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착용 후 외이도염 호소 글, 공감 1302개
전문가들 특정 제품 문제로 보긴 어려워
커널형 이어폰 장기간 사용 시 유의
드물지만 실리콘‧금속 알레르기 가능성도
에어팟 프로는 애플이 출시한 무선 커널형 이어폰이다. [애플 공식 홈페이지 캡처]
심모(28) 씨는 4월 애플에서 출시한 무선 이어폰 에어팟 프로를 구입했다. 귀가 아파 찾은 이비인후과에서 외이도염 진단을 받았다. 의사 조언대로 이어폰 사용을 중지하자 증상이 완화됐다. 다시 에어팟 프로를 착용하자 귀에서 진물이 났다. 총 다섯 차례 병원을 방문했다. 결국 에어팟 프로 대신 다른 이어폰을 착용한다.
심씨와 유사한 증상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유독 에어팟 프로 제품만 끼면 귀가 아프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이 제품에 문제가 있는 걸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전문가들은 특정 제품 문제로 보긴 어렵다고 진단한다.
“에어팟 프로만 끼면 귀가 가려워요”
에어팟 프로 착용 후 외이도염 증상을 호소하는 이들이 있다. [온라인 게시글 캡처]
“에어팟 2세대를 착용할 때는 문제가 없었는데 에어팟 프로를 쓰고 나니 귀가 가렵고 진물이 나네요. 기능에 만족해 계속 사용하고 싶은데 방법 아시는 분 있나요.”
애플 공식 홈페이지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온 글 내용이다. 한 커뮤니티 이용자는 7월 24일 “저도 같은 증상으로 이비인후과 다녀왔어요. 알레르기성 외이도염이라고 해서 검색해 봤는데 같은 증상이신 분이 많네요”라고 답글을 썼다. 다른 나라 이용자도 애플 공식 홈페이지에 에어팟 프로를 사용한 뒤 알레르기 현상이 생겼다는 글을 게시했다. 이 글에는 1302명이 ‘공감(I have question too)’을 눌렀다. ‘신동아’의 외이도염 관련 질의에 애플코리아 측은 답을 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외이도염 발생 원인으로 두 가지 가능성을 제시한다. 하나는 커널형 이어폰의 특징 때문이다. 이어폰은 크게 오픈형과 커널형으로 나뉜다. 오픈형은 음향이 출력되는 스피커가 겉으로 드러나 있다. 커널형은 실리콘 등의 소재로 된 이어팁이 스피커를 감싸고 있다. 착용 방식도 다르다. 귓바퀴에 걸치는 건 오픈형, 귀 속에 삽입하는 건 커널형이다.
에어팟 프로는 커널형으로 실리콘 이어팁(ear tip)을 사용한다. 귀에 밀착되는 커널형 이어폰은 외부 소음 차단에 유리하지만 귀 안팎 공기 소통을 막는다. 귓속 습도와 온도가 올라가면 세균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진다.
운동 시 커널형 이어폰 착용 주의해야
애플 공식 홈페이지에 게시된 에어팟 소재 관련 주의사항. [애플 공식 홈페이지 캡처]
신종욱 소리이비인후과 원장은 “외이도염은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한다. 보청기 사용도 외이도염을 일으킬 수 있다. 이어폰보다는 헤드폰을 쓰는 것이 귀 건강에 좋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가능성은 낮지만 에어팟 프로에 사용된 소재가 접촉성 피부염을 일으킬 수도 있다. 접촉성 피부염은 어떤 물질이 피부에 닿아 자극이나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는 병이다. 에어팟 프로는 플라스틱뿐 아니라 실리콘 소재 이어팁, 스테인리스 스틸 음향망 등으로 구성돼 있다. 실리콘이나 금속 성분에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는 사람이 이 제품을 착용하면 귀에 염증이 발생할 수 있다.
스테인리스 스틸 음향망에는 니켈이 포함돼 있다. 2014년 미국 소아과 저널에 실린 ‘아이패드-어린이 니켈 노출을 증가시킴(iPad-Increasing Nickel Exposure in Children)’ 논문은 11세 소년이 가려움증을 호소한 사례를 들면서 아이패드에 코팅된 니켈 성분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 것이라고 분석했다. 애플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일부 소재에 대한 알레르기 발생 가능성을 고지한다.
김범준 중앙대 의대 피부과 교수는 “인종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인구 1~2%는 니켈 등 금속 성분에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는 것으로 보고된다. 특히 땀이 날 때 알레르기 성분이 피부에 흡수되는 비율이 높아진다. 염증이 발생하면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