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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정권의 행정수도 이전 계획 비화

“조치원, 청주, 대전 삼각 지역에 首都 건설 통일 후 서울로 복귀”

  • 구술: 김병린전 서울시 도시계획국장 정리: 신주현 asinamu7@hanmail.net

박정희 정권의 행정수도 이전 계획 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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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이라면 몇 가지 지방이전 유인책을 제시한다 해서 국민의 의식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었다. 학자들 또한 ‘행정시책으로는 인구 분산을 정밀하게 추산할 수 없으며 실제로도 인구가 조정될지 의심스럽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나는 강력한 수도권 인구억제책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그래서 생각해낸 대책이 바로 ‘행정수도와 명문대학 지방이전’이었다. 곧 이러한 방향으로 작업하겠다는 의견을 오휘영 비서관에게 제출했다. 조선시대 이후 줄곧 서울을 중심으로 중앙집권 해온 결과, ‘사람은 나서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로 보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서울에 가야만 부와 명예를 쥘 수 있다’는 의식이 화석처럼 굳어지지 않은가. 나는 행정수도를 옮겨 서울 중심의 의식을 해체하고 산업시설과 교육기관을 이동시켜 실질적인 인구감소 효과를 내자고 건의했다.

그러나 이 의견서는 아무런 반응을 얻지 못했다. 의견서를 제출한 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1976년 2월말 팀이 해체됐던 것이다. 수도권 인구대책 업무가 제1경제수석실에서 무임소장관실로 이관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서울시로 복귀했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무임소장관실에서 연락이 왔다. 경제수석실에서 작업한 내용을 듣고 싶다는 것이었다. 소공동에 있는 ‘남강’이라는 일식집에서 신형식(전 공화당 사무총장) 무임소 장관과 박봉환 수도권인구정책조정실장을 처음 만났다. 그들은 그동안의 연구결과를 듣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경제수석실에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에 별로 해줄 말이 없었다. 그 대신 평소 생각해왔던 임시 행정수도 건설과 명문대 지방이전 문제를 꺼냈다. “이것만이 내가 제시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라고 분명하고 단호하게 말했다. 두 사람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임시 행정수도라니, 무슨 소리냐는 것이다. 신 장관은 “그런 어마어마한 행정계획을 꼭 세워야 하느냐” “가능한 일이냐”고 물었다.

나는 평소 생각해오던 것을 조목조목 이야기했다. 통일 후 다시 서울을 수도로 삼아야 하기 때문에 통일 이전까지 임시로 행정수도를 이전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점, 우리 국민의 교육열을 감안할 때 명문대 이전으로 실질적인 효과와 의식의 변화 두 가지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두 시간 동안 수도 이전의 필요성에서 토지 문제까지 설명하자 신 장관과 박 실장은 처음과는 달리 상당히 수긍하는 모습이었다. 신 장관은 ‘다시 만나자’는 말을 남겼다.



며칠 지나자 무임소 장관실에서 연락이 왔다. 내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작업을 진행할 테니 참여해달라는 것이었다. 단 이 사실을 철저하게 비밀로 해야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나는 곧장 참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소신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무임소 장관실에서 비밀프로젝트 추진

‘수도권 인구 재배치에 관한 기본 구상’ 프로젝트는 두 부분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무임소 장관실 실무자들은 수도권 인구억제책에 대한 행정시책을 연구하고, 박봉환 실장은 나와 함께 임시 행정수도 건설 제안서를 만드는 체계였다. 바로 이 두 가지를 뼈대로 한 ‘수도권 인구 재배치에 관한 기본구상’을 박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할 예정이었다.

박 실장과 나는 보고서를 만드는 데 진력했다. 프로젝트 참여를 비밀로 해야 했기 때문에 서울시 업무와 동시에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낮에는 서울시청에서 근무하고, 퇴근 후에는 서린호텔, 운당연관 등을 전전하며 임시 행정수도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박 실장은 재무부 이재국장 출신이었다. 당시 재무부 이재국장은 치안국장, 내무부 지방국장과 함께 ‘일등 국장’으로 불렸다. 이름에 걸맞게 박 실장은 우리나라 경제상황을 전반적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그러나 국토계획이란 그에게 매우 생소한 분야였다. 박 실장은 “경제 전반을 다루는 재무부 이재국에서 일하다 보니 건설교통부를 아래로 보는 경향이 있었는데, 국가의 근간을 짜는 국토개발의 중요성을 절감했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박 실장은 엄청난 에너지와 열정의 소유자였다. 그는 국토문제, 행정수도 문제를 원론부터 공부하기 시작해서 나와 함께 수도이전에 수반되는 전반적인 문제를 밤 새워가며 토론했다. 답을 찾기 힘든 문제는 누구든 찾아가 의견을 듣고 해결책을 구했다. 박 실장이 없었더라면 임시 행정수도 계획 자체가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박 실장은 후일 신 행정수도 건설의 모든 책임을 맡게 되는데, 그의 탁월한 추진력이 낳은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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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술: 김병린전 서울시 도시계획국장 정리: 신주현 asinamu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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