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紀元, 싼샤 댐 붕괴 위기 보도가 신호탄
수위(水位) 용어 혼동, 붕괴설 부채질
유튜브엔 ‘이미 붕괴’ 가짜 뉴스 기승
비틀어진 싼샤 댐 위성사진 파장 一波萬波
中 남부, 올해 기록적 호우 내린 건 사실
올해 홍수 최고조… 수문 절반만 열고도 충분
매년 5월 장마 대비 댐 비워 둬
1만2087개 센서, 2681곳 변형 감시
담수 능력으로 중국 최대 규모인 싼샤 댐 전경. 댐 길이만 2309.47m, 하중도(河中島)와 화물선의 통행을 위한 갑문(閘門)까지 포함하면 전장(全長) 3335m의 대형 댐이다. [바이두]
미국의 화교 매체인 대기원시보(大紀元時報·The Epoch Times)는 올해 6월 24일 이 같은 제목의 장문의 기사를 실었다. 저수량 393억t을 자랑하는 싼샤 댐이 붕괴 위기라는 보도였다.
붕괴설의 근거는 한 달 가까이 지속된 중국의 ‘호우(豪雨)’였다. 중국은 하루 강수량이 130㎜ 이상으로 예상되면 ‘호우특보’를, 50㎜ 이상 130㎜ 미만의 비가 예상되면 ‘대우(大雨)특보’를 발령한다. 중국 남부에 6월 초부터 내리기 시작한 장맛비가 한 달 이상 계속된 데다 앞으로도 기록적인 폭우가 10일 넘게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싼샤 댐이 붕괴할 수도 있다는 얘기였다. 대기원은 창장(長江) 유역의 기록적인 폭우로 26개 지역에서 1120만 명의 이재민(罹災民)이 발생했으며, 9300여 채의 주택이 붕괴하고 17만1000채의 주택이 파손됐다고 전했다. 이로 인한 경제 피해는 241억 위안(한화 약 4조1876억 원)으로 추산됐다.
보통 국가에서 홍수로 1000만 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했다면 엄청난 재난이다. 하지만 14억 인구의 중국에서 이 정도 피해는 매년 발생하는 홍수 재난 중 큰 편도 아니다. 홍수로 인한 중국의 이재민은 연 평균 4000만 명이 넘는다. 그러나 대기원은 독일에 거주하는 중국계 수리전문가 왕웨이뤄(王維洛)와의 인터뷰를 통해 “현재 중국의 절반을 휩쓸고 있는 집중 호우 때문에 싼샤 댐이 추가적인 홍수 압력에 의해 붕괴돼 인근 지역 주민 수백만 명의 목숨을 위협할 수 있다”고 전했다.
2000년 5월 재미 화교들이 창간한 대기원시보는 전 세계 35개국에서 12개 언어로 발행되는 반중(反中) 경향의 매체다. 온라인 인터넷 판은 무려 21개 언어로 세계로 전파된다. 중국 내부에서도 수천만 명이 접속해 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영향력이 있는 신문이다. 이런 대기원시보의 보도는 올해 한국을 비롯해 일본, 대만은 물론 미국, 호주, 유럽 등에서 ‘싼샤 댐 붕괴 위기’라는 기사가 홍수처럼 밀려오는 신호탄이 됐다.
大紀元, 싼샤 댐 붕괴 위기 보도가 신호탄
여기서 기사가 말하는 홍수위 145m는 사실은 싼샤 댐의 ‘홍수기 제한 수위’다. 우기(雨期) 즉 장마에 대비해 댐의 물을 미리 비워두는 수위다. 중국어로는 홍수를 방지하기 위해 제한하는 수위라는 뜻에서 방홍한제수위(防洪限制水位)라고 부른다. 우리말로는 ‘홍수기 제한 수위’다.
싼샤 댐은 6~8월 홍수기에 대비해 5월경 댐 수위를 145m까지 낮춘다. 이는 물을 최대로 저장해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한 ‘상시 만수위 175m’보다 30m나 낮다. 30m 수위에 따른 저수량 차이는 무려 221억t. 바로 이 221억t이 싼샤 댐의 홍수조절 능력이다.
그런데 홍수기에 대비해 댐을 비워두기 위한 최대치로서의 145m를 마치 이 수위를 넘으면 홍수가 날 것처럼 보도한 것은 고의가 아니라면 무지와 오해의 소산이라고 할 수 있다. ‘홍수기 제한 수위’는 말이 주는 어감과 달리 비가 적게 오는 갈수기(渴水期)나 평상시보다 훨씬 더 낮게 수위가 잡혀 있음에도 이 수위를 넘은 것이 마치 홍수를 일으키는 것처럼 보도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오해를 불러일으킨 셈이다.
일본 언론의 이 같은 보도는 한국과 대만에서도 이어졌다. 중국의 폭우가 한 달을 넘어가면서 이재민이 폭증하자 7월 중순 경부터 한국 언론은 일제히 약속이나 한 듯 싼샤 댐의 수위를 매일 같이 전하며 붕괴 설(說)을 보도했다.
수위(水位) 용어 혼동, 붕괴설 부채질
중국의 댐 수위 용어. 오른쪽 그림 좌상부터 교핵(校核)홍수위는 어느 경우에도 넘어서는 안 되는 수위로 비상(非常)홍수위라고도 부른다. 한국 명칭으로는 ‘최고수위’다. 설계(設計)홍수위는 한국의 계획홍수위를 말한다. 방홍(防洪)고수위는 상류의 홍수를 방지하기 위해 방류하더라도 하류지역의 홍수를 유발하지 않을 수위로 한국은 아직 공식 명칭이 없으나 수리학자들이 현재 공식 용어 채택을 추진 중이다. 정상축수위(正常蓄水位)는 한국의 ‘상시만수위’와 같은 용어다. 방홍한제(防洪限制)수위는 홍수기에 앞서 댐을 최대한 비워두는 수위로 한국의 ‘홍수기제한수위’와 같다. 사수위(死水位)는 한국의 저수위(低水位)와 비슷한 개념이지만 사수위 이하의 물은 사실상 활용이 불가능한 물인데 반해 저수위는 연중 가장 낮은 물의 수위로 공식적으로는 연간 365일 중 최소 275일 이상 유지할 수 있는 수위를 말한다. 보통 댐의 홍수조절 능력은 ‘홍수기제한수위’에서 ‘계획홍수위’까지를 말하지만 싼샤 댐의 계획홍수위는 ‘상시만수위’와 같은 175m다. [박창근 교수 제공(왼쪽), 바이두]
보도만 보면 댐의 수위 159m가 매우 위험한 수위인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홍수 방지를 위한 싼샤 댐의 계획 수위는 145~175m로 159m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정상 수위다. 장마에 앞서 5월엔 145m 수위까지 댐을 비우고, 갈수기에 대비해 10월 말부터 11월까지는 175m 수위까지 물을 채운다.
싼샤 댐의 ‘최고수위’가 175m라는 것도 잘못된 보도다. 175m는 갈수기 등 홍수기를 제외한 나머지 시기의 ‘상시만수위’로 설령 물이 175m까지 차 있다 한들, 댐의 구조상 안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또 싼샤 댐의 ‘최고수위’는 ‘상시만수위’보다 5m 남짓 높은 180.4m이다. 댐의 최고수위란 어느 경우에도 더 이상 넘기지 않도록 설정한 수위로 중국어로는 자오허홍수위(校核洪水位·교핵홍수위)라고 부른다. 한 마디로 댐 수위가 이 레벨을 넘어가면 댐의 안전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나아가 홍수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싼샤 댐의 높이는 185m로 최고수위에 도달해도 댐의 정상부(마루)까지는 4.6m의 여유가 있다.
그런데도 지상파의 한 방송 매체는 7월 20일 보도에서 “싼샤 댐의 수위가 164m를 넘으면서 ‘최고수위’에 불과 11m만을 남겨 놓고 있다”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싼샤 댐이 수압을 못 이겨 변형됐다거나 심지어 무너질 수 있다는 소문까지 번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 기사의 제목은 ‘中, 홍수 못 이긴 제방 폭파…세계 최대 싼샤 댐도 위기’로 마치 싼샤 댐도 이 제방처럼 곧 무너질 듯한 느낌을 주도록 돼 있다. 하지만 판단의 근거는 누리꾼들의 억측과 전언이었다. 최고수위 용어 자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거나 175m인 ‘상시만수위’를 ‘최고수위’로 둔갑시켜 붕괴 설(說)을 부채질한 셈이다.
유튜브엔 ‘이미 붕괴’ 가짜 뉴스 기승
위챗에 올라온 가짜 뉴스. 싼샤 댐이 이미 붕괴했으니 그 하류도시인 이창(宜昌)의 시민들은 빨리 대피하라고 말하고 있다. 글을 올린 사람이 중국의 유명 수리학자인 황샤오쿤으로 돼 있으나 실제는 다른 사람이 올린 가짜 뉴스였다. [위챗 캡처]
가짜 뉴스도 많았다. 올해 호우가 보름 남짓 계속되던 6월 17일 밤 10시 25분경엔 중국의 구조공학자인 황샤오쿤(黃小坤)의 중국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위챗(wechat·微信·웨이신) 펑여우췐(朋友圈)에 “黃小坤先生, 福建寧德, 宜昌以下跑, 最後說一次.(황샤오쿤 선생, 푸젠닝더, 이창(宜昌) 이하는 달아나라. 마지막으로 말합니다.”)라는 글이 올라 싼샤 댐이 이미 붕괴한 걸로 착각한 창장 하류 주민들을 극도의 공포로 몰아넣었다. 황 박사가 중국건축과학연구원의 유명교수이자 콘크리트 역학 권위자였기 때문이다. 이 글 밑에는 황 박사의 사진과 이력도 함께 첨부돼 있었다.
하지만 다음날 황 박사가 “푸젠 닝더의 황샤오쿤이 누구냐?”라며 “내가 쓴 글이 아니다”라고 해명하면서 파동은 가라앉았다. 이 내용은 @枕头他哥-V란 아이디를 가진 누리꾼이 멋대로 지어낸 허위 글로 나중에 판명됐다.
비틀어진 싼샤 댐 위성사진 파장 一波萬波
싼샤 댐이 크게 변형됐다며 구글에 올라온 사진(오른쪽)과 이 사건 이후 중국 위성이 찍은 사진(왼쪽). 구글에 올라온 사진엔 댐이 여기 저기 휘어 있으나 왼쪽은 반듯하다. [바이두]
당시 인용된 구글 위성사진은 누가 봐도 댐의 변형이 심각해 보인다. 지금도 이 사진은 구글 사이트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싼샤 댐은 정말 이리 변형된 게 사실일까? 문제의 사진을 촬영한 시점은 2018년 2월 23일이다. 이 사진을 보면 댐 전체가 매우 심각하게 비틀려 있다. 홍수 조절용 수문이 있는 댐의 중앙부뿐만 아니라 수력발전기가 설치된 좌우 양쪽도 심하게 굴곡이 가 있다.
하지만 구글에 올라온 또 다른 사진은 싼샤 댐에 아무런 변형도 찾을 수 없다. 그것도 이 사진을 찍은 지 7개월 뒤에 찍은 위성사진인데도 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사진이 올라왔을까? 구글이 위성사진을 조작한 걸까?
구글에 올라온 미국 콜로라도 강의 후버 댐. 댐의 상부에 있는 2차선 도로가 중간에 휘어진 것으로 올라와 있다. 싼샤 댐 위성사진처럼 사진을 합성, 보정하는 과정에서 일부 오류가 발생해 나온 사진이다. [바이두]
그런데도 이 한 장의 사진으로 대만 등 화교권 국가들은 발칵 뒤집혔다. 대만 민간방송사인 타이완민스신원타이(臺灣民視新聞臺) 방송사는 이를 계기로 ‘타이완옌의(臺灣演義)’란 시사 프로그램에서 싼샤 댐의 붕괴가 임박한 것처럼 1시간 가까이 다루기도 했다.
中 남부, 올해 기록적 호우 내린 건 사실
홍수 방지를 위한 싼샤 댐의 배출구는 총 77개. 22개의 댐 상부의 ‘물넘이 배출구’ 22개와 중단부 배출구 23개, 하부 배출구 22개 등 홍수 방지용 전용 배출구 67개와 부유물 배출구 3개, 토사 배출구 7개가 있다. 아직까지 이들 배출구를 모두 연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바이두]
우선 올해 중국 남부의 집중호우 상황부터 점검해보자. 중국 재난관리본부(중국명 應急管理部·응급관리부)에 따르면 올해 호우(豪雨)는 기록적이었다. 창장(長江) 상류 일부 지역엔 한 번에 400㎜, 심지어 1000㎜ 이상 내린 곳도 있었다. 8월 20일 오전 8시에 계측된 싼샤 댐의 빗물 유입량은 초당 7만5000㎥로 댐 건설 이후 최대 수치였다. 창장 상류에 위치한 충칭(重慶) 등 일부 지역에 80년만의 대홍수가 찾아왔고, 창장 지류 일부의 제방은 100년 만에 최고 수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3004명이 사망하고 2억230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1998년의 대홍수와는 차이가 컸다. 당시엔 497만 채의 주택이 붕괴하거나 침수 피해를 입었다. 반면 올해 호우는 7월 28일까지 158명이 사망 또는 실종하고 5481만100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36만8000채의 가옥이 피해를 입었고 이중 4만1000채는 붕괴했다.
최근 5년 같은 기간 발생한 홍수와 올해 수재(水災)를 비교하면 이재민은 23.4%로 늘었지만 사망·실종자는 53.9%나 줄었다. 또 경제피해 규모는 13.8% 늘었지만 무너진 주택은 68.4%나 줄었다. 기록적인 폭우에도 사망·실종자와 붕괴한 주택 수는 줄어들었다. 한마디로 그리 호들갑을 떨만한 폭우와 홍수 피해는 아니었다는 얘기다.
올해 홍수 최고조…수문 절반만 열고도 충분
싼샤 댐이 장마기간에 앞서 홍수 예방을 위해 물을 방류하고 있다. 싼샤 댐은 우기에 대비해 매년 5월 수위를 ‘홍수기 제한 수위’인 145m까지 낮췄다가 10월엔 갈수기(渴水期)에 대비해 ‘상시만수위’인 175m까지 채워놓고 있다. 왼쪽부터 중국어 용어는 홍수방지용 배출 구간(泄洪壩段), 좌측 전력생산구간(佐廠房壩段), 수력발전기(發展廠房)를 뜻한다. [바이두]
또 57m 수위엔 너비 6m 높이 8.5m의 ‘유도용 하단부 배출구(導流底孔·도류저공)’가 22개 있다. 이 배출구는 2003년 싼샤 댐의 물을 채우면서 수위가 135m에 도달했을 때 모두 잠근 뒤 지금까지 개방한 적이 없다. 앞으로도 열 계획도 없다. 하지만 175m 수위에서 이들 수문 22개를 동시에 연다면 초당 5만3865㎥의 물을 하류로 배출할 수 있다.
이에 더해 댐의 상단부 158m 수위엔 너비 8m의 ‘물넘이 배출구(溢流表孔·일류표공)’가 22개 설치돼 있다. ‘물넘이 배출구’의 높이는 댐의 최고 높이까지 터져 있기 때문에 물이 158m 이상만 차 있다면 수위에 따라 배출량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정상 만수위’ 175m에서 수문을 연다면 초당 너비 8m * 높이 17m * 속도 7.5m =1020㎥의 물을 배출할 수 있다. 22개 배출구에서 초당 2만2440t의 물을 방류할 수 있다. 만수위일 경우 물넘이 배출구는 밑바닥 배출구보다 훨씬 크지만 물의 속도가 초당 7.5m로 하단부의 48.1m보다 훨씬 느리기 때문에 초당 방류량은 적다. 물론 이들 수문 방류량은 수위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한 계산이다. 실제 방류할 때는 수위가 변함에 따라 물의 배출속도도 계속 달라진다.
이 밖에도 싼샤 댐에는 너비 10m 높이 20m 크기의 부유물 배출구 3개와 너비 7m 높이 20m의 토사 배출구 7개가 설치돼 있다. 이를 통해 배출하는 유량만도 배출구를 각각 모두 열었을 경우 초당 2.1만㎥와 3만4300㎥이다.
175m의 ‘정상 만수위’에서 홍수 방지를 위해 77개의 수문을 모두 연다면 초당 15만㎥ 이상씩 방류할 수 있는 셈이다. 이는 싼샤 댐의 ‘설계표준 최대 방류량’ 10만2500㎥의 1.5배에 이른다. 지금까지 중국 역사상 최대 홍수로 기록된 1870년 경오(庚午)홍수 때의 순간 유입량은 초당 10만5000㎥였다. 한 마디로 어떤 집중 호우라도 싼샤 댐의 물 배출 능력이 모자라 빗물이 댐 마루를 넘어 흐를 가능성은 거의 없다.
매년 5월 장마 대비 댐 비워 둬
그렇다면 언제든지 1000년 만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홍수까지 감안해 물을 하류로 배출할 수 있도록 설계한 싼샤 댐이 장마기간 전에 수위를 미리 낮추는 이유는 뭘까? 이는 무엇보다도 창장의 상류와 하류가 동시에 우기에 접어들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장마전선이 장창 상·하류에서 동시에 2달 넘게 집중호우를 쏟아내는 바람에 홍수 피해가 컸다. 상류의 홍수로 인해 하류로 물을 쏟아내고 싶지만 이 경우 이미 피해를 입고 있는 하류의 홍수 피해가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배가될 수 있기 때문에 상류의 유입량보다 절반 정도의 물만 하류로 보내면서 싼샤 댐에 물을 가두어놓은 것이다.싼샤 댐의 홍수조절 용량은 221.5억t. ‘상시만수위’ 175m와 ‘홍수기 제한수위’ 145m 사이의 댐 공간, 즉 저수량이다. 올해의 경우 상류 지역의 집중 호우로 8월 20일 싼샤 댐 건설 이후 역대 최다인 초당 7.5만㎥의 물이 유입됐지만 싼샤 댐이 하류로 방류한 물은 초당 4.92만㎥에 불과했다. 매 초당 2.5만㎥의 물을 싼샤 댐이 소화해 하류 지역의 홍수 재난을 줄인 셈이다.
싼샤 댐 건설안, 中 역사상 최하 찬성표 기록
중국의 국부 쑨원은 1919년 반(半)식민지 상태인 중국의 혁명과 건국까지의 구상을 담은 건국방략을 발표하면서 싼샤 댐 추진 계획을 밝혔다. 그는 홍수 방지보다 수력발전과 화물 운송의 편의를 위해 싼샤 댐 건설을 주장했다. [바이두]
일각에서는 싼샤 댐은 안전 문제로 처음 추진될 때부터 논란이 많았다고 지적한다. 중국의 유명한 수리공정 전문가 황완리(黃萬里) 전 칭화(淸華)대 교수는 중국 지도부가 싼샤 댐 건설을 추진할 때마다 ‘불가(不可)’ 의견을 냈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6차례에 걸친 그의 불가론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992년 4월 3일 전국인민대표대회 제7기 제5차 회의에 상정된 싼샤 댐 건설 계획은 전국인대 표결 역사상 가장 적은 찬성표를 받았다. 전체 참석자 2633명 중 67.1%인 1767명만이 찬성표를 던졌다. [타이완옌 화면 캡처]
서방, 댐 수명 50년 불과 vs 中, 짧아도 150년
매해 바뀌는 싼샤 댐의 홍수 방지 능력에 대한 중국 관영 언론 보도. 2003년엔 1만 년에 한 번 올까 말까한 특대홍수까지 막을 수 있다고 했지만 4년 뒤엔 1000년으로 줄고, 다시 1년 뒤엔 100년만의 대홍수만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정부의 줄기찬 안전 확약에도 불구하고 중국 내부에서조차 불안해하는 이유다. [구글]
하지만 중국의 수리 전문가들은 공사 과정에서 약 80여 개의 균열이 발견된 것은 맞지만 댐의 안전에 문제가 될만한 균열은 단 한 개도 없다고 주장한다. 콘크리트 1만㎥ 당 1개 정도가 균열의 국제표준이지만 싼샤 댐의 균열은 이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싼샤 댐엔 총 2794만㎥의 콘크리트가 사용됐다. 너비 1m, 높이 2m로 장벽을 쌓는다면 만리장성보다도 긴 1만3970㎞에 걸쳐 쌓을 수 있는 분량이다. 또 발견된 균열은 대부분 너비 0.1~0.2㎜, 깊이 1~2.5m 정도로 가늘고 깊지 않았다고 한다. 가장 큰 균열은 너비 1.25㎜ 정도였다.
하지만 콘크리트 겉면에만 균열이 있을 뿐 콘크리트 구조물 전체를 관통해 댐의 안전에 영향을 줄만한 균열은 단 한 곳도 없었다고 중국 정부는 주장하고 있다. 중국의 전문가들은 이 같은 균열은 설계 당시부터 필요해서 있었던 균열과 기후와 수온 때문에 발생한 균열로 나뉠 수 있는 데 발견된 균열은 모두 보수했다고 밝혔다.
댐의 수명과 관련해서도 최단 150년, 최장 500년까지 갈 것이라고 중국의 전문가들은 말한다. 하지만 중국 최대 검색사이트인 바이두(百度)에 들어가 ‘싼샤 댐(三峽大壩)’을 치면 다른 내용은 상세히 나오지만 설계수명이 몇 년인지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싼샤 댐의 수명이 1000년이라고 주장하는 관변학자도 있지만 중국 정부의 공식 사이트에는 설계 수명에 대한 언급이 아예 없다. 중국 정부가 자신이 없어 그런가 하고 의심할 수도 있지만 전문가들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댐의 수명을 명확하게 설정한 사례는 없다고 한다.
1만2087개 센서, 2681곳 변형 감시
싼샤 댐의 화물 운송을 위한 5단계 갑문. 1만t 이하 화물선은 모두 통과가 가능하다. 싼샤 댐의 완공으로 이 갑문을 통한 연간 물동량은 5000만t으로 늘었다. 3000t 이하 화물선은 갑문 왼쪽에 위치한 화물선 엘리베이터를 이용한다. [바이두]
이런데도 싼샤 댐의 실제 안전 상황과 상관없이 싼샤 댐의 붕괴설이 중국 주변 국가는 물론 중국 내부에서도 누리꾼들 사이에 광범위하게 퍼질 수 있었던 것은 중국 정부의 언론 통제에도 기인한다. 중국의 검색 사이트에 들어가 싼샤 댐의 붕괴와 관련된 검색어를 쳐 넣어보면 모두 문제가 없다는 기사나 자료만 줄줄 나온다. 균열(裂缝·열봉)과 관련된 내용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중국은 1975년 집중호우로 댐이 붕괴해 삽시간에 2만여 명의 주민이 사망한 아픈 역사를 갖고 있다. 1975년 8월 8일 태풍 ‘니나’의 영향으로 허난(河南) 성 주마뎬(駐馬店) 시에 3일간 무려 1605.3㎜의 비가 내렸다. 100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집중호우였다. 이에 따라 주마점 시에서 35㎞ 떨어진 반차오(板橋) 저수지에 3일간 6.92억㎥의 빗물이 유입되면서 댐이 붕괴했다. 이 여파로 60개의 크고 작은 댐이 연쇄적으로 무너지면서 2만6000여 명이 사망하고 110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싼샤 댐은 이런 국지성 호우로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싼샤 댐의 건설로 만들어진 인공호수는 면적이 1084㎢로 서울시(605㎢)의 1.8배에 이른다. 싼샤 댐의 건설로 수몰된 면적만 632㎢에 이른다. 물이 유입되는 유역(流域) 면적은 100만㎢로 남한 면적의 10배에 이른다. 창장 전체 유역면적 180만㎢의 56%다. 싼샤 댐의 ‘상시 만수위’ 저수량은 393억㎥이 이른다. 우리나라 최대 댐인 소양강 다목적 댐의 담수용량 29억㎥의 13.6배로 일본 전체의 댐 저수량 204억㎥의 2배에 이른다. 221억5000만㎥에 이르는 싼샤 댐의 홍수조절능력은 소양호(5억㎥)의 44배다. 또 최고수위(중국명 校核洪水位 또는 非常洪水位)인 180.4m까지 물을 채우면 저수량은 450억㎥로 늘어난다.
올해 창장 유역엔 3개월 가까이 집중 호우가 쏟아졌지만 홍수 조절을 위한 수문 23개 중 절반 정도만 겨우 열고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물론 수문을 활짝 열지 않은 것은 창장 중류, 하류에 위치한 우한(武漢), 난징(南京), 상하이(上海) 등 인구 1000만~2500만 명의 대도시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싼샤 댐에 물을 채우는 데도 몇 달씩 걸리지만 저수량을 모두 배출하는 데도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물 유입량이 전혀 없다고 가정해도 수위 175m의 ‘상시만수위’ 물을 모두 빼는 데는 5.8일이 걸린다. 만약 장마기간 초당 6만㎥의 물이 들어오는 상황에서 매초 7만9000㎥씩 물을 뺀다면 23.9일이 걸린다. 중국 정부가 매년 5월만 되면 싼샤 댐의 수위를 ‘홍수 방지를 위한 제한 수위’인 145m로 미리 맞춰 놓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中 유명 수리학자 黃萬里 싼샤 댐 격렬 반대
중국의 유명 수리학자인 고 황완리 교수는 12가지 부작용을 들어 싼샤 댐 건설을 반대했으나 중국 지도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싼샤 댐 건설에 부정적인 학자들은 그가 주장한 12가지 부작용 가운데 11가지는 이미 모두 나타났고 이제 마지막 해법으로 폭파, 철거만이 남았다고 주장했다. [타이완옌 화면 캡처]
서양의 수리학자들은 중국 정부의 주장조차도 일관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신화(新華)통신 등 중국 관영 언론이 2003년엔 “싼샤 댐은 1만 년에 한 번꼴의 홍수도 견딜 수 있다”고 보도하더니 2007년엔 “1000년에 한 번꼴의 대홍수도 견딜 수 있다”고 말을 바꾸고 이듬해인 2008년엔 “100년 만의 대홍수도 막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중국 정부의 판단이 왜 이리 크게 달라졌는지 어떤 설명도 없다고 지적한다.
중국 미덥지 않다 한들…彌天大謊 해서야
싼샤 댐의 수명이 얼마나 갈 지는 사실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하나는 확실하다. 올해 중국에 3개월에 걸쳐 내린 집중호우 정도로는 싼샤 댐이 절대로 붕괴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또 싼샤 댐의 구조물엔 현재 안전을 위협할만한 변형은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홍수방지를 위한 제한 수위’나 ‘상시만수위’를 ‘경계수위’나 ‘홍수위’로 멋대로 해석해 마치 댐이 붕괴 직전인 것처럼 보도한 것은 사실에 대한 왜곡이자 독자를 호도하는 길이다.중국 정부는 이런 외국 언론의 보도 내용을 한 마디로 ‘미톈다황(弥天大谎·미천대황·새빨간 거짓말이라는 뜻)’이라고 일축한다. 중국에 대한 반감과 싼샤 댐이 무너질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쓴 기사가 아니냐는 중국 누리꾼들의 지적도 있다.
중국의 정보 통제가 우리나라보다 심한 것은 사실이다. 또 중국 정부에 불리한 보도는 인터넷에서 삭제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실을 왜곡해 위기를 조장하는 것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중국에 이런 저런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모든 것을 사시(斜視)로 봐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와 별도로 중국 정부로서도 댐 안정성 확보를 위한 노력과 안전 관련 수치들을 자국민은 물론 전 세계인들에게 투명하고도 적극적으로 공개할 필요가 있다.
*이 기사는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가 감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