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5월호

실속파들이 택하는 싱가포르 유학

저렴한 학비, 알찬 영어연수, 높은 현지 취업률

  • 전세화 자유기고가 ericwinter@hanmail.net

    입력2006-04-28 18: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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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국에서 언어 연수를 마치거나 학위를 받아와도 취업의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은 현실이다. 해외 유학생이 넘쳐나는데다 취업난이 계속되면서 유학생들 사이에서도 실리파가 생겨났다. 적은 비용과 높은 취업률이 장점인 싱가포르는 이런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유학지로 떠올랐다.
    실속파들이 택하는 싱가포르 유학

    싱가포르의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분교(시카고 GSB)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취업을 준비하며 영어 때문에 고심하던 대학생 오주환(22)씨는 해외 언어연수를 결심하고 한 유학박람회를 찾았다. 거기서 그는 미국이나 영국보다 학비와 생활비가 저렴한 싱가포르 유학을 추천받았다. 연수비용 문제가 걸림돌이었던 그는 주저하지 않고 싱가포르를 택했다.

    오씨는 싱가포르의 한 사설 영어학원에서 연수 프로그램을 이수했다. 오씨는 학원과 연계된 대학부설 경영학 디플로마(한국의 전문대와 비슷한 교육체계) 과정을 알게 되어 영어연수 과정을 끝낸 후 디플로마에서 1년 코스의 ‘관광경영학’ 수업을 듣고 있다. 이를 마치면 대학이 인정하는 학위가 수여되며, 싱가포르에서 취업할 수 있는 길도 열린다는 게 오씨의 설명이다.

    “싱가포르 어학연수 프로그램에 만족한다. 나는 영어실력만으로는 취업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기 어렵다고 보고 경영학 디플로마 학위를 받기로 했다. 싱가포르는 아시아 상업의 중심지여서 경영학을 공부하는 데 이점이 많다. 중국, 인도, 말레이시아, 러시아 등 여러 나라 사람들과 인적 네트워크를 쌓고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취업난이 심각한 우리나라와 달리, 싱가포르엔 일자리가 많다. 외국인이라도 영어 실력을 갖추고 자격증이나 기술이 있으면 직장을 구하기가 수월하다고 한다.”

    다양성과 유연성

    오씨가 다니는 TMC 아카데미(www. tmc.edu.sg)는 외국인을 위한 랭귀지 코스 외에 디플로마 프로그램에서 경영학, IT 그리고 언론 분야를 가르치고 있다. 이 기관의 학위는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Cambridge International Examination’으로부터 인증받는다. 디플로마 과정에 입학하려면 토플이나 IELTS와 같은 영어 인증시험 성적표를 제출하거나 TMC 아카데미에서 운영하는 영어 코스를 마쳐야 한다. 학비는 1년에 약 500만원. TMC 아카데미와 제휴한 호주, 캐나다, 영국, 독일의 대학에 편입학하는 것도 가능하다.



    싱가포르 교육의 가장 큰 특징은 다양성과 유연성이다. 싱가포르에는 국립 싱가포르 대학과 국립 난양 공과대학, 싱가포르 경영대학 등 3개의 종합대학이 있다. 싱가포르는 우리나라와 교육체계가 다르고 정규 대학 수도 적다. 이 때문에 유학생이 곧장 종합대학에 진학하기가 쉽지 않다. 고등교육 수료자가 대학에 진학하려면 졸업자격시험인 GCE ‘A’ 레벨 시험을 봐야 한다.

    그러나 싱가포르에선 대학 진학 대신 대학기관에서 인정하는 다양한 교육과정을 이수할 수 있다. 싱가포르 교육 당국이 교육의 질을 검증한 곳들이다. 다수의 싱가포르 교육기관은 호주, 영국, 미국 등 해외 대학과 제휴해 커리큘럼을 공유한다. 싱가포르에서 해외 대학에 편입하기가 비교적 손쉬운 것은 이 때문이다.

    싱가포르에는 실무에 활용할 수 있는 교육 내용을 제공하는 평생교육기관과 개방 대학과정이 많다. TMC 아카데미도 그중 하나다. MDIS(www.mdis.edu.sg)는 싱가포르에서 가장 오래된 비영리 평생교육기관. 1956년 설립된 이후 영어교육에서 경영학, 바이오-메디컬, 바이오테크놀로지, 언론학, IT에 이르기까지 전문 기술을 가르치는 교육기관이다.

    이 기관 또한 미국, 영국, 호주 및 프랑스의 대학들과 제휴해 학사·석사·박사 과정을 운영한다. 이 학교에서 어학연수 코스와 MBA 과정을 병행하고 있는 양은원(26)씨는 휴가차 싱가포르에 왔다가 이곳 직업교육의 장점을 발견한 뒤 유학을 결심했다. 그는 한국에서 스타벅스 부점장으로 일했다.

    “솔직히 영어공부만을 위해서라면 싱가포르를 추천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평생교육제도가 우수한 싱가포르에서 영어로 실무에 도움이 되는 직업교육이나 기술교육을 받는다면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이곳은 실무에 활용할 수 있는 지식 위주로 가르쳐서 매우 유익하다. 세계적 무역 도시라 그런지 특히 경영학이 발달했다.

    비용면에서도 한국의 지방대학에서 MBA 과정을 밟는 것보다는 싱가포르의 평생교육기관을 택하는 것이 더 저렴한 편이다. 학업을 마친 뒤 싱가포르에서 계속 살고 싶은 생각도 있다.”

    MDIS에는 현재 8000여 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이 가운데 약 25%가 30여 개국에서 온 외국인 유학생이다. 유학생을 위한 동호회와 파티 등 다양한 이벤트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으며 헬스시설, 도서관 같은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다.

    뛰어난 강사진, 세계적 네트워크

    싱가포르의 직업교육은 영어를 익히고 국제적인 안목을 키워 세계로 진출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요리학교 엣 선라이스(www.at-sunrice.com)는 미국 존슨&웨일스 대학과 제휴해 호텔 조리장을 위한 고급 요리 디플로마 과정(2년제)을 두고 있다. 이 과정은 고등학교 졸업 이상의 학력을 갖춘 요리지망생에게 적합하다. 세계 여러 나라의 요리와 식품이 들어와 있는 싱가포르는 식품 산업이 발달했다. 이곳 교육의 장점은 요리법뿐 아니라 국제적 감각, 식음료 비즈니스, 마케팅, 요리디자인 등을 포괄적으로 가르친다는 점.

    학생들은 공부와 일을 병행할 수 있다. 엣 선라이스의 순환교육 프로그램에 따라 학생들은 특급 호텔 레스토랑, 고급 레스토랑 등지에서 유급으로 근무할 수 있다. 강사진은 중국인, 인도인, 프랑스인 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중국 요리, 인도 요리, 양식, 타이 요리, 인도네시아 요리 등 다양한 요리법을 가르친다. 이 기관은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이 학교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유럽과 미국의 호텔 등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해준다. IELTS 5.5 이상의 영어 실력을 요구한다.

    싱가포르의 기술전문대학은 국내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취업을 목적으로 유학을 택하는 사람들이 눈여겨볼 만한 점이 많다. 산학협동과 실무 중심의 특성화교육이 잘 되어 있어 졸업 후 싱가포르 현지 취업 전망이 매우 밝다. 외국인 학생도 마찬가지다.

    학비 80% 융자…무상교육도 가능

    기술전문대학은 정규대학보다 진학이 수월하다. 고등학교 졸업생 이상이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무엇보다 싱가포르의 정규대학이나 기술전문대학교에 입학할 경우 싱가포르 교육부에서 운영하는 학자금 보조제도에 따라 외국인 학생도 등록금의 80%까지 융자를 받을 수 있다.

    이 보조금은 싱가포르 현지 회사나 외국 소재 싱가포르 회사에서 3년간 근무하면 상환 의무가 소멸된다. 싱가포르에서 3년간 근무하면 싱가포르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다. 만약 현지 근무를 하지 않는다면 졸업 후 최장 10년 안에 융자금을 갚게 돼 있다. 싱가포르에는 현재 난양 폴리테크닉, 싱가포르 폴리테크닉, 리퍼블릭 폴리테크닉 등 5개의 기술전문대학이 있다.

    이 중 리퍼블릭 폴리테크닉(www.rp.sg)은 2003년 개교해 오는 6월 첫 졸업생을 배출한다. 아직 한국인 재학생은 없다. 바이오메디컬, 제약 분야 등 응용과학, 정보통신, 디지털아트, 스포츠, 헬스&레저, 엔지니어링을 가르친다. 전체 학생 가운데 15%가 외국인인데 중국, 인도, 동남아 출신이 대부분이다. 학교측은 한국인 학생 유치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입학 담당자인 조안나 추아씨는 “영어 능력이 부족한 외국 학생들은 3개월 동안 학교 부설 영어교육센터에서 학과 수업과 영어 공부를 병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이 학교도 이론보다는 실습을 강조하는 분위기여서 학생 대부분이 파트타임 직업을 갖고 현장에서 업무 경험도 쌓는다. 등록금은 연간 약 730만원. 그러나 80%까지 융자를 받는다면 1년에 146만원 정도만 본인이 부담하는 셈이다. 기술전문대학교를 졸업하면 싱가포르 국립대, 난양 공과대, 싱가포르 경영대 등 종합대 3학년으로 편입학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라셀르 SIA 칼리지 오브 아트(www.lasallesia.edu.sg)는 예술경영, 디자인, 영화, 광고 등 실용 예술분야를 교육하는 예술전문대학. 교육 방식 또한 실무 중심이다. 정부가 싱가포르를 아시아의 예술 중심지로 도약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투자한 학교여서 싱가포르 예술교육의 메카로 불린다. 학교의 규모나 시설도 훌륭하다. 기술전문대와 마찬가지로 학자금 보조제도가 있어 유학생의 경비부담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현 싱가포르 수상인 리시엔룽의 예술장려정책에 따라 정부가 제공하는 유학생 장학금도 따로 있다.

    라셀르엔 싱가포르인 교사뿐 아니라 유럽과 호주 등 세계 각지에서 온 교사들이 포진해 있고, 유럽식 교육방식으로 가르치기 때문에 유럽식 예술교육을 선호하는 유학생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외국인 학생의 비율이 30% 정도로, 한국 학생은 현재 4명이 재학 중이다. 미국, 호주에서 온 유학생도 많은 편이다. 입학시 토플 550점 또는 IELTS 6.0점 이상을 요구하며, 오디션과 인터뷰를 거쳐 학생을 선발한다.

    이 학교의 예술경영 디플로마 과정에 재학 중인 박현영씨는 “싱가포르는 연중 미술 관련 이벤트가 많이 열리고 있고 정부가 예술과 문화를 장려하는 분위기다. 또 장학금 등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어 좋다”고 귀띔했다.

    아시아 최고의 직장인 재교육 시스템

    싱가포르엔 직장인을 위한 평생교육제도 및 맞춤형 학위제도도 발달해 있는데 아시아 최고 수준이다. 싱가포르 국립대는 40여 년 동안 NUS 개방대학(www. nus.edu.sg) 과정을 통해 10만여 명에게 평생교육을 제공해왔다.

    직장인 재교육이 개방대학 과정의 목표다. 어학 교육이나 취미 과정뿐 아니라 정부기관 위탁훈련, 기업체 위탁교육, 맞춤형 홀리데이 과정이 들어 있다. 재학생은 정부가 수여하는 자격증과 장학금도 받을 수 있다.

    개방대학의 학과 과정은 매우 다양하다. 예를 들어 바이오테크놀로지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위해 이들의 직업적 특성에 맞는 영어 교육을 별도로 운영한다. 한국 등 외국 현지 기업체로 교사를 파견해 단기간 교육하는 홀리데이 과정도 독특하다. 국립대학에서 운영하는 교육기관이기 때문에 교사의 자질이 우수하고, 학비도 저렴하다.

    싱가포르엔 외국대학의 분교가 많다. 그중 미국 시카고대의 경영대학원 분교인 시카고 GSB(http://chicagogsb. edu/execmba)가 유명하다. 시카고대와 똑같은 커리큘럼에, 똑같은 교수진으로부터 수업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GSB는 싱가포르인뿐만 아니라 한국, 일본, 중국인에게 인기가 높다. 이 학교는 학업과 직장생활을 병행할 수 있게 한다. 싱가포르 현지에서 열리는 수업은 1년에 수차례, 일주일 동안 진행되며 나머지 기간은 시카고의 지도교수에게 논문만 제출하면 된다.

    입학자격은 10년 이상 산업현장에서 일한 사람에게만 주어진다. 학생의 60%는 아시아인이고, 40%는 아시아의 사업적 가능성에 관심을 가진 서양인이다. 전세계에 4000여 명의 동창생이 있으며, 그중에는 리콴유(李光耀) 전 싱가포르 수상의 친인척을 포함해 하비비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아들, LG필립스 대표이사, GP모건 이사 등 유수 기업의 임원과 유력 인사도 다수다. 학교는 정기적으로 동창회 이벤트를 개최하는 등 동창생의 국제적인 비즈니스 네트워크 구축에 도움을 주고 있다.

    ‘평준화는 없다’, 싱가포르의 엄격한 교육제도

    초등학생도 성적 나쁘면 낙제…글로벌 인재 양성이 최우선
    실속파들이 택하는 싱가포르 유학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부존자원이 없는 도시국가 싱가포르는 인적 자산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만큼 교육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남다르다.

    싱가포르 교육의 화두는 ‘경쟁력’이다. 국제 경쟁력을 가진 우수한 인재를 배출하는 것이 교육의 목표다. 시험 점수를 토대로 한 ‘낙제’ 제도가 초등학교 때부터 적용될 만큼 성적 위주로 운영된다.

    교육에 대한 열의, 교육기관에 대한 적극적 투자 덕분에 싱가포르의 대학은 세계적 수준에 올라 있다. 싱가포르 국립대학(NUS)은 지난해 영국의 ‘더 타임스(The Times)’가 실시한 전세계 대학평가에서 22위를 기록했다. 같은 조사에서 한국의 대학은 118위(서울대)와 143위(KAIST)에 그쳤다.

    싱가포르는 동양에서 가장 국제화하고 서구화한 나라다. 영어를 제1언어로 사용하며 다문화주의가 정착돼 있다. 외국인 유학생들이 손쉽게 영어를 익히고 국제적인 안목과 다양한 문화를 섭렵할 수 있다. 따라서 세계 진출을 위한 발판으로 삼기에 제격이다.

    ‘교육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싱가포르 교육당국은 제도적 장치를 갖추고 있다. 정부는 ‘우수 학력인정(SQC)’ 프로그램을 통해 학업 성취도나 학사업무 성취도를 평가한다.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한 학교는 해외 유학생을 받지 못하게 되는 등 불이익을 당한다.

    경영 마인드가 강한 싱가포르인들은 실용적 학습을 강조한다. 이 때문에 경영학, IT, 응용과학 등 고부가가치 분야에서 교육기관이 제공하는 교육의 질은 기업체에서도 호평을 받는다. 학생들의 만족도도 높다.

    싱가포르 정부는 글로벌 인재 양성을 교육의 제1목표로 삼고 있지만, 학자금 보조 등 교육의 기회균등을 위해서도 많은 예산을 쓴다. 싱가포르가 아시아 최고의 부국(富國)이 된 것은 교육 덕분이라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반면 연수 비용과는 상관없이 영어 실력 향상 자체가 목적이라면 싱가포르가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게 현지 유학생들의 의견이다. 또한 싱가포르는 물가가 비싼 편이다. 기숙사가 마련돼 있는 학교가 많지 않아 저렴한 숙소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싱가포르 교육 웹사이트(www.singaporeedu.gov.sg)는 싱가포르 교육 전반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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