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1일 한국체대 무용학과 학생들이 도산서원을 찾아 활인심방을 실연하고 있다. 오른쪽은 활인심방을 가르치는 이동한씨.
‘성인(聖人)은 병들기 전에 다스리고 의원은 병이 난 후에 고치는 것이니, 전자를 치심(治心) 또는 수양(修養)이라 하고 후자를 약이(藥餌)라 한다. 다스리는 법이 이와 같이 두 가지이나 병의 근원은 하나이니 모두가 마음에서 비롯하는 것이다. 노자께서 말씀하시길 “마음은 정신의 주(主)가 되고 고요하거나 바쁜 것이 모두 마음에 따른 것이다” 하였으니 마음은 도(道)의 근본도 되고 화(禍)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마음이 고요하면 모든 일에 태연하고 맥박이 활발하나 고요치 못하면 기혈의 흐름이 고르지 못하고 탁하여 백병(百病)의 원인이 된다. 그러므로 성품이 고요하면 정(情)은 평안해지고 마음이 산란하면 정신이 피로하나니 참됨을 지키면 뜻이 만족한다. 여러 가지 복잡하게 추구하면 생각이 복잡하여 정신이 산란하고 정신이 산란하면 기가 흩어져 병이 들고 죽게 되는 것이다. 이는 평범한 말인 듯싶으나 도(道)의 깊은 뜻에 합치되는 일이다. 무릇 사람의 병을 다스려 고쳐주는 자가 병의 원인을 잘 알아 쓴다면 이 책 한 권만으로도 충분할 것이고 수양을 위해서라면 이 책만으로도 선도(仙道)를 이룰 것이며 오래 살 것이다.’
서문 다음에는 중화탕의 조제법을 밝히고 있는데 다음과 같은 ‘약재’가 필요하다고 한다.
‘사무사(思無邪·마음에 거짓을 없앨 것), 행호사(行好事·좋은 일을 행할 것), 막기심(莫欺心·마음에 속임이 없을 것), 행방편(行方便·필요한 방법을 잘 선택할 것), 수본분(守本分·자신의 직분에 맞게 할 것), 막질투(莫嫉妬·시기하고 샘내지 말 것), 제교사(除狡詐·간사하고 교활하지 말 것), 무성실(務誠實·성실히 행할 것), 순천도(順天道·하늘의 이치에 따를 것), 지명한(知命限·타고난 수명의 한계를 알 것), 청심(淸心·마음을 맑고 깨끗하게 할 것), 과욕(寡慾·욕심을 줄일 것), 인내(忍耐·잘 참고 견딜 것), 유순(柔順·부드럽고 순할 것), 겸화(謙和·겸손하고 화목할 것), 지족(知足·만족함을 알 것), 염근(廉謹·청렴하고 삼갈 것), 존인(存仁·마음이 항상 어질 것), 절검(節儉·아끼고 검소할 것), 처중(處中·한쪽에 치우치지 말고 조화할 것), 계살(戒殺·살생을 경계할 것), 계로(戒怒·성냄을 경계할 것), 계포(戒暴·거칠게 행하지 말 것), 계탐(戒貪·탐욕을 경계할 것), 신독(愼篤·신중히 생각하고 독실하게 행할 것), 지기(知機·사물의 기틀을 알 것), 보애(保愛·사랑을 견지할 것), 염퇴(恬退·물러서야 할 때 담담히 물러날 것), 수정(守靜·고요함을 지킬 것), 음즐(陰櫛·은연중에 덕이나 은혜를 쌓을 것)’.
장수 10계, 양생지법
중화탕은 수십 종의 정신적 약재를 잘 달여서 꾸준히 복용해야 하지만, 화기환(和氣丸)은 필요할 때 한 알씩 복용해 즉효를 보는 것으로 곧 ‘참을 인(忍)’자를 말한다. ‘마음 위에 칼이 놓였으니 군자는 이로써 덕을 이룬다’는 것이다. 소인은 분함을 참지 못해 자신을 망친다는 게 그 중심 이론. 다시 활인심방으로 돌아가자.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기가 모자라거나 넘치는 데서 목이 메고, 가슴이 답답하며, 부대껴 헛배가 부르고, 온몸이 뒤틀려 마비가 오고, 괴로워서 입술을 깨물고, 이를 갈며 눈을 부릅뜨고 주먹을 쥐고, 얼굴이 붉어져 귀까지 빨개지고, 온 몸이 불같이 달아오른다. 이는 의원들도 고치지 못하는데 그럴 때마다 화기환을 한 알씩 먹이되 말이 필요 없고 입을 꼭 다물고 침으로 녹여 천천히 씹어 삼키게 한다.’
화기환 다음으로는 ‘건강하게 오래 사는 법’인 양생지법이 소개돼 있다. 중화탕이나 화기환과 달리 일상생활에서도 충분히 실천할 수 있는 내용인 양생지법은 10여 가지로 요약된다.
▲소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비장(脾臟)은 음악을 좋아하기 때문에 좋은 음악을 들으면서 식사하는 것이 소화에 좋다. 밤이 짧은 여름에는 밤늦게 먹거나 잘 씹어 먹지 않으면 비장에 무리가 생기며 소화가 잘 안 된다.
▲술을 마시면 기분이 좋아지고 혈맥이 잘 통하는 좋은 점이 있으나 지나치면 몸에 풍(風)을 일으키고 신장을 상하게 하고 장의 기능을 나쁘게 한다. 특히 배불리 먹은 뒤의 음주는 아주 나쁘다. 또 술을 급하게 많이 먹으면 폐를 상하게 된다. 술에 취해 깨지 않은 상태에서 목이 마르다고 물이나 차를 많이 마시면 술을 신장으로 끌어들이는 결과가 되어 허리가 아프고 다리가 무거워지며 방광을 상하게 해 다리가 붓고 팔다리가 굽는 병이 생긴다.
▲차(茶)는 언제든지 많이 마시면 하초(下焦·아랫배)를 허하고 냉하게 한다. 빈속의 차는 아주 좋지 않으며 배부를 때 한두 잔 마시는 것이 좋다.
▲앉은 자리나 누운 자리에 바람이 통할 때 그냥 견디고 있으면 안 된다. 특히 노인들은 몸이 약하고 속히 허해서 풍이 들기 쉽고, 처음에는 못 느끼나 결국 몸을 해치게 되니 덥다 하여 몸을 식히거나 취했을 때 부채질을 하는 것은 좋지 않다.
▲음식을 만들 때 맵고, 짜고, 시고, 달고, 쓴맛을 적게 쓰면 심신이 상쾌하고 많이 쓰면 해가 된다. 신맛이 지나치면 비장을 상하고, 매운맛은 간을 상하고, 짠맛은 심장을 상하고 쓴맛은 폐를 상하고 단맛은 신장을 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