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호

윤미향 1심 판결문에 담긴 ‘무죄의 내막’

[노정태의 뷰파인더] 수사‧기소‧판결, 모두 부실

  • 노정태 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철학

    basil83@gmail.com

    입력2023-03-04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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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신 바짝 차리겠다”던 이재명

    • ‘고작’ 1700만 원만 유죄 판결

    • 심각하게 망가진 경제 윤리

    • 동물병원에서 정대협 활동?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후원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를 받는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2월 10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보조금 관리법 및 기부금품법 위반 등에 대한 1심 선고공판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최혁중 동아일보 기자]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후원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를 받는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2월 10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보조금 관리법 및 기부금품법 위반 등에 대한 1심 선고공판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최혁중 동아일보 기자]

    “8개 죄목에 징역 5년 구형 7개 무죄 1개 벌금 얼마나 억울했을까. 윤미향 의원님, 미안합니다.”

    2월 1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페이스북에 올린 이미지에 담긴 글귀다. 이재명이 이런 말을 한 건 윤미향 무소속 의원에 대한 동정심 때문만은 아니었다. 게시물의 본문을 읽어보면 이재명의 본심이 드러난다. “인생을 통째로 부정당하고 악마가 된 그는 얼마나 억울했을까”라며 동정심을 표한 그는, “검찰과 가짜뉴스에 똑같이 당하는 저조차 의심했다”며 미안하다고, “다시 정신 바짝 차리겠다”고 다짐하고 있던 것이다.

    이재명의 생각과 달리 윤미향은 ‘결백’하지 않다. 법원에서 유죄로 인정한 횡령액만 해도 1700만 원이 넘는데, 그 내역을 살펴보면 황당하기 그지없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위해 써달라고 사람들이 보낸 돈을 사적인 용도로 사용했다. 그 사실만 놓고 보더라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에서 정의기억연대(정의연)로 이어지는 위안부 운동 주체의 도덕성은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윤미향은 1심을 통해 사실상 면죄부를 발급받았다고 여겨지는 듯하다. 문화체육관광부, 여성가족부, 서울시로부터 약 3억6570만 원을 부정 수령한 혐의, 미등록계좌로 기부금품 41억 원을 모집한 혐의, 치매 증상이 있던 길원옥 할머니가 정의연 등에 총 7920만 원을 기부, 증여하게 한 혐의 등은 모두 무죄로 판결되고, ‘고작’ 1700만 원만 업무상횡령의 유죄 판결이 나왔다.

    이런 판결이 나오게 된 이유는 초동 수사부터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핵심 증인이자 피의자인 인물이 사망하면서 심문이 불가능해졌다. 일각에서 음모론을 제기할법한 상황이다. 가장 중요한 연결고리가 빠진 채 진행된 경찰 수사는 검찰의 허술한 법리 구성으로 이어졌고, 법원 역시 미진한 사실관계를 밝히며 재판을 신속히 진행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다소 과격하게 말하자면 ‘봐주기 판결’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그 내막을 살펴보도록 하자.



    양심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사람들

    2021년 8월 11일,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안철민 동아일보 기자]

    2021년 8월 11일,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안철민 동아일보 기자]

    윤미향과 그의 ‘오른팔’ 격이던 ‘평화의 우리집’(이하 마포 쉼터) 소장 손모 씨는 여러 개의 은행 계좌를 이용해 정대협과 정의연의 자금을 관리했다. 개인용 계좌로 정대협 자금을 운용하고, 정대협 명의 계좌의 돈을 개인적으로 사용하거나 개인적으로 쓴 돈을 벌충하기 위해 이체하는 경우도 많았다. 재판부는 그러한 계좌들의 유형을 다음과 같이 세 종류로 구분하고 있다.

    ① 피고인 윤미향 개인계좌로 보관한 정대협 자금 횡령

    ② 정대협 계좌로 보관한 정대협 자금 횡령

    ③ A(마포쉼터 소장 손 모씨) 개인계좌로 보관한 정대협 자금 횡령

    법원은 ①유형 계좌에서 1123만6810원 ②유형 계좌에서 594만6950원에 대해 업무상횡령죄의 유죄를 인정했다. 반면 ③유형 계좌들은 재판 대상으로 삼지 않았고, 보조금법과 기부금법 등 형량이 낮지 않은 다른 죄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윤미향이 1심에서 벌금 1500만 원, 그것도 선거법이 아닌 업무상횡령죄에서 유죄를 받고 국회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된 이유다.

    윤미향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던 검찰로서는 당황스러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반면 윤미향을 지지하던 이들은 이재명과 마찬가지로 ‘검찰의 먼지털이식 수사’를 비난하고 나섰다. 그 엄청난 죄목과 액수는 온 데 간 데 없이 ‘고작’ 1700만 원만 업무상횡령의 유죄 판결을 받았으니 억울한 수사와 재판이었다는 논리다.

    그런 식으로 윤미향을 두둔하는 이들을 보면 암담하다. 우리 사회의 경제 윤리가 심각하게 망가졌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횡령은 본질적으로 절도와 다르지 않다. 절도는 남이 점유하고 있는 물건을 본인의 점유로 몰래 옮겨오는 것인 반면, 횡령은 이미 점유하고 있던 남의 물건 혹은 돈을 팔아치우거나 써버리거나 한다는 차이가 있을 따름이다.

    한마디로 윤미향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위해 사람들이 모아준 돈을 1700만 원 넘게 훔친 것이다. ‘고작’ 1700만 원이니 무죄나 다름없다고 말하는 이들은 양심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다.

    유죄로 인정된 내역에 담긴 사실관계

    윤미향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윤미향이 단순히 영수증 관리를 잘못했거나, 회계 실수를 저질렀거나, 본인 명의로 만든 통장으로 공금을 굴리는 실수를 저질렀을 뿐 의도적인 횡령은 하지 않았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실상은 어떨까. 유죄로 인정된 내역은 전혀 다른 사실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윤미향은 정대협 후원금, 다시 말해 위안부 피해자를 위해 국민들이 모은 성금을 의도적으로 유용하거나, 본인 혹은 남편의 통장에 입금하거나, 심지어 현금으로 인출한 후 어디에 썼는지 제대로 증빙하지 않았다.

    일례로 윤미향은 2014년 1월 28일 16만5420원을 본인 명의 정대협 계좌에서 본인 명의의 다른 계좌로 옮겼다. 92만6100원은 남편 계좌로 입금했다. 피고인 윤미향은 실비 지출을 보전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그 말은 사실과 달랐다. 제법 액수가 있는 지출을 한 핑계가 생긴 김에 실비보전을 하는 척 이중 송금을 했다.

    윤미향 판결문에는 이런 사례가 숱하게 담겨 있다. 1박 2일 수련회를 위해 외부 강사를 초빙해서 그 강사료로 썼다고 통장에 적어놓고 윤미향은 자기 명의의 다른 통장으로 정대협의 돈 30만 원을 보냈다. 하지만 정작 강사료는 다른 정대협 통장에서 지급됐고, 그나마도 20만 원에 지나지 않았다. 2016년 1월 20일에는 정대협 모금액 636만1780원이 담긴 통장을 해약했는데, 그 중 530만 원만 정대협 법인계좌에 입금했다. 나머지 106만1780원의 행방은 아무도 모른다.

    가장 당혹스러운 유죄 사례는 2015년 7월 30일 ‘연남동물 병원’에서 체크카드로 사용한 18만원이다. 피고인 윤미향의 해명에 따르면 그해 7월 말 집 잃은 강아지가 정대협 사무실로 들어와서 동물병원에서 목욕 및 진료를 한 비용이라고 한다. 대체 그게 정대협의 활동과 무슨 상관인가. 다음날 윤미향은 그 강아지를 핑계로 애견호텔에서 6만 원을, 역시 본인 명의의 정대협 계좌로 결제했다. 법원은 “강아지를 관리하는 활동은 정대협 사업과 전혀 무관”하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마포쉼터 소장의 사망

    이쯤에서 독자 여러분들의 머릿속에 한 가지 의문이 스쳐 지나갈 것이다. 윤미향은 이렇게 온갖 방식으로 횡령을 저질렀는데, 검찰이 구형했던 징역 5년은 어디로 가고, 왜 고작 벌금 1500만 원 형을 선고받은 채 의원직을 유지하게 됐을까.

    문제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마포쉼터 소장 손모 씨가 사망했기 때문이다. 손 씨가 직접 연루된 혐의뿐 아니라, 그를 통해 윤미향이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는 범죄 혐의를 밝히고 처벌하는 일이 사실상 매우 어려워진 것이다. 둘째, 재판부가 윤미향에게 온정적이었다고 볼 대목이 많다.

    손 씨가 경기 파주시 자택 아파트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것은 2020년 6월 6일 오후 10시 55분 무렵이었다. 윤미향 의원실 비서관과 한 남성이 그날 오후 10시 33분 119에 신고해 손 씨의 신변 확인을 요청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과 119가 문을 따고 들어가자 스테인리스 샤워기 줄에 목을 감고 앉아 숨진 손 씨가 발견됐다.

    윤미향의 횡령, 준사기, 기타 혐의에 대한 수사는 단번에 난항에 부딪히고 말았다. 손 씨는 윤미향과 더불어 본인 명의 통장으로 정대협 기부금을 받고 관리하던 핵심 인물이었다. 앞서 판결문에서 분류했던 계좌의 세 가지 유형 중 ⓷을 담당하던 인물이 바로 손 씨였다.

    검찰은 세 차례 압수수색을 했고, 정의연 및 정대협 회계담당자 참고인 조사를 마쳤을 뿐, 윤미향뿐 아니라 손 씨 모두 아직 조사하지 않은 상태였다. 손 씨가 갑자기 숨진 채 발견된 여파는 실로 막대했다. 윤미향과 관련된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핵심 참고인이 갑자기 사라진 것이며, 동시에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를 상대로 한 준사기 혐의에 있어서는 피의자가 없어진 셈이다. 물론 따로 기록이 남아있지도 않으므로 혐의 입증은 불가능해졌다. 판결문의 한 대목을 읽어 보자.

    “A 입사 이전에는 할머니들이 어떤 방식으로 재산을 관리하였는지, A와 할머니들 사이 재산 관리 방식에 관하여 어떠한 합의를 하였는지, A가 언제부터 할머니들의 재산을 관리하기 시작하였는지, A가 현금인출 방식으로 할머니들의 재산을 관리한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등을 알 수 있는 자료가 있어야 위 각 기부행위에 대한 평가도 정확히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러나 기록상 위와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는 자료는 확인되지 않는다.”

    일반론에는 동의하지만…

    ‘인 두비오 프로 레오(In dubio pro reo)’. ‘의심스럽다면 피고인의 이익으로’라고 옮길 수 있는, 로마법 시대부터 내려오는 형법의 일반 원리다. 명확한 유죄 입증이 되지 않는다면 유죄 선고를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오늘날 전 세계 모든 문명국가의 헌법과 형법에 명시돼 있는 무죄추정의 원리를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모범생은 결코 아니었지만 법대생이기는 했던 터라, 필자 역시 무죄추정의 원리를 소중하게 생각한다. “회계처리나 증빙 과정에서 일부 부적절하게 처리된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단순 회계 실수 또는 미숙 등의 차원을 넘어 정대협과의 신임관계를 침해하여 불법영득의사를 발현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이 증거에 의하여 엄격히 증명되지 않은 이상 섣불리 업무상횡령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는 없다”는 일반론에 충분히 동의한다.

    윤미향 1심에서 무죄추정의 원리가 사용되는 방식은 의아하다. 앞서 살펴보았듯, 재판부는 일부 혐의에서 윤미향이 의도적으로 횡령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정대협과 정의연이라는 조직이 윤미향의 영향력 아래에 있었다는 사실 역시 판결문에 적혀 있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윤미향이 정대협의 이름으로 후원금을 걷은 사안에 대해 “정대협의 경우 후원금의 납부가 무분별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으로 기대되고, 적정한 사용 또한 담보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쯤 되면 무죄‘추정’을 넘어서는 무죄‘확정’의 원리 아닌가.

    “새로운 검찰이 끝까지 제대로 수사해서 밝혀내야 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곽상도 전 의원의 50억 뇌물 무죄 건과 윤미향 사건을 두고 한 말이다. 과연 그 말대로 될지 국민이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야 하겠다.


    노정태
    ● 1983년 출생
    ● 고려대 법학과 졸업, 서강대 대학원 철학과 석사
    ● 前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 한국어판 편집장
    ● 저서 : ‘불량 정치’ ‘논객시대’ ‘탄탈로스의 신화’
    ● 역서 : ‘밀레니얼 선언’ ‘민주주의는 어떻게 망가지는가’ ‘모던 로맨스’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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