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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년 전으로 떠나는 여로 충남 공주·부여

영화와 비애 함께 품은 ‘百濟風’의 도도한 유혹

1500년 전으로 떠나는 여로 충남 공주·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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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년 전으로 떠나는 여로 충남 공주·부여

‘고색창연’한 버스정류장 옆 매표소에서 표를 사는 아낙네. 이날 부여 읍내에 장이 서 모처럼 시끌벅적한 광경을 만들어냈다.

아쉽게도 무령왕릉을 비롯한 고분들의 내부는 비공개라 볼 수 없었다. 대신 고분 속을 재현한 모형관을 관람한 후 송산리 고분군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인근 동산에 올랐다. 일곱 개 고분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광경이 어머니의 보드라운 젖가슴마냥 단아했다. 여기엔 사자(死者)들이 어머니의 가슴처럼 편안한 곳에서 다음 생을 준비하도록 배려한 백제인들의 깊은 뜻이 숨어 있는 게 아닐까.

고분군을 뒤로한 채 금강을 따라 30분 정도 차를 몰아 부여에 당도했다. 부여는 성왕 16년(538년) 공주에서 천도한 후 의자왕 20년(660년) 나·당 연합군에게 함락될 때까지 123년간 ‘사비성’이라고 불렸던 백제 수도였다. 부여에는 백제 역사에서 가장 찬란했던 시기와 가장 처참한 멸망 당시의 흔적들이 함께 남아 있다.

부여에 도착하자마자 찾은 정림사지오층석탑도 쓰라린 역사를 품고 있다. 6세기 말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는 정림사지오층석탑(국보 제 9호)은 부여 시내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다. 149개의 돌조각을 쌓아 만든 높이 8.33m의 이 탑은 현란하지는 않지만 소박하면서도 세련된 용모를 뽐낸다. 하지만 1층 몸체돌에 백제 멸망 당시 당나라 장수 소정방의 업적을 기리는 글이 새겨져 있어 멸망한 제국의 슬픈 뒤안길이 눈앞에 그려진다.

어느덧 해는 뉘엿뉘엿 기울고, 하루종일 다리품을 판 터라 출출함이 밀려왔다. 부여를 가로지르는 백마강 근처 구드래 나루의 구드래돌쌈밥(041-836-9259)을 찾았다. 구드래 나루는 백제시대에 사비성을 드나드는 배들의 항구 노릇을 하던 곳. 이곳을 통해 백제의 선진문화가 일본, 중국으로 뻗어나갔다. 지금은 백마강을 오르내리는 유람선 선착장으로 쓰이는데, 근처에 토속음식과 별미를 즐길 수 있는 식당이 많다. 그 중 하나가 돌쌈밥. 돌솥밥과 쌈밥을 합친 말인데, 뜨끈한 솥밥과 함께 20여 종류의 신선한 유기농 야채들을 맛볼 수 있다.

그런데 음식점으로 들어서자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학교 종, 축음기, 옹기 그릇 등 1950년대에나 사용됐을 법한 물건들에서 1980년대 영화 포스터와 필름까지 별의별 소품들이 음식점 내부를 만물상처럼 장식하고 있었다.



1500년 전으로 떠나는 여로 충남 공주·부여

◀ 공산성은 공주를 지키기 위해 쌓은 백제의 대표적인 성곽이다. <br>▶ 무령왕릉을 포함해 7개의 고분이 모여 있는 송산리 고분군. 어머니의 보드라운 젖가슴마냥 포근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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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사진: 김성남 기자 photo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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