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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권 광주요 회장의 한국문화 업그레이드 대작전

최고를 만들었느냐? 세계와 通하였느냐?

조태권 광주요 회장의 한국문화 업그레이드 대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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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법은 전통에서, 마케팅은 서구에서
  • 韓流, 최고 추구해야 ‘日流’ 대체재 면한다
  • 단식증류 소주·韓食·도자기의 궁합 방정식
  • 최고를 접해봐야 최고를 만들 수 있다
  • ‘한 상 차림’과 單品이 아닌 풀코스로 세계화
조태권 광주요 회장의 한국문화 업그레이드 대작전
도자기 회사 (주)광주요의 조태권(趙太權·59) 회장은 멋쟁이다. 세칭 ‘명품’이라고 하는 것을 많이 걸치고 있다. 회사 직원들에 따르면 조 회장은 귀하고 멋진 도자기도 적잖게 소장하고 있다고 한다. 풍류도 꽤 즐긴다. ‘성층권 인사’들도 자주 만난다. 가진 것보다 훨씬 더 귀족적으로 살고 있는데, 그는 그 이유를 “사업을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뭐 하나 부족한 게 없어 보이는 그가 요즘 모험에 빠져 있다. 잘나가는 광주요를 캐시 카우(cash cow, 돈벌이 되는 사업)로 둔 상태에서, 단식증류 소주 ‘화요’(火堯, ‘소주(燒酒)’의 ‘燒’자를 파자한 것)’를 출시하고, 한국 음식을 세계화하기 위한 한식점 ‘가온’ 운영에 매진하고 있는 것이다.

화요와 가온은 아직 그가 기대한 것만큼 잘되고 있진 않다. 그러나 그는 광주요와 화요, 가온을 한덩어리로 한 사업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그에겐 ‘새 문화를 만들어보겠다’는 야망이 있다. 물론 이면에는 새로운 사업영역을 구축하겠다는 속셈이 숨어 있다. 야망과 속셈이 교차하는데, 그래도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전자(前者)이다. 그가 하는 사업은 문화가 바탕이 되어야 성공한다. 그는 자신의 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해 문화 업그레이드 방안을 내놓고 있다.

문화는 주로 의식주(衣食住)에서 나오는데, 그는 식(食) 분야에서 세계와 통할 수 있는 고급 문화를 만들려고 한다. 식은 의·주와 달리 아직 한국 것이 뚜렷하게 남아 있다. 한국인의 옷은 양복으로, 집은 아파트로 바뀌었지만 먹을거리는 여전히 밥이다. 질긴 생명력을 발휘하는 식 분야를, 세계를 상대로 팔아보겠다는 것이 그의 꿈이다.



그러나 ‘방어의 귀재는 공격에 둔재’인 경우가 많다. 한국 식문화가 지켜진 것은 반대로 이야기하면 세계화하기에 매우 어렵다는 뜻이 된다. 하지만 몇몇 민족은 고유의 식문화를 세계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 요리는 세계화된 지 오래이고, 중국과 일본 음식도 세계 진출에 성공했다.

스시 세계화한 일본

인상적인 것이 일본의 성공이다. 민족감정을 접고 일본이 이룩한 식문화의 세계화를 ‘커닝’해보자. 요즘 세계 어느 도시엘 가도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이 ‘스시(壽司, 초밥)’ 집이다. 해외 여행에 나선 한국인들은 마땅한 한식집이 없으면 스시집에 들어가 깔깔해진 입맛을 초밥과 미소시루(일본식 된장국)로 달랜다.

통계에 따라 다소 다르지만 현재 스시는 세계 5대 음식으로 꼽힌다. 나머지 4개는 베트남의 쌀국수, 터키의 케밥, 이탈리아의 피자와 스파케티다. 20∼30년 전만 해도 서구인들은 날생선은 입에 대지도 않았는데 스시 시장이 언제, 어떻게 그토록 커진 것일까.

일본은 1964년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스시의 세계화에 성공했다고 한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스시만 수출한 게 아니다. ‘노렝(暖簾)’이라고 하는 일식집 특유의 치장과 고유의 그릇, 회칼을 비롯한 주방용품, 종업원 복장과 일본식 예절, 그리고 다다미방까지 다양한 일본 문화를 수출했다.

일본에 가서 관광버스를 타보면 모든 비품이 깔끔하고 가지런하게 갖춰져 있고, 운전기사가 친절한 것에 감동하게 된다. 반면 한국의 관광버스에는 컵 걸이가 빠져 있고, 운전기사는 ‘서민적인’ 경우가 많다. 이는 한국 관광버스가 ‘운행’이라는 단품(單品) 서비스 제공에만 주목하는 데 반해, 일본은 제값을 받고 ‘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한 선택의 차이에서 비롯된 결과가 아닐까?

이런 차이는 음식점에서도 발견된다. 보통의 한국 식당은 그야말로 먹을 것만 판매한다. 그러나 도쿄에서는 뒷골목의 식당도 음식에 친절을 보태 판매하고 비싼 값을 청구한다. 부가가치가 큰 쪽은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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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동아일보 신동아 편집위원 hoon@donga.com / 사진·박해윤,김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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