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의원 출신 재선 시장
백재현(白在鉉·54) 경기도 광명시장은 음악도시라는 컨셉트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열린 광명음악벨리 축제는 지역주민은 물론 음악 애호가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지난 10월에 열린 축제는 EBS가 공연을 녹화해 2시간에 걸쳐 특집방영했다. 사흘 동안 거리 곳곳에서 다채로운 음악이 공연되자 시민들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음악에 젖어들었다.
백 시장이 그리는 미래는 여기에 머물러 있지 않다.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리는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 페스티벌’이나 프랑스 칸의 ‘미뎀’ 같은 음악축제처럼 전세계의 이목을 끄는 축제로 키워내겠다는 것. 이런 꿈을 실현하기 위한 첫 단계로 남미와 유럽 음악의 원류로 알려진 쿠바 음악을 들여올 계획이다. 한국과 쿠바 사이엔 아직 국교가 수립되지 않았지만, 머지않아 외교적인 문제가 풀린다면 쿠바 수도 아바나시(市)와 자매결연하고 쿠바 문화원도 유치할 예정이다. 내년에 열린 세 번째 음악축제에선 쿠바음악을 주제로 해외 유명 아티스트를 초청할 계획도 있다. 이를 위해 11월초 도시 마케팅 전문가를 쿠바에 파견했고, 곧 실무협상을 마무리 하게 된다.
백 시장은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검정고시로 고등학교를 졸업, 경기대 무역학과를 나와 세무사 시험에 합격했다. 30대 초반에 세무사 사무실을 개업한 그는 한때 전국에서 다섯 번째로 돈을 잘 버는 세무사로 이름을 날렸다. 그는 신뢰를 그 비결로 꼽았다. 기업가가 속마음까지 털어놓을 정도로 세무사를 신뢰하지 않으면 선뜻 회사의 ‘속살’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 기업의 재무상태를 정확하게 진단해서 단점까지 솔직하게 밝혀주면 대부분의 기업주는 세무사를 ‘내 사람 같다’며 신뢰하게 된다고 한다.
기획, 생산, 소비, 유통까지
정치 입문도 그가 25년 살아온 광명시에서 했다. 시골에서 올라와 경제적 기반을 닦게 해준 광명시를 위해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 시작한 일이 청년회의소 활동이었다. 여기서 재정위원으로 활약했고, 정치인들을 만나 정계로 들어섰다. 시의원, 도의원을 거쳐 1998년 광명시 민선 2기, 2002년 3기 시장에 재선(再選)됐다.
두 차례에 걸쳐 시장으로 선출된 요인으로 그는 지자체끼리 다투는 일이 많은 현실에서 이해당사자들을 합리적으로 설득하고 조정하는 능력을 들었다. 추진하는 사업이 지역시민의 반발을 불러올 때면 “꾸준히 합리적인 대안을 내놓으며 설득하고, 그래도 안 되면 적절하게 보상한다는 원칙을 지켰다”고 한다.
-음악에 애착을 갖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습니까.
“전혀 없습니다(웃음). 광명이 큰 도시들 사이에 끼어 있잖아요. 광명시 인구가 35만인데, 1100만의 서울, 100만의 부천, 70만의 안산이 이웃이고, 전통 도시 안양도 곁에 있어요. 다 큰 도시죠. 그러니까 남 하는 것 따라 하다가는 결국 그 문화에 흡수됩니다. 나름의 문화를 만들어가지 못해요. 그래서 ‘광명’하면 떠올릴 수 있는 것이 뭘까 구상하다가 음악도시를 생각한 거죠.
2000년 초, 문화관광부가 문화산업단지를 공모했을 때 광명의 문화 콘텐츠를 어떻게 만들면 좋을까 고민했습니다. 그때 살펴보니 음악 관련 사업을 벌이는 도시도 없고, 음악도시라는 컨셉트를 선점한 곳도 없었어요. 영화나 영상, 애니메이션 도시는 많은데, 음악도시는 없었습니다. 음악도시가 되려면 공연 공간을 확보해야 하고, 방송국과도 가까워야 합니다. 그런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음악도시가 없었던 것 같아요. 광명엔 이런 걱정거리가 없습니다. 방송국과도 가까운 데다 KTX(고속철도) 광명역사 앞 7만1000평을 음악도시 부지로 확보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