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극복 선언
박 대통령은 대선 때 공약으로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 원을 지급하는 기초연금제도를 내세웠다. 지난해 예산 한계 때문에 지급 범위가 좁아졌지만 박 대통령은 여전히 모든 노인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대선 당시 보편적 복지에 각을 세워온 새누리당 내에서는 소득과 상관없이 모든 노인에게 지급하는 안에 대해 반대 의견도 있었으나 박 대통령의 의지는 강했다. 박 대통령은 아버지 시대에 우리나라 산업화를 일구는 데 일선에서 힘썼던 노인들의 노후를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이런 박 대통령의 인식에 대해 한 참모는 이렇게 분석했다.
“미혼인 박 대통령은 국가와 결혼했다는 말을 자주 한다. 국민이 그 말을 가식이 아닌 진심으로 느끼게 하는 것이 박 대통령의 힘이다. 박 대통령은 ‘국민’을 왕권 시대 때 ‘백성’의 개념으로 보는 면이 있다. 그 때문에 권위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모든 백성을 잘살게 하겠다는 생각이 강하다. ‘선왕’ 아버지가 일궈서 물려준 국가이기 때문에 애정이 더 깊은 면도 있다. 못사는 백성에게 나라가 더 잘 해줘야 한다는 복지국가의 개념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2012년 7월 출마선언문이 나온 후 한 핵심 참모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이 표현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번 출마선언의 핵심은 아버지를 극복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극복 의지가 3년 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으로 이어졌다는 게 주변 평가다.
박 대통령은 2012년 7월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국정운영의 기조를 국가에서 국민으로 바꿔야 합니다. 과거에는 국가의 발전이 국민의 행복으로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국가의 성장과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잇는 고리가 끊어졌습니다. 개인의 창의력이 중요한 지식기반사회에서는 국민 개개인이 행복해지고 자신의 잠재력과 끼를 최대한 발휘할 수 있어야만 국가가 발전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시대의 요구는 바뀌었는데 정부가 지향하는 정책과 패러다임은 과거 방식 그대로입니다. 이제 국정운영의 패러다임을 국가에서 국민으로, 개인의 삶과 행복 중심으로 확 바꿔야 합니다”고 말했다.
국가주의적 국정운영의 기조는 아버지 시대를 언급하는 것이다. 아직도 우리나라가 아버지 시대의 패러다임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반성에서 이 출마선언문은 시작된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국가 중심에서 국민 개인의 삶을 중심으로 국정운영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힌 것이다. 올해 2월 25일 취임 1주년을 맞아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역시 아버지 시절의 경제 패러다임을 뛰어넘겠다는 강한 의지로 이어진다.
박 대통령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라는 이름을 직접 만들어냈다. 한 참모는 “이름 속에 대통령의 구상이 고스란히 담겼다”고 말했다.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떠오르게 하지만 ‘개발’이 아닌 ‘혁신’으로 경제의 축이 바뀌었다는 것을 강조한 제목이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개발’이 없는 것을 만들어내는 개념이라면 ‘혁신’은 우리가 가진 것을 바꾸겠다는 의미가 강하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해야 하는 시절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개혁’ 대신 ‘혁신’이라는 단어를 쓴 것은 제도와 기구를 새롭게 만드는 것에서 나아가 잘못된 관습까지 바꾸겠다는 포괄적인 개념으로 ‘비정상의 정상화’와 궤를 같이한다”고 말했다.
“내가 만들고 내가 평가받겠다”
박 대통령의 발표문에도 나와 있듯이 우리나라 경제가 ‘추격형’에서 ‘선도형’으로, ‘중공업’ 중심에서 ‘IT를 기반으로 한 창조경제’ 중심으로, ‘수출’ 중심에서 ‘내수와 수출 균형정책’으로 전환하는 것 역시 아버지가 일군 산업화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볼 수 있다. 박 대통령은 기획재정부에서 올린 계획 중 절반 이상을 쳐내면서 수를 줄이고 ‘5년’ 계획을 ‘3년’으로 단축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3년을 고집한 건 ‘내가 만들고 내가 평가받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명이다. 임기가 사실상 없었던 아버지는 ‘5개년’ 계획을 해도 책임질 수 있지만 지금은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 본인의 임기를 넘어선다. 내 임기에 이것만큼은 반드시 지키고 퇴임하겠다는 것으로 이는 각 부처 장관들에게도 무조건 지키라고 하는 강한 압박”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3월 21일 직접 7시간의 끝장토론을 주재할 만큼 규제개혁에 드라이브를 강하게 건다. 박 대통령이 규제개혁의 사실상 첫 수술대로 추진한 것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다. 박 대통령은 3월 12일 청와대에서 제5차 무역투자진흥회의 및 지역발전위원회 연석회의를 주재하면서 올해 6월 이후 전국 1656개 그린벨트 해제 지역에 고층 아파트, 대형마트, 일반음식점, 공장 등을 지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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