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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사례로 본 한국 의료시장의 앞날

의료시장 개방, 병원경영평가 시스템 도입 검토해야

일본의 사례로 본 한국 의료시장의 앞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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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사례로 본 한국 의료시장의 앞날

2월 22일 대한의사협회 회원 4만여명이 여의도 둔치에 모여 의약분업 철폐와 의료보험제도 전면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국내 의료계에서는 의료시장 개방이 화두가 되고 있다. 인천 경제특구에 미국의 대형 병원인 존스 홉킨스 병원을 유치하려고 한다는 비교적 구체적인 이야기도 들려오고, 또 외국계 병원이 국내 의료시장에 들어오게 되면 여러 가지 제한에 묶여 있는 국내 병원들은 당장 고사하고 말 것이라는 심각한 우려도 나오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러한 논의들 중엔 과장된 측면도 많다. 사실 국내 의료시장은 이미 우루과이라운드(UR) 당시 외국인에게 개방되었다. 따라서 그동안 외국계 병원이 왜 국내시장에 진출하지 않았는지를 알게 된다면 현 상황을 특별히 두려워할 이유는 없다.

그동안 외국계 병원들이 한국 의료시장에 투자하지 않은 것은 ‘과실 송금’ 문제 때문이었다. 외국계 병원들은 사실 한국 의료시장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 자국의 의료 수가가 꾸준히 낮아지고 있고, 의료 사고로 인한 천문학적 배상 비용 등으로 인해 경영에 심각한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국 시장에 들어올 경우 물적 투자가 아닌, 합자병원에 대한 브랜드 제공과 일부 전문 의료진의 파견만으로도 충분한 수익을 거둘 수 있어 한국 의료시장은 이들에게 무척이나 매력 있는 시장이다.

문제는 한국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병원을 운영하려면 ‘비영리 법인’이어야 한다는 데 있다. 비영리법인은 한국 시장에서 발생한 이익금을 자국으로 송금할 수 없다. 과실 송금이 불가한 것이다. 이것이 시장이 개방된 지 수년이 지났음에도 외국 의료기관들이 한국 의료시장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다.

영리병원은 세계적 추세



따라서 의료시장 개방 논의에서 ‘개방’보다 더 중요한 사안은 ‘병원의 영리법인화 허가’와 ‘민간 보험 도입’이다.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영리병원은 이미 세계적인 추세다. 정치 철학에 따라 정책을 달리하는 북유럽의 일부 사회주의 국가를 제외한 대다수 선진국은 이미 영리법인을 허용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엔 AMI(American Medical International) 같은 대형 민간 영리병원들이 국민 건강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현재 국내 의료시장은 중소 병원들을 중심으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그 원인은 중소 병원 경영자들의 능력 부족보다는 의료제도 및 시장환경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정부도 이러한 문제점을 타개하기 위해 영리법인 허가를 전제로 한 의료시장 개방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도하개발어젠더(DDA: 2001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제4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에서 출범시킨 다자간 무역협상)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빠르면 2005년부터 부분적 시장개방과 함께 영리병원 탄생도 예상된다.

그러면 정부는 왜 의료시장을 개방하려 하고 병원의 영리법인화를 허용하려 하는가? 한마디로 현재의 사회주의적 의료체계를 하루빨리 고치지 않으면 결국 재정부담이 누적되고, 그 부담은 국민이 떠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기획관리실장을 역임한 김종대 한국복지문제연구소장에 따르면 1993년 대비 1998년 건강보험료는 총 83.8% 증가했으며, 매년 전년 대비 평균 13.0%씩 증가한 반면, 1998년 대비 2003년 보험료는 147.4% 증가했고, 매년 전년 대비 평균 19.9%씩 증가했다고 한다.

또한 건강보험에 투입되는 정부 재정의 연도별 증가 실태를 살펴보면, 1993년 대비 1998년 정부 부담은 총 68.6% 증가했으며, 매년 전년 대비 11.1%씩 증가해 1998년 대비 2003년 정부 부담은 총 240.2% 증가했다. 매년 전년 대비 평균 29.4%씩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가장 심각한 문제는 1977년 7월 의료보험제가 실시된 이후 진료비 부족에 대비해 적립해온 법정 준비금이 1997년 말 현재 3조7831억원에 달해 있었으나, 보험재정이 파탄나자 이 적립금을 부족한 진료비에 충당하는 바람에 모두 소진했다는 점이다. 이미 소진한 법정 준비금은 결국 국민이 부담해야 할 몫이 된다.

정부는 ‘동북아 허브 병원’이라는 보건복지부 정책을 발표하면서 의료시장 개방에 시동을 걸었다. 여기에 재경부가 의료시장의 전면 개방을 의미하는 ‘경제자유구역 내 내국인 진료 허용’ 방침을 발표해 의료시장 개방을 가속화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2004년 경제 운용 방향’을 발표하면서 시장 개방과 외자 유치를 통한 서비스업 유치에 의료 분야도 예외일 수 없으며 세계 초일류 의료기관과 합자병원 설립을 위한 협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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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민도영 조세연구원 재정분석센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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