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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보조금 금지법, ‘일몰’이냐 ‘일출’이냐

“넌 주고싶고 난 받고싶은데, 누가 말려?”

  • 이나리 동아일보 주간동아 기자 byeme@donga.com

휴대전화 보조금 금지법, ‘일몰’이냐 ‘일출’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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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열’은 안 되지만 뺏어오는 건 좋다?

SKT는 내처, 규제 해제보다 오히려 정통부의 ‘3년 이상 가입자 보조금 지급 안’이 과당경쟁을 불러올 가능성이 더 크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정통부 안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기는 KTF도 마찬가지다. 이유는 이렇다.

각 사업자의 ‘3년 이상 가입자’ 수를 보면 SKT는 약 1000만명, KTF는 400만명, LGT는 150만명이다. 이들에게만 보조금 지급이 허용되는 만큼 SKT에는 550만명, KTF에는 1150만명, LGT에는 1400만명 규모의 새 시장이 열리게 된다. SKT 측은 “아무리 SKT라도 1000만명이나 되는 고객 중 단말기 교체 희망자를 모두 붙잡아두기는 힘에 부친다. 반면 LGT는 지켜야 할 고객 수는 작으면서 빼앗아올 고객 수는 많아져, 한정된 마케팅 비용을 새 가입자 유치에 효과적으로 쏟아부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저런 계산에 따라 KTF는 보조금 금지를 계속 유지할 것을 강력히 원하고 있다. LGT는 정통부 안에 대체로 동의하나 더 강력한 규제 조항을 넣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LGT측은 “보조금은 5만원 이상 못 쓰게 해야 한다. 와이브로 등 신규서비스 단말기에 대해 보조금을 40%까지 지급할 수 있게 한 것도 철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통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사업자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끝이 없다. 자사의 득실만 따지기 때문”이라며 법안 마련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 때문일까, 정통부 안은 공청회를 거치면서 주요 내용이 계속 바뀌었다. 사업자들의 이런저런 요구와 문제제기를 그때그때 수용한 까닭이었다.



그러면서 애초 규제 완전폐지 충격 완화와 소비자 보호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듯했던 법안은 점차 ‘유효경쟁정책(정통부가 통신시장에 경쟁체제를 도입하려 선발 사업자를 규제하고 후발 사업자를 간접 지원하는 정책)’의 면모를 보이게 됐다. 처음에는 “자사 3년 이상 가입 고객에게만 보조금 지급 가능”을 명시했다가, “그러면 타사 고객을 데려올 수 없어 시장이 고착된다”는 KTF·LGT의 문제제기에 밀려 “타사 3년 이상 고객도 번호이동제를 통해 넘어올 땐 보조금 지급”으로 방향을 튼 것이 대표적 예다.

결국 “보조금 경쟁 과열을 막는 것이 목표”라 해놓고 “3년 이상 ‘우량 가입자’를 빼앗아오는 경쟁은 해도 좋다”는 이율배반적 결론을 내놓게 된 것. 정통부 안이 “소비자가 아닌 사업자만을 위한 것”이라는 비판을 받는 주된 이유 중 하나다.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사무처장은 “정통부 안은 단말기 보조금을 사실상 유효경쟁정책 수단으로 쓰겠다는 것”이라며 “안 그래도 그 ‘유효경쟁’이란 것 때문에 요금경쟁도 못하고 있는 판에 영업 경쟁까지 하지 말란 얘기냐”며 강하게 비판했다. 정통부 관계자도 “앞뒤 일관성이 없다는 점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A사의 3년 이상 고객이 B사에 기여한 바는 없기 때문이다. 그는 “하지만 논리적 일관성에만 매달리다 보면 소비자 혜택이 줄어든다. A사에서 B사로 바꾸고 싶어도 보조금을 못 받으면 주저앉을 가능성이 크지 않으냐”며 나름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그건 그렇다 치고, 어쨌거나 정통부 안대로 가면 최소한 ‘3년 이하 가입자’에 대한 불법 보조금 지급 행위만큼은 근절될까. 일선 대리점은 물론 학계 인사들도 “가능성이 낮다”고 입을 모은다. “아무리 강하게 규제하고 높은 과징금을 매겨도 소비자의 필요(needs)와 대리점의 이윤이 맞아떨어져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시장 형성을 제어할 수는 없다. 또 다른 불법을 양산하게 될 뿐이다.” 한국규제학회 소속의 한 대학교수의 지적이다.

소비자단체 “보조금이라도 달라”

하지만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통부 예측대로 보조금 규제가 요금 인하로 이어질 수만 있다면 소비자로서는 환영할 만한 일일 것이다. 정통부는 보조금 지급을 완전 허용하면 사업자들의 수익성이 악화돼 요금을 내릴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정말 그럴까.

서울YMCA의 김종남 국장은 “보조금과 요금 인하는 아무 상관이 없다. 보조금 지급이 자유롭던 1999년, 2000년에 오히려 (요금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그간 요금 인하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 것은 시민단체의 압력과 여론 형성, 총선 같은 정치적 이슈였지 보조금 지급 유무가 아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나라 통신요금을 좌지우지하는 건 사업자가 아니라 정통부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정통부측은 “여론의 압력이 있다 해도 사업자가 (요금을) 인하할 힘이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지금 안 대로라면 SKT만 해도 지켜야 할 가입자가 1000만명이나 되는 만큼, 보조금으로 다 커버할 수 없는 부분은 좋은 요금제로 관리하려 들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 또한 ‘모순’인 것이, SKT의 아무리 ‘좋은 요금제’도 정통부의 인가 없이는 효력을 발휘할 수 없다. 반대로 정통부가 요금 인하의 필요성을 역설하면, 또 못 들은 척할 수 없는 것이 SKT 처지다. 결국 칼자루를 쥔 것은 이러나 저러나 정통부인 셈이다.

‘보조금과 요금 인하가 직접 연결돼 있느냐’의 문제는 정통부 안의 또 다른 명분인 ‘소비자 형평성’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요지인즉, 보조금 지급을 전면 허용하면 요금 인하가 불가능해져, 단말기를 자주 바꾸는 사람만 혜택을 보고 장기(長期) 사용자는 손해를 보게 된다는 것이다. 정통부 고위관계자는 “단말기를 오래 쓰는 사람이 보조금 혜택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법안의 목적”이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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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리 동아일보 주간동아 기자 bye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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