 이 정도를 고르면 가격도 크게 부담되지 않고, 죽·찜·탕·구이 등 여러 가지로 요리해 먹기 좋다.

    전복죽을 끓이려면 활전복을 사야 한다. 살아 있는 전복을 깨끗이 문질러 씻는다. 특히 배 부분이라고 느껴지는 누르스름한 면을 잘 닦자. 거기가 전복 발이다. 바다를 떠나 서울까지 오면서 여기저기 많이도 붙어 움직였을 테다. 옆으로 난 주름 부분도 꼼꼼히 솔로 문질러 닦는다. 다음은 분리. 단단한 쇠숟가락을 껍데기와 살 사이에 넣고 힘주어 떠내듯 살집을 뗀다. 살집이 분리됐다 싶으면 내장이 찢어지지 않게 살살 뜯어낸다.

    좀 더 수월한 방법도 있다. 넓은 프라이팬에 야트막하게 물을 부어 끓인다. 전복 껍데기가 바닥으로 가도록 넣고 10~15초 정도 뒀다가 꺼낸다. 이후 한 김 식혀 살을 떼면 힘을 덜 줘도 된다. 내장을 익히지 않으려고 이렇게 손질하는 것이다. 전복을 익혀 먹을 거라면 끓는 물에 통째로 넣고 10~15초 정도 데쳐내면 분리가 더욱 쉽다.

    내장을 잘라낸 다음 살집이 얇은 쪽 끝을 꾹 누르면 이빨이 보인다. 이 부분을 바깥으로 저미듯 자르면 길고 하얀 식도가 따라 나온다. 내장 귀퉁이에 모래주머니가 있는데 나는 늘 떼지 않고 먹지만 아직 흙이나 모래를 씹은 적은 없다.

    불린 찹쌀에 전복 내장을 잘게 잘라 넣고 살살 으깨며 섞은 뒤 참기름에 달달 볶아 전복죽을 끓이면 고소하고 향긋한 맛이 일품이다. [GettyImage]

    불린 찹쌀에 전복 내장을 잘게 잘라 넣고 살살 으깨며 섞은 뒤 참기름에 달달 볶아 전복죽을 끓이면 고소하고 향긋한 맛이 일품이다. [GettyImage]

    전복이 품고 있는 고소한 달콤함

    전복 손질을 마치면 요리의 7할을 마친 것이나 마찬가지다. 전복죽은 살도 좋지만 내장의 구수한 맛을 즐기려고 만든다. 집집마다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나는 불린 찹쌀에 전복 내장을 잘게 잘라 넣고 살살 으깨며 골고루 섞는다. 이렇게 하면 쌀이 청록색이 된다. 그것을 참기름에 달달 볶아 끓이면 색이 곱고, 구수한 맛도 더 깊어진다.

    찜이나 구이는 전복죽에 비하면 간단한 편이다. 나는 냄비에 채반을 넣고 전복살을 껍데기에 올려 쪄 먹는다. 전복 내장은 미리 손질해 죽에 양보하는 편이다. 찜에 정성을 더하자면 다시마를 채반 바닥에 깔고, 전복 위에 무를 얇게 썰어 올리기도 한다. 이러나저러나 찐 전복은 놀랄 만큼 부드럽고, 향이 좋다. 그에 비하면 연하게 올라오는 단맛과 구수함은 겸손한 편이다.

    전복구이에는 버터가 제격이다. 칼집 낸 전복 살에 살짝 녹인 가염 버터를 발라 오븐에 구워 익힌다. 팬 프라이가 하고 싶으면 버터를 넉넉히 녹인 데다 칼집 낸 전복을 통째로 넣고 달달 볶는다. 마지막에 레몬즙을 꾹 자서 센 불에 한 번 더 볶으면 몰래 조미료를 넣었나 싶을 정도로 꿀맛이다.

    전복과 비교하면 장어는 손질이 쉽지 않다. 미끈거리는 몸통이 아주 굵고 길며 둥글둥글해 손으로 쥐기도 어렵다. 칼을 넣어 일직선으로 베어내려면 기술이 필요하다. 게다가 장어를 반으로 갈라 내장과 뼈를 떠낼 때 잘못하면 피가 살집에 번진다. 장어 피에는 독 성분이 있다. 민물장어는 보통 바싹 가열해 먹으므로 위험할 일은 없다. 하지만 피가 살집에 묻으면 잡냄새가 밸 수 있다. 피를 닦아내겠다고 장어를 물에 헹구면 다른 종류의 좋지 않은 냄새가 배어난다. 그러니 장어를 잡을 때 깔끔하게 손질하는 게 중요하다.

    다행히 요즘은 장어를 손질해 파는 곳이 많아졌다. 얼마 전 오랜 친구의 부모님이 운영하는 민물장어 가게에서 장어를 주문했다. 집에 도착한 스티로폼 박스를 열어보니 살집이 아주 두툼하고 하얗고 깨끗한 장어가 진공포장 상태로 들어 있었다. 잘 손질해 주신 게 분명했다.

    그래도 할 일이 있다. 장어 등쪽(껍질)을 보면 미끈하고 허연 점액질 같은 게 보인다. 이걸 칼로 살살 긁어내거나 키친타월로 가볍게 닦아낸다. 살집 부분도 칼로 긁거나 키친타월을 덮어 꾹 눌러 닦는다. 이렇게 하면 혹시 묻어 있을지 모르는 피나 이물질 등까지 제거돼 장어의 오롯한 맛이 더 살아난다. 마지막으로 살집 가장자리를 손으로 만져보며 잔가시나 딱딱한 부분을 가위로 잘라낸다. 이후 껍질 부분에 칼집을 듬성듬성 내면 구울 때 오그라들지 않아 편하다.

    기름진 장어와 아삭 향긋 생강의 천생 조합

    장어는 편마늘, 잘게 썬 고추, 깻잎 등과도 잘 어울리지만 최상의 조합을 이루는 향채는 역시 생강이다. [GettyImage]

    장어는 편마늘, 잘게 썬 고추, 깻잎 등과도 잘 어울리지만 최상의 조합을 이루는 향채는 역시 생강이다. [GettyImage]

    민물장어 살집은 바다에 사는 갯장어나 붕장어보다 훨씬 두껍고 기름지다. 그만큼 구워 익히기 까다롭다. 나는 무쇠로 된 프라이팬을 달군 뒤 장어를 얹고 오래오래 익혔다. 먼저 팬에 기름을 두르고 등 쪽이 팬에 닿도록 했다. 이때 자투리 대파 같은 걸 팬 바닥에 깔기도 한다. 굽는 동안 장어 살집에 소금을 솔솔 뿌린다. 껍질이 팬에 달라붙지 않을 때까지 뒀다가 잘 익으면 뒤집어 살 부분을 굽는다. 등 쪽을 오래 구우면 껍질이 질겨질 수 있다. 그보다는 살집에 열기를 오래 가하며 천천히 굽는 게 좋다. 오븐이나 에어프라이어를 이용하면 장어를 훨씬 수월하게 구울 수 있다.

    장어 양면이 제법 단단해졌다 싶으면 양념장을 바르기 시작한다. 너무 일찍 바르면 타고, 늦게 바르면 간이 덜 밴다. 약한 불에서 구우며 부지런히 덧바른다. 양념 색이 잘 배면 장어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조각조각 뒤집으며 여러 면을 골고루 구워 완성한다.

    장어를 직접 잡지는 않았지만 꽤 오랜 시간 부엌에 서서 소금, 간장, 매운맛 양념 3종 구이를 완성했다. 긴장한 탓에 등골에 땀이 송송 났다.

    이제 도톰하고 부드러운 장어구이에 생강채를 몇 개 올려 먹어본다. 기름진 살코기와 아삭하고 향긋한 생강이 어우러져 고소하고 산뜻한 맛이 난다. 생강은 식중독을 예방하고 장어의 비린 맛을 제거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한다. 게다가 맛의 궁합이 기가 막힌다. 편마늘, 잘게 썬 고추, 깻잎, 당귀, 셀러리 잎 등도 장어구이와 곁들여 먹어봤다. 그렇지만 어느 것도 생강 같지는 않다. 생강은 장어 살집에 싹 스몄다가 다시 아삭함과 향긋함으로 되살아난다. 김밥에 단무지처럼, 장어와 날생강은 천생 조합이다.

    이번엔 오리 요리를 해보자. 훈제오리구이는 아이가 있는 집 식탁에 자주 오르는 메뉴다. 아무리 애써 구워도 기름이 한강처럼 번져 나와 프라이팬을 가득 채우고 사방으로 튀기 일쑤지만 “오리 기름은 몸에 좋지” 하며 덥석덥석 집어먹곤 한다. 오리고기는 다른 육류에 비해 불포화지방산 비율이 높다. 돼지고기와 비교하면 평균 10~15% 정도 차이가 난다. 그렇지만 오리고기에도 포화지방산이 있으니 굳이 기름을 먹을 필요는 없다.

    다이어트할 때 먹어도 ‘안심’인 오리 안심

    다른 육류에 비해 불포화지방산 비율이 높은 오리는 기름진데도 건강 보양식으로 인기가 높다(왼쪽). 잘 구운 양갈비는 부드럽고 고소하다. 도톰한 살코기를 썰어 한입 두입 먹은 뒤 뼈를 손으로 잡고 뜯는 맛도 즐겨보자. [GettyImage]

    다른 육류에 비해 불포화지방산 비율이 높은 오리는 기름진데도 건강 보양식으로 인기가 높다(왼쪽). 잘 구운 양갈비는 부드럽고 고소하다. 도톰한 살코기를 썰어 한입 두입 먹은 뒤 뼈를 손으로 잡고 뜯는 맛도 즐겨보자. [GettyImage]

    오리는 보통 닭의 두 배 정도 크기다. 집에서 한 마리를 통째로 요리해 먹는 일은 드물다. 게다가 특유의 육향을 품고 있고, 기름이 많아 조리가 어렵다. 통째로 요리할 때는 껍질의 기름을 잘 제거하고, 마늘이나 대파 같은 향채를 넣고 초벌로 살짝 익힌 다음 백숙이나 통구이를 하는 게 좋다. 이때 익히는 시간은 닭고기의 두 배 정도로 잡아야 한다. 먹는 사람은 좋을지 몰라도 만드는 사람은 진땀깨나 빼게 되는 요리다.

    식구가 많지 않은 집에서는 부위별로 손질된 오리고기를 사는 게 알맞다. 오리고기도 여느 고기처럼 날개, 가슴살, 다리살, 안심 등으로 깔끔하게 구분돼 나온다. 날개는 간장이나 매콤한 양념으로 간한다. 가슴살은 기름이 없으니 스테이크로 만들어본다. 다리는 양념해 볶거나 구워 먹자. 안심은 다이어트 중에 배가 부르도록 먹어도 ‘안심’인 부위다.

    주물럭이나 구이용으로 손질해 둔 오리를 사면 여러 부위를 한꺼번에 맛볼 수도 있다. 기름이 많이 생기는 껍질 부분을 제거한 고기도 판매한다. 많은 사람이 모여 오리고기를 먹을 계획이라면 껍질이 있는 부위와 없는 부위를 함께 구우면 좋다. 생고기는 굽기 전 소금 후추 참기름으로 살짝 간하면 쫄깃함 가운데 한결 감칠맛이 살아난다.

    요즘엔 양고기 구매도 간편해졌다. 갈비, 등심, 목살, 어깨살, 엉덩이살, 다리살, 삼겹살, 늑간살 등 부위별로 손질한 양고기를 택배로 받아볼 수 있다. 아직 양고기가 낯선 사람이 도전하기엔 양갈비구이가 가장 알맞다. 양갈비는 소갈비나 돼지갈비보다 뼈에 붙은 살이 연한 편이다. 쫄깃함은 있지만 부드럽고 정말 고소하다. 조리도 손쉽다.

    양갈비는 다시 숄더랙과 프렌치랙으로 나뉜다. 숄더랙은 어깨 쪽 갈비로 목과 등 사이 부위라고 생각하면 된다. 프렌치랙은 등쪽 갈비다. 숄더랙 뼈가 더 넓적하고 큼직하며 살점도 크고 육질이 단단한 편이다. 프렌치랙은 뼈가 가느다랗고 고기도 아담하며 부드럽고 연하다. 나는 숄더랙의 경우 두세 쪽, 프렌치랙은 서너 쪽을 금세 먹어치운다. 양갈비를 구매할 때는 먹을 사람 수에 맞춰 갈빗대 수를 계산하는 게 좋다.

    냉장 양갈비가 집에 도착하면 키친타월로 핏물이나 물기를 꼼꼼히 닦는다. 이후 소금, 후추를 뿌리고 앞뒤로 문질러 밑간한 다음 올리브유를 골고루 발라 잠시 둔다. 이때 로즈메리 한 줄기의 잎을 뜯어 함께 묻혀두면 좋다. 없어도 그만이다. 다진 마늘을 올리브유에 섞어 같이 발라도 좋다.

    이제 달군 프라이팬에 기름을 넉넉히 두른 다음 센 불에 올려 양갈비를 앞뒤로 굽는다. 겉면이 핏기 없이 잘 익으면 불을 약하게 줄여 속까지 천천히 익힌다. 채소를 함께 구워도 좋다. 마늘, 대파, 양파, 버섯, 작게 썬 당근, 토마토 등 무엇이든 괜찮다.

    양고기 초보 요리사는 이때 버터를 조금 써본다. 불을 줄여 고기를 속까지 익힐 때 버터를 한 조각 넣어 녹이는 거다. 팬을 흔들어 버터가 양고기에 골고루 닿게 하거나 녹은 버터를 숟가락으로 떠서 고기에 끼얹어가며 익힌다. 버터의 풍미가 양갈비에 배어 맛과 향이 다채로워지고 육질도 살짝 부드러워진다.

    나는 잘 구운 양고기에 디종 머스터드만 살짝 발라 먹는다. 중국식 양꼬치 소스 등을 곁들이는 사람도 있다. 입맛대로 선택하면 된다. 양고기의 ‘찰떡궁합’ 소스는 민트젤리라는 얘기도 있는데, 양고기 냄새가 버거운 사람에겐 민트젤리의 맛과 식감이 오히려 더 불편할 수 있다. 향신료를 즐기는 입맛이 아니라면 피하는 게 낫다.

    #서울식추탕 #전복죽레시피 #장어손질법 #양갈비버터구이 #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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