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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신라에 뿌리 둔 일본 한자, 창의력으로 폐지론 극복하고 가나와 공존

중국·신라에 뿌리 둔 일본 한자, 창의력으로 폐지론 극복하고 가나와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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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한자의 역사는 다소 복잡하다. 일본의 초기 한자는 중국에서 한 차례 변형된 글자와 신라 이두에서 도입한 온도쿠와 훈도쿠를 토대로 하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으로 일본 한자가 오늘날의 체계를 갖추기까지는 적지 않은 진통이 있었다. 한자 폐지론을 극복하고 표의자인 한자와 표음자인 가나가 공용되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본다.
중국·신라에 뿌리 둔 일본 한자, 창의력으로 폐지론 극복하고 가나와 공존
한자가 전래되기 전, 한반도와 마찬가지로 고대 일본 열도에도 문자가 없었다. 한자가 들어오기 전 이미 일본 고유의 문자가 있었다고 주장하는 문화 국수주의자도 소수 있다. 그들은 그 문자를 ‘가미요모지(神代文字)’라 이름짓고 문자의 표본을 몇 개 제시했다. 그러나 모두 조작이었다. 가노 고기치(狩野亨吉), 야마다 요시오(山田孝雄) 등 수준 높은 일본의 과학적 언어학자가 신대문자는 모두 조작임을 완벽하게 밝힌 바 있다.

일본에 한자를 처음으로 가르친 것은 백제이다. 일본의 고대사서 ‘고사기(古事記)’ 오진 천황(應神天皇, 서기 285) 6년조에, 백제 국왕이 왕인(王仁) 박사를 일본에 파견했는데, 이때 ‘논어(論語)’ 10권과 ‘천자문(千字文)’ 1권을 일본에 전해 가르치게 했다는 기록이 있다. 왕인을 일본에 파견한 백제왕은 아화왕(阿華王)이며, 왕인의 묘역은 일본 오사카 히라가타에 있다. 여기서 왕인을 지칭하는 ‘박사’는 오늘날 서구 학제에서 규정하는 ‘Doctor’s degree’ 자격과는 다른 것으로, 중국 한대의 오경박사(五經博士)에서 유래한 관직이다. 유교를 국학으로 공인한 한나라는, 유교 경전인 시(詩)·서(書)·역(易)·예기(禮)·춘추(春秋)의 오경에 정통한 유학자를 오경박사로 임명해, 귀족 교육기관이던 국자학(國子學)에서 강의하게 했다. 신라 고구려 백제는 이 제도를 모방해 ‘태학(太學)’ ‘국학(國學)’과 같은 귀족 교육기관을 국립으로 설치하고, 박사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한자를 전한 당시 백제의 문화가 일본을 크게 앞섰던 점을 나타내는 말이 숙어(熟語)로 남아 있다. ‘くたら(百濟)ない(백제 아니다, 고급품이 아니다)’라는 관용적 표현이 그것이다. 이 말은 ‘백제 물건도 아닌데 고급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의미다.

백제는 한자뿐 아니라 불교를 비롯한 다수의 선진 문화를 일본에 전했다. 긴메이 천황(欽明天皇, 서기 552) 13년 백제 성명왕(聖明王)이 금동불상과 불경 몇 권을 일본 천황에게 전한 것이 일본 최초의 불교 전래에 관한 공식 기록이다.

‘고사기’에는 “성명왕으로부터 불상과 불경을 전해 받은 긴메이 천황은 처음 접하는 불상의 단엄(端嚴)함에 놀라, 이를 예배의 대상으로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여러 신하에게 물은 바, 소가(蘇我)씨는 수용론을 주장했으나 모노베(物部)씨는 배척론을 주장해 대립했다. 이에 천황은 불상 폐지의 단(斷)을 내렸다”고 적혀 있다.



당시 샤머니즘적 주술 종교 단계에 있던 일본이, 백제에서 전래된 선진 불교에 직면해 사상적·종교적으로 당황했음을 알려주는 일화다. 사실 불교 이전의 샤머니즘도 한반도에서 건너간 것이다. 개인적인 체험이지만, 나는 메이지(明治) 신궁의 예배소 앞에 서 있는 두 그루의 신목(神木)에 걸린 새끼줄과 거기에 걸린 부속 소품들이, 옛날 우리네 동구(洞口)에 서 있던 느티나무나 성황당의 물건들과 꼭 같은 것을 보고 깊은 생각에 잠긴 적이 있었다.

배경 따라 변형된 한자

고대와 중세를 거치는 동안 한어와 한자를 사용하는 한족(漢族)의 생활공간은 광막한 중국 대륙 전체로 확산됐다. 교통과 통신이 발달하지 못한 당시 각 지역의 절대적인 영향으로 한어와 한자의 발음은 다양하게 변했다. 또한 오랜 시간을 거치며 단위 지방의 한어와 한자의 발음도 끊임없이 변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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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강 이데올로기 비평가 gumg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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