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김충립 씨의 증언은 다르다. 손영길이 1965년 30대대장이 되고 나서 이듬해에 ‘우수장교 친목모임’을 만든 것이 출발점이고, 1967년 전두환 중령이 30대대장이 된 이후 군내 비밀사조직으로 커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육사 11기로 하나회 출신인 권익현(전 민주정의당 대표)은 2015년 12월 ‘월간조선’을 통해 “1963년 김종필 중앙정보부가 저지른 4대 의혹사건으로 여론이 들끓자 전두환, 노태우, 손영길 등과 함께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을 찾아가 비판 여론을 전달했다”고 회고한다. 당시 박정희 의장이 “너희(육사 11기)가 뭘 좀 만들어봐라”고 해서 박 의장에게 힘을 주고 싶은 생각에 하나회를 만들었다는 부연이다.
그렇다면 1963년 당시 박정희 전속부관이던 손영길의 증언은 어떨까. 손씨는 12월 14일 신동아와의 전화통화에서 “권익현의 ‘월간조선’ 회고를 보고 담당 기자에게 전화를 해 ‘사실이 아니다’고 전했다. 우리가 함께 박 대통령을 만난 적이 없다. 전두환과 내가 함께 박 대통령 내외를 처음 만난 것은 1967년 내가 전두환을 30경비대대장 후임으로 추천하면서다”고 주장했다. 그의 증언은 그가 소장한 사진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손영길은 “하나회는 나라에 충성하는 능력 있는 군인 모임으로 내가 만들었고, 대통령을 경호하는 30대대장이 회장을 할 수 없으니 전두환에게 회장을, 이종구에게 총무를 맡겼던 것”이라고 했다.
“윤필용 사건은 박종규 작품”
이른바 ‘윤필용 사건’에 대해서는 “2015년 모두 무죄를 받았다. 말도 안 되는 얘기로 옷을 벗은 억울한 후배 장교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먹먹하다”며 ‘통일정사 사건’ 등 일련의 사건은 중앙정보부장을 노린 박종규와 신범식이 강창성과 함께 ‘짜고 친 고스톱’이라고 했다. ‘신동아’는 1963년 7·6쿠데타 음모와 관련, 전두환 전 대통령 측에 확인을 요청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이에 대해 손영길 씨는 “김충립은 기록을 볼 수 있는 자리에 있었으니 알 수 있겠지만, 자세한 건 나도 잘 모른다”며 “다만 당시 여의도공항에 막 도착해서 ‘각하’와 차를 탔는데, 박종규가 쿠데타 보고를 하기에 앞자리 조수석에서 몸을 돌려 ‘그 친구들이 그럴 일 없다’고 단언한 건 맞다”고 확인해줬다.
육사 11기인 노정기 전 필리핀 대사의 증언은 이렇다.
“전두환, 손영길, 김복동 등은 예전부터 경쟁관계여서, 그들의 주장에 대해선 노코멘트하겠다. 확실한 것은 ‘하나회’라는 육사 11기 모임은 전두환이 주도한 ‘5성회’ ‘7성회’에서 출발했다고 하는데, 나는 그 모임 명칭을 들어본 적이 없다. 동기생 10여 명이 모여 친목 모임을 했는데, 이후 후배들을 모아 하나회를 조직한 것은 기억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