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때로 나는 마녀의 존재를 믿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그럴 때마다 나는 한결같이 ‘그렇다’고 대답한다. 나에게 마녀란, 직관을 통해 자신의 행동을 통제하는 여성, 자신을 둘러싼 것들과 대화를 나누는 여성,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여성이다.”
파울로 코엘료의 신작은 ‘아테나’라는 이름의 한 비범한 여자 이야기다. 집시의 딸로 태어나 영적인 존재들과 소통하고,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보며, 매혹적인 구도(求道)의 춤을 추는 자유로운 영혼. 그러나 태어나자마자 버림받고, 사랑하는 남자에게도 버림받아 미혼모가 된 아테나는 그토록 경배하던 신에게도 버림받는다. 자신의 내면에서 무한한 사랑을 베풀고자 하는 신의 여성성을 발견하지만 사람들로부터 ‘마녀’라고 공격받는 것. 아테나는 그럼에도 자신의 영혼이 속삭이는 그 길을 묵묵히 걷는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내면을 직시하고 온갖 자연만물에 깃들인 사랑에 눈 뜬다.
아테나의 삶은 순탄치 않지만, 그렇다고 ‘비정상’은 아니다. 파울로 코엘료는 한국 독자에게 보내는 글에서 이렇게 밝혔다. “자유롭고 용기 있는 여자 아테나는, 내가 통념에 맞서는 방법이자 우리 사회가 채운 통념의 족쇄를 세상에 드러내 보이는 방법이기도 하다. 플로베르는 ‘마담 보바리는 바로 나다’라고 말했다. 아테나는 내 안의 여성성, 그리고 자비로움의 또다른 이름이다.” 문학동네/400쪽/1만원
일본문명의 77가지 열쇠 우메사오 다다오 편저, 최경국 옮김
순종적이면서 공격적이고, 군사적이면서도 탐미적이며, 개인주의적이면서 전체주의적인 일본과 일본문화에 대한 책은 그간 숱하게 쏟아져 나왔다. ‘일본문명 77가지 열쇠’ 또한 일본을 이해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책이다. 일본의 문화인류학자, 비교사회학자, 공학박사, 민속학자 등 전문적인 자기 영역을 갖고 있는 저자들이 학술적인 토대 위에서 일본문명의 어제와 오늘을 분석한다. 일본문학에 사소설이 주류를 이루는 역사적 배경, 외래 종교가 뿌리내리지 못한 이유, 나라·교토·오사카·히로시마 같은 신흥도시의 탄생 배경, 일본어의 유래, 무사문화, 모방에 갇힌 일본인 등 일본문명의 여러 코드를 분석해놓았다. 창해/352쪽/1만5000원
사랑한다 우리말 장승욱 지음
‘한국인이라면 꼭 알아둬야 할 쓸모 있는 토박이말 205가지’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에는 실생활에 적용하면 좋을 우리말 뜻풀이와 함께 문학작품에 사용된 실례가 수록돼 있다. 총7부로 구성됐는데, 1부 ‘말가리와 모지랑이’는 ‘말의 쓰임새와 내면’, 2부 ‘몸맨두리와 두매한짝’은 ‘신체를 이루는 것들’, 3부 ‘미움바치와 윤똑똑이’는 ‘사람과 직업’, 4부 ‘대궁밥과 밀푸러기’는 ‘먹거리와 그 도구’, 5부 ‘든난벌과 도랑치마’는 ‘의복과 각종 장식물’, 6부 ‘잡도리와 고수련’은 ‘삶을 이루는 생활 도구들’, 7부 ‘비갈망과 동부레기’는 ‘자연물과 동식물’을 뜻한다. 저자는 10년간 신문과 방송 기자로 일했고 프리랜서 PD 겸 작가로도 활동했다. 2003년 한글문화연대가 제정한 ‘우리말글작가상’을 수상했다. 하늘연못/468쪽/1만3000원
나는 왜 나여야만 할까? 김갑수 지음
“진보 술자리에 섞이면 독야청청 보수 노릇을 하고, 보수 아저씨들 자리에서는 급진의 꽹과리를 쳐대는 성벽이 있다.” 시인, 문화평론가, 음악칼럼니스트 등의 수식어가 따라붙는 김갑수는 아웃사이더를 자처하는 자유인이다. 이 책은 편견, 통념에 근거해 이것이다 저것이다 재단하지 않으면서 써내려간 세상읽기다. 책 제목의 ‘나’는 ‘우리’를 가리킨다. 저자는 황우석 박사 파동,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 파문 등으로 온 나라가 흥분하지만 결국은 ‘변하지 않고’ 잊고 마는 우리의 자화상을 이야기한다. 변화, 반성 같은 산물도 남기지 않으면서 세상사에 휘둘려 열띠게 흥분하는 우리에게 저자는 ‘팔짱을 낀 자세’를 제안한다. 섣불리 판단하거나 들뜨지 말고 사태의 전후를 살펴 성찰하자는 것이다. 프로네시스/308쪽/1만2000원
열하광인(전 2권) 김탁환 지음
18세기 말 정조 치세를 배경으로 박지원, 홍대용, 박제가, 이덕무, 유득공, 백동수 등 젊은 실학자들의 이야기를 추리 소설로 써온 작가의 백탑파 연작 세 번째 작품. ‘방각본 살인사건’ ‘열녀문의 비밀’에 이은 ‘열하광인’은 제목에서 짐작되듯 ‘열하일기’가 중심 소재다. 당시 최대 베스트셀러였으나 정조에 의해 금서로 묶인 ‘열하일기’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연쇄살인의 비밀을 파헤친다. 비밀리에 ‘열하일기’를 읽는 ‘열하광’ 일원이 무장 괴한들에 의해 살해되는데, 사건의 배후엔 절대 군주를 꿈꾸는 정조가 있는지, 아니면 백탑파를 사사건건 견제해온 노론 세력이 있는지, 그것도 아니면 단순히 백탑 서생에게 불만을 품은 자의 소행인지 알 수 없어 ‘열하광’의 나머지 일원은 공포에 떤다. 민음사/상권 320쪽, 하권 296쪽/각 9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