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란잎을 보고 개발한 순수 식물성 코팅제와 페인트제는 자연에서 추출한 천연물질로만 만들어져 인체에 무해하다. 기존 에너지를 대체한 새 에너지로 발전(發電)할 수 있는 기술까지 개발해뒀다는 신재희 (주)로터스화학 사장. 그는 “발명가야말로 웰빙 문화를 주도하는 최고 전령사”라고 단언한다.
경영자보다는 발명가로 남고 싶다는 신재희 사장.
이처럼 발명가들은 누구나 알고 있는 자연이나 삶의 행태를 호기심 있게 들여다보고 그 속에서 전혀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미다스의 손’이라 할 수 있다. (주)로터스화학 신재희(申載熙·48) 사장 역시 이런 발명가의 대열에서 빠질 수 없는 인물. 연꽃의 뛰어난 방수성을 응용해 국내에서 유일하게 천연 식물성 원료만으로 코팅제와 페인트를 개발해 파문을 몰고온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가 발명한 ‘매직 프로(Magic Pro)’라는 방수 코팅제 및 접착제는 곰팡이 제거는 물론 유독가스 발생 방지효과도 있어 연세대 신촌세브란스 병원, 원주 기독병원 등 신축 병동 건설에 사용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른바 ‘새집 증후군’과 아토피성 피부질환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서도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이에 따라 그에겐 이 시대 최고 화두인 ‘웰빙(Well-Being) 발명가’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발명가야말로 웰빙 문화를 주도하는 최고 전령사”라고 주장하는 그를 지난 7월 하순에 만나 친환경 물질과 발명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토란 보고 발명에 눈뜬 초등학생
-회사 이름인 ‘로터스(lotus)’는 연꽃이란 뜻인데 발명한 신물질과 연관시킨 것인가요?
“그렇습니다. 거기에 더해 연꽃이 상징하는 깨끗한 환경과 인류의 건강은 제 발명의 기본 철학이기도 하고요.”
-발명이라고 하면 대개 전화·전기 등 인간이 생활하는 데 더욱 편리하고 유용한 것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압니다만….
“지금까지의 발명이 주로 그쪽 분야로 치우쳐온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편리함과 유용성은 발명의 기본 원칙이고, 거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쾌적한 환경과 건강이라는 웰빙의 개념까지 발명의 영역으로 들어와야만 사람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발명가들이 이런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면 도태되기 십상이지요.”
신재희 사장이 웰빙 개념의 발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아주 어린 시절에 겪은 경험 때문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강원도 원주에서 살던 그는 집에서 기르던 토란이 비가 내려도 젖지 않고 잎사귀 표면에서 빗방울이 떨어져 내리는 것을 보면서 ‘왜 그럴까?’ 하고 신기해했다.
그의 집은 군부대와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었는데 부대에서 난방용으로 사용하는 벙커C유 때문에 집 전체가 늘 시커멓게 그을려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오직 토란잎은 방금 세수한 처녀의 흰 얼굴처럼 깨끗했다. 그래서 방과 후 틈만 나면 토란밭에 나가 지켜보곤 했는데 비가 온 뒤면 그 깨끗함이 더욱 빛나더라는 것. 그는 연꽃 역시 토란과 같은 성질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다고 한다.
그는 ‘나중에 어른이 되면 이런 것을 이용한 기술을 개발해 세상의 온갖 더러운 것을 깨끗하게 만들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한다. 누구나 초등학교 시절 자신의 꿈 하나는 갖고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 꿈을 성인이 돼서도 잊지 않고 행동으로 옮기는 일은 쉽지 않다.
“1985년에 연세대 의공학과를 졸업한 뒤 두산그룹 계열사인 두산산업(뒤에 두산상사로 변경)에 공채로 입사했습니다. 의료기 사업부의 기술직으로 있는 동안 최첨단 기기들을 다루다 보니 미국·영국 등 선진국에서 기술 연수를 받을 수 있었어요. 어린 시절의 꿈을 간직하고 있던 저는 틈만 나면 관심분야의 자료를 뒤적이고 현장을 쫓아다녔는데 전세계에서 그 누구도 토란잎에 견줄 만한 기술을 개발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결국 ‘이 일은 내가 해야 할 몫이구나’ 하는 결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죠. 그때가 제가 기술과장으로 있던 1993년이었는데, 곧바로 서울 양재동에 오피스텔을 얻어 본격적인 연구에 돌입했습니다.”
타고난 손재주
-큰 결심을 하기까지 가족의 반대가 적지 않았을 텐데요.
“결혼하기 전 아내에게 ‘나는 어차피 발명가여서 평범한 회사원으로는 남지 않겠다’는 선언을 했고 그 ‘조건’을 아내가 받아들여 결혼을 했습니다.(웃음) 게다가 제가 다니는 회사가 주류(酒類)를 다루는 그룹 계열사라 회사 전체가 술을 즐기는 분위기였습니다. 이를 늘 못마땅하게 여기던 아내는 차라리 잘됐다는 듯이 흔쾌히 사직을 허락했지요. 오히려 회사에서 제가 나가는 것을 매우 섭섭해했어요.”
신 사장은 발명가의 길로 나서기까지 의료기기에 관한 한 국내에서 다섯손가락 안에 꼽히는 엔지니어로 명성이 자자하던 인물이다. 그의 타고난 손재주는 지금도 당시 다니던 회사는 물론 의료기기 업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그가 미국에서 최첨단 의료기기인 CT촬영기에 대한 기술 연수를 받던 중 생긴 일이다. 교육을 받다 CT촬영기가 고장나는 바람에 연수가 중단됐다. 수리할 엔지니어가 도착하려면 며칠을 꼼짝없이 기다려야만 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 강사는 물론 연수생들이 어찌할지 몰라 우왕좌왕하고 있는데, 신 사장은 미국인 강사에게 자신이 고쳐보겠노라며 몇백장의 소자가 들어 있는 기계 속을 들여다보고서는 단 10분 만에 고쳤다. 미국인 강사는 눈이 휘둥그레진 채 “엔지니어가 와도 매뉴얼대로 체크하다 보면 언제 고칠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단번에 수리했냐”면서 마냥 신기해했다.
연수생들은 신 사장 덕분에 무사히 귀국일정을 맞출 수 있었는데, 그가 회사에 도착해보니 미국인 강사가 두산의 최고경영진에게 보낸 ‘우수한 엔지니어’라고 그를 격찬하는 편지가 도착해 있었다고 한다. 이후 신 사장이 회사의 촉망받는 엔지니어로 승승장구했음은 당연한 일.
발명에 전념하면서도 가족의 생계에 어려움을 겪지 않고 생활할 수 있었던 것도 그의 손재주 덕분이라고 한다.
“자랑같이 들리겠지만, 고장난 의료기기를 수리하기 위해 저를 부르면 1시간당 30만원을 지불해야 합니다. 그만큼 저의 실력을 인정해주기 때문이죠. 저는 그 돈을 받아 생활비며 발명에 필요한 장비들을 구입하면서 연구를 계속해왔습니다. 한때 해외의 유수한 회사에서 거액을 제시하며 스카우트 제의를 했지만, 어린 시절 꿈을 이루기 위해 단호하게 거절했습니다.”
-손재주는 타고난다는 말도 있는데, 집안 내력이 있나요.
“어릴 때부터 기계를 보면 그 속이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원리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알지 않고서는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 덕에 집안에 있는 시계, 라디오, TV 등 전기전자 제품이 성할 날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아버지는 아무 꾸지람도 않으셨고, 가끔씩 당신께서 근무하시던 한국전력 변전소에 데려가서는 발전에 관해 이러저러한 얘기도 해주셨어요. 재미있는 건 올해 중학교 3학년인 저의 큰딸(신주연)이 저를 쏙 빼닮아 제가 어린 시절에 그랬던 것처럼 집에서 드라이버를 들고 닥치는 대로 뭘 뜯고 고치고 하는 통에 아내가 혀를 차고 있어요. 그래서 피는 못 속인다는 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쯤 되면 신 사장의 집안은 3대가 내리 엔지니어의 피를 이어가고 있는 듯하다. 그의 아버지(신대용)는 한전 원주 변전소장으로 정년퇴직한 기술자이고, 그의 큰형(신재화)은 인천대 전기공학과 교수로 있다. 동생 재인씨는 인하대 전기공학과를 나와 현재 원주에서 신 사장을 돕기 위해 공장장을 맡고 있다.
새벽녘에 찾아온 영감
이제 본격적으로 그의 친환경 발명의 세계로 들어가보자. 그는 언제나 주변을 관찰하는 데서 발명의 단서를 찾아낸다고 한다.
“원주 고향집 바로 뒤에 몇백년 세월을 거친 고찰이 하나 있어요. 그 절에 자주 놀러갔는데 목재로 된 사찰 기둥이 뒤틀리고 갈라지는 등 제대로 보전이 안 돼 있었어요. 그리고 불이라도 한번 나면 역사적 기념물이 통째로 사라질 것처럼 위태롭게 보였습니다. 저는 나무가 뒤틀리는 현상의 주요 원인이 주변 환경의 물기라고 보고 코팅을 통해 방수(放水) 및 발수(發水), 더 나아가 화재로부터 반영구적으로 방염(防炎)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지요. 이미 어린 시절 관찰했던 토란이 코팅제의 중요 성분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토란의 어떤 성분이 그런 역할을 하는지 먼저 과학적으로 구명해볼 필요가 있었어요.”
토란의 성분을 알기 위해서는 화학적 분석이 급선무. 그러나 공학도 출신인 그가 화학 분야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고3 수험생 못지않은 고난의 학습이 필요했다.
“일주일에 한두 번씩 서울 국립중앙도서관을 찾아 관련 서적을 찾아보고, 화학에 관련된 원료물질을 찾으려 을지로 화공상가를 문턱이 닿도록 돌아다녔습니다. 그곳에서 화학원료를 구입해 합성 등 실험을 하기 시작했죠. 실험할 때는 밤을 새우는 일이 잦았어요. 오피스텔에 한번 들어가면 나오지 않고 화학실험에 매진하다 보니 매캐한 냄새가 주위 사무실까지 퍼졌습니다. 그래서 한번은 이웃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여직원이 간첩이 폭탄실험을 하는 줄로 착각해 신고하는 바람에 경찰서에 끌려가기도 했습니다.
가장 어려운 점은 한 가지 문제를 해결하면 다른 문제가 생기는 거예요. 발수 기능을 높이면 온도에 약해지고, 온도를 높이면 코팅에서 중요한 접착력이 떨어지는 식이었죠. 내한성이 좋으면 내열성이 떨어지는 등등이지요. 저는 여기서 한 가지가 좋아지면 한 가지는 나빠진다는 자연의 이치를 배웠지요. 한때는 포기하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그때마다 기적 같은 일이 벌어져 그는 연구를 계속할 수 있었다. 어떤 단계에서 막혀 앞이 전혀 보이지 않아 절망에 빠질 때쯤이면 새벽 3시경에 저절로 눈이 떠지고 어떤 영감 같은 것이 떠올랐다. 눈을 뜬 채 가만히 있다 보면 지금까지 전혀 생각지 못하던 새로운 세계를 접하는 듯 무언가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불현듯 번개 같은 무언가가 솟구쳐오른다는 것. 그러면 막힌 부분이 술술 풀리면서 연구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고 한다.
세상에 처음 나온 천연물질 코팅제
“토란잎에서 방수 및 발수 효과를 내는 코팅 성분을 발견하는 데 성공한 뒤 토란을 재배해 이런 성분을 대량 생산하는 것이 경제성이 없는 무모한 짓이라 결론짓고 좌절감을 맛보고 있을 때도 그런 체험을 했어요. 새벽녘에 눈이 떠지면서 그동안 전혀 고려 대상으로 삼은 적이 없는 송진이 갑자기 생각나는 거예요. 소나무가 다른 나무보다 오래 살고 잘 안 썩는 것이 송진 때문이라는 사실이었지요. 실제로 송진에 듬뿍 절어 있는 듯한 소나무의 옹이는 수백년이 지나도 원형 그대로 보전되지 않습니까.”
신 사장의 표현처럼 그의 일심을 기울인 노력 덕분인지,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도움이 있어 그랬는지 그는 송진 성분을 중요 성분으로 하고 토란잎의 코팅 성분 등을 포함, 수백가지 천연물질을 배합해 새로운 코팅물질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1993년 발명에 매진한 이후 2003년 첫 제품이 나오기까지 10년간 1만번이 넘는 실험을 거듭한 끝에 천연물질로만 구성된 새로운 코팅제를 만들어냈다. 이후 그는 숯과 원적외선을 방출하는 황토 성분을 첨가하는 등 지속적으로 제품을 업그레이드해 현재 시장에 ‘매직 프로’ 시리즈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발명가들은 흔히 자신이 개발한 것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이라고 단정 하게 마련이다. 발명이라는 게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다 보니 발명가들은 독선적 기질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다고 애교로 이해해줄 필요가 있다. 그러나 필자는 정면으로 신 사장의 발명품에 ‘앤티’를 걸어보기로 했다.
-방수·방염 기능이 있는 코팅제품이나 페인트제는 국내 유명 회사들이 이미 ‘친환경 물질’이라고 대대적으로 광고하고 있지 않습니까. 신 사장의 제품도 좀더 친환경적으로 개선한 발명품 정도로 이해하면 될까요?
“그런 정도라면 발명이 아니라 개선이라 말해야겠지요. 시중에 나와 있는 기존의 코팅물질은 인공적인 화학물질이 주성분이어서 독성이 강해 인체에 적지 않게 해를 끼칠 수 있습니다. 화재가 발생하면 유독 가스가 생겨 사람이 질식사할 수도 있어요. 페인트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페인트는 보통 석유를 이용한 합성수지가 주원료인데, 이것 역시 독성이 심하고 불이 잘 붙습니다. 친환경 코팅제나 페인트제로 알려진 기존 제품도 사실은 방부제 등을 첨가해 만들었기 때문에 인체에 무해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다만 인체에 대한 독성을 줄였다고나 할까요.
반면에 제가 개발한 코팅제나 페인트제는 우수한 접착력과 1500℃의 열에도 견뎌냄은 물론이고 자연에서 추출한 천연물질로만 이뤄진 것이어서 인체에 전혀 해를 끼치지 않아요. 즉 새집 증후군이 전혀 생기지 않습니다.
최근 우리 제품을 사용해본 소비자가 저에게 직접 전화를 했어요. 분당의 새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아토피 피부염을 앓고 있는 아이 때문에 걱정을 했는데 우리 제품을 사용해보니 향기도 좋고 아이의 아토피 증세가 악화되기는커녕 오히려 한결 좋아졌다는 거예요. 저는 그런 전화를 받으면서 지난 10여 년간의 연구가 헛된 것이 아니었다는 위안을 받지요.”
곰팡이균 물렀거라!
‘매직 프로 1’이란 이름을 붙인 천연코팅제와 ‘매직 프로 2’인 천연페인트는 국가 시험기관인 한국건자재시험연구원과 한국화학시험연구원, 그리고 연구기관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제품의 우수성을 인정받은 상태다. 이들 기관의 시험 성적서에 따르면 ▲뛰어난 방염성으로 화재로부터 생명을 보호할 수 있으며 화재 발생시 유독가스를 방출하지 않고 ▲칠 작업시 냄새가 나지 않으며 ▲곰팡이균 제거 등 살균기능이 있는 것으로 명시돼 있다.
-코팅제나 페인트가 아무리 친환경 물질이라곤 해도 곰팡이균 등 인체에 해를 끼치는 미생물까지 제거한다는 것은 얼른 납득되지 않는데요.
“제 발명품이 인체에 유해한 유독가스(포름알데히드 등)를 발생시키지 않고 항균성이 있다는 것은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사실입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인공 화학제품에 묻혀 살다시피 해왔기 때문에 페인트라고 하면 당연히 냄새가 나고 독할 것으로 짐작하지요. 하지만 순수 식물성 원료를 주재료로 만들면 놀랄 만한 효과가 납니다. 그만큼 우리가 자연에 가깝게 다가갈수록 인간의 건강은 좋아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신재희 사장이 개발한 친환경 제품들.
“물론입니다. 제 발명품에 방수성과 발수성, 항균성까지 있다는 것은 여러 가지로 적용해볼 여지가 많아요. 제 아내가 주부습진으로 오랫동안 고생했는데, 제가 코팅제의 주원료로 쓰는 송진액에 몇 가지 순식물성 천연물질(그는 이것이 특허사항이라 밝힐 수 없음을 이해해달라고 부탁했다)을 첨가해 연고로 만들어 사용해보라고 줬지요. 그런데 제 예상대로 주부습진이 감쪽같이 없어져버렸습니다. 그것도 단 하루 만에.
그 다음엔 아이들이 다쳐서 생긴 상처나 무좀에 이 연고제를 사용했더니 며칠 만에 흉터 없이 깨끗이 나았어요. 이는 신약분야에도 응용해볼 수 있다는 뜻이겠지요.”
그는 자신의 발명품으로 제약업에까지 그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듯했다.
-새로운 것을 발명해놓고도 사람들에게 이용되지 못한 채 사장되는 경우도 많이 있지 않습니까.
“수많은 발명품 가운데 실제 성공할 확률은 1%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지요. 저는 발명계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발명의 세 가지 원칙을 죽을 때까지 지키겠다고 결심했어요. 그 첫째가 코스트, 즉 비용이 저렴해야 한다는 것, 두 번째는 발명품의 원료 공급이 원활해야 한다는 것, 마지막으로 소비층이 두터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세 원칙은 결국 사업성이 없는 발명품은 소용없다는 뜻입니다. 저는 이 원칙에 위배되는 것은 아무리 뛰어나고 기발한 발명이라 해도 거들떠보지 않기로 했습니다. 대부분의 발명가들이 실패하는 것은 이런 원칙에서 한두 가지가 빠지기 때문이지요.”
-그렇다면 신 사장의 발명품은 사업성이 있다는 뜻인가요.
“저는 발명품을 제품으로 개발하고 나서 2003년에 로터스화학이란 회사를 설립, 본격적으로 제품을 알리는 작업에 나섰어요. 처음부터 제 제품을 보고 일부러 찾아오는 고객은 없을 테니까요. 여러 지인의 도움으로 시험 삼아 여기저기 제품을 사용해보도록 했는데 나중엔 입소문으로 퍼져나가더군요. 그리고 본격적으로 신촌세브란스 병원과 원주 기독병원, 원주 리라유치원, 화성봉화감리교회 등 각종 단체에서 제품 문의가 들어와 성공리에 시공을 마쳤습니다. 새로 지은 학교나 아파트에 사용하는 수성페인트에서 유해물질이 발생해 건강을 위협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제 제품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습니다. 올해의 경우 매출 목표 100억원 달성이 기대되는군요.”
그러나 그는 사업가보다는 발명가로 남고 싶다고 밝혔다. 회사를 어느 정도 성장시켜 코스닥 기업으로 상장한 뒤 전문 경영인을 영입해 사업을 맡기고, 자신은 연구실에서 계속 친환경적 발명에만 매진하고 싶단다.
새 에너지를 이용한 發電
신 사장은 천연물질의 코팅제뿐 아니라 다양한 발명품을 이미 완성해놓았다고 말한다. 다리가 불편한 어머니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만든 ‘휠체어를 대체하는, 직립보행이 가능한 제품’, ‘화재와 독가스에 견딜 수 있는 신개념의 방염복’ 그리고 군복무 시절 재미삼아 발명한 ‘뒤쪽을 볼 수 있는 안경’ 등도 있다. 특히 척추장애 환자 등 휠체어 없이는 일어나지도 못하는 환자들이 두 발로 걸을 수 있도록 한 발명품은 사업성이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공개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는 직립보행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인체의 근력을 분산시켜 관절을 잘 맞추는 원리에 착안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의 ‘비장의 카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저렴한 비용으로 기존 에너지를 대체하는 새로운 에너지를 이용한 발전(發電)은 그가 필생의 역작으로 꼽는 발명품이다.
“어린 시절 제가 토란을 보면서 품은 꿈은 이제 성공적으로 열매를 맺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밝히지 않은 또 하나의 꿈이 바로 발전입니다. 지금 전세계가 에너지 문제로 얼마나 고통받고 있습니까. 전세계적인 이슈인 중동의 석유대란, 북한의 핵에너지 사용의지 등은 에너지에서 자유롭지 못한 지구인의 현실이지 않습니까. 하다못해 수력발전도 댐 건설 등 환경파괴 부담과 고비용 문제로 골칫거리잖아요. 저는 아버지를 따라 한전 변전소에 다니면서 전기를 햇빛과 같이 누구나 공평하게 그리고 부담없이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로 만들어보겠다고 결심한 바 있는데 머잖아 세상에 이를 공개할 것입니다.”
그의 말대로라면 분명 경천동지할 일이다. 필자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채 “어떻게 그런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인가요?” 하고 되물었다.
“아직은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미 저는 개발해놓았고 공개적으로 평가받을 시기만 저울질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는 발전에 대해서는 더 언급하길 거부했다.
필자는 그를 유심히 지켜보았다. 여러 시간에 걸쳐 인터뷰하는 동안 그는 매우 진중한 사람이며, 헛된 말을 내뱉지 않으며, 엔지니어 출신답게 과학적으로 사고하는 사람임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런 그가 엄청난 말을 내뱉었다는 것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다만 시간만이 그 진실을 가르쳐줄 것이다.
‘발명하는 철학가’
“저는 평소 에디슨과 아인슈타인을 존경해왔습니다. 그러나 존경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들을 뛰어넘는 거작(巨作)을 만들어내고 싶습니다. 그러한 거작은 바로 자연이 가르쳐줍니다. 우리가 숨쉬고 있는 대자연은 우리가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갖춘 보물창고입니다. 우리는 단지 그 보물창고의 문만 열면 되지요.”
신 사장은 “그간 인류는 문명의 이기로 온갖 혜택을 누렸지만 지금은 바로 그 문명의 이기에 의한 오염으로 오히려 고통받고 있다”고 말한다. 인간이 각종 오염에서 해방되기 위해서는 다시 자연의 품에 안겨야만 하고, 자신은 발명가로서 그런 일을 할 책무가 있다고 덧붙인다. 자신이 개발해낸 순수 식물성 코팅제와 페인트도 그런 일을 하기 위한 조그만 받침돌이 되고 앞으로 공개할 새로운 에너지에 의한 발전시설도 그 일환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말하는 그에게서 ‘발명하는 철학가’의 면모가 보이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