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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유(燃油)를 발라 태우라고 했다” 연평도 피살 5가지 의문점

  •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연유(燃油)를 발라 태우라고 했다” 연평도 피살 5가지 의문점

  • ●주호영 “‘연유(燃油) 발라 태우라’ SI 확인”, 北 “시신 아닌 부유물 소각”
    ●北 총격 후 시신 없어졌다?…구명조끼 입은 시신이 어떻게 사라지나
    ●軍, 이씨 北선박 접촉 인지 후 피살까지 6시간 ‘수수방관’ 까닭
    ●靑, 피살 인지 후 10시간 동안 대통령에게 왜 보고 안 했나
    ●‘통지문’은 받고 ‘구조 요청’은 못하는 이상한 ‘남북 연락채널’
9월 2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통일전선부 명의 통지문을 통해 22일 북한군의 해양수산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공무원 이모(47) 씨 살해를 사과했지만 구체적 사건 정황과 한국 정부 대응을 두고 여전히 의문이 제기된다. 북한 통지문의 해명과 우리 군·정보 당국의 분석이 서로 다른데다 청와대가 이씨 피살을 인지하고도 대통령 보고 및 대책 마련이 늦어졌기 때문이다. 

이 사건을 둘러싼 의문점은 크게 5가지다. ①북한의 시신 훼손 여부 ②피격 당시 구명조끼를 입었는데도 북한이 통지문에서 ‘시신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주장한 배경 ③군이 북한 선박 접촉 후 피살까지 6시간 동안 ‘수수방관’한 까닭 ④청와대가 피살을 인지하고도 10시간 동안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은 이유 ⑤정상 간 친서를 주고받는 등 ‘남북 연락채널’이 가동됐는데도 ‘구조 요청’을 하지 못한 점이 그것이다.

①시신 훼손 여부

남측 분석과 북측 설명이 가장 크게 엇갈리는 점은 북한군이 시신을 소각했는지다. 우리 군·정보당국 분석에 따르면 고속정에 탑승한 북한군은 9월 22일 오후 9시 40분 이씨를 총격해 살해했다<사건일지 참조>. 20분 뒤인 오후 10시 방호복·방독면을 착용한 북한군이 시신에 기름을 붓고 불 태웠다. 

북한은 25일 청와대 앞으로 보낸 통지문에서 “사격 후 아무런 움직임과 소리가 없어 수색했으나 침입자는 부유물 위에 없었고 많은 양의 혈흔을 확인했다”며 “(이씨가) 사살된 것으로 판단, 부유물은 국가비상방역규정에 따라 해상 현지서 소각”했다고 밝혔다. 총격을 가한 것은 사실이나 시신이 아닌 부유물을 태웠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9일 YTN 인터뷰에서 “(북한이) ‘연유(燃油·연료용 기름)를 발라서 (시신을) 태우라고 했다’는 것을 국방부가 SI(Special Information·특별취급정보)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이씨 피살에 대한 ‘대북규탄결의안’이 무산된 것을 두고는 “북한이 전통문(25일 통일전선부 명의 통지문)에서 시신은 불태우지 않고 부유물만 불태웠다고 하니 (민주당이) 그 부분을 빼자는 것”이라며 “그걸 고치고 나면 규탄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②구명조끼를 착용했는데도 북한이 통지문에서 ‘시신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주장한 배경

북한이 통지문에서 시신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주장한 대목도 의문이다. 우리 군은 실종된 이씨가 북한 선박과 최초로 조우할 당시 구명조끼를 입은 상태였다고 밝혔다. 총격으로 사망했더라도 시신이 물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북한 측 해명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자 9월 27일 문재인 대통령은 관계 장관회의를 주재하며 북한에 ‘남북 공동조사’를 공식 요청했다. 현재(9월 29일 오후 1시)까지 북한은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

③국군이 피살까지 6시간 동안 ‘수수방관’한 까닭

군이 이씨가 북한 측과 접촉한 것을 알았는데도 구조 시도를 하지 않은 점도 문제다. 군은 실종된 이씨를 처음 포착한 후 북한군에 살해되기까지 6시간 10분 동안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군은 이씨가 북한 선박과 접촉하고 북한군에 살해돼 시신이 훼손된 과정을 실시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에 따르면 9월 22일 오후 3시 30분 북한 수산사업소 소속 선박이 이씨를 발견했다. 이씨는 구명조끼를 입은 채 부유물에 올라탄 상태였다. 6시 36분 문재인 대통령도 북한이 실종된 이씨를 발견했다고 서면보고 받았으나 별 다른 지시를 하지 않았다. 같은 날 오후 9시 40분 북한군에 살해될 때까지 군을 비롯한 정부 당국은 이씨의 구조를 시도하지 않았다. 

국방부는 24일 오전 11시에서야 이씨의 피살 사실을 공개하며 “원거리 해역에서 일어난 일을 다양한 첩보를 종합 판단해 재구성했다. 북한 해역에서 일어난 상황을 실시간 확인해 대응할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같은 날 군의 한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북한이 (이씨를) 사살하고 시신을 불태울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④청와대가 피살을 인지하고도 10시간 동안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은 이유

9월 28일 오후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며 안경을 매만지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9월 28일 오후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며 안경을 매만지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가 피살 사실을 파악하고 대통령 보고까지 10시간이 걸린 점도 문제다. 9월 22일 오후 10시 30분 청와대는 이씨가 북한군에게 살해됐다는 군의 첩보를 입수했다. 2시간 30분 후인 이튿날 오전 1시부터 2시 30분까지 관계 장관회의가 열렸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불참했다. 

23일 오전 1시 26분(미국 현지시간 22일 오후 12시 26분)부터 42분까지 16분 동안 제75차 유엔총회에서 문 대통령의 기조연설 영상이 상영됐다(녹화 시점은 9월 15일). “종전선언을 통해 화해와 번영의 시대로 전진할 수 있도록 유엔과 국제사회가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는 내용이 뼈대였다. 청와대는 피살 사실을 인지했는데도 북한에 유화적 메시지를 담은 대통령 연설 영상을 그대로 내보냈다. 

같은 날 오전 8시 30분 문 대통령은 서훈 국가안보실장과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에게 피살 사실을 대면보고 받았다. 피살 후 10시간, 관계 장관회의가 끝나고 6시간이 경과한 시점이다. 문 대통령은 보고를 받고 청와대 참모들에게 “사실이라면 국민들이 분노할 일이다. 국민들에게 있는 그대로 알리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국방부는 23일 오후 1시 30분 “이씨가 실종됐으나 생사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22일, 23일 대통령 보고가 늦어졌다는 지적에 대해 28일 오후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23일 심야 긴급 관계 장관회의에서 정부는 토막토막 난 첩보를 잇고, 사실관계를 추론하고 그 정확성을 확인하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대통령의 시간은 너무 일러서도 늦어서도 안 되는 단 한 번의 단호한 결정을 위한 고심의 시간이다. 대통령이 일차적으로 고심하는 지점은 ‘위기관리’일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28일 오후 2시 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며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하는 정부로서 대단히 송구한 마음”이라며 피살 사건을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사과를 두고는 “북한의 최고지도자로서 곧바로 직접 사과한 것은 사상 처음 있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⑤정상 간 친서를 주고받는 등 ‘남북 연락채널’이 가동됐는데도 ‘구조 요청’을 하지 못한 점

남북 간 ‘연락채널’을 이씨 구조에 활용하지 못한 점도 논란이다. 9월 25일 오후 2시 서훈 안보실장은 같은 날 오전 북한 통일전선부가 보낸 통지문을 공개했다. 북측은 통지문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더해준 것에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뜻을 전했다. 같은 날 대통령 지시에 따라 서 안보실장은 8일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보낸 친서와 12일 김 위원장이 보낸 답신도 공개했다. 

문 대통령은 친서에서 북한의 태풍 피해를 언급하며 “하루빨리 북녘 동포들의 모든 어려움이 극복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도 “오랜만에 나에게 와 닿은 대통령의 친서를 읽으며 글줄마다 넘치는 진심 어린 위로에 깊은 동포애를 느꼈다”고 화답했다. 

통전부의 우리 측 카운터파트가 국가정보원임을 감안하면, 국정원-통전부 간 연락채널이 살아있었다는 얘기다. 

이씨 피살 후 정부는 남북 연락채널이 끊겨 북측에 연락할 방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군 당국 간 핫라인이 끊겨 피살과 관련한 사실관계 확인도 유엔사 정전위를 통해 이뤄졌다는 것이다. 24일 통일부 관계자는 “통일부는 이 사건과 관련해 북측과 연락할 수단이 지금 없는 상태”라고 밝힌 바 있다. 

6월 9일 북한은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구실로 남북 간 공식 연락채널을 단절했다. 정상 간 핫라인과 동해·서해지구 군 통신선 등 주요 채널이 모두 끊겼다. 1주일 후인 16일 북한은 개성공단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9월 28일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통일부가 남북 대화채널이 완전 단절됐다고 말한 가운데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친서를 주고받은 것을 알고 있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따로 말씀드릴 게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신동아 2020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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