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은 기업 형사소송 분야에만 경찰 출신 12명 포진
광장, 형사소송 전담 변호사 70명 중 경찰 출신 14명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 출신 변호사 영입 현상 뚜렷
율촌, 경찰수사대응팀 신설로 검·경수사권 조정에 신속 대응
국내 최대 로펌으로 꼽히는 김&장에는 기업 형사소송 전담팀에만 12명의 경찰 출신 변호사가 포진해 있다. [동아DB]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달라진 것들
과거에는 경찰대 졸업 이후 사법시험에 합격하더라도 일선 경찰서에서 수사 실무를 담당하다가 로펌에 취업한 경우가 많았다. 최근에는 경찰대 졸업 이후 로스쿨을 거쳐 변호사시험에 합격하면 곧바로 로펌행을 택하는 이가 점차 늘고 있다. 대형 로펌 소속 한 변호사는 “검·경수사권 조정에 따라 과거에는 검찰이 주로 담당해 온 기업 수사를 경찰이 하게 될 가능성이 커졌고, 경찰이 1차 수사종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초동 경찰 수사 단계에서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신속하게 대처해야 할 필요성이 갈수록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검·경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안은 지난해 1월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당시 법 개정으로 크게 세 가지가 달라졌다. 첫째 검찰의 경찰 수사에 대한 지휘권이 제한적으로 행사된다. 검·경수사권 조정 이전까지 검찰은 경찰의 모든 수사를 지휘해 왔다. 이른바 수사지휘권 행사를 통해 경찰 수사를 직간접적으로 통제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형소법 개정으로 경찰이 사건을 검찰로 송치하기 전까지는 원칙적으로 검사가 경찰의 수사 지휘를 하지 못하게 됐다. 다만 검사는 경찰의 수사 과정에 법령 위반이나 인권침해, 심각한 수사권 남용이 의심될 경우 경찰에 사건기록 등본 송부와 시정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둘째, 경찰의 수사종결권 행사가 가능해졌다. 이전까지 경찰은 수사한 모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고 검사가 기소와 불기소 여부를 결정해 왔다. 그러나 검·경수사권 조정에 따라 경찰이 수사를 통해 1차적으로 수사종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즉 경찰이 수사한 후 ‘범죄 혐의 없음’이라고 결론 내리면 별도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지 않고 경찰이 독자적으로 사건을 종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만 경찰 수사에서 범죄 혐의가 인정된 경우에는 검찰로 사건을 보내 기소 여부를 검사가 판단하게 된다.
셋째로는 검찰청법 개정으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의 범위가 크게 축소됐다. 이전까지 검찰은 모든 사건에 대한 수사가 가능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에 대해서만 직접 수사가 가능하다.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사건은 ▲ 경찰 및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검사 및 직원 비리 ▲ 경제범죄 ▲ 금융·증권 범죄 ▲ 선거범죄 ▲ 방산비리 ▲ 사법 방해 등이다. 이들 6대 중대 범죄 외에는 경찰이 1차 수사권을 행사하고 수사종결권을 갖게 됐다는 점에서 초동 경찰 수사 단계에서 법률적 조력의 필요성은 앞으로 더욱 커질 전망이다. 수사받는 개인이나 기업 등의 입장에서는 검찰로 사건이 송치되지 않고 경찰 수사 단계에서 ‘혐의 없음’을 인정받아 수사가 종결되도록 하는 게 가장 바람직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율촌, 경찰수사대응팀 신설
국내 5대 대형 로펌 가운데 검·경수사권 조정에 가장 기민하게 대응한 로펌은 ‘율촌’이다. 국회에서 검·경수사권 조정을 위한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마자 율촌은 ‘경찰수사대응팀’을 신설했다. 경찰수사대응팀에는 경찰 출신 변호사인 최인석 변호사를 비롯, 10여 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율촌은 ‘경찰수사대응팀’ 신설 소식을 전하며 이렇게 밝혔다.“율촌 경찰수사대응팀에는 경찰대 또는 경찰청 출신의 변호사를 비롯해 디지털 포렌식 전문가 등 역량을 갖춘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어 경찰 수사 단계에서부터 검찰 및 법원 공판까지 연계해 논스톱 대응이 가능한 것이 강점입니다. 특히 정보통신기술, 금융 수사, 산업기술유출 수사, 특수 수사, 사이버 수사 등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경찰수사대응팀을 이끌고 있는 최인석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35기로 안진회계법인에서 조세 변호사로 활동했으며, 2006년 경찰에 투신한 이후 경찰청 특수수사과 팀장과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 심사분석과장,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수사실장, 수사팀장을 거치는 등 금융 수사와 사이버 수사에서 베테랑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경찰청 사이버수사실장을 거친 변호사로는 최인석 변호사가 유일합니다.”
경찰수사대응팀 구성 외에도 율촌은 경찰청장 출신 등 고위직 경찰 간부 출신 인사 영입을 위해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5대 대형 로펌 가운데 경찰 출신 변호사 등이 형사소송 분야에 가장 많이 포진한 로펌은 ‘광장’이다. 형사소송 전담 변호사 70명 중 14명이 경찰 출신이다. 다섯 명 중 한 명이 경찰 출신 변호사인 셈. 광장에는 이성한 전 경찰청장도 고문으로 합류해 있다. 광장 소속 한 변호사는 “경찰대 출신 변호사가 많은 것은 몇 해 전부터 ‘어쏘 변호사’를 뽑을 때 경찰대 출신 변호사를 영입해 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어쏘 변호사’는 로펌에 채용된 변호사, 즉 ‘소속 변호사’를 뜻하는 영어 ‘Associate Lawyer’의 줄임말로 일반적으로 ‘어쏘’ 또는 ‘어쏘 변호사’라고 부른다. 어쏘 변호사는 로펌 입사 이후 3∼4년이 지나면 ‘시니어 변호사(Senior Associate Lawyer)’가 되고, 입사 7년에서 10년 정도가 되면 ‘파트너 변호사(Partner Lawyer·구성원 변호사)’가 된다.
광장을 비롯해 대형 로펌들은 검·경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이전부터 경찰대 출신으로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어쏘 변호사를 채용해 왔다.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의 경우도 기업 형사소송 분야를 담당하는 변호사 102명 가운데 경찰 출신 인사가 12명이다. 기업 형사소송 분야 이외 공정거래와 조세 분야 등에 포진한 경찰 출신 변호사 수도 많아 실제 경찰 출신 변호사 수는 국내 대형 로펌 가운데 가장 많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 인사들의 중론이다. 특히 김&장에는 경찰 출신 변호사 외에도 경찰 수사관 출신 인사들이 전문위원 등으로 대거 포진해 있다.
수사 실무 능력 갖춘 경찰대 출신 변호사 선호
국내 3대 로펌 중 하나인 태평양에서도 최근 경찰 간부 출신 변호사를 여럿 영입했다. 지난해에는 경찰청 수사국장을 지낸 최현 변호사와 경찰청 외사수사과장을 지낸 장우성 변호사를 영입했고, 올해에는 삼성전자 노무담당 변호사를 지내고 경찰청 경감으로 임명돼 수원남부경찰서 수사과 경제범죄수사팀장과 경찰청 수사국 수사기획과 지원반장 등을 지낸 안무현 변호사가 합류했다. 이 밖에 국내 5대 로펌 중 하나인 세종에도 경찰대 출신으로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강광민·김주형·김태승·서정원 변호사 등이 함께하고 있다.충북지방경찰청장과 서울지방경찰청장을 지낸 김정훈 전 청장도 세종 고문으로 재직 중이다. 법조계에서는 “경찰이 1차 수사종결권을 행사하게 된 만큼 경찰 수사 단계에서 법률적 조력 요구가 많아질 수 있다”며 “대형 로펌의 경찰대 출신 ‘어쏘’ 변호사 채용은 앞으로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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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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