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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택 기자가 만난 사람

‘특별수사’ 대부 김성호법무부 장관

“검찰 내 ‘썩은 사과’ 솎아내고, 마구잡이 ‘떼법’ 반드시 뿌리 뽑는다”

  • 황호택 동아일보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특별수사’ 대부 김성호법무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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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수사’ 대부 김성호법무부 장관
그가 1982년 목포지청 검사로 내려가 있을 때 명성 사건이 터졌다. 명성그룹 김철호 회장은 한국에 처음으로 콘도미니엄 문화를 도입해 급성장하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인 이규동씨 관련 루머가 퍼지면서 세무조사를 받은 후 주저앉았다. 이 사건으로 명성그룹의 콘도와 골프장은 ‘한화’로 간판을 바꾸어 달았다.

“목포지청에 근무하고 있는데 명성 사건 수사에 참여시키려고 서울지검으로 발령을 내더군요. 지검에는 가보지도 못하고 대검 중수부로 파견명령을 받아 수사를 시작했죠. 그 다음에 영동개발진흥 사건이 터졌습니다. 장영자, 명성, 영동개발진흥 3개를 묶어 언론에서 ‘장명동 사건’이라고 작명했어요.”

▼ 1995년 서석재 전 총무처 장관의 술자리 발언으로 촉발된 대통령 비자금 사건을 맡았다가 수사를 마치면서 ‘나가레(ながれ·무효)’라고 했죠. 명예롭지 않은 일 아닌가요.

“서 장관이 술자리에서 기자들한테 ‘전(前) 정권 실세가 4000억원을 바꿔주면 정치자금 2000억원을 내겠다고 했다’고 말한 데서 비롯된 사건이죠. 그 말 한마디밖에 없었습니다. 서 장관의 발언이 일파만파로 확산되자 안우만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했어요.”

강정구 교수 국가보안법 위반 발언 사건 수사 때 천정배 전 법무장관이 김종빈 검찰총장에게 수사지휘권을 발동하자 언론은 ‘건국 이후 첫 발동’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 그는 서 장관 발언 사건 때도 안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문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그는 10년 세월이 흐른 지금에도 수사지휘권 발동 문서의 내용을 외우고 있었다.



“첫째 서 장관이 그러한 발언을 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 둘째 만일 그런 사실이 있다면 그러한 자금이 존재하는지의 여부, 셋째 그러한 돈이 존재한다면 어떻게 조성됐는지를 조사해 보고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서 장관을 조사해 9단계를 거쳐 이모씨라는 이름과 주민등록번호가 나왔죠. 그래서 전국 금융기관을 다 뒤져 그 사람 이름으로 된 자금을 다 조사했지요. 그런데 안 나왔어요. 끝이지요. 그러니까 자금이 없는 것이지요.

그 돈이 전직 대통령과 관련이 있었다면 그때 수사했을 것입니다. 그때는 서 장관이 이야기한 그 돈이 없었습니다. 그 뒤에 박계동 의원이 국회에서 폭로하면서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의 실체가 드러난 것이죠. 특수 3부장을 할 때였는데 검사들을 데리고 중앙수사부에 가서 그 수사에 매달렸죠.”

의혹 남긴 수서 사건, 과연 진실은?

▼ 구시대에는 특별수사를 하다보면 정권의 압박을 받는 일이 많지 않았습니까.

“박영복, 장영자, 명성 사건은 검찰에서 스스로 인지했다기보다는 사회적으로 물의가 빚어져 수사하게 된 것이라 정치권력이 제어할 방법이 없었지요. 언론이 앞서 보도하니까요. 저는 별로 정권의 압력을 받지 않았어요. 공안사건 쪽에는 그런 일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수사 환경이 좋지 않지만 그때는 내사를 심도 있게 진행할 수 있었죠. 내사를 통해 사건화할 때쯤에는 증거자료가 거의 완벽하게 구비돼 있는 상태이지요. 그런 사건에 대해 누가 ‘하라 마라’고 할 수는 없지요. 이형구 장관 구속할 때도 끈덕지게 건의했습니다. 장관 구속하려면 보고해야 하니까 검사 혼자서는 할 수 없죠.

수서 사건은 분위기가 안 좋았어요. 수서택지 개발은 그전까지 모든 부처가 반대하던 것이었습니다. 국회는 물론이고 건설부와 서울시가 전부 반대했는데, 하루아침에 허가 내주는 쪽으로 바뀌었죠. 수서 때도 내가 조금 관여하다가 기획하는 쪽으로 임무가 바뀌는 바람에 직접 조사하지 못했죠. 나중에 그게 걸리더라고요. 그런 사건은 기분이 좀 언짢지요. 여야 국회의원 몇 사람이 구속됐는데, 과연 그 사람들 힘만으로 됐을까요?”

▼ 노태우 대통령 비자금 사건 때 정태수 한보그룹 회장과 노 대통령의 뇌물 수수관계가 드러났죠.

“그러니까 내가 관심을 가졌던 것이지요. 처음부터 그것이 의심스럽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중에 노태우 대통령 비자금 사건 수사할 때 정태수씨가 노 대통령한테 100억원 준 것이 드러났죠. 그런데 수서 사건은 무슨 압력을 받아서 그런지, 그게 우리의 한계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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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택 동아일보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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