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호

서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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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포대기같이 구릉이 뒤집히며

모래바람 불어올 때



죽은 새끼를 끝내 데리고 가겠다고

성지 성화(聖地 聖畵), 텅 빈 사막에



검은 들소가 울고 있다



서쪽

일러스트·박용인

수심(水深)이 깊다



그만

지평선이 네 배꼽 밑까지 허기져 내려가겠다



나는 뒤돌아서며

가시나무꽃이 비치는

너의 마른 샘 같은 눈으로

나를 만져본다

먹먹하게 너를 바라본다



휘어진 소뿔 하나가 멍울져

서쪽 하늘 붉고 환해진다

황학주

● 1954년 광주 출생
● 1987년 시집 ‘사람’으로 등단
● 서울문학대상, 서정시학 작품상, 애지문학상 등 수상

● 작품집 : 시집 ‘내가 드디어 하나님보다’ ‘늦게 가는 것으로 길을 삼는다’ ‘너무나 얇은 생의 담요’‘노랑꼬리 연’ 등

● 現 시 계간지 ‘발견’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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