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호

수리온, 높은 가격에도 러시아산 소방 헬기 밀어낸다

[Focus] 부품 수급 안정성·성능 생각하면 국산 도입이 합리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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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24-07-31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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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크라이나 전쟁 탓에 부품 없어 못 나는 Ka-32

    • 소방 및 공공헬기 국산화 목소리 커져

    • 국산 헬기 약점은 Ka-32의 2.5배 가격

    • 대신 유지비 저렴하고 진화 능력 앞서

    울산소방본부가 보유한 소방 헬기 Ka-32. 2000년 러시아에서 들여와 3000회에 달하는 현장 임무를 수행한 이 헬기는 최근 겨우 운항 중단을 면했다. [울산시]

    울산소방본부가 보유한 소방 헬기 Ka-32. 2000년 러시아에서 들여와 3000회에 달하는 현장 임무를 수행한 이 헬기는 최근 겨우 운항 중단을 면했다. [울산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우리나라 정부가 들여온 러시아산 헬기 Ka-32가 가동 중단 상태에 빠졌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 헬기 국산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Ka-32는 차관 대납 형태로 국내에 들어왔다. 한국 정부는 1992년 경제협력 목적으로 당시 구소련에 14억7000만 달러 규모의 차관을 발행했다. 이후 러시아가 빌린 돈을 갚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자 이를 군사물자로 대납한 것이다. 이를 ‘불곰사업’이라 하는데 Ka-32도 이 사업의 일환으로 국내에 도입됐다.

    이때 들여온 Ka-32는 공군은 물론 경찰청, 해양경찰청, 산림청, 소방청 공공기관에 배치됐다. 현재 국내 도입된 Ka-32는 총 43대. 한국은 러시아 다음으로 Ka-32를 많이 운용하는 국가다. 하지만 2022년 시작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장기화하며 러시아산 헬기는 애물단지가 됐다. 러시아는 국제사회 제재에 동참한 한국을 비우호국으로 지정하고 수출을 금지했다. 이에 부품을 구할 길이 막혔다. 현재 Ka-32 14대가 가동이 중지된 상태다.

    가동이 어려운 헬기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Ka-32의 부품 교체 주기가 짧기 때문이다. 보통 헬리콥터가 1800~2000시간 비행마다 부품을 교체하지만, Ka-32는 수백 시간 단위로 부품을 교체해야 한다.

    수리온 약점이던 급수 중량도 곧 해결

    빚 대신 받은 헬기를 국제 정세 영향으로 쓰지 못하게 되자, 정부 기관은 국산 헬기로도 눈길을 돌리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수리온(KUH-1)이 대표적 예다. 경찰청은 물론 소방청, 산림청에서도 수리온을 도입했다.

    수리온이 Ka-32와 주로 경쟁하던 분야는 소방이다. 도입 결과만 보면 Ka-32의 승리다. 산림청과 소방청은 산불 진화 및 소방 목적으로 지금까지 총 33대의 Ka-32를 도입했다. 반면 수리온은 산림청과 소방청에 각각 한 대씩만 도입됐다.

    산림청과 소방청은 가격경쟁력과 급수 중량 때문에 Ka-32를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Ka-32의 가격은 한 대당 80억 원, KAI 측은 “유지보수 비용까지 생각하면 수리온을 운영하는 것이 더 합리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Ka-32가 부품 교체 주기가 빠른 데다, 1985년 생산을 시작한 노후 기종이라 고장이 잦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수리온은 부품 교체 주기가 길고, 부품 수급도 용이하다.

    수리온의 약점인 급수 중량도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Ka-32의 급수중량은 3400L에 달하는 반면 수리온의 급수중량은 2000L에 불과했다. 이는 물탱크가 작아서 생긴 문제였다. KAI측은 “현재 3000L급 물탱크를 개발 중이며, 개발이 완료된다면 Ka-32보다 높은 진화 능력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수리온은 속도도 빠르다. 물을 가득 채운 수리온의 속도는 241㎞/h. 같은 상태인 Ka-32의 속도(148㎞/h)를 한참 앞지른다. Ka-32는 불가능한 야간 시야 확보와 자동 비행도 가능하다.

    KAI 측은 “국산 헬기 도입이 늘어나면 항공 관련 일자리 증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국내 공공기관 헬기 중 75대를 수리온으로 대체하면 4조5000억 원가량의 산업 파급효과와 1만3000여 명 이상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박세준 기자

    박세준 기자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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