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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 내정자

스캔들·부패·이중성…온갖 비판 극복케 한 힘은‘야망’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 내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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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의 국무장관은 대북정책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그 사람의 성격이나 스타일을 분석하는 일이 남의 일만은 아니다. 미국 여성해방의 현대적 상징인 힐러리의 두 얼굴을 보는 일은 그래서 유의미하다. 그런데 그녀가 ‘팜파탈’이라고?
2008년 11월22일자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미국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 측근들의 말을 인용하면서 “오바마가 힐러리 클린턴을 국무장관에 내정한 것은 ‘실수’”라고 보도했다. 물론 힐러리는 장관직을 잘 수행하겠지만 문제는 그동안 그녀가 걸어온 행보로 볼 때 대통령이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해 일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힐러리를 ‘팜파탈’(fem- me fatale·거부할 수 없는 아름다움과 매력으로 상대를 죽음이나 위험에 빠뜨리는 악녀)로 일컬으며 잠재적으로 ‘오바마 성공’에 치명적일 수 있다 했다.

반(反)힐러리주의자들

미국에는 ‘힐러리’를 비판하는 내용의 책이 많다. 힐러리가 대학시절 급진 좌파운동에 관여해 이념적 성향이 의심스럽다는 내용에서부터 겉으로는 페미니스트를 내세우지만 사실은 남편의 후광으로 모든 것을 얻은 ‘운 좋은 아내에 불과하다’는 평가까지 다양하다.

힐러리 공격은 주로 그녀가 영부인이 된 후부터 시작됐다. 자신이 책임을 맡았던 의료보험 개혁이 실패하면서 비난이 빗발친 데 이어 힐러리가 각종 권력형 비리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클린턴이 아칸소 주지사 시절부터 발생한 각종 권력형 비리사건의 몸통이 사실은 힐러리였다는 폭로가 잇따랐다.

힐러리만을 겨냥한 비판서는 그녀가 대통령후보 출마 뜻을 밝히면서 2005년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가장 눈길을 끌었던 책은 힐러리 부부를 20여 년 동안 보좌해온 정치 컨설턴트 딕 모리스가 쓴 ‘역사 다시 쓰기(Rewriting history)’였다(여기서 ‘역사 다시 쓰기’란 ‘거짓으로 가득한 힐러리의 자서전을 다시 쓴다’는 의미다).



딕 모리스는 이 책에서 “내가 가까이서 지켜본 힐러리는 목적 달성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냉혈한이었으며 이념적으로도 위험한 성향을 갖고 있었다”고 말한다.

누구에게나 이중적인 성격이 있긴 하지만 힐러리에게는 유독 ‘지킬 박사와 하이드’ 같은 두 개의 모습이 강하게 있었다면서 그녀의 자서전에서 그려진 것 같은 선량하고 진취적인 모습은 사실은 허상(虛像)이며 반쪽의 모습이라고 맹공했다.

힐러리의 실제 모습은 끊임없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규칙을 바꾸고 이를 변신이나 유연성이라는 말로 포장하면서 세상을 적과 동지로 갈라 보고 자기에게 유리한 것은 반드시 쟁취하고 마는 부도덕하고 위험한 인간이라는 것이다.

딕 모리스는 이런 힐러리가 ‘앞으로 미국 대통령이 된다’는 것을 도무지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던지 아예 “미국의 여성 대통령은 힐러리가 아닌 콘돌리자 라이스가 되어야 한다”는 전제 아래 두 여자를 비교하는 ‘콘디 대 힐러리’(우리말 번역서는 ‘나는 이기기 위해 도전한다’)란 책까지 낸다.

한편 뉴스위크 편집인 출신인 에드워드 클라인이 쓴 ‘힐러리에 관한 진실’역시 ‘(힐러리가) 좋은 아내도, 어머니도 아니면서 겉으로 그런 척하고 자기 인생목표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되는 사람은 무자비하게 제거하는 비정한 인간’이라는 맹비난을 담고 있다.

미국에서는 힐러리뿐 아니라 정치인 비판서가 현직이냐 퇴직이냐에 상관없이 많이 출간된다. 정치인들은 ‘표’를 얻기 위해 전력투구하면서 유권자에게 거짓 환상이나 신화를 심어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고 이것이 또 하나의 독서시장을 만들고 있다.

스캔들로 위기를 극복한다

힐러리는 스캔들이 끊이지 않았다. 화이트워터 부동산 투자 관련 의혹, 자신이 소유한 로펌의 회계장부 소실, 백악관 여행 담당 직원 해고 연루설, 영부인 시절 고가의 사적인 선물을 받았던 일들이 그것이다. 힐러리 스캔들은 공직자나 공직자 아내로서의 품위를 손상시키는 ‘윤리와 도덕’에 관한 일이 많았다는 데 문제가 있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정치평론가 딕 모리스는 “힐러리는 오히려 스캔들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을 배우며 성장했다”고 평한다. 어떤 분야의 일을 통해 업적을 쌓아가며 그 경험을 바탕으로 성숙해나가는 게 아니라 위기가 터지면 그것을 봉합하고 수습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발전(?)시켜나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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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명│동아일보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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