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성장한 우리나라 기업이 일본에 넘어가게 됐다. 만약 일본 정부 강요대로 라인야후 지분 매각이 이뤄질 경우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 지역에 대한 사업 영향력까지 넘겨주는 비참한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구글 선임 프로덕트 매니저 출신 이해민 의원의 이날 회견은 큰 파장을 몰고 왔다. ‘라인’은 네이버에서 개발한 메신저 앱으로 일본의 ‘카카오톡’이라고 할 만큼 일본에서 압도적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일본의 국민 메신저다. 식당 예약은 물론 간편 결제, 관공서 등과 연계돼 있어 일본에서만 9600만 명이 이용한다. 라인은 일본뿐 아니라 태국(5300만 명)과 대만(2200만 명) 인도네시아(800만 명)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도 이용자가 크게 늘어 이용자가 2억 명이 넘는 글로벌 메신저 서비스다.
라인 개발은 우리나라 경영진과 개발자 주도로 이뤄졌지만 지분은 네이버와 일본의 소프트뱅크가 양분하고 있다. 라인은 일본 증시에 상장돼 있는 Z홀딩스가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Z홀딩스 지분 약 65%를 보유한 A홀딩스 지분을 각각 50%씩 갖고 있다. 라인을 개발한 네이버 출신 신중호 이사는 최근까지 CPO(Chief Product Officer)로 Z홀딩스 이사회에 참여했고, 네이버는 대주주로 A홀딩스 경영에 참여했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라인 이용자 등에 대한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한 후 일본 정부가 ‘자본 관계 재검토’를 요구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5월 8일 라인야후는 이사진 중 유일한 한국인이던 신중호 CPO가 이사직에서 물러난다고 발표해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이유로 한국기업이 라인야후에서 손떼게 하려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증폭된 것이다. 특히 라인야후에 행정지도를 한 일본 정부는 총무성으로 알려져 그 배경을 두고도 논란이 일었다. 특히 마스모토 다케야키 일본 총무성장이 이토 히로부미 손자로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욱 증폭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SNS에 “이토히로부미 : 조선 영토 침탈, 이토히로부미 손자 : 대한민국 사이버영토 라인 침탈, 조선 대한민국 정부 : 멍∼”이라고 글을 올려 라인 지분 매각을 종용한 일본 정부와 그에 맞서 대응하지 않은 한국 정부를 동시에 비판하고 나섰다.
스타트업이 느낄 좌절감 성토
이해민 의원은 이번 라인야후 사태는 “일본 등 해외에 진출한 국내 스타트업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는 “유니콘을 꿈꾸며 글로벌 진출을 준비하던 우리나라 스타트업들에 정부가 주는 메시지가 무엇인가”라면서 “우리 기업이 해당 국가에서 부당한 조치를 요구받더라도 ‘한국 정부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없으니 알아서 버텨라’인가”라고 반문했다.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라인야후 사태가 제2의 죽창가가 돼선 안 된다”며 “여야가 라인야후 사태 해결을 위해 초당적으로 협력하자”고 주문하고 나섰다. 윤 의원은 “지난해 11월 네이버 해킹 사고의 주체가 중국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일본에서는 이 문제를 경제안보 차원에서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며 “만에 하나 해킹이 중국 등에서 이뤄진 게 맞다면 우리 정부도 사실관계를 면밀히 파악해 일본과 함께 대응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문제가 반일 문제로 번지지 않도록 하루빨리 민간, 여야 국회 및 정부가 참여하는 TF를 구성해 한일 양국이 공동 조사에 나설 수 있도록 힘을 모으자”고 강조했다.
국내에 ‘라인야후’ 사태의 문제점을 제기한 이해민 의원은 구글 출신 IT 전문가다. 서강대 전자계산학과 졸업 후 전자계산학 석사학위를 취득한 그는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연구원을 거쳐 구글에 입사, 구글코리아 프로덕트 매니저, 구글 본사 시니어 프로젝트 매니저를 역임했다. 이후 오픈서베이에서 CPO로 일했고, 22대 총선을 앞두고 조국혁신당 여성 인재 1호로 영입돼 비례대표 3번을 받아 22대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현재는 조국혁신당 홍보위원장을 맡고 있다.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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