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호

DMZ에서 한반도 ‘분단’과 ‘휴전’ 불편한 진실 일깨우다

[Deep Dive] ‘오염풍선’ ‘위급재난문자’ 그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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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24-08-03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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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두물머리에 설치된 철조망과 경비 초소는 대한민국이 여전히 분단국가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두물머리에 설치된 철조망과 경비 초소는 대한민국이 여전히 분단국가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민통선 철조망 너머 북한 마을이 보인다.

    민통선 철조망 너머 북한 마을이 보인다.

    한강 하구를 경계로 남과 북이 갈라져 있다. [오픈스트리트맵]

    한강 하구를 경계로 남과 북이 갈라져 있다. [오픈스트리트맵]

    ‘북한 대남전단 추정 미상물체 식별.
    야외 활동 자제 및 식별 시 군부대 신고’

    “삐∼삐∼삐∼”

    5월 28일 23시 35분.

    휴대전화 알림음이 요란하게 울렸다. ‘위급재난문자’였다.

    예고 없이 한밤중에 울린 알림 소리에 밤잠을 설친 접경지 주변 주민들은 서울 등 외지에 따로 사는 가족에게 안부 전화를 걸거나 ‘별일 없느냐’며 문자를 보냈다. 일회성 해프닝으로 끝날 줄 알았던 ‘위급재난문자’는 그 뒤로도 몇 차례 더 계속됐다.

    탈북민 단체가 ‘대북 전단 풍선’을 살포한 데 대한 맞대응으로 북한이 담배꽁초와 폐휴지 등이 담긴 ‘오물풍선’을 잇달아 날려 보냈고, 그때마다 ‘위급재난문자’는 신속하게 전송됐다. 북한이 보낸 ‘오물풍선’은 군사분계선 인근 접경지역은 물론 서울 등 수도권과 충청, 호남, 영남에 이르기까지 전국 각지로 날아들었다.

    DMZ를 자유롭게 넘나든 ‘풍선’ 덕일까. 한동안 ‘평화 무드’에 젖어 잊고 있던 남북 분단의 현실, 한반도가 아직 ‘휴전(休戰)’ 중에 있다는 불편한 현실을 자각하게 됐다.

    교동도 망향대를 찾은 사람들이 망원경으로 북녘을 바라보고 있다.

    교동도 망향대를 찾은 사람들이 망원경으로 북녘을 바라보고 있다.

    교동도 곳곳에는 ‘주민 외 출입금지’라는 민간인통제선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교동도 곳곳에는 ‘주민 외 출입금지’라는 민간인통제선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망향대를 찾은 한 학생이 통일 염원 메시지 쪽지를 철조망에 걸고 있다.

    망향대를 찾은 한 학생이 통일 염원 메시지 쪽지를 철조망에 걸고 있다.

    분단의 상징인 DMZ에서 ‘평화’를 염원하는 걷기 행사가 치러지기도 했다.

    분단의 상징인 DMZ에서 ‘평화’를 염원하는 걷기 행사가 치러지기도 했다.

    “북한 사람 맞네, 정말 가깝다”

    한반도 남쪽에 위치한 대한민국은 사실상 ‘섬’나라다. 비행기와 배로는 해외여행을 맘껏 할 수 있지만, 북쪽으로는 세계 유일 DMZ(비무장지대)로 가로막혀 자동차와 기차를 타고 대륙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 서울 광화문에서 자동차로 북쪽과 서쪽으로 1시간 남짓 달리면 누구든 남북분단 현실을 마주할 수 있다.

    강화군 교동면 ‘교동 망향대’도 그런 곳 중 하나다. 남북분단 전까지 황해도 연백과 교동도는 생활권이 같아 뱃길로도 왕래가 잦았다고 한다. 분단과 6·25전쟁 이후 더는 왕래할 수 없게 되면서 남쪽에 정착한 실향민이 고향 땅을 바라보며 제사를 지냈고, 자연스레 ‘망향대’가 생겼다. 망향대에 설치된 망원경으로 바라본 북한 풍경은 마치 이웃 마을처럼 뚜렷하게 보였다.

    “야, 북한 사람이다.”‌

    “걸어가는 사람 좀 봐. 자전거 타는 사람도 있네.”‌

    “다 옛날 옷들이야. 불쌍하다.”‌

    “길에 먼지 나는 것 좀 봐. 다 흙길이야.”‌

    “와, 북한 정말 가깝다.”

    망원경으로 북녘을 바라본 학생들이 북한 주민 모습이 신기한 듯 저마다 자신이 본 소감을 얘기하기 바빴다. 학생들은 강화군에 위치한 초·중학교 학생회 간부들이었다. 이들은 난정평화교육원에서 운영하는 평화 체험 참가자들로 프로그램 일환으로 망향대를 찾은 것이었다. 난정평화교육원은 2019년 폐교된 난정초등학교를 평화교육전문기관으로 탈바꿈한 곳이다. 청소년은 물론 대학생과 외국인,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다양한 현장 체험 중심 평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에서 강화도 서쪽으로 가장 멀리 갈 수 있는 곳에 위치한 교동도는 한강 하구를 기준으로 남북이 구분돼 다른 지역과 달리 군사분계선과 남방한계선이 따로 없다. 즉 강 건너가 곧바로 북한 땅이라 그만큼 가까이에서 북한 주민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남한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북한 주민의 생활상을 볼 수 있는 강화평화전망대.

    남한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북한 주민의 생활상을 볼 수 있는 강화평화전망대.

    강화평화전망대를 찾은 사람들이 망원경으로 북한 땅을 살펴보고 있다.

    강화평화전망대를 찾은 사람들이 망원경으로 북한 땅을 살펴보고 있다.

    망원경 렌즈에 비친 북한 마을.

    망원경 렌즈에 비친 북한 마을.

    강화평화전망대에서 강 건너 북한까지의 거리는 고작 2.3㎞에 불과하다.

    강화평화전망대에서 강 건너 북한까지의 거리는 고작 2.3㎞에 불과하다.

    강화평화전망대에 마련된 주변 지형 모형.

    강화평화전망대에 마련된 주변 지형 모형.

    2.3㎞ 강 건너가 바로 북한 땅

    강화군 양사면에 위치한 강화평화전망대도 육안으로 북한 주민의 생활 모습을 살펴볼 수 있을 만큼 북한과 가깝다. 전망대에서 북한까지의 거리는 고작 2.3㎞. 한 관람객은 “날씨가 좋아 멀리까지 아주 잘 보인다”며 “산 중턱에서 움직이는 하얀 물체는 염소 같다”고 말했다.

    강화평화전망대 1층에는 북한 전시관이 설치돼 있어 실제 북한 주민의 생활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2층에는 강화도의 전쟁사와 군사유적지, 6·25 전쟁 피해 상황과 남북분단 과정이 상세히 설명돼 있다. 3층 조망실에서는 북한 땅을 직접 살펴볼 수 있다. 이곳에서 문화관광해설사가 1시간에 한 번꼴로 관광객들에게 강 건너 북한 지형과 현황을 설명해 준다.

    조망실에서 만난 1948년생 재미교포 김모 씨는 “강 건너 황해도 연안군이 고향”이라며 “1·4 후퇴 때 일곱 살이던 형님은 아버지 손을 잡고, 나는 엄마 등에 업혀 남으로 내려왔다”고 말했다. 그는 “기억나는 건 거의 없지만 부모님 고향이고, 내가 태어난 곳인데 죽기 전에 한 번이라도 더 보려고 왔다”고 말했다. 그는 “1977년에 미국으로 이민 갔는데, 한국에 올 때마다 눈부시게 발전하는 서울 모습에 놀랐다”며 “북한은 그때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강화평화전망대 우측 먼 곳에 고층아파트가 하얀 숲처럼 우뚝 솟아 있는 신도시가 눈에 들어왔다. 파주와 고양 신도시였다. 전망대 앞 강 건너 북한 땅에는 단층, 높아야 3층 남짓한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어 아파트 숲이 울창한 한국의 도시와 북한의 초라한 마을이 극명하게 대조를 이뤘다. 파주 오두산통일전망대에서도 비슷한 풍경이 펼쳐졌다. 전망대 북서쪽 북녘은 조그만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데 비해, 북동쪽 파주 운정신도시는 고층 아파트가 빽빽이 들어차 있다.

    전망대에서 바라다본 북한 마을. 지척에 있는 듯 가깝게 보인다.

    전망대에서 바라다본 북한 마을. 지척에 있는 듯 가깝게 보인다.

    북에 고향을 두고 온 실향민을 위한 오두산통일전망대 망배단.

    북에 고향을 두고 온 실향민을 위한 오두산통일전망대 망배단.

    해발 118m 오두산 정상에 설치된 오두산통일전망대는 이산가족 망향의 한을 달래주는 장소다.

    해발 118m 오두산 정상에 설치된 오두산통일전망대는 이산가족 망향의 한을 달래주는 장소다.

    오두산통일전망대에 설치된 태극기 바람개비 너머 북녘 마을이 보인다.

    오두산통일전망대에 설치된 태극기 바람개비 너머 북녘 마을이 보인다.

    오두산통일전망대를 찾은 관광객들이 망원경으로 북녘 땅을 바라보고 있다.

    오두산통일전망대를 찾은 관광객들이 망원경으로 북녘 땅을 바라보고 있다.

    망원경 렌즈를 통해 바라본 북한 마을.

    망원경 렌즈를 통해 바라본 북한 마을.

    오두산통일전망대에서 남동쪽으로 바라본 파주 운정신도시와 임진강 건너 북동쪽 북한 마을이 남북한의 극명한 발전상을 보여준다.

    오두산통일전망대에서 남동쪽으로 바라본 파주 운정신도시와 임진강 건너 북동쪽 북한 마을이 남북한의 극명한 발전상을 보여준다.

    “북한 사람도 잘사는 날 오기를…”

    한바탕 ‘오염풍선’과 ‘위급재난문자’ 소동을 겪었지만 7월 초 접경지 주민들은 다시 ‘평온’을 되찾고 있었다. 교동시장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정모 씨는 “풍선이 바람에 모두 날아갔는지 북한과 아주 가까운 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