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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시하다고요? 여자에겐 최고 찬사죠”

다재다능한 ‘꿀 배우’ 유인나

  •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섹시하다고요? 여자에겐 최고 찬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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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 오디션의 최종 우승자

‘지붕 뚫고 하이킥’으로 데뷔한 2009년, 그의 나이는 27세였다. 배우 지망생들이 보통 20세 전후로 연기를 시작하는 현 추세를 감안할 때 데뷔 시기가 상당히 늦은 편이다. 그럴만한 사정이 있는지 묻자 그는 “데뷔 전에는 무명이라는 말조차 붙일 수 없는 연습생이었다”며 “무명시절을 보내는 배우들이 부러웠다”고 고백했다.

▼ 연습생 생활을 오래했나요.

“YG엔터테인먼트 연습생을 3~4년 하다가 데뷔했는데, 그전에 다른 회사에서 열일곱 살 때부터 가수 데뷔를 준비했기 때문에 연습생만 10년 넘게 했어요. YG에는 기획사 서너 군데를 거친 후 배우 오디션을 보고 들어갔어요. 처음 연습생 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가수도 되고 싶고 연기자도 되고 싶었는데 하다보니 배우가 더 적성에 맞더라고요. 양현석 (YG) 사장님은 제가 가수를 꿈꿨던 것도 모르실걸요.”

어릴 때부터 그는 막연히 연예인을 꿈꿨다. 초등학교 1학년 생활기록부에도 장래희망란에 연예인이라고 적혀 있다.



▼ 첫 소속사에는 어떻게 들어갔나요.

“성남 분당에 있는 수내고등학교를 다녔는데 그때 밴드부 활동을 했어요. 학교 축제 때 MC를 본 적도 있고요. 밴드부 선배에게 전해 듣고 기획사 관계자들이 종종 영입 제의를 했어요. 저도 하고 싶어서 학교를 다니며 연습생 생활을 했는데 낯선 상황에 잘 적응하지 못해서 많이 울었어요.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낯선 장소에 혼자 있는 걸 가장 싫어하고 무서워하거든요. 분당에서 연습실이 있는 서울 강남 방배동까지 버스 타고 혼자 왔다갔다 하는 게 처음이었어요.”

▼ 연습생 생활을 한다고 잘된다는 보장도 없는데 학업이나 장래가 불안하지 않던가요.

“그런 고민은 안 했어요. 내 꿈과 관련된 것만 잘하면 된다는 주의였어요. 좋아하는 과목만 열심히 해서 성적이 극단적이었어요. 좋아하는 국어는 100점을 맞고, 싫어하는 수학은 빵점 맞은 적도 있어요. 내 딴엔 30~40점은 될 줄 알았는데 선생님이 ‘다 틀렸다. 빵점이다. 다 비껴가는 것도 재주’라고 해서 저와 마주 보고 깔깔 웃었던 기억이 나요.

근데 수능(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처음 과외공부를 했어요. 수학 과목만. 중학교 책을 가져다가 인수분해부터 다시 배웠어요. 시간이 없어서 수능 보기 전 시험 범위를 다 떼진 못했는데 신기하게도 배운 데까지는 다 맞았어요. 80점 만점에 43점을 맞았거든요. 선생님이 채점하면서 우시더라고요. 억센 사투리로 ‘고맙다, 니가 배운 데까지 다 맞았다. 근데 니는 우째 찍은 게 하나도 안 맞았나’ 하시면서. 그래서 저도 시간만 더 있었으면 만점 맞았을 거라고 했죠. 하하.”

▼ 가수를 준비하다 왜 배우의 길로 갔나요.

“연기는 무한히 발전할 수 있고 아주 재미있는 일이죠. 책을 읽으면 남의 삶을 공짜로 살아볼 수 있는 것처럼 연기를 함으로써 다른 사람의 삶을 살아보고 표현해볼 수 있는 배우라는 직업만큼 매력적인 일도 없다고 느꼈어요. 근데 가수는 하면 할수록 한계를 느꼈어요. 연기는 노력을 통해 계속 발전할 수 있는데 가수는 타고난 기량이 있어야 하고, 세상에 나보다 노래 잘하는 사람이 굉장히 많다는 걸 점점 더 절실히 깨달았어요.”

“연예인은 내 운명”

▼ 춤은 잘 추나요.

“그럭저럭 추는데 결정적으로 안무를 못 외워요, 하하. 안무 연습을 할 때 다른 친구들은 외운 걸 착착 하는데 저만 다른 동작을 하며 헤매곤 했어요. 아, 걸그룹은 못하겠구나 싶었죠. 걸그룹 준비도 했었거든요.”

▼ 10년 넘게 연습생으로 지내면서 미래가 불안하지 않았나요.

“처음 연습생 생활을 시작할 때는 양파 씨가 고등학생 가수로 인기를 끌어서 소속사에서는 제게 ‘반드시 고등학생으로 데뷔할 거다’라고 했어요. 저도 늘 마음의 준비를 했는데 일이 자꾸 꼬였어요. 20대 초반에는 신선하게 데뷔할 기회를 놓쳤다는 생각이 들어 막막했어요. 20대 중반에 다시 마음을 추스르고 나니 그때는 ‘큰일이다, 이제 이 일을 못하게 되는 건가’ 싶어 불안했고요. 아무리 나이가 중요하지 않다고 해도 불혹에 데뷔할 순 없잖아요.

그런데 며칠을 고민하다 다른 일을 찾아보자고 마음먹으면 신기하게도 어디선가 연락이 왔어요. 우리 회사에 한번 와보라는 제의였죠. 유명한 회사도 여럿 있었어요. 그런 일이 반복되면서 ‘연예인이 내 운명’이다 싶어 이 일을 그만두는 걸 포기했어요.”

▼ YG 연습생은 할 만했나요.

“아주 힘들었어요. 지금은 1년에 한 번 정도 배우 오디션을 진행하지만, 당시에는 그런 게 없어서 연기선생님과 일대일로 면접 수준의 오디션을 보고 들어갔어요. 합격해도 바로 데뷔할 수 있는 게 아니었어요. 몇 달에 한 번씩 6~8명의 연습생이 경합을 벌였고 한두 주 후에 결과가 발표됐어요. 그 결과에 따라 남을 사람과 나갈 사람이 정해졌죠. 새로운 연습생 두세 명이 들어오면 내부 경합을 통해 걸러내는 작업이 계속됐어요. 그렇게 3년을 하다보니 한 명이 남았는데 그게 바로 저예요. 제가 굉장한 유망주도 아니었지만 떨어뜨릴만한 구실도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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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기자 │k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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