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호

[시마당] 우리는 구름을 함께 올려다 본 사람들

  • 강우근

    입력2024-08-14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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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름은 우리가 한 번쯤 잃어버린 것의 모양을 닮았어”

    그렇게 말했던 사람은 누구였지

    “저기 강아지와 양과 고래를 닮은 구름이 있어” 말하면

    하늘에도 마당과 초원과 해안이 생기고

    구름은 더 풍부해지고 낯설어지네

    우리가 구름을 보기 위해 들판에 한가로이 누웠을 때

    우리 중 누군가의 형상은 몽글몽글 어디로 흘러가 버린 걸까

    구름을 함께 올려다봤기에

    또 다른 하늘에 시시각각 내리는 비처럼 우리는 떨어지고 있는 걸까

    해가 비쳐서 창문을 열어두었다가 천둥번개가 쳐서 닫는 시간 속으로

    접시에 놓인 빵을 다 같이 나눠 먹다가 홀로 설거지를 하는 시간 속으로

    자유이용권을 끊고 기다리다가, 회전목마에 빈자리를 두고 떠나야 하는 시간 속으로

    건강검진을 기다리다가 컴컴한 검사실의 안으로 들어가야만 하는 시간 속으로

    나날이 계단을 내려왔을 뿐인데

    나는 어느새 회사에 출근하는 사람에서 꽃을 들고 음악회에 가는 사람이 되어가

    악기를 한평생 연주하다가 무대에 내려온 사람의 음악은 어디를 떠돌고 있을까

    흩어지는 오케스트라의 뒷모습을 보고 자신이 연주할 악기를 고르던 아이는 자라서

    백 년째 이어지는 악보를 연주하는데

    음악을 구름처럼 허공에 띄우는 연습을 하는데

    몽글몽글 보이지 않던 사람이 들을 수 있게

    [Gettyimage]

    [Gettyimage]

    강우근
    ● 1995년 강릉 출생
    ● 202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
    ● 시집 ‘너와 바꿔 부를 수 있는 것’




    시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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