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4년 4월26일 손학규 경기 지사가 건교부 장관에게 보낸 질의서.
손 지사가 돈을 받았다는 증거는 없다. 그러나 손 지사의 금품 수수 여부 공방과는 관계 없이 J사의 고산리 아파트 인허가 과정에서 최종 결정권자인 손 지사의 역할에 포커스를 맞춰 따져보는 것은 공적으로 필요한 일이다. 손 지사 측근인 전직 부지사가 인허가 청탁과 함께 J사의 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고, J사 소유의 고산지구는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자연보존지구(임야)로서 대규모 개발계획(31만㎡)은 수도권의 공익과 직결되며, 해당 인허가건은 시행사인 J사와 시공사인 P사엔 큰 이권이기 때문이다.
우선 J사측이 한현규 원장에게 10억원을 주면서 ‘무엇’을 청탁을 했는지가 중요하다. 경기도의 한 국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J사는 하수처리 물량을 배정받기 위해 한 원장에게 로비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설명은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 내용과는 배치된다. 검찰은 “J사는 2004년 11월 ‘1종(도시지역) 지구단위계획결정이 빨리 나도록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한 원장에게 4억원을 줬다. 이후 6억원을 더 줬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11월경의 청탁 대상은 ‘하수처리 물량’이 아닌, ‘지구단위계획결정’이었던 것이다. 지구단위계획결정은 경기도청 관할 사안이며, 최종 결정권자는 손학규 지사다.
광주 고산지구는 ‘도시계획’이 되어 있는 곳이다. 그 안에서 택지, 공원, 학교 등의 시설을 ‘구체적으로’ 확정하는 데 필요한 것이 ‘지구단위계획결정’이다. 아파트 건설 시행사인 J사는 광역단체인 경기도로부터 고산지구 땅을 ‘택지’로 지구단위계획결정을 받아야 한다. 그 다음엔 기초단체인 광주시로부터 하수배출 허용물량(가구수 결정 요인)을 배정받고, 이어 최종 아파트 건축허가를 받으면 아파트를 지을 수 있게 된다. 그런데 고산지구는 ‘그린벨트’보다 규제가 더 엄격하다는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자연보존지구’다. 자연보존지구에선 택지 면적을 제한하며, 필요하면 수도권정비위원회의 심의도 받도록 하고 있다.
관건은 자연보존지구의 까다로운 행위제한 규정을 지구단위계획결정 심의 때 고려하느냐, 아니면 아파트 건축허가를 내줄 때 고려하느냐였다. J사는 당연히 후자를 강력히 원했다.
‘신동아’가 입수한 경기도청 공문서에 따르면 지난해 4월26일 손학규 지사는 본인 명의로 건설교통부 장관에게 ‘자연보존권 내 택지조성 사업시 지구단위계획수립이 수도권정비계획법에 저촉되는지’를 묻는 질의서를 발송했다. 위 관건사항에 대한 질의였다. 질의대상은 J사의 광주 고산지구와 인근의 광주 태전지구 두 곳이었다. 고산지구 시행사인 J사와 태전지구 시행사는 서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손 지사는 질의서에 ‘수도권정비계획법의 행위제한 사항은 지구단위계획 수립 면적과는 별개의 사안임’이라는 의견을 첨부했다. 사실상 J사에 지구단위계획결정을 해주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달아 건교부에 질의한 것이다.
광주시의 한 아파트건설 시행사 대표는 “광주에선 자연보존권 논란에 묶여 많은 시행사가 대기 중인데, 경기도 및 광주시가 특정업체 사업에 대해 ‘지구단위계획결정을 해줘야 한다’는 의견을 달아 건교부에 질의한 경우는 2004년 4월26일의 J사와 태전지구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